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사] 박근혜가 퇴진했다! 그러나 진정한 승리자는 아직 노동자 민중이 아니다!

2017년 3월 23일

2017년 3월 22일 현재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지난 3월 15일에 이어 핵폭격 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이 군사훈련은 “북한 주요 거점을 타깃으로”한 폭격 훈련이다. 지금 한반도에서는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핵추진 잠수함 콜럼버스함 콜럼버스함(SSN 762), 무인폭격기와 한미 30만 병력이 총출동한 초거대 규모의 침략 전쟁 공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핵전쟁 책동이 우리 머리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정치선동대’ 기사에서 이제는 고인이 되신 리영희 선생의 글을 인용했다.

단일 기동훈련에 세계최대급 핵항공모함 두 척이 중심이 된 ‘팀스피리트’는 북한의 관점에서는 분명한 대북한 핵공격 전쟁연습으로 비쳤다. 그리고 그때마다 ‘준전시 체제’로 대응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령 소련의 (또는 중국의) 최강 핵군사력과 북한군이 합동한 27만 명의 ‘소련-북한판 팀스피리트’ 훈련 상륙작전이 휴전선 바로 북쪽 해주(海州)에서 또는 고성(高城)에서 해마다 전개된다면 남한 사람들은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군사력에서 ‘공격’용이냐 ‘방위용’이냐의 언쟁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리고 다분히 자의적 주장이고 흔히는 속임수다. 방어용만으로 제조된 탱크나 대포는 없다(리영희, 「한반도의 비핵화 · 군축 · 그리고 통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두레, P.58-59).

이 글은 2006년 출판된 책에 실려 있지만, 1993년 9월에 리영희 선생이 쓴 글이다. 2017년에도 어김없이 이러한 ‘준전시 체제’의 거대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연례적’으로, ‘사상 최대’규모를 매해 갱신하며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준전시 체제’는 ‘북한 도발’을 이유로 정당화되고 있다. 리영희 선생은 반공주의의 우상을 깨고 입장 바꿔 이 사태를 생각해보라며 이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을 내세운 종북몰이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반공주의 우상숭배는 여전하다. 지금도 ‘북한 핵 위협’, ‘북한 도발’이라는 우상을 내세워 사드 배치가 강행되고 있다.

박근혜가 권력에서 내려온 뒤, ‘냉전·반공주의’를 내세워 정치적 존립을 해왔던 ‘손쉬운 보수’인 극우 정치세력들은 “‘생존’이 아닌 ‘잔존’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정도로 그 확장성은 지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손쉬운 보수’의 근간인 ‘냉전·반공주의’는 약화될 것인가>라는 글에서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근혜 퇴진으로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정치적으로 고립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과 국정원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극우들이 성조기 집회에서 불러내려고 염원했던 ‘냉전·반공주의’의 배후 물리력이 한미 군사합동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기대선에서는 ‘사상검증’을 내세워 대선 주자들에 대한 ‘냉전·반공주의’적 길들이기가 본격화 되고 있다. 문재인의 특전사 시절 ‘전두환 장군 표창장’ 발언을 둘러싼 해프닝은 바로 그 ‘냉전·반공주의’의 ‘사상검증’을 통과하기 위한 노예적 열망으로 인해 생겨났던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 <북의 미사일 발사 시험은 대미 도발이 아니라 미국 도발에 대한 대응이다>라는 미국 사회주의해방당(PSL)의 글을 번역해서 실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 도발’이 아니라, 미국의 ‘도발’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둘러싼 전쟁 위기의 진짜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제국주의 중심부에 있는 맑스-레닌주의 정치세력이 왜 이렇게 주장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봤으면 한다.

박근혜 퇴진 이후 조기대선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기형적인 노동시장의 불균형과 불평등을 시정”한다는 목표 하에 정규직 양보론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다시 정규직 노동자 양보론이 대대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글을 통해 그 공세가 노무현 정권 시절의 고임금론, 노동귀족론 공세, 박근혜 정권의 정규직 과보호론을 통한 노동자에 대한 공세의 일환임을 폭로하고 있다. 박근혜 퇴진 투쟁에서 ‘범민주진영’의 일부였던 ‘진보’언론이 이제는 ‘연대’라는 노동자 계급의 언어 표현으로 간교하게 자신의 속내를 숨긴 채, 어떻게 새 정권에게 노동자 분열 통치를 촉구하는 자본의 전도사로 분화되고 있는지 낱낱이 보자.

첫 번째 현장기고는 감옥인권운동 ≪해방세상≫ 발행자인 변순영 동지의 <국가보안법 탄압이야말로 국가가 착취계급의 폭력 지배기구임을 입증한다 – ‘불온서적’으로 분류된 레닌의 ‘국가와 혁명’을 읽고>이다.

박근혜가 국회에서 탄핵 소추가 되고 나서 촛불투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2017년 1월 5일 밤 서울남부지법(한정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영장실질심사에서 노동자의책 이진영 대표에 대한 구속이 결정됐다. 이 글에서는 공안검찰(남부지검 조아라 검사)이 분류한 130건의 이적표현물 중에서 레닌의 <국가와 혁명>이 다루고 있는 주제, 국가는 지배계급의 피지배계급에 대한 폭력과 억압의 도구라는 점을 국가보안법을 통해 국가권력 스스로가 입증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병진, 이석기, 한상균 등 구속된 양심수들은 바로 국가권력과 그 감옥이 착취계급의 폭력 지배를 위한 도구임을 폭로하는 생생한 증인들이다.

