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타도인가? 국정 동반자인가? 그 기로에 섰다 ㅡ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영수회담에 대해

우리는 “윤석열 정권의 전반적 사회퇴행에 제동을 걸고 폭압정치를 일정 제어하여 정권퇴진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은 승리다.”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번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고 실질적인 사회변화를 만들어낼 때 미완의 총선승리는 진보적인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총선 “심판”이 정권퇴진으로 나아가는 교두보가 아니라 여야의 공통이해 속에 “협치” 민중에 대한 공동의 지배로 나아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분명하게 그 전모가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윤석열-이재명 간 영수회담이 바로 그 징조이다.

영수(領袖)라는 말은, 수많은 사람 가운데 특출난 사람, 지도자를 가리킨다. 한자적 의미 그대로 이 회담은 수많은 정치가들 가운데 행정권력을 집권당 대통령과 의회권력에서 제1당인 야당 대표 간의 만남이다.

아직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추진된다는 것은 우선 각자가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서도 의기투합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영수”, 이 양자의 공통의 이해관계는 무엇인가?

먼저 이번 회담은 이른바 “영수”들 간의 만남으로 다른 정치인들은 배제한다. 이재명도 윤석열과의 1대 1만남을 줄곧 제안해 왔다.

윤석열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자신만이 단독 영수였겠지만 이번 총선 패배로 제1야당 대표까지 영수의 자격을 분점해서 나눠가지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무너지고 있는 권력을 회복ㆍ강화하려 한다.

윤석열은 2년 집권 동안 야당 지도자들을 단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이른바 검찰 시절의 관행대로 범죄 피의자 취급을 했다. 당 내에서도 당대표 선거에 개입하여 꼭두각시 대표를 만들었다. 이번 총선 직전에도 9회말 투 스트라이크 투 아웃 처지에 이른 권력을 위기에서 구출하는 임무를 부여하면서도 이것이 한동훈을 신흥 권력자로 만들어 조기에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까봐 지레 굴복시킴으로써 이런 이미지가 강화되었다.

윤석열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이런 일방적인 “불통” 이미지를 희석하고 소통하는 지도자로서 면모를 보여주려 한다.

이번 영수회담의 한 축이었던 이재명은 그 동안 제1야당 대표였는데도 범죄자 취급을 당하며 권력의 일방적 탄압을 당했다. 민주당 이재명은 그 동안 8번에 걸쳐 영수회담을 제안함으로써 범죄 피의자가 아니라 책임 있는 국정 동반자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조국 역시 같은 처지에 내몰려 같은 의도로 영수회담을 제안해 왔는데 이번 영수회담에서 배제된 것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로써 윤석열-이재명은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의 분점적 형태기는 하지만 둘만이 영수의 자격을 가진다는 점을 통해 훼손된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을 확인하고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

이번 영수회담은 과거 노무현 정권의 대연정 제안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던 여야가 그 대립 속에서도 협치로서 국정의 동반자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공통 이해관계 속에 추진되고 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총리, 비서실장 임명설 유포는 바로 노무현의 대연정처럼 민주당 인사들을 권력 내로 끌어들이는 협치 효과를 통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이에 “협치를 빙자한 협공”이라고 반발하지만 이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한 반발이지 국정 동반자가 되고픈 열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윤석열은 범죄 피의자를 국정동반자로 인정하는 대가로 자신의 정치적 아킬레스인 채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 추진을 무마,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반대로 이재명은 영수로 대접 받으면서도 영수회담 의제가 특검 논의로 대신 민생으로 되어 가시적인 민생의 성과를 내려 하고 있다. 기대하는 그 성과는 고작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 결정이다.

조선일보는 이번 영수회담의 의미, 향후 이른바 국정운영의 공통 과제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 숨김없이 제시하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노동·연금·교육·규제 개혁에 대해서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 개혁들은 민주당 협조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하다…
당분간 정쟁을 유발하는 일들은 서로 멈춰야 한다. 이 대표는 다수당 대표로 국정 운영에 연대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
([사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첫 만남, 이제 협치는 불가피하다, 조선일보, 2024.04.2.)

