우리는 동양시멘트의 하청 노동자들이었다!
– 동양시멘트 노동조합 교육부장 김주일
20년간 부당한 노동에 시달리다
우리는 동양시멘트의 하청 노동자들이었다. 같은 업무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도 우리는 정규직의 반도 안 되는 봉급을 받으며 정규직이 꺼려하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들을 해왔고, 봉급이 작다고 얘기하면 잔업이라는 미명아래 하루 16시간 월 200시간이 넘는 혹독한 일에 매달려야만 겨우 한 달에 200만원 남짓 받았다. 길게는 20년에서부터 현재까지 이런 부당한 노동에 시달려야만 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다
그래서 우리는 2014년 5월경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동조합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해주는 것인지도 몰랐고 막연히 들었던 생각은 노동조합이 있으면 적어도 우리가 부당하게 받아왔던 대우들에 대한 해결책이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시도 했던 사업장이 회사가 공중분해 돼서 없어지고 노동자들도 모두 해고 했다는 소문이 있어 겁이 났지만 우리의 사정은 그만큼 절실했고 각오 또한 남달랐다. 설령 전부 해고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노동조합만이 우리의 숨통을 열어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노동조합을 결성한 후 우리는 회사로부터 온갖 회유와 협박을 버티며 조합원들이 하나 둘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도 이대로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상황들이 혼돈스러웠지만 뜻있는 조합원들이 많았기에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우리는 그때부터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동안 부당하게 당했던 처우와 정규직 임금의 반도 안 되는 봉급, 살인적인 잔업을 없애달라고…….
하지만 회사는 자기네들에겐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이야기만 메아리처럼 들려올 뿐이었다. 동양시멘트 본청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일단은 본청과 상의를 해보겠다는 얘기가 몇 달이 지나고 단체협약 임금협약을 거치며 우리가 상대해야 될 본질은 회사가 아니라 동양시멘트 본사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우리는 고용노동부에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진정서를 접수 했다. 그리고 정부기관인 태백 고용노동부가 어떠한 판정을 내릴지 숨죽여 기다렸다. 그 판정이 어떠한 파급효과를 가지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하지만 그 시간은 너무도 길었다. 늦어야 두 달이면 판정이 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14년 6월에 접수를 한 것이 15년 2월에 판정이 내려졌다.
무려 8개월의 기간을 우리는 숨죽여 기다려 온 것이다. 그 결과는 일순간 우리의 힘겨운 투쟁에 작은 불씨를 피워준 것이었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고용노동부는 우리가 일하던 회사는 실체가 없는 회사이며 노동자들과 동양시멘트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우리는 입사일로부터 동양시멘트 직원이라는 것이다. 판정문을 가슴에 부여잡고 지부장이 울었다. 벅차오르고 응어리졌던 것이 풀려 나가는 듯 우리 모두는 울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일했다
하지만 회사는 더욱더 냉혹해졌다. 판정결과가 나온 다음 동양시멘트는 1시간도 안되어 회사와의 도급계약해지를 한다는 공문을 들고 회사로 찾아왔으며 회사는 이 사실을 숨긴 채로 현장을 가동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일했다.
2월17일 민족의 대명절 설 전날 이 기막힌 소식을 구두로 전해들을 수 있었다. 회사는 명절날에도 일을 어떻게 시킬 것인지에만 혈안이 되어 근무표까지 짜놓은 상태였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 이달 말로 해고가 된다. 그러니 그때까지 일을 해주길 바란다면 누가 일을 하고 싶겠는가? 그래도 일을 해줘야 한다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20년을 넘게 일해 왔던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것이다. 그것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회사 형님 중에 한분이 이곳 동양에서 일 하면서 회사만 3번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더는 옮길만한 회사도 없다고, 이기든 지든 내 끝까지 가보겠노라고…….
부당해고라는 뼈아픈 충격을 떨쳐내고 우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 판정결과 수용 및 동양시멘트 사내하청노동자 정규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 무기한 천막농성 돌입, 릴레이 피켓시위 시작, 노동자지위확인소송 소장접수, 부당해고 구제신청 접수 등등 가만히 있으면 해결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뛰었다. 부르튼 다리를 주무르며 이곳, 저곳 우리의 부당함을 알리게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녔다.
절박함은 우리들만의 것인 듯하다.
절박함은 우리들만의 것인 듯하다. 태백고용노동부에선 불법파견이 아니라 위장도급일 경우에는 법적으로 처벌할 강제적 근거가 없다며 사업장 근로감독에 대해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며, 동양시멘트는 동양시멘트대로 법적대응 한다고 시간만 끌고 새로운 위장도급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우리가 일하던 일터에는 비조합원들과 대체인력을 투입하여 재가동 중이고, 구사대와의 충돌 및 조합원 가정으로 개별 연락을 통해 노조탈퇴 및 소송 취하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을뿐더러, 꾐에 빠져 돌아간 조합원들은 지금 우리보다 더한 노역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101명의 해고노동자, 가족까지 합쳐 약 400여명의 동해, 삼척주민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과연 향토기업이라고 지껄이던 동양시멘트가 재정이 어려워서 직접고용을 못하였을까?
2012년 동양시멘트는 하청노동자들과 삼척시민들의 도움으로 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따냈다. 이 사업권은 자산가치만 200억인 동양파워다. 동양은 이 동양파워를 무려 4111억 원의 차액을 남기고 매각했다. 이 돈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여 40년 동안 임금을 줄 수 있는 막대한 금액이다. 동양시멘트는 재정이 어려워서 우리를 정규직으로 시켜 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 시커먼 속내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기에 정당하다. 회사측은 돈도 있고 여건도 되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자기네들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해고를 했다. 그러나 그 부당함을 해결하기엔 우린 아직 힘이 부족하다.
우리만의 힘으로는 버겁다. 더 많은 지원 연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비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줄 동지가 절실하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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