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이 침해당하고 사상의 담보자인 인간 자유와 존엄이 파괴당하고 있다 ㅡ 김광수 박사의 국회 “발언사건”을 범죄시하는 파쇼 탄압에 대해
사상의 자유가 침해당한다고 할 때 침해당하는 것은 순전히 사상만이 아니다. 바로 그 사상의 담지자인 인간의 자유와 존엄, 인권과 인격, 일상이 송두리째 침해당하고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학 박사”이자 ‘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이기도 한 김광수 박사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은 사상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이로써 그 사상의 담지자인 한 인간의 자유와 존엄, 양심이 난폭하게 침해당하고 유린당하는 억압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김광수 박사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죄 적용은 형식적으로는 공개적인 국회 내 토론에서의 발언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과거 1933년 2월 히틀러 파시스트 일당이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독일 제국의회 의사당 방화사건을 조작해 냈는데, 흉악하지만 이 사건은 겉으로는 매우 중대한 방화사건을 계기로 삼았다.
그런데 2024년 대한민국 윤석열 정권 하에서는 대한민국 국회 ‘방화사건’도 아닌 1월 국회 토론회 ‘발언사건’을 계기로 파쇼적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의 계기가 됐던 국회 토론회는 지난 1월 24일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남북 관계 근본 변화와 한반도 위기 이해–평화 해법 모색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하게 열린 토론회를 말하는 것이다.
이 토론회는 윤미향 의원실과 20여 개의 시민사회 단체가 공동 개최했다. 형식적으로 보면 국회의원 회관이라는 공개적 장소에서, 언론들이 발언 하나 하나를 속속 확인할 수 있는 공개 토론에서의 발언, 즉 말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범죄시 대상이 된 것이다. 이메일 회합통신 건이나 발행된 저작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적용은 국회 토론회 발언을 계기로 추가되었다는 점에서 결국 주된 혐의는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이다.
과거 이석기 의원을 국가보안법으로 옭아맬 때, 그 강연의 은밀함, 비공개적 형식을 문제 삼던 공안당국이 이제는 공공연한 장소에서의 공개 발언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회 토론회 발언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죄 적용은 그 어떤 행동도 아닌 순전히 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말은 생각, 사상의 표현 형식이고 도구이다. 이로써 어떠한 행동으로 표출되지도 않은 누군가의 말을 범죄시함으로써 국가보안법은 예단법이며, 인간의 사고와 인식, 양심을 처벌하는 중세적 야만의 시대착오적인 악법임이 더욱 분명해졌다.
이제 김광수 박사가 북의 전쟁관을 수용했다며 국가보안법이 범죄시 하는 토론회 발표문 내용을 보자.
… ‘전쟁’ 가능성을 전면 부정해서도, 반대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또 북의 2024년 신년사와 제14기 10차 최고인민회의 결정을 역사적·맥락적 이해 없이 ‘두 국가관계’에만 초점을 둔 분단적·지역적 관점도 안된다. 더해서 북의 인식에는 남쪽의 우리-진보진영을 향한 엄청난 충고의 메시지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결과, 비주체적이고 수동적 관점이 우리와 인연을 맺게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성찰적 총화를 바탕으로 주체적 관점의 정세 인식에 근거해 피동이 아닌, 주동적 자세와 태도로 작금의 정세 상황 및 운동 조건-조성된 평화통일운동에 맞게 적극 개입하고 전진시켜 나가야 한다.
북의 대남·통일전략변화는 이미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인식의 범주 안에 있었다.
‘대한민국’과 미국이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라는 결론이다.