두 번째 현장기고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김현우)라는 글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글이다. 이 글에서는 서울대의 시흥 캠퍼스 이전 사태가 “우리가 살고 있는 특수한 체제를 움직이는 욕망의 동역학”에 바탕을 두고 “신도시에 서울대라는 이름값의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싶은 시청, 투기 자금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고 싶은 건설 자본, 그리고 허울 좋은 국제화라는 이름과 양적 성장의 이권을 누리고 싶은 서울대”, 이 3자가 “한 판 투전놀음의 한가운데에서 이윤 추구의 사슬”로 삼각동맹을 맺은 결과라는 것을 폭로하고 있다. 필자의 지적 성실함에 비춰볼 때, 후속편이 기대된다.

세 번째 현장 글은 <국가보안법은 진보적 사상과 역사발전을 옭아매는 반동적 악법입니다>라는 이병진 동지의 편지 글이다. <국가보안법 탄압이야말로 국가가 착취계급의 폭력 지배기구임을 입증한다>는 글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병진 동지야말로 국가보안법의 최대 희생자다. 2009년 이명박 정권 때 구속되어 박근혜가 임기 4년을 채우고 쫓겨 내려간 지금까지 8년에 걸쳐 기나긴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이병진 동지는 앞으로도 6개월이 더 지나야 석방된다.

‘적폐청산’이 박근혜 퇴진 이후의 최대 과제다. 한시라도 기다릴 수 없다. 모든 양심수가 즉각 석방되어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 적폐 중의 적폐를 해결하는 가장 시급한 일이다.

이병진 동지를 즉각 석방하라!

모든 양심수를 즉각 석방하라!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

네 번째 현장기고 글은 <버스 노동자,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지역버스지부 지부장 박상길’ 동지의 글이다. 제목은 편집부가 붙였는데 참으로 적절한 제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박상길 동지는 한 때는 사업장 내에서 프락치 회유 공작도 당하고, 집단 따돌림, 왕따의 가해자이기도 했다. 이러한 버스 자본과 어용의 공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본에 맞서, 어용노조에 맞서는 민주노조 조합원들과 활동가들 역시 이러한 자본의 탄압을 이겨내고 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자본과 어용노조의 극악한 탄압은 버스 노동자들을 강철로 단련시키는 시련의 담금질이다.

지금도 파업투쟁에 나서고 있는 평창운수, 외롭게 장시간 농성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한남운수를 비롯한 버스 사업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강철 같은 버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박근혜가 퇴진했다. 4.19 이후에 다시 노동자 민중의 투쟁으로 부정한 권력을 쫓아냈다. 이 박근혜 퇴진 투쟁은 누적인원 1천5백만 명이 참여하는 거대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퇴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권력을 떠받치고 있었던 국정원, 검찰, 경찰, 자본언론, 외국 주둔군 등 권력의 들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재용 구속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지배력은 전혀 훼손되지 않고 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공약이 남발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 체제의 들보가 유지되는 한 누가 권력을 잡든 적폐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1단계 투쟁이 끝나고 이제는 적폐와 싸우는 2단계 투쟁이 남아 있다. 이 투쟁은 더 장기적이고 끈질긴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의 정치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노동자 민중이 진정한 승리자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예비경선에는 사상최대인 214만 명이 참여했다. 촛불투쟁의 최대 정치적 수혜자는 현재로서는 민주당과 민주당의 대선 예비 주자들이다.

반면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후퇴했다. 정권 교체라는 미명 하에 노동자의 독자적이고 변혁적 정치세력화는 더 후퇴했다. 노동운동의 주요 간부와 활동가들 상당수가 문재인 지지를 선언하고 노동운동을 그 세력 하에 재편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독자 후보를 내세우기도 했지만, 그 지지자들 상당수가 이재명을 지지하거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1천 5백만 명이 참여하는 양적으로 거대한 정권 퇴진 투쟁이 빈곤한 정치적 결과를 낳은 것은 노동자 민중의 투쟁 요구와 변화의 열망을 담아내는 정치결사체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망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자 계급이 이 투쟁을 주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열린 정치적 공간 속에서도 총파업 조직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비폭력 평화 집회 프레임, 종북몰이 프레임을 전면적으로 돌파하는 투쟁으로 촛불투쟁에서 노동자 민중의 정치의식을 발전시키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박근혜 퇴진 이후에도 남아 있는 노동자 민중의 당면 요구를 내걸고 다시 새로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 민중의 당면 요구를 내걸고 해방의 전망을 제시하며 일관되게 투쟁할 수 있는 정치적 결사체가 건설되어야 한다. 노동자, 농민, 청년들, 지식인들 사이에서 혁명적 사상으로 무장한 새로운 투쟁 주체가 생겨나야 한다. 박근혜 퇴진 투쟁은 이러한 우리 운동의 절박한 과제를 다시금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침몰 1073일 만에 세월호가 인양되고 있다. 세월호는 침몰했지만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고 싸워 왔는데, 공교롭게도 박근혜 탄핵 결정이 나고 난 뒤 5시간 만에 세월호 인양이 다시 시도되어 세월호가 바다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17년 4월 16일 세월호 3주기 전에 9명의 실종자 모두를 찾고, 세월호 침몰 진상이 밝혀지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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