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과연 어떻게 내 것이 되었는가?” 스탈린 시대 “대숙청”, “대테러”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제국주의와 국정원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권력의 북에 대한 고립말살 공세, 반북 반공 적대감 고취, 이를 위한 간첩조작, 역사왜곡, 은폐, 심지어 최근 총선을 앞두고 자행된 유인납치 행위까지 우리 눈앞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테러와 조작극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들을 연일 목격하면서도 진보적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사람들조차도 여전히 국가권력이 심어준 인식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체된 쏘련 역사와 북과 쿠바 등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극우주의자들 못지않은 분노와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북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스탈린과 스탈린 시대에 대해서도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인식은 어디로부터 출발했는가? 어떠한 근거와 정보를 가지고 그러한 인식에 도달하게 됐는가? 홍세화 선생의 책제목을 빌리면 “내 생각은 과연 어떻게 내 것이 되었는가?” 내 생각은 온전하게 주체적이고 자각적으로 형성된 내 생각인가? 아니면 지배계급의 특정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서 이식된 생각인가? 그리고 내 생각은 진실에 입각한 생각인가? 거짓말에 입각한 생각인가? 내 생각은 과연 누구의 이해에 복무하는가?
스탈린과 스탈린 시대에 대해서는 1920년대 말 집산화와 1930년대 후반의 ‘대숙청’을 근거로 극렬한 반공 반쏘주의 인식을 갖게 된 경우가 많다. 선의와 ‘휴머니즘’으로 가장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거짓말과 역사왜곡에 의한 것이라면 몰역사적이고 반동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영국 공산주의 청년(Red Youth, https://redyouth.org/2015/08/11/robert-conquest-dies-but-his-lies-live-on)에 실린 그로버 퍼(Grover Furr) 교수의 이 글은 1937년 ‘대숙청’, ‘대테러’에 대한 대중적인 반공주의 인식의 근원을 추적하고 있다. 이 글에서 그는 이러한 반공주의 인식의 출발점이 된 인물에 대해 “로버트 콘퀘스트는 죽었다 -그러나 그의 거짓말은 살아 있다!(Robert Conquest dies – but his lies live on!”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2015년 8월에 죽었지만 그의 반공주의 선전은 여전히 강력하게 자본주의 사회에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로버트 콘퀘스트(Robert Conquest)를 검색해보면 대표적인 극우 반공 인사인 김홍도 목사의 다음과 같은 설교가 나온다.

“모택동이 공산혁명을 빙자해서 총살하고, 굶겨 죽이고 얼어 죽게 하고 홍위대 젊은 아이들을 통해서 죽인 사람을 다 합하여, 6,300만 명이고(다큐멘터리), 로버트 콘퀘스트(Robert Conquest)가 쓴, “The great terror”(거대한 폭력)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스탈린은(Joseph, Stalin 1879~1953) 1936~1938년간의 숙청에서 10월 혁명 이전에 공산당에 입당한 사람 90%를 죽였고, 그 후에 입당한 사람 50%를 사형시켰으며, 군장성급 60%도 사형시켰다고 1956년 전당대회 때 폭로했다. 비밀경찰 두목 에조프가 스탈린에게 갖다 바친 살인자명단이 책으로 383권인데, 스탈린이 죽인 사람이 총 4,500명이다. 김일성, 김정일이 전쟁으로 죽이고 굶어 죽인 자 총수가 700만 명이나 된다. 그 이유는 공산주의는 마귀의 사상(Satanism)이며, 마귀는 살인자(murder, 요8:44)이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 12장 3절에 “하늘에 또 다른 이적이 보이더니 보라 한 큰 붉은 용이 있어 머리가 일곱이요, 뿔이 열이라”라고 했고, 12장 9절에 “큰 용이 내쫓기니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며 온 천하를 꾀는 자라…”라고 했다. 여기서 사탄 혹은 마귀를 “붉은 용”이라고 했는데, 붉은색은 핏빛이요, 피는 잔인성과 살인을 의미한다. 즉, 붉은 용은 마귀요, 마귀는 빨갱이며 붉은 사상은 마귀이다.”(김진영 기자, [김홍도 목사 설교] 만약 적화통일이 된다면, 크리스천투데이, 2012.05.05.)

