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흥캠퍼스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1)
사진 및 사진 설명(김현우) : 3월 11일 학생 무력 진압 이틀 후 서울대 학생 2000여명이 행정관 앞에 모여 성낙인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였다. 서울대 재학 학부생은 16000여명 정도 규모이다.
–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김현우
지금까지 시흥캠퍼스 사태를 둘러싸고 서울대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보도와 학생들의 투쟁 수기는 여러 곳에 발행되어 왔습니다. 5년에 걸친 투쟁, 그리고 총장이 수백의 교직원과 물대포를 동원하여 학내에서 학생들을 무력진압한 일은 분명 학생운동사에 특기할 사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여기에서 나아가, 한 발짝 떨어진 시점에서 시흥캠퍼스 사태가 어떻게 말미암은 사건인지 거시적으로 조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제 글의 목적입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노동자정치신문에 2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2부에서는 시흥캠퍼스 RC(기숙형 대학) 문제와 캠퍼스 내 기업 입주 문제, 그리고 덧붙여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태와 박근혜 정권의 연관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시흥캠퍼스, 욕망의 진창에서 기어 나오다
중국 진나라 시대의 사람인 갈홍은 <신선전>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동해가 세 번 뽕나무 밭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건만, 봉래에 이르러 보니 물이 말라 절반쯤 남았다. 다시 언덕이 되려는가?” 뭍이었던 것이 물이 되고, 물이었던 것이 다시 뭍이 된다. 곧 상전벽해라는 고사성어의 출전이다.
갈홍이 살아서 시흥을 볼 수 있었더라면 무슨 말을 했을까. 상승한 해수면이 굽이굽이 주름진 해안선과 숱하게 흩뿌려진 섬들을 낳은 서해안, 그 잘록한 허리 부근에 시흥시는 몸을 웅크린 채 조금씩 바다를 퇴각시켜 왔다. 그리고 서해와 육지의 최전선, 시흥시의 남서쪽 끝자락에 정왕동이 위치한다.
정왕동의 이름은 본디 마을 뒷산으로부터 유래한다. 예로부터 그 산에는 봉수대가 있어 나랏일을 하던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나랏일에 걸맞도록 바른 사람들이 오가는 산. 그리하여 산은 정왕산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마을은 정왕리가 되었다. 그러나 더 이상 바른 사람들은 산을 찾을 수 없다. 20세기 이래 사람들은 매립 과정에서 산을 파내 바다를 메웠다. 야트막하나 서해를 굽어보던 정왕산은 간척의 물결 속으로 허물어져 버려 흔적만을 찾을 수 있을 따름이다.
본디 정왕동이라는 행정구역의 이름을 받을 수 없는 물이었으나 이제는 뭍이 되어버린 평방 409만 미터의 땅, 배곧신도시. 원래 이곳은 한화의 총포화약시험장으로 사용되었던 매립지이다. 매립 이후 좁아질 대로 좁아진 수로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북쪽에는 월곶포구와 소래포구가 있고, 수로의 건너편에는 인천 송도신도시가 자리한다. 산과 바다가 없어진 자리에 근 10여 년째 욕망의 격랑이 몰아쳤다. 그 욕망은 배곧신도시 내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가 예정된 66만 평방미터 규모의 부지에서 가장 추잡한 형태로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당시 군자매립지로 불리던 이곳을 시흥시는 2000년에 시가화 예정지로 분류하고 2006년에 인수, 이듬해 신도시 개발 계획을 전격 발표하였다. 비슷한 시기, 서울대학교는 새로운 캠퍼스 부지를 모색하고 있었다. 일차적으로는 관악캠퍼스의 공간 부족 문제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화여대, 인하대, 동국대, 연세대, 건국대, 중앙대 등 수많은 서울 소재 유명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경기권에 제2 캠퍼스 설립을 추진하며 토지 투기,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것과 발맞추는 행보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국립대로부터 법인으로 전환되어 다양한 영리 사업에 뛰어들 동기가 부여된 서울대로서는 더 이상 사릴 이유가 없었다.
서울대는 시흥시와 2009년 양해각서를, 2011년에는 기본협약을 체결하였다. 서울대에 4500억의 부동산 수익과 66만 평방미터의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연후 시흥시와 함께 배곧신도시 개발에 나선 주식회사 한라는 아파트를 짓고 한라 비발디 캠퍼스 배곧이라 이름하였다. 토지 매입가는 평당 82만원, 표준분양가의 1/5 수준이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을 투기로 의심해야 할 하나의 증거였다. 세 번에 거쳐 진행된 분양은 6,700 가구의 완판으로 막을 내렸으며, 분양가는 평당 900만원을 상회하였다. 당시 재정 건전성을 의심받던 한라는 시흥에서만 약 1조원 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매출금의 일부가 시흥캠퍼스 건설비용으로 사용될 것이었다.