여기에서 김광수 박사는 북의 전쟁관을 “‘대한민국’과 미국이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라는 결론”으로 총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북의 전쟁관에 대한 일방적인 수용의 태도, “종북”의 태도는 어디에도 없다. 대신 조성된 정세에 대한 “역사적·맥락적 이해”를 하고 “비주체적이고 수동적 관점이” 아니라 “주체적 관점의 정세 인식에 근거해 피동이 아닌, 주동적 자세와 태도로 작금의 정세 상황 및 운동 조건-조성된 평화통일운동에 맞게 적극 개입하고 전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쟁’ 가능성을 전면 부정해서도, 반대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는 주장 역시 북의 전쟁관을 일방 수용한다는 의미가 될 수 없다. 객관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위기 상황이 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도 반대로 이 전쟁위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태도도 숙명적이고 수동적인 태도이기 때문에 배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북의 대남·통일전략변화는 이미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인식의 범주 안에 있었다.”는 주장 역시 민족·동족관계가 파괴되고 전쟁위기로 치닫게 되는 현실도 급작스런 북의 발표로 터져 나왔지만, 이 사태 역시 날벼락이 아니라 충분한 역사적 배경이 있고 분명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변화를 과학적, 역사적 태도로 추적해보면 충분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조선일보 등에서는 남의 통일인사들이 “북의 지령”을 받고 활동해 왔다고 악선전하는데, 북의 당국과 남의 통일운동가들이 지령을 내리고 수수하는 관계라면 이 중대한 민족·동족관계의 파기에 대해 미리 지령을 받거나 최소한 귀띔이라고 받고 향후 활동 과제까지도 제시 받았을 텐데, 북에서 남북해외단체가 망라된 기구나 활동을 일방 파기하고 심지어 남의 일각에서는 이에 항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그러한 악선전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민족·동족관계의 파탄 선언 이후에 남쪽 운동진영에서 충격을 받고 이 사태 전개에 대해 자신의 역사적, 과학적 인식과 경험, 지혜를 총동원해서 저마다 갑론을박하며 이 사태를 분석하고, 부심하여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전망을 모색하는 것도 일방적인 지령과 지령수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면모를 보여준다.
김광수 박사의 “한반도(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단연코 막아내야 하겠지만”, “한반도(조선반도)에서의 ‘완전한’ 평화는 분단극복(통일)을 통해 실현된다는 평화관과, 설령 최후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통일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그 전쟁으로 ‘결과로의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전쟁관’도 수용해야 한다는 인식 정립”까지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사태전개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인식해야 할지를 다룬 인식 정립의 영역이다.
2. “반미”와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이 범죄가 되는가?
이 인식을 밑바탕으로 해서 김광수 박사는 향후 활동의 과제와 전망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우리 남측 스스로 역량으로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해 낼 수 있도록 해내어야 한다,..
대중운동을 완전히 새롭게, ‘전투적’ 대중운동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먼저, 대중 운동방식으로는 기존 ‘교류와 협력’ 방식에서 탈피해 ‘전투적’ 대중운동,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다음, 그 구호로는 “미 제국” 반대, 즉 반미‘자주화’ 투쟁을 전면에 내걸어야 한다.”
기존의 교류·협력, 평화·군축 이러한 평화운동이 아니라 이 땅의 평화와 자주와 통일을 가로막고 전쟁위기를 심화시키는 미국 반대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쪽의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민중의 역량으로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해 내는 것이 범죄가 될 수는 없다. 남쪽 민중의 역량으로 외세를 축출해내는 것 역시 범죄가 될 수도 없다. 심지어 국가보안법의 악법 조항이라 할지라도 남의 자주적인 “반미”와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의 과제를 범죄로 삼을 근거는 없다. 그리고 이 과제 역시 실천과제로 제시되기는 하지만 아직 주체역량이나 정치적 조건상 행동의 영역이 아니라 사고와 말의 영역에 그치고 있다.
김광수 박사는 이러한 목표 하에 남에서 진보세력들의 독자적이고 구체적인 당면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우리-진보운동은 북이 전쟁을 결심했다 하여 ‘전쟁으로 통일(영토완정)을 이뤄내자!’ 그렇게 구호를 들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중운동은 북에 연방·연합방식의 통일전략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강제하여야 하고, 그러려면 “미 제국”과 “대한민국 것들”에 의한 지배를 종식해 내는 투쟁을 중심에 두고, 북과 연대·연합해 낼 수 있는 토대와 조건을 만들어 내야 한다. ‘북 바로알기운동’을 지속시켜 내야 하는 이유가 그렇게 발생하고, 동시적으로 북에 대한 적대감을 톤-다운(tone down)시켜야 한다. 또한, ‘우발적’ 전쟁이 발발하지 않기 위해 ‘9.19 군사합의서 복원’과 같은 군사적 충돌 재발 방지를 위한 투쟁도 적극 전개해 내어야 한다.
과연 이러한 인식이 “‘대한민국’과 미국이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라는 결론”, 즉 북의 전쟁관을 일방 수용, 추종하는 것인가?
김광수 박사가 핵무력까지 총동원해 남의 전 영역을 평정하겠다는 북의 전쟁관에 동조하여 무장을 독려 했는가? 예상되는 핵타격 지점에 대한 기밀을 북에 제공했는가? 군부대나 경찰서 등 무기고를 습격, 탈취하는 음모를 꾸리고 구체적인 행동을 기획했는가? 남에서 북의 전쟁 수행을 용이하게 하는 응전부대를 꾸리자고 했는가?
