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국 전쟁 전승기념일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며

김남기(《반공주의가 외면하는 미국역사의 진실》 저자)

 

1945년 5월 9일은 소련이 히틀러 파시스트들에 맞서 승리를 쟁취한 날이다. 1941년 6월 22일 바르바로사 작전으로 시작된 독소전쟁은 인류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적인 전쟁이었다. 이 전쟁으로 소련은 2,700만 명이나 전사했다. 그 당시 소련 인구가 1억 8,000만에서 2억이니 인구의 1/8 내지는 1/10이 이 전쟁으로 죽은 셈이다. 이 전쟁에서 소련은 2,500만 명의 인구가 살 집을 잃었고, 1,700여 도시와 소읍, 7만 이상의 촌락, 3만 2,000개의 공장, 6만 5,000km의 철도, 약 10만의 콜호스와 소프호스가 파괴 또는 소실됐다.

이렇게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른건 명실상부 소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미국과 서유럽에선 쉬쉬되고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인 피터 커즈닉은 나이 80이 다 되어감에도 현재까지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수업에서 대다수의 미국인 학생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의 치른 희생을 전혀 모르고 있고, 심지어 “소련 측 전사자가 10만 명이라고 어림잡아 보는 학생들도 많다.”고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집단서방의 역사적 무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나는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체가 과거 소련이고 현재 러시아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전쟁에서 탁월한 리더쉽을 바탕으로 소련인민을 단결시키고, 반파시즘 항전을 승리로 이끈건 소련의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이었다. 한국인들은 스탈린하면 무조건 부정적인 의미만 생각하지만, 그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크나큰 공로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소련 인민은 말 그대로 엄청난 희생을 치렀고, 또 무수히 많은 독일의 전쟁기계를 파괴했다. 일례로 1941년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의 병력은 250개 사단 규모였던 데 비해, 영국군이 북아프리카에서 상대한 독일군은 4개 사단 규모였다. 그 시기 나치의 250개 사단을 홀로 상대했다. 또한 독일군의 전사자 최소 75%가 동부전선에서 나왔다. 그리고 소련은 4만 8,000대의 추축국 탱크, 16만 7,000문의 대포, 7만 7,000대의 항공기를 파괴했다. 세계 군사사적 측면에서도 소련의 승리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나는 2020년 코비드가 시작되기 전 매년 러시아 대사관에서 여는 대조국 전쟁 승전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코비드와 러우전쟁의 시작으로 나는 이 행사가 중단된 줄 알았다. 그러나 2023년부터 공개적으로 했음을 최근에서안 알게됐고, 올해 5월 6일에 열린 행사에 참가했다.

나는 러우전쟁으로 인한 한국인들의 루소포비아와 우크라이나 파시스트들의 방해공작의 염려로 이런 행사가 열릴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행사장에 가서 직접 행진하고 참여하니 너무 감동적이었다. 한국에 사는 러시아 사람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할아버지와 아버지, 할머니와 어머니의 사진을 들고 나온 것이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소련 사람들이 파시즘을 무찌르고 세계를 파시즘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치른 희생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울컥했다. 더욱 화가나는 것은 이런 역사를 부정하고, 우크라이나를 전승절에 끌어들이는 서방의 한심한 작태다. 우크라이나의 현대사를 조금만 공부해보면 스테판 반데라ㆍ로만 슈케비치ㆍ미콜라 레베드등 소름끼치는 파시스트 학살자 전쟁범죄자의 만행을 알 수 있다. 집단서방은 그런 우크라이나 파시스트들의 역사와 현 우크라이나 정부의 미화는 무시하면서 이들을 서구식 전승 기념식에 초대하고 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이번 행진은 과거 내가 참여했던 2018년, 2019년의 행진과는 차원이 달랐다. 서울에서 최소 500명 이상이 모였고, 광화문 한복판 그것도 미대사관을 지나 경복궁 문앞까지 행진했다. 행진하는 도중 태극기 부대와 마주쳤다. 태극기 부대 늙은이 중 한 사람이 “나는 공산당이 싫다! 꺼져라!”를 외치며 러시아인들을 자극했다. 그 당시 나는 러시아 깃발과 소련 깃발을 들고 있었는데, 이 늙은이가 나한테도 “야 소련 꺼져!”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미숙하지만, 러시아어로 “소련 만세! 러시아 만세! 레닌 만세! 스탈린 만세!”를 외쳤다. 뭐 어차피 그 작자는 내가하는 말을 못알아 들었을 거다. 행사가 끝난 다음날 태극기 부대의 러시아인 도발은 그대로 러시아 타스 통신에 그대로 실렸다. 너무나도 부끄러운 대한민국 사회의 민낯이다.

이번 행사에 나는 유리 가가린 티셔츠를 입었고, 레닌 뱃지도 달고 갔다.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과거 소련 군복, 현재의 러시아 군복을 입고 행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행위를 전쟁미화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러시아를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역사를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러시아인들이 전쟁을 미화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기 위해 희생한 조상들의 역사를 잊지 않기 때문이다.

불멸의 행진 과정에서 나는 행사에 참가한 러시아 사람의 부탁으로 피켓을 들고 행진하게 됐다. 이번 행사에 아는 사람들 여럿과 함께 했는데, 러시아 사람들이 우리를 많이 반겨주었다. 그래서 참 기뻤다. 행진이 끝난 이후 공연도 있었다. 공연도 참 멋지지만, 러시아 대사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러시아 대사는 “이번에 우리가 치르고 있는 특수군사작전은 과거 우리 선조들이 파시스트에 맞서 싸운 것과 같다.”고 말했다. 통역은 지난번 러시아 연방 공산당 출신 교수님과의 만남을 추진한 박상진 동지가 했다. 듣는데 절로 박수가 나왔다. 이들의 역사를 너무나도 잘 아니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집단서방과 한국은 무시하지만, 이번 전쟁은 분명 반파시즘적 성격이 있다. 이것은 우크라이나의 파시즘 역사와 현재 파시스트들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역사적 맥락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가 네오나치들을 정규군으로 편입하고 사단급으로 편성하며, 전차와 장갑차까지 굴린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사실들을 싹다 무시하고, 서구가 주장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내러티브는 말 그대로 우크라이나 네오나치 문제에 대해 흐린 눈으로 보는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러시아는 과거 2,700만 희생을 바탕으로 파시즘을 무찌른 역사가 있다. 그런데 냉전 시기부터 나치 협력자들을 동원하여 소련을 악마화하고 공격하며 헐뜯은 서방이 과연 러시아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따라서 서방이 러시아가 파시즘화되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이없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러시아 역사와 우크라이나 역사부터 다시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행사는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 행사 이후 우리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있는 식당에 가서 러시아 음식을 먹었다. 참 맛있었다. 마지막으로 더 언급하자면, 소련은 히틀러만 무찌른게 아니다. 1945년 5월 이후 소련은 일본 제국주의가 항복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무려 열흘만에 만주와 조선반도 북부, 사할린, 몽골 및 중국 일부에 있던 관동군 70만 명을 궤멸시켰다. 60만이 넘는 일본 군대가 소련군에게 항복했다. 이렇게 보자면, 일제를 패망시킨건 미국이라기 보단 소련이었다.

전승 기념일 80주년을 맞이하여 이와 같은 소련의 역사 러시아의 역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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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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