배곧신도시라는 이름은 주시경이 운영하던 조선어 교육․학술 기관인 한글 배곧에서 따온 것으로, 무언가를 배우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시흥시가 말하는 교육이란 공허한 말뿐이었다. 정작 그 교육이라는 것의 내용을 시흥시가 깊게 고민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흥시장 김윤식은 배곧신도시 홈페이지에서 배곧신도시가 “서울대를 품은 도시”라 전면에 내세우며 인사말의 서두를 뗐다. 또한 배곧신도시에 교육국제화특구를 조성하겠다고도 선언하였다. 교육국제화특구의 내용은 이른바 국제화 프로그램을 도입한 유치원, 외국어 전용 국제학교, 서울대 글로벌대학 문화촌 등이었다.
서울대의 교육론도 시흥시만큼이나 빈곤했다. 2007년 서울대는 장기발전계획으로 국제캠퍼스안을 꺼내들었고, 이것이 시흥캠퍼스가 된다. 2016년 6월 16일 공청회에서 서울대 기획처장은 국제화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국제 캠퍼스를 통해 세계 10위권 대학에 진출하고 외국학생들을 유치하여 그들에게 한국문화를 접하게 하는 것”. 사실상 여기에 보탤 그 어떤 분명한 교육에 대한 입장도, 계획도 없었다. 그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교육의 발전이었다.
서울대가 외국으로부터 유학생을 많이 유치함으로써 세계 수위의 대학이 된다는 것은 논리적 순서를 뒤집은 자기 기만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교육을 볼모 삼아 시흥캠퍼스를 낳게 한 것일까. 그 원동력에 관해서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특수한 체제를 움직이는 욕망의 동역학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신도시에 서울대라는 이름값의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싶은 시청, 투기 자금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고 싶은 건설 자본, 그리고 허울 좋은 국제화라는 이름과 양적 성장의 이권을 누리고 싶은 서울대. 이들 셋은 투기 자금이 들고 나는 한 판 투전놀음의 한가운데에서 이윤 추구의 사슬로 굳건히 맺어졌다. 아카데미로서의 본분을 저버리고 야합에 뛰어든 서울대가 판돈으로 올린 것은 시흥캠퍼스라는 이름을 2013년까지 들어보지조차 못했던 서울대의 학생들이었다.
- 부동산에 눈 먼 서울대와 시흥시, 교육을 섣불리 판돈으로 내던지다
현재 시흥시가 운영하는 배곧신도시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는 각각 2013년 7월 8일자, 2013년 8월 7일자에 업로드된 ‘시흥 군자배곧신도시 특별계획구역」 지역특성화사업 민간사업자 선정을 위한 평가분야 및 평가기준 공고’, 그리고 ‘「시흥 군자배곧신도시 특별계획구역」 지역특성화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공고’가 공개되어 있다. 평가분야 및 평가기준 공고와 선정 공고, 그 사이에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하나 없다. 바로 평가결과 공고다.
부연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러저러한 기준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뽑겠다는 것, 그리고 결과적으로 한라건설이 선정되었다는 것은 공지가 되었다. 그런데 공고된 기준에 따라 한라건설 및 경쟁사가 어떤 평가를 받았기에 한라건설이 선정된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많은 추가적 설명이 요구되는 의혹과 추론의 영역임을 밝혀둔다. 시흥시는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를 2013년 4월 30일에 냈고, 사업참가의향서는 단 하루, 5월 24일 10시-17시 사이에만 받았다. 그리고 사업 계획서는 7월 31일 10시-17시 사이 제출이었다. 기업이 1조 8000억여 원 규모에 달하는 사업에 응할지를 결정하고 사업 계획을 작성하기에는 조금 빠듯한 기간인 감이 있다.
명시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뉴스라인은 2013년 5월 27일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지난 5월 24일 지역특화사업 민간사업자 참가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대우건설을 비롯해 2개 건설사와 2개 금융회사, 1개의 시행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우리는 이미 선정된 민간사업자가 한라건설임을 알고 있으므로, “대우건설을 비롯[한] 2개 건설사”는 곧 대우건설과 한라건설일 수밖에 없다. 토지불하가, 아파트 분양가, 대지면적, 용적률을 토대로 계산해볼 때 한라는 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분양을 통해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토지불하가도 상당한 염가였다. 왜 다른 건설사들은 이 좋은 수익 사업에 참여를 시도하지 아니/못했던 것일까?