김광수 박사의 주장에는 어떠한 범죄적 요소도 없다. 김광수 박사는 반대로 “북이 전쟁을 결심했다 하여 ‘전쟁으로 통일(영토완정)을 이뤄내자!”고 할 수 없다며 남에서 북의 전쟁관을 일방 수용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북이 전쟁에 의한 통일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연방·연합방식의 통일전략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북의 무력평정을 지지하거나 지원하기는커녕, “‘우발적’ 전쟁이 발발하지 않기 위해 ‘9.19 군사합의서 복원’과 같은 군사적 충돌 재발 방지를 위한 투쟁도 적극 전개해 내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이 합의에 따라 지상, 해상, 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고 밝힌 북의 선언과 김광수 박사의 ‘9.19 군사합의서 복원’ 주장은 북의 전쟁관에 동조하기는커녕 이와 전혀 상반되는 요구다.
3. 김광수 박사의 방식이 아니고서는 평화도 진보도 없다
이제 “내재적으로” 국가보안법의 인식을 통해 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하고 있으며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위협하고 있는지 보자.
과연 북의 전쟁관을 수용한 김광수 박사인가? 아니면 국가보안법 자체인가?
김광수 박사의 단지 말, 주장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이 현저하다면 그것은 고도로 조직된 기구인 국가가 아니라 한낱 풍선만도 못한 것으로 스스로 해체함이 바람직하다.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하여 “허위사실을 날조하거나 유포한 자”, 단체는 누구인가?
무엇 보다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는가? 조선일보는 이번 국회 토론회에 대해서도 쓰레기만도 못한 신문을 제작, 운반. 판매하여 김광수 박사의 주장이 북의 전쟁관과 같다고 날조하여 진실보도라는 언론의 사명을 스스로 짓밟았으며 전쟁위기를 부추김으로써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하였다.
진짜 “국가안보”와 “국민안녕”의 침해자들은 누구인가? 전쟁위기를 불러오는 주범이며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위협하는 주체는 해방 이후부터 “점령군”으로 들어와 분단을 획책하고 대북적대 정책을 펼쳐왔던 미국이다. 미일한 전쟁동맹이다. 북핵의 고도화와 핵무력 완성을 불러온 주범도 핵독점, 핵패권 정책으로 일관했던 미국이다.
윤석열 정권 역시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말살 정책, 제재 정책을 일방 추종하며 “북한 주적론”, “선제타격론”, “즉강끝(즉시·강력히·끝까지)”을 외쳤을 뿐만 아니라 단지 말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핵전략 폭격기와 항공모함까지 끌어들여 한미군사 침략훈련을 실시하여 실질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을 촉발한 주범이다.
가까이는 9.19군사합의의 파기와 첨예한 군사 갈등과 대립도 하노이 조미 정상회담을 파탄시키고 이에 따라 4.27판문점 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을 파탄시킨 미국의 강압정책으로부터 비롯됐다.
북의 민족ㆍ동족관계의 파괴와 적대관계로의 전환 선언은 국토가 폭격으로 유린되고 국가 지도자가 참살된 리비아식 일방 굴욕의 해법을 강요하며 행동 대 행동의 원칙대로 핵위협과 핵무기가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자는 남북 간 선언을 파탄시킨 미국과 미국을 일방 추종한 “흡수통일 세력”인 문재인 정권에 책임이 있다.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안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쟁광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고 평화와 통일을 말하며 미국을 추종하며 굴종하는 민주당도 이 정치적 과제를 실현할 수는 없다.
국가보안법의 존재는 전쟁광들의 전쟁책동을 정당화하고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일조하고 평화적, 자주적 진보세력들을 탄압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안녕”, “민주주의”와 인간 권리와 존엄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의 자가당착적 논리로 국가보안법은 언제는 “하나의 조국”의 기치 하에 연방제라는 “북한의 평화통일관”을 추종한다고 탄압하더니 이제는 민족·동족관계의 파괴와 적대 국가로의 전환이라는 “북한의 전쟁관”을 지지한다고 탄압을 일삼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헌법적 정당성도 역사적·민주적·논리적 정당성도 없는 악법 중 악법이다.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
미국과 윤석열 정권의 전쟁 책동을 분쇄해야 한다.
미국을 이 땅에서 내쫓고 전쟁광 윤석열 정권을 권력에서 쫓아내야 한다.
남에서 원대한 정치적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사상을 정비·재무장하고, 진보적 민중의 독자적, 주체적 역량을 결집시켜 대중투쟁을 만들어 내고 자주적이고 평화적이며 진보적인 권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민족·동족관계의 파괴와 고조되는 전쟁, 파괴되는 민주주의와 인간 존엄과 생존의 위기 앞에서 김광수 박사의 정치적 주장이 단지 말에 그치게 되지 않고 실제로 실현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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