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자본과 최전선에서 투쟁하고 있는 ‘밑바닥’ 노동자들

대학자본과 최전선에서 투쟁하고 있는 ‘밑바닥’ 노동자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 김윤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집단교섭은 2011년에 서울지역 대학과 대학유관 현장을 대상으로 시작되었다. 처음 4개 사업장 600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하여 5년차인 지금은 15개 사업장 1600명의 조합원과 진행하고 있다. 15개 현장(13개 대학, 1개 대학병원, 1개 대학빌딩) 중 14개 현장은 이미 타결되었고, 서울여대가 1달여의 본관농성 끝에 합의하면서 전체 15개 사업장 조인식이 5월 29일 진행되었다.

집단교섭 5년간의 투쟁으로 대학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문제가 사회화 되었고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간접고용이라는 한계 속에서 항시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받으며 노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고령의 노동자들은 오늘도 힘차게 단결하여 대학자본과 최전선에서 투쟁하고 있다.

 

끝없는 고용불안, 해고는 당했는데 해고한 자가 없다

 

간접고용형태는 해고가 너무나도 쉽다. 아니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해고라는 단어를 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의 이야기만 하더라도 2013년 서울여대는 경비인원을 관리하는 업체와의 용역계약이 만료되고 새로운 계약을 하면서 계약인원 10명을 줄였다. 2014년 마찬가지로 건국대에서는 기존업체가 용역계약이 만료되어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하면서 계약인원을 23명이나 줄였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의 사용자였던 기존업체는 학교와의 계약이 만료되어 떠나고 1년씩 계약을 연장하던 노동자들은 계약이 종료된다. 새로운 업체는 계약인원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채용을 할 때도 기존 노동자들을 고용승계할 아무런 의무도 없다. 원청인 학교는 그저 용역업체와 계약을 했을 뿐이다. 결국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났지만 해고한 사용자는 없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있는 곳도 이러할 진데, 노동조합이 없는 간접고용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어떨 것인가? 이들 노동자들은 소리 소문 없이 잘려나가고 있다. 과거 성신여대, 홍익대 집단해고 투쟁의 성과로 2011년 노동부 등 3개 정부부처에서 공동으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만들었다. 이 내용 중에는 용역계약 내용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를 명시하도록 되어있지만 실상 권고 수준인 지침일뿐더러 내용도 애매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투쟁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사용자가 스스로 지킬 일은 없는 지침이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

 

2011년 집단교섭을 시작한 4개 현장은 모두 최저임금에 딱 맞춰있는 상황이었고 집단교섭의 결과로 최저임금을 벗어난 임금에 합의하였고, 현재까지 최저임금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현장은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상황이다.

일례로 집단교섭에 참여를 하고 있는 현장의 임금은 최저임금과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새로 조직되어 참가한 현장의 대부분은 최저임금에 딱 맞춰진 임금을 적용받고 있었고, 더욱이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장까지 있을 정도이다.

서경지부는 집단교섭의 임금요구로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요구하면 다년간 투쟁해왔고, 최근 2년간의 집단교섭에서는 정부에서 매년 발표하고 있는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한 임금 요구를 하고 있다. 매년 집단교섭의 투쟁이 여론화 되고 확산되어 가자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생활임금을 발표하고 서울시 직고용 노동자들에게 적용하고 있으며, 시중노임단가 적용을 상기된 보호지침을 통해 각 현장에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역시나 서울시와 정부는 이러한 지표들이 확산되자 의미 축소를 하기 시작하였고, 가장 간단한 방법인 포괄적 시급계산 방식으로 기본시급이 아닌 식대, 교통비, 각종 수당 모두를 합한 통상시급 개념으로 해석하면서 전체 임금수준을 끌어내리고 있다.

 

복수노조의 대책은 민주노조답게 싸우는 것

 

2011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현장에 복수노조 광풍이 몰아 닥쳤다. 애초 간접고용 사업장에서는 큰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법 허용시점부터 각 현장에서 복수노조가 생겨나게 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 현장에 복수노조가 생겨난 상태이고 이를 이용한 원, 하청의 민주노조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나 초기 조직화 과정에서 특정 노조를 관리자 중심으로 복수노조가 조직이 되는데 이것이 원 · 하청의 의지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해당 노조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면 현재 대학현장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복수노조가 하나의 상급을 갖고 있으며, 그 상급은 한국노총 철도산업노동조합이다.