평가결과 공고가 보이지 않는 지금, 또 다른 의문은 어떻게 한라건설이 선정될 수 있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한라건설은 2016년 6월에야 겨우 등급감시대상에서 제외되었고, 2013년 당시에도 재무건전성을 의심받고 있던 상태였다. 2010년 12월 이래 2012년 9월까지 NICE 신용평가 A- 등급이었던 한라건설은 2012년 12월 BBB+로 전락하고, 시흥캠퍼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였던 2013년 12월에는 아예 BBB로 또다시 떨어진다. 더군다나 한라건설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당기순이익에서 단 한 번도 흑자를 보지 못하던 차였다. 2013년 당시 학생들이 처음으로 시흥캠퍼스 관련 소식을 접하게 된 계기는 우선협상대상자로 한라건설이 선정되었다는 뉴스보도였다. 그때에도 재무건전성이 불안한 한라건설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반면 입찰 경쟁 상대였던 대우건설의 상황은 어떠하였는가? 대우건설은 2012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줄곧 신용등급 A+를 유지해왔다. 또한 2012년부터 2015년까지의 기간 동안 2013년의 예외를 제외하면 누적당기순이익에서 언제나 흑자였다. 더군다나, 대형 건설사로 분류되는 대우건설은 자본규모에 있어서도 한라건설보다 한 체급 위이다.
시흥시가 공개한 평가분야 및 평가기준 공고에는 “출자자의 구성 및 재무건전성”, “출자자의 사업 실적”, “사업리스크 관리계획”, “재원조달계획”, “자금관리 및 운용 계획” 등의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서울대와 시흥시가 신용등급이나 재무건전성만으로 민간사업자를 선정한 것은 아닐 터다. 한라건설이 대우건설에 비해 예를 들어 “교육 및 의료복합단지 지원계획의 실현 가능성” 등의 항목에서 훨씬 우수한 전망을 보여줬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결과가 공고되지 않은 점, 상당한 수익이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경쟁률이 겨우 1대1이 될 정도로 지원 기간이 급박했던 점을 고려할 때, 한라건설이 선정된 과정 및 기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어 보인다.
우선 음모론은 배제해보자. 실제로 한라건설의 재무건전성 부실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어떤 커넥션도 사전에 형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와 시흥시가 한라건설을 ‘공정하게’ 선정했을 수도 있다. 아마 상대적으로 건실했던 대우건설을 한라건설이 입찰경쟁에서 꺾을 수 있었던 일에는 수익금을 통해 서울대에 3500억 원 규모의 캠퍼스를 건설해주고 이에 더하여 1500억 원 규모의 현금 지원을 해주겠다는 한라건설의 파격적 제안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선정 과정은 문제적이다. 시흥시가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를 낸 시점부터 사업참가의향서 제출 기일까지의 기간은 단 26일, 사업참가의향서 제출일로부터 사업 계획서 제출 기일까지의 기간은 단 38일이었다. 입찰에 참여한 대우건설과 한라건설로서는 시흥캠퍼스 계획의 전반적 조감도를 그릴 수 있는 시간이 최대한 넉넉히 잡아도 두 달 정도가 주어졌을 뿐이다. 게다가 시흥시는 우선협상대상자 평가를 7일 만에 끝내고 한라건설이 선정되었음을 공고했다.
시흥시가 공고한 평가영역 및 평가기준을 인용하자면, 과연 건설사들은 두 달 동안의 사업 계획 입안 과정에서 평가영역 중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교육 및 의료복합단지 지원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얼마나 충실하게 검토할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교육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할 리 만무한 건설사들이 후다닥 써낸 계획을 정보 공개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결론은 이렇다. 시흥캠퍼스 계획은 애초에 다른 건설사들조차 입찰을 꺼릴 정도로 창졸간에 대책 없이 진행된 사업이었다. 그리고 시흥시는 심사 기간이 최대 30일이라 공고했지만 실제 심사는 일주일 만에 끝냈다. 교육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건설사들이 두 달 만에 작성한 사업 계획서를 일주일 만에 평가 완료하고 한라건설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2013년 8월 11일 시흥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선정평가위원회에는 서울대 교수 5명이 참여했다. 이에 관해서 시흥시와 서울대는, 특히 서울대는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교육을 일선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돈에 눈이 멀어 자기 대학의 교육 문제를 도외시한 것이기 까닭이다. 더군다나, 한라건설의 재정상황으로는 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가 완판 되지 않았더라면 약속된 지원도 어려웠을 텐데, 딸 수 있을 거 같다고, 판이 크다고 대학의 미래를 도박에 내거는 일이 교육자로서 할 일이 되지 못한다. 어찌 보면 그들은 자본의 하수인으로서도 실격인 눈 먼 도박사들인 것이다. (계속)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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