이처럼 로버트 콘퀘스트의 책은 극우진영의 반공주의 인식의 근원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극우 반공주의 진영은 이처럼 터무니없는 왜곡과 조작으로 공산주의 국가에서 “대학살”이 벌어졌다고 주장함으로써 파시즘과 제국주의 국가가 실제로 자행했던 전쟁과 대학살을 은폐하려고 하는 것이다. 혹은 파시즘에서 벌어졌던 대학살을 은폐하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똑같이 적색테러를 자행했다고 주장함으로써 파시즘과 제국주의 국가의 인류에 대한 대학살을 물타기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국가권력과 반공주의 진영에서 북에 대해서도 그대로 써먹는 상투적인 수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진보적인’ 세력들 중 트로츠키주의 진영이나 좌익공산주의 진영에서의 주장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좌익공산주의 역시 트로츠키주의와의 상호 불신과 대립에도 불구하고 쏘련과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적개심은 아귀가 잘 맞는다. 이 때문에 한국의 좌익 공산주의자인 오세철 교수가 2012년 1월 노동자혁명당추진위의 기관지였던 「혁명」(창간준비 5호)에 기고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제목은 「중국에서의 마오주의의 환상과 적색테러」이다. 오세철 교수는 이 글에서 중국 공산당의 지주에 대한 적색테러를 고발하는데, 그 전거를 「공산주의 흑서(Black Book of Communism)」에서 들고 있다. 그런데 이 흑서는 1997년 프랑스 극우진영이 발행한 것으로 공산주의자들이 1억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학살했는데, 이 피살자 수는 히틀러 나치 독재에 의한 피살자 수인 약 2500만 명의 네 배나 된다고 폭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교과서가 무시하는 ‘공산주의 黑書’의 학살 통계, 북한 소련 중국 등에서 1억 명이 학살당하다!」(趙甲濟, 뉴스파인더 2014.03.06)처럼, 극우 파쇼인 조갑제가 이 흑서를 인용해서 현실 사회주의를 비방중상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흑서의 공동저자이자 반북주의 선전과 공작에 앞장서고 있는 피에르 리굴로(Pierre Rigoulot)와 흑서를 사설에서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이들에게 재정후원을 하고 있다.”(노동자정치신문 112호(통합124호), 한국사회 이른바 ‘좌파’ 노선의 심대한 오류에 대하여, 2015년 6월)

역사가이자 저술가로 유명한 로버트 콘퀘스트의 개인적 역량만으로 그의 책 대숙청(The Great Terror, 1969)과 슬픔의 추수(Harvest of Sorrow, 1986)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수는 없다. 이 글은 로버트 콘퀘스트가 준파쇼 기구와 영국 외무부 산하 정보기관(정보조사부, Information Research Department)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또한 그가 재정 후원을 받고 글의 출처도 정보기관이 제공해준 조작된 자료를 가지고 재가공한 것이라고 폭로하고 있다.(물론 대숙청을 쓸 당시에는 공식적으로는 정보기관을 떠났다고 하지만 이때조차도 그는 여전히 비밀첩보 정보기관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이 글은 주장한다.)
제국주의 언론에서도 그의 반공주의 프로파간다(거짓 선전)를 광범위하게 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아들) 부시 정부 당시인 2005년에는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받기도 했다.
아치 게티(Arch Getty)는 “대숙청”에 관한 그의 철학 박사 논문의 경우도 쏘련 망명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근거로 사용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이에 대해 영국 공산주의 청년(Red Youth)은 북의 탈북자들로부터 나온 정보를 가지고 반북 선전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다고 주를 달고 있다.)
그로버 퍼 교수는 흐루시초프와 고르바초프의 스탈린 시대의 “대숙청”에 대한 주장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2007년 러시아어, 2011년 영어로 출판된 “흐루시초프 거짓말하다(Khrushchev Lied)” 등의 저서에서 추적하여 폭로하고 있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언론, 교육기관, 종교기관, 정보기관, TV, 영화, 소설, 책 등 문화예술기구 및 수단의 프로파간다로부터 자유로운 역사에 대한 자주적이고 역사적이고 과학적 인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내 생각은 과연 어떻게 내 것이 되었는가?” 끊임없이 그 생각의 기원을 추적하고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실천하자!노/정/협

이 기사를 총 492번 보았습니다.

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답글 남기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