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2: 맑스주의와 현대제국주의] 사상투쟁이 빈곤한 우리시대의 대표적 사상이론 투쟁의 기록유산

이정훈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위원
<주체사상 에세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현대사>, < 사상여행 1박2일> 저자

 
한국에서 1980년대, 맑스주의는 진보적 지식인의 깃발이었다. 맑스를 거론하지 않고는 활동가나 진보지식인 행세를 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시절이 바뀌어 맑스주의를 표방하는 지식인은 강단과 재야에서도 거의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해 서구 죄파 수입이론 전성시대가 되었다. 아직도 맑스주의를 보냐며, 유행 따라 알튀세르, 들뢰즈, 지젝, 푸코, 라캉에 열광해 악세사리처럼 걸고 다닌다. 그러다 유행이 지나면 미련 없이 버린다. 사상빈곤의 시대이자, 서구풍의 현학적 날라리 이론이 난무하는 시대다.
사상적 알갱이를 바로 잡아야할 한국 진보진영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과연 한국에 현실과 현장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맑스주의 그룹이 있는가 싶을 정도이다. 그나마 진보와 맑스주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무익한 트로츠키주의, 유럽 수정주의 맑스주의에서 답을 찾거나, 아직도 러시아혁명을 그대로 한국에 교조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한국진보 내부에서도 품격 있는 치열한 사상투쟁은 거의 사라졌다. 이러한 풍토에서 황당한 중국과 러시아의 제국주의론(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이나, 중국혐오론, 우크라이나 전쟁 양비론 등이 진보의 이름으로 유포되고 자라고 있다. 이 황당한 이론들의 최종목표는 대부분 반미반제투쟁의 초점을 제거하는 길, 그 하나로 모두 통한다. 사상문화전은 원래 맑스주의와 진보의 특기인데 지금은 미국의 소리 없는 고단수 선전전에 진보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저자의 사이비이론 비판에는 거침이 없다. ‘신랄(辛辣)하다는 말은 아마 이런 때 쓰는 말 같다. 저자는 사회진보연대,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박노자, 한지원, 홍영교, 조정환, 정성진, 지젝, 그리스공산당 이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사상투쟁의 대상들은 수없이 많고 벌판에서 고군분투하는 필자가 걱정스러울 정도이다. 그는 맑스레닌주의 이론에 정통하면서도 좌파가 범하기 쉬운 교조적 해석을 경계한다. 한국 맑스주의자는 자본주의 모순과 함께 분단한국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할 것을 주문한다. 그의 이론과 비판은 한국 현실과 민중에 기반하고 있다.
저자는 요즘은 거의 진보조차 관심이 없는,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당면한 쟁점에 대해 추적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맑스주의를 계승해 현대제국주의의 속성을 논증하며, 미제국주의의 신식민주의 정책을 극복하는 반미반제투쟁이 국제적 차원에서 또 한국에서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글들은 현실과 운동현장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이론문제를 저자가 끈질기게 추적하고 깊이 천착하는 과정에서 쓰였다. 시대의 문제를 깊고 바르게 보려는 활동가들에게는 필수적 사상적 자양분이 될 것이다. 사상투쟁이 빈곤한 우리시대의 대표적 사상이론투쟁의 기록유산이 되리라 본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맑스주의자의 관점과 입장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이 책과 저자 백철현을 주저 없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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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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