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에서 침략성·지배성을 제거하는 노사과연의 경제주의적 제국주의론1 – 우리는 “허수아비 때리기”가 아니라 허수아비를 때렸다

그리스공산당의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에 대한 우리의 비판에 대해 노동사회과학연구소(노사과연) 김해인 편집출판위원장은 [정세와노동] 제193호(2023년 7/8월)에서 다음과 같이 그리스공산당의 입장을 변호하고 나섰다.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은] 제국주의론이 아니라 상호주의적이고 수평적인 부르주아 국제주의론, 국제관계론이다”(“‘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은 제국주의론이 아니라 부르주아 국제주의론”, 2023. 4. 16.)라고, 또 “국가 간, 민족 간 억압과 피억압 종속, 수탈관계를 수평적인 상호주의 관계로 왜곡시키는 ‘부르주아 국제관계론’의 일종인 ‘제국주의 피라미드론’”(“러우전에서 기묘하게 하나가 된 제국주의의 ‘진보적’ 들보들!”, 2023. 6. 9.)이라고, 그리고 “그리스공산당은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을 가지고 제국주의 국가와 비제국주의 국가 간의 종속과 수탈, 지배의 문제를 자본의 국제화로 수평적인 문제로, “불평등”하지만 상호의존의 측면에서 본다”(“미제국주의 패권에 맞서는 다극화는 역사 진보와 혁명 전진의 촉진제인가? 걸림돌인가?”, 2023. 4. 27.)라고 비판하시는데, 비판하시는 것의 내용을 정확히 알고는 계시는지 싶어서, 친절하게(?) 번역해 드리고자 한 것도, 이 글을 번역ㆍ게재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자! 봅시다! “수평적인 문제로, “불평등”하지만 상호의존의 측면에서 본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불평등”, 즉 “차별이 있어 고르지 아니”하지만, “수평적”, 즉 “(물의 표면처럼) 기울지 않고 평평하다”고요? ‘울퉁불퉁한 평면’이라는 말과 무엇이 다릅니까?…
계속 등장하는 말은, “수평”과 “상호주의”입니다. “억압”, “종속”, “수탈”, “지배” 관계를 이것으로 바꾸었다는 것인데, 비판하시고 있으신 게, ‘피라미드’ 모양을 하고 있는 건 알고 계시죠? ‘피라미드’라는 것을 알고, 조금이라도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라미드’는 응당 위ㆍ아래의 ‘위계제’를 상징한다고, 또 그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말씀하시는 대로, “수평적”인 것이 아니라!(“국제 사회주의ㆍ공산주의 운동의 쟁점들과 허수아비 때리기”, 2023년 7월 14일)

그리스공산당의 피라미드 이론은 무엇인가?

제국주의는 독점 자본주의다. 현 제국주의 체제에서 모든 자본주의 국가는 여기에 통합되어 있으며 불평등한 상호의존, 경쟁, 협력의 관계로 특징지어진다. 이것은 확실히 그들이 같은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모든 부르주아 계급이 전리품의 공유, 전 세계 노동계급이 생산한 잉여가치의 공유에 각국의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힘을 기반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른바 세계반제국주의 플랫폼과 그 파괴적이고 혼란스러운 입장에 대하여”, 그리스공산당 중앙위원회 국제관계부, 2023년 4월 10일)

자, 그럼 우리가 “허수아비 때리기”를 했는지 그리스공산당의 허수아비 같은 이론을 정확히 알고 때렸는지 살펴보자.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제국주의 체제에 통합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이 제국주의 지위를 가지고 통합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관계는 그리스공산당의 주장대로 “불평등한 상호의존, 경쟁, 협력”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이 어느 정도 수평적인 상호관계가 본질적인 관계가 아니다. 제국주의 체제 내에는 제국주의 국가와 (신)식민지 국가, 억압 하고 지배하는 국가와 지배 받는 국가, 종속하는 국가와 종속 된 국가로 나눠져 있다. 전자는 소수고 후자는 압도적 다수다. 그러나 그리스공산당은 독점이 형성된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제국주의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점하는 위치는 달라도 모두 제국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불평등”하기는 해도 상호의존, 경쟁, 협력을 본질로 보고 있다.
심지어 그리스공산당은 “모든 부르주아 계급이 전리품의 공유”에 참여하고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자본주의 각국이 각 나라의 착취자들의 국가이기 때문에 각 나라 노동자의 총합으로서 “전 세계 노동계급이 생산한 잉여가치의 공유에 각국의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힘을 기반으로 참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리스공산당이 말하는 “전리품의 공유”는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주장한 한 줌도 안 되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전 세계 피억압 민족, 국가, 노동자 계급을 착취와 억압, 수탈하며 세계를 분할하고 재분할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각축전을 벌이는 것과 의미가 전혀 다르다.(“‘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은 제국주의론이 아니라 부르주아 국제주의론”, 2023. 4. 16.)

