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두 상반된 사례 – 엘에이 산불과 조선 물난리
지난 7일 발생한 산불이 캘리포니아의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을 타고 번져 일주일이 넘도록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동시다발로 대규모 화재가 일어났고, 엘에이의 낡은 수도시스템이 화재 진압에 적합하지 않아 물 공급이 쉽지 않고 특히 언덕지역은 소방 활동이 더 어렵다는 지적이다.
1월 14일 현재 24명 사망 23명 실종이지만 수색지역이 늘어나면 인명피해는 더 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 불이 나고 불길이 번진 태평양 팰리세이즈와 말리브 해안은 고가의 저택들이 즐비한 곳이다.
뉴욕포스트는 산불 지역의 부유층들이 사설 소방인력을 고용하여 하루 2000불에서 10,000불(290만원에서 1400만원)의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자적인 물 공급, 소방차, 호스, 화재 진압 화학물질 및 기타 장비를 갖춘 사설 소방업체들은 시간당 2000불을 청구하기도 하지만 부유층들이 경쟁적으로 요청한다고 한다.
집을 잃은 주민들과 18만 명 이상이 대피 중이며 그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공공 소방서에 의존하고 있다. 자연재해 피해 대처는 계급에 따라 현저히 다르게 나타난다.
미국 국가화재보호협회(NFPA)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흔한 화재 원인은 번개지만 이번 엘에이 화재에서는 제외 되었고, 다음으로 흔한 원인이 방화와 전력선에서 발생하는 화재라고 한다. 이번 화재가 전력 설비와 연관이 있는지 여부는 조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WSJ (월스트리트 저널)은 로스엔젤레스 공공전력국(LADWP)이 강풍이 불 때 전력선의 불꽃을 방지하기 위해 전력망 일부를 사전에 차단하는 안전규칙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들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튼지역의 화재피해자들은 투자자 소유의 공공서비스기업인 남가주 에디슨(Southern California Edison)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 업계에서는 이번 산불이 미국 역사상 가장 피해액이 큰 산불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엘에이 타임즈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10,000채 이상의 집들이 불타기 전에, 캘리포니아 최대 주택 보험사인 State Farm General, Chubb 및 그 자회사, Allstate, Trans Pacific Insurance Co.등의 보험사들이 불이 난 태평양 팰리세이즈, 알타디나 및 기타 산불 취약 지역의 수천 건의 주택 보험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거나 주에서 철수했다고 한다. 급격히 상승하는 보험료와 많은 보험사가 기존 고객조차도 계약 갱신을 거부함으로써 산불 지역의 주민들은 주택 보험을 잃었고 화재가 그들의 집을 삼켜버렸다.
얼마 전 보험금 청구 거부로 비난을 받아왔던 미국최대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가 대낮의 뉴욕 거리에서 저격당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사용된 탄피에서 보험사가 환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지연(delay)하고 거부(deny)하고 축출(depose)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의사가 환자에게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보험사가 해당 치료가 보험 적용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 환자가 막대한 의료비를 떠안게 되거나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나 질병, 재앙을 대비하는 보험이라는 사회적 장치가 자본의 이윤추구로 역할을 상실한 자본주의 천국 미국의 민낯이다.
죄수를 동원하고 바닷물을 퍼나르고 9개주와 멕시코에서까지 소방장비와 인력이 충원되었지만 불길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엘에이 현지에서 화재지역에서 절도범 50명이 체포되었고 온라인 기부금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소방국 예산을 줄이고 일부지역의 소방전에는 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는 등의 미흡한 대처에 항의하는 엘에이시장의 사임 청원이 올라왔다.
이 와중에 취임을 앞둔 트럼프와 캘리포니아 주지사 뉴썸은 서로를 비방하기에 바쁘다.
작년 8월 북에서 홍수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크게 났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침수지역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장면이 뉴스에 여러 번 보도된 적이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직접 수해지역 주민들을 평양에 불러 숙소와 학교 편의시설 제공을 하기도 하였다. 북은 지난 수재가 자연의 변덕만이 아닌 재해방지기관들의 무책임과 무경각성이 더해진 인재였음을 반성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넉 달도 안 되는 작년 12월에 북은 수해지역에 제방을 새로 쌓고 수천 세대의 주택과 탁아소, 유치원, 학교, 병원, 진료소를 건설하고 준공식을 마쳤다.
북은 국제기구들의 지원을 거절하고 북의 정신적 물질적 자산에 기초해 철저히 자체의 힘으로 짧은 시간에 기적에 가까운 건설역사를 다시 썼다. 수재민들은 수복민이 되었고 침수지역은 “사회주의 이상촌”으로 전변되었다.
엘에이 현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나서고 물과 담요 등의 구호물품들이 전달되고 있지만 이번 화재와 같은 커다란 재난에 자원봉사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연재해의 방지와 대책 시스템이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가동되는가 하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해마다 장마피해를 입는 한국사회는 얼마나 다른가. 자본주의 한국 역시 자연재해를 온전히 개인이 감당하고 극복해야함은 같지 않은가.
예기치 못하는 자연재해의 피해를 줄이고 대비하려는 적극적인 국가의 노력, 삶의 터전을 잃은 피해주민을 보살피고 피해복구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국가의 역할이 체제에 따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를 짧은 시간에 극명하게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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