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전’에서의 소련과 스탈린에 대한 반공 내러티브를 반박하다

김남기(《반공주의가 외면하는 미국역사의 진실 》 저자)

영국의 유명한 영화감독 켄 로치(Ken Loach)가 만든 영화가 있다. 바로 ‘랜드 앤 프리덤(Land and Freedom)’이다. 이 영화는 1995년에 개봉한 영화로 스페인 내전(Spanish Civil War)을 다뤘다. 해당 영화는 스페인 내전이라는 역사적 주제를 좌파 내 소수파인 통합 마르크스주의 노동자당(Partido Obrero de Unificación Marxista) 줄여서 POUM의 입장에서 만들어졌다.

사실 스페인 내전 당시 파시즘 진영에 맞서던 민주 진영은 좌파 내의 잡다한 정파조직들이 참전했다. 아나키스트, 트로츠키주의자들, 생디칼리스트 등 찾아보면 스페인 민주진영을 돕기 위해 참전한 단체와 조직들이 매우 많다. 즉, POUM 또한 그 중 하나였다고 보면 된다.

해당 영화는 사실 여러 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POUM이라는 조직이야말로 스페인 내전에서 가장 혁명적으로 파시즘에 맞서 싸운 주체로 설명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소위 공산당을 위시한 소위 스탈린주의자들이 저항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묘사한다.

더 나아가 심지어 스탈린주의자들이 POUM과 같은 진정한 혁명 조직을 총칼로 탄압하고 내부총질을 하는 것으로 묘사하며 그 결과 파시즘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으로까지 설명하고 있다. 또한, 영화는 소련 측이 지원한 무기들이 전부다 낡고 고장이 잦은 것들로만 묘사하고 있다. 해당 영화는 소련과 스탈린 그리고 이들을 따르는 공산당이 내전의 패전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저명한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대표적인 소설 <카탈로니아 찬가(Homage to Catalonia)>의 내용과 일치한다.

사실 오웰의 경우 대표적인 소설 <동물농장(Animal Farm)>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련에 대한 관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지 오웰은 냉전 초기인 1949년 영국 MI6에게 공산주의 동조 혐의자들 명단을 넘겨주는 역할을 했다. 말 그대로 영국 제국주의의 대표적인 기구인 MI6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것이다. 1950년 그가 사망하자 CIA가 오웰의 책 <동물농장>의 영화 판권 계약서에 서명을 받고자 그의 아내와 접촉했고, 그 결과 <동물농장>이 만화영화로 제작될 수 있었다.

1978년 박정희 정권 말기 대한민국에서 만든 반공 만화영화 ‘똘이장군’이 사실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해당 소설의 작품성과는 별개로 반공의 소재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한번 비판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지 오웰의 소설 <카탈로니아 찬가>도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켄 로치의 영화와 조지 오웰의 소설 작품이 왜 비판적인 접근이 필요한지는 이제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스페인 내전은 1936년부터 1939년까지 대략 3년간 전개된 전쟁이었다. 1930년대 스페인에선 이른바 좌파연합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1936년 사회당 계통의 노동자총동맹(UGT)과 무정부주의자 그룹인 노동자국민동맹(CNT)이 서로 손을 잡아 이른바 인민전선을 구성했다. 2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승리했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좌파들은 국민들에게 ‘좋은 정치’와 ‘인민을 위한 정치’, ‘진보적인 정치’를 약속했다. 이들은 정치범 석방, 농민의 조세와 지대 경감, 노동자의 임금 인상과 실업 대책, 중소기업 보호, 교육 개혁 등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정책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인물이 있었다. 그가 바로 프란시스코 프랑코(Francisco Franco)였다. 좌파 정부에 불만을 품은 프랑코는 파시스트 세력들을 결함하여 인민전선 지지자들에게 테러행위를 가했고, 더 나아가 보수 기득권 세력을 등에 업고, 1936년 7월 17일 스페인령 모로코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는 감행한 세력의 의도와는 달리 군사적인 충돌로 변하여 내전으로 변모했다. 이것이 바로 스페인 내전의 서막이었다.

스페인 내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예고한 전쟁이었다. 군사 반란을 일으킨 프랑코 반란 세력을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지원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는 파시즘 진영인 프랑코에게 항공기와 조종사 그리고 수천 명의 병력을 포함한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에 이에 맞서는 민주진영은 전 세계에 있는 진보세력들로부터 지원받았으며, 프랑스나 영국 그리고 미국 등에서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자들이 모였다.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프랑스 정부의 경우 민주 진영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 나라 내에 있는 진보주의자들이 스페인 내전에 자발적으로 참전한 것이었다. 오히려 역으로 포드회사와 같은 미국의 기업들은 파시스트들에게 트럭, 타이어, 공작기계 등을 공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진보성향 인사들이 스페인으로 가서 싸웠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소설가 어네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그러했다. 스페인에 간 미국인은 3,000명이었는데, 이 중 450명은 에이브러햄 링컨 여단(Abraham Lincoln Brigade) 소속으로 전투를 치렀다.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국가적으로 민주진영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한 주체는 바로 소련이었다. 1936년 9월부터 소련은 스페인의 민주진영을 지원했다. 실제로 소련 시민들은 스페인의 민주주의 진영을 인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총 2억 7,400만 루블을 모금했으며, 이는 한화로 약 225억 원에 달하는 수치다. 소련은 민주진영에 대한 무기 및 물자 지원을 전담할 일명 X부대를 NKVD(소련 비밀경찰) 내에 설치했고, 10월부터 군수물자 지원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다만, 스탈린의 스페인 내전 지원 정책은 서방 국가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스페인을 소비에트화 시키려 한다는 의심을 사지 않는 선에서 유지하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지원은 전쟁 종료 직전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소련은 소총이나 기관총 뿐만 아니라, 탱크, 중화기, 심지어 전투기까지 지원했다.