김해인 편집출판위원장은 “‘피라미드’라는 것을 알고, 조금이라도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라미드’는 응당 위ㆍ아래의 ‘위계제’를 상징한다고, 또 그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말씀하시는 대로, ‘수평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이야말로 그리스공산당의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피라미드 구조하면 피라미드 꼭짓점에 제국주의 중심부가 있고 그 다음 제국주의 패권을 차지하는 몇 개의 소수나라와 일부 제국주의 동맹국들이 있고 그 맨 하단에 절대 다수 나라와 민족이 (신)식민지를 이루어 노예적으로 압살 당하는 구조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스공산당이 이렇게 주장했다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인식이고 문제가 될 것 없다. 그러나 그리스공산당은 독점을 형성한 현대 자본주의 모든 나라가 제국주의인데 다만 이들 제국주의 나라들이 피라미드 안에서 상중하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가령 미국제국주의가 피라미드 최상위에 있다면 두 번째에는 미국 제국주의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을 정점으로 해서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과 러시아제국주의가 있고, 세 번째는 독점을 갖춘 대다수의 자본주의 나라가 제일 아래의 제국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제국주의 나라들 간에는 “불평등”하기는 하지만 “상호의존, 경쟁, 협력”의 관계가 있다고 한다.

제국주의 (자본주의) 체제를, 경제적ㆍ군사적ㆍ정치적 힘의 불균등으로 인해 “동일”ㆍ“동등”하지 않고, 제국주의 피라미드 체제에서 상이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들로 구성된 총체로 간주할 수 없는 이러한 접근법으로는, 독점 경제의 토대를 형성한 제국주의 시대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제국주의적 단계에 들어섰다는, 기본적인 쟁점을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그리스가 독일과 동일하다거나, 멕시코가 미국과 동일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또는 자본주의 각국과 각 동맹이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도, 항상 독점들의 이익의 증진이라는 불변의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역사적 순간들에 나타날 수 있는 술책과 타협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요르요스 마리노스(Γιώργος Μαρίνος)| 그리스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금년 100주년을 맞이한, 레닌의 저작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와 관련된 몇 가지 쟁점들”, 2016년 10월 26일, 번역: 김해인 편집출판위원장, 노사과연, 2023년 9월 25일)

이처럼 그리스공산당은 “독점 경제의 토대를 형성한 제국주의 시대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제국주의적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기 때문에 “제국주의 (자본주의) 체제”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자본주의 국가들은 독점자본주의에 도달함으로써 제국주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다만 그리스와 독일, 멕시코가 다 제국주의 국가이지만, 각 나라가 동일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피라미드 체계 안에서 힘에 부합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스공산당의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에서 말하는 “불평등한 상호의존, 경쟁, 협력의 관계”를 제국주의 지배, 침략자들과 그 아래에서 민족적 자주권을 잃고 압살당하고 있는 (신)식민지 나라, 민중과의 관계라고 보지 않는다.
과연 일본 제국주의가 식민지 조선과 “불평등한 상호의존, 경쟁, 협력의 관계”를 맺었는가? 아니면 강도 제국주의로 조선의 국권과 민족적 자주권을 송두리째 강탈하고 민중을 착취하고 수탈하고 학살하고 자원과 식량을 강탈해 갔는가?
해방 이후 일제를 대신한 미제가 “불평등한 상호의존, 경쟁, 협력의 관계”를 맺었는가? 아니면 조선 민중의 자주적 해방조국 건설을 위한 열망을 짓밟고 저항하는 민중을 대량학살하고 제국주의 지배를 하였는가? 일제와 미제가 우리민족에게 식민지배의 참상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상호의존, 경쟁, 협력의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식민지 근대화론’과 뭐가 크게 다를 게 있을 것인가?
더욱이 식민지 조선이,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전 세계 노동계급이 생산한 잉여가치의 공유에 각국의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힘을 기반으로 참여”했는가?
결국 위의 비유를 통해서도 “불평등한 상호의존, 경쟁, 협력의 관계”를 맺고 “전 세계 노동계급이 생산한 잉여가치의 공유에 각국의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힘을 기반으로” 피라미드 일원이 되는 것은 바로 제국주의와 (신)식민지 관계로서가 아니라 제국주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황당한 논리에 따르면 남아공, 이집트, 멕시코, 브라질, 인도, 그리스,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대만 등 자본주의 나라가 다 제국주의다. 이뿐만 아니다. 현대자본주의의가 자유경쟁 체제에서 독점자본주의로 전환했으니 심지어 종속적이고 혹은 신식민지 나라라 할지라도 지구상의 대다수 나라가 독점자본주의를 경제적 토대로 하는 제국주의 나라가 된다.
그러다보니 그리스공산당의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황당한 논리 앞에 모순적 상황에 빠지게 된다.