어용노조에서 대부분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조직하는 주요 기조는 투쟁하지 않아도 저절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서경지부는 만날 학교에서 투쟁하고 다른 학교로 연대가지만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올라간다. 혹시 우리 조합원에게 불이익이 있으면 노동조합이 막아주겠다는 이 얼마나 좋은 노동조합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각 현장들에서는 어용노조에서 민주노조로 넘어오는 추세이고 그 이유는 민주노조답게 운영하고, 항상 원 · 하청 가릴 것 없이 투쟁을 하였기 때문이다.

 

서울여대의 드러난 민낯

 

대부분의 학교에서 앞서 이야기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여대는 출범당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여대는 기독교 정신과 바롬이라는 창립자의 공동체 정신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학교가 하지만 서울여대 노동자들의 3년간 투쟁 속에서 서울여대의 민낯이 그대로 들어났다.

서울여대는 악덕 관리자의 검은 봉투 해고(계약만료일 각 근무자들이 근무복을 검은 봉투에 넣어놓고 퇴근했다가 그 다음날 그 검은 봉투가 없으면 재계약이 안 된 것), 폭언, 인격모독 등 말도 안 되는 처우에 악덕 관리자 퇴출 요구를 걸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하지만 악덕관리자들은 곧바로 어용노조를 만들었고, 원청 직원의 비호 하에 어용노조는 과반수이상을 확보하면서 어려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 졌다. 그럼에도 악덕관리자들의 말도 안 되는 악행들이 여론화 되고 끈질긴 투쟁으로 용역업체와 악덕 관리자 모두 교체를 시켜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서울여대는 그 다음해 무려 10명의 경비노동자들을 집단해고 시켰다. 대학이 많이 어려워 졌기 때문에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실상 대학이 어려워진 부분보다는 향후 경비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대폭 인상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사전에 인원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 이다. 경비직 10명 중 서경지부에 가입되어 있는 3명의 경비노동자는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해고 투쟁을 진행하였다. 끈질긴 투쟁 끝에 3명의 원직복직을 약속 받았지만, 결국 7명이 줄어든 채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여대분회 출범 3년차 서울여대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실히 들어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14개 사업장이 타결되었음에도, 또한 추가 예산이 필요하지 않는 상황임에도 본관농성 1달, 조합원 3인의 단식 속에서도 서울여대의 답은 여전히 못한다는 것이었다. 토요일 근무만 축소하면 시급을 추가 비용 없이 타 대학과 동일하게 맞출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은 향후에도 타 대학과 맞출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결국 노동조합에게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서울여대 조합원들은 본관 농성 1달째 출근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총장을 보기 위해 54주년 개교기념식에 달려갔다. 이날 택시를 타고 도망치려던 총장을 막아서면서 결국 사무처장과의 면담자리를 만들어 내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아침 농성장 앞에는 총학생회에서 축제를 진행하는데 미관상 좋지 않다며 조합원들이 게시해놓은 현수막을 철거해놓고 쪽지와 함께 버려놓은 것을 보고는 학생들조차 우리 편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운 상태였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졌다. 이러한 총학생회의 행태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서울여대 학생들 그리고 서울여대 졸업생까지도 이 일을 비판하고 직접 찾아와 사과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어서 이 일을 취재해 기사를 내고 있던 서울여대 학보사에서 일이 터졌는데 졸업생 140여 명이 공동의 명의로 이 일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고, 이를 학보에 게재하려 하자 학보담당 교수의 외압으로 결국 넣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학보사 기자들은 언론의 탄압에 맞서 학보 1면을 백지 발행하였고, 담당교수 사퇴와 편집권 보장을 요구하였다.

 

대학자본과의 전투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

 

학내 교수, 교직원, 학생 많은 구성원들이 있지만 대학자본과 이정도로 첨예하게 투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집단교섭 5년차 청소, 경비, 주차, 시설, 식당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은 대학자본에 맞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투쟁하고 있다. 대학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지 못하는 밑바닥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오히려 대학자본과의 전투에 최전선에 있는 것이다. 집회에서 자주 조합원들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마치겠다.

‘중요하지 않은 노동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적으로 무시 받고 대학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도 우리 자신을 밑바닥 노동자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멈추면 학교는 쓰레기장이 될 것이고, 학교는 마비될 것이다. 우리는 대학 구성원들 그 누구보다 대학자본에 맞서 가장 앞장서서 싸우고 있다. 그만한 힘은 바로 그만큼 중요한 일을 우리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학의 당당한 구성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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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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