조선일보에게는 이것이 “나라의 미래”, 즉 국정이 추구해야할 공통 과제로 “노동·연금·교육·규제 개혁”이라는 반노동ㆍ반민중적 과제를 여야가 힘을 합쳐 관철시키는 것이다.

이번 영수회담과 이후 여야정치적 과제는 “국정운영에 대한 공동책임”이고 이것이 여야 협력ㆍ협치이고, 국정 파트너쉽이고 동반자관계의 실상인 것이다.

실제 착취계급 지배 사회 속에서 이러한 양상의 국정은 지속적으로 관철되어 왔다. 여야의 끊임없는 이전투구는 누가 중심이 되어 그 국정을 효과적으로 관철할지 수단, 방식, 경로의 차이에 불과했다.

과거 촛불투쟁으로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들어섰던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을 외쳤지만, 적폐, 이 사회의 역사적, 구조적 모순을 척결하기는커녕 반노동자적ㆍ반민중적ㆍ반민생적, 반민족적 행보를 일삼은 결과 정권 내에서 정권과 대립했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전반적 사회퇴행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윤석열 정권의 반동성은 형식적으로는 문재인 정권과 대립 속에 나타난 것 같지만 실은 사회전반의 개혁ㆍ개조가 전반전으로 실패한 가운데 그 역사적 후퇴의 연장 속에서 가장 극렬한 수구 반동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라는 정치세력의 본질적 한계는 “수박”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국내외 재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계급착취사회와 친미제국주의의 영속적 실현자라는 점에 있다.

이러한 역사적ㆍ구조적 모순과 정면으로 부딪쳐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 모순 속에서, 모순을 지속ㆍ강화시키는데 일조하려는 국정의 동반자 민주당은 수박에 무슨 채색을 하든, 누가 주도를 하든 반노동ㆍ반민중ㆍ반민족적ㆍ반민주적 정치적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것은 사회개조는 고사하고 사회개혁도 아니다. 고작해야 전 국민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 같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민주당이 밀고나갈 수 있는 최대치의 민생이고 개혁이다.

“윤석열 정권의 전반적 사회퇴행에 제동을 걸고 폭압정치를 일정 제어하여 정권퇴진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은 승리”라면 다시 퇴행하지 말고 온전한 승리로 향해 곧장 나아가야 한다.

윤석열은 동반자ㆍ협치의 대상이 아니라 타도 대상이다

죽어가는 권력을 되살리는 협치를 반대한다.

총선 이후 국정동반자 관계로 나아가 다시 배반당할 것인가? 총선에서 표출됐던 민의, 노동자ㆍ민중의 요구, 열망이 관철될 것인가? 그 기로에 섰다.

부패 권력의 철저한 단죄!
노동악법 전면 철폐와 노동3권 쟁취!
안정적인 생활임금과 민생복지 보장!
사유화 반대 핵심 기간산업, 주요 은행국유화 및 부채 전면 탕감!
언론탄압 중단 및 민중기만, 조작왜곡 사이비 언론 해체!
국가보안법 철폐 및 국가정보원 해체!
미일한 동맹 해체, 제국주의 전쟁 반대ㆍ미군철수 평화협정 체결!
외세 없는 남북 동족ㆍ민족관계의 복원!

이는 정권퇴진이 통치자 면면의 교체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확고한 사회변화ㆍ개조로 나아가게 하는 진보적 요구다.

이는 노동자ㆍ민중 자신이 싸워서 쟁취해야 할 요구다. 192석의 압도적 의석을 가진 야당이 국정 동반자 따위의 망령에 휘둘리지 말고 노동자ㆍ민중의 이러한 요구를 집행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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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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