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하는 구조조정, 최저임금 무력화 기도로 사립대는 지금 전쟁터다

사진 출처: 서경지부 홈페이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 김윤수

2018년 새해 서울에 위치한 많은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고려대, 연세대, 홍익대 등의 사립대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대학들은 용역업체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정년퇴직자 자리를 채우지 않거나, 정년퇴직자 자리를 단시간 노동자로 채우거나, 아예 해고를 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에서는 정년 퇴직자 30여명의 자리를 아예 채우지 않거나 단시간 노동자를 투입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고려대에서도 10여명의 정년퇴직자 자리를 채우지 않고 단시간 노동자들 투입하고 있다. 홍대의 경우 기존 용역업체가 담당하던 몇 개 건물을 제외하여 계약하면서 제외된 건물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해고 하였다. 2011년 집단해고 이후 또 다시 4명의 노동자가 해고된 것이다. 이 밖에도 덕성여대, 숙명여대, 인덕대, 동국대 등에서 정년퇴직자의 자리를 채우지 않거나 단시간 노동자를 투입하면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울산대에서도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고,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년퇴직자 자리를 채우지 않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수많은 대학, 빌딩 등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대학들은 기존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노동조건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년까지는 노동조건과 고용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 가만히 있으라는 주장과 다름없다. 하지만 현재 투입되고 있는 단시간 노동자들은 대부분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는 기존 노동자들과 아예 다른 업체 다른 조건으로 채용되어 노동조합 울타리 안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고 그 비정규직에서도 일근직과 단시간 노동자로 나누는 전형적인 사용자들의 분열 논리다.

구조조정 빌미로 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

대학들은 매년 임금인상, 재정지원 축소, 정원 감소,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악화되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수입이 줄어들고 있으니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등의 보수언론에서는 문재인정부와 민주노총이 무리하게 시급 1만원을 요구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프레임을 짜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을 다룬 많은 언론기사에는 이럴 줄 모르고 최저임금을 인상 했냐는 내용의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사실 대학의 이러한 구조조정은 2018년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수년간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원을 지속적으로 줄여왔고, 청소, 경비 등 서비스 직종의 업무를 아웃소싱하면서 구조조정을 하였고 그 이후에도 최저임금인상, 재정지원 축소, 정원 감소, 등록금 동결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인원감축을 진행해 왔다. 다만 다른 점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많은 대학들이 안면몰수하고 동시다발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간 대학들에서 해왔던 경영효율화를 위한 비용절감이라는 기본적인 취지는 동일하나 정부 주도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표출하려고 하는 의도로 보인다.

적립금 1%로도 시급 1만원 당장 가능

실제로 대부분의 대학들은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대학들이 현재까지 쌓아놓은 적립금 총규모가 8조원에 달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최근 몇 년간의 등록금 인하 혹은 동결에도 불구하고 적립금 규모를 늘려왔다. 그동안 한해 수억에서 수십억씩 학교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적립을 해왔으면 자신들의 주장대로 정원감소,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적립금을 풀어 대학을 운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결국 대학들의 이번 구조조정은 적립금을 쌓을 돈이 부족하니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뿐이다.

대학들은 적립금 사용처(연구, 장학, 건축, 퇴직, 기타)가 정해져 있어 임금이나 용역비용으로 쓸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정원이 감소된다면서도 매년 수백억을 들여 건물을 신축하고 있다. 더욱이 사용처가 불분명한 기타 명목의 적립금을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 사용하고 있고 이러한 기타 명목 적립금이 8조 원 중 2조원에 달한다.

현재 연세대와 고려대에서는 매일 새벽 자리를 지키려는 조합원들과 단시간 노동자들을 투입시키려는 용역업체와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퇴직자를 채우지 않은 자리는 조합원들이 추가노동을 거부하면서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각 대학들에서는 학생들과 연대하여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학내 기자회견,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여론화 되자 부랴부랴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에서 각 대학들을 면담하며 사태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장은 구조조정을 막아내는 것이 목적인 투쟁이지만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대학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과 정부와 국회에서 준비되고 있는 최저임금, 근기법 개악을 막아내는 투쟁의 단초가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사립대학재단들이 자기들 지갑의 돈처럼 사용하고 있는 적립금을 대학 구성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투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대학들은 적립금 1%만 사용해도 노동조건 저하 없이 시급 1만원은 당장 가능하다.

최저임금 무력화 꼼수 저지하고 노동조건 저하 없는 생활임금 쟁취하자! 투쟁!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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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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