규모도 결코 작지 않았다. 스페인 내전을 통틀어 소련이 스페인 민주 진영에 제공한 전투기는 총 623~648대 사이였고, 탱크의 경우 437대였다. 심지어 야포의 경우 최소 714문에서 많게는 1,228문이나 보냈고, 소총은 33만 8,000정이나 보냈다. 물론 소련이 보낸 소총들 중에 소총이나 야포가 구식이었다는 평가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 당시 국가적으로 아무것도 안 보낸 미국·영국·프랑스와 비교해 보았을 때, 소련의 지원은 매우 큰 것이었다. 거기다 소련의 보낸 탱크의 경우 T-26과 BT-5의 경우 최신형 전차였다. 심지어 그 당시 독일제 전차보다도 성능이 우수했다. 따라서 영화 ‘랜드 앤 프리덤’이 보여준 소련이 구식 무기만 보내며 지원도 제대로 안한 것처럼 묘사한 서사는 말 그대로 역사 왜곡이다.

당시 민주진영인 공화파 정부가 수입한 석유 대부분도 소련에서 공급됐다. 소련은 스페인 민주진영을 위해 510톤이나 되는 금까지 보냈다. 이걸 그 당시 가치로 환산하면 대략 5억 달러에 달한다. 그와 동시에 소련은 2,000명 이상의 군사 전문가와 기술자 등을 파견했다. 이들의 경우 스페인 공화정부의 정치 및 군사 조직에도 깊이 관여했다. 다만, 소련의 군사적 지원은 코민테른(Comintern) 주도로 이루어졌고, 전 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구성된 35,000명의 의용군을 보유한 국제여단 소속으로 참전한 것이었다. 이들의 전투 투입은 1936년 10월에 처음 이루어져, 위기에 처한 수도 마드리드의 방어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또한, 1938년 9월 철수할 때까지 거의 모든 주요 전투에 참전하여 공화국의 저항력에 커다란 기여를 했고, 국제적인 연대의식을 형성하는 데에도 모범을 보였다.

따라서 이와 같은 맥락들을 조지 오웰의 소설과 켄 로치의 영화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있다. 즉, 켄 로치나 조지 오웰은 트로츠키주의 입장으로 영웅적인 인민전선 정부와 스페인 공산당, 스페인 인민들, 소련을 비롯한 국제여단의 피어린 투쟁의 역사를 철저히 왜곡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서술을 한 조지 오웰은 냉전 시기 영국 MI6의 첩자가 되었고, 켄 로치가 영화에서 영웅적인 마르스크주의 조직으로 묘사한 POUM은 이후 CIA와 협력하게 되며 제국주의의 앞잡이가 되었다. 거기다 켄 로치와 조지 오웰이 영웅적으로 묘사하는 극소수의 일부 좌파들은 실제로 스페인 내전에서 파시즘을 막는 데 전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앞서 언근합 바와 같이 실질적인 전투의 지휘는 소련 코민테른이 지휘하는 국제여단이 치렀다. 소련의 스페인 내전 지원에 대해 국내의 한 논문은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만약 소련의 무기지원이 없었다면 스페인 공화정부는 더욱 이른 시기에 프랑코군에게 무릎을 꿇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련이 1936년 연간 전투기 생산량의 50%를 스페인으로 보내 공화정부를 지원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공화주의자들이 중앙은행의 금을 탈취해 스탈린에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건네주었다는 프랑코 진영의 주장은 근거가 취약한 선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최해성,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논문, 《스페인 내전의 국제사적 고찰》)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보자면, 조지 오웰의 소설과 켄 로치의 영화는 스페인 내전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상당히 왜곡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지 오웰과 켄 로치가 옹호한 조직은 이후 CIA의 앞잡이가 됐으며, 조지 오웰 스스로도 MI6의 앞잡이가 됐다. 이런 사실을 모른채 우리는 스페인 내전에 관한 반공 내러티브를 그대로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공 내러티브가 만든 스페인 내전에서의 소련과 스탈린에 관한 서술들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그런 왜곡을 제거한 다음 스페인 내전에 대해 평가한다면 아마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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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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