우선,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자본주의의 제국주의 단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국가는 제국주의 세계 체제의 일부이다. 즉, 그들 나라들은 현 사회 발전 단계의 발전 법칙과 독점 확대 및 정책의 적용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아이티, 아프가니스탄, 니제르나 예멘을 제국주의 국가 등을 호칭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피라미드의 가장 낮은 층을 형성하는 이들 국가에는 국제적으로 운영되는 독점이 없으며 이와 관련한 자본 수출도 없다. 이들 국가의 부르주아지는 외국 독점 또는 도시 중소 자본가로 구성된다.
이제 다음과 같이 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 국가가 제국주의가 되는 한계와 더 이상 제국주의가 아닌 한계는 어디인가? 하지만 이 질문은 의미가 없고 대답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제국주의를 특정 특성을 지닌 자본주의 발전 단계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특성이 한 국가에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발전했는지(또는 그렇지 않은지)만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kommunistische.org/diskussion/on-the-political-economy-of-contemporary-imperialism/

“모든 국가는 제국주의 세계 체제의 일부”로,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자본주의의 제국주의 단계에 있다”는 주장과 “피라미드의 가장 낮은 층을 형성하는” 위의 아프리카 나라들은 제국주의 나라들이 아니라는 주장은 얼마나 혼란스러운가?
위 주장은 이들 아프리카 나라들을 제외한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자본주의의 제국주의 단계에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이들 나라들은 독점자본주의 단계가 아니라 자유경쟁 자본주의에 머물러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들 국가의 부르주아지”가 “외국 독점”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으면 이들 나라들만이 레닌의 제국주의론의 근거에 걸맞은 식민지라는 말인가? 그런데 왜 이들 나라들에게는 국내적 독점을 넘어 “국제적으로 운영되는 독점”과 “이와 관련한 자본 수출”을 요구하는가? 그렇다면 뒤에서는 왜 독점이 “한 국가에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발전했는지(또는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로 제국주의 여부의 기준을 들이대는가? 논리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혼란스럽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러한 비일관성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에 따르면, 현대제국주의는 한 줌도 안 되는 나라가 절대 다수 나라, 민족을 억압, 수탈, 착취, 지배하는 제국주의 체제가 아니라 절대 다수 나라가 절대 다수 나라를 억압, 수탈, 착취, 지배하는 제국주의 체제가 된다. 이는 제국주의 대 (신)식민지 관계가 아니라 제국주의 대 제국주의다.
“극소수 ‘선진제국’에 의한 지구상 인구의 압도적 다수의 식민지적 억압과 금융적 교살의 세계적 체제”라는 레닌의 제국주의 규정과 “불평등한 상호의존, 경쟁, 협력의 관계로 특징지어지”는 그리스공산당의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이 어떻게 일치할 수 있는가? 그리스공산당의 제국주의론에는 제국주의는 있지만 제국주의에 의해 지배당하고 침략당하며 교살 당하는 (신)식민지, 종속이 사라지고 없다. 태반이 태반을 지배하면 누가 지배를 당하고, 모두가 왕이라면 누가 신하가 될 것이며, 신하 없이 누가 왕이 될 수 있나?
결국 우리는 “허수아비 때리기”를 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공산당의 허수아비 같은 이론을 정확히 알고 때렸던 것이다. 그리스공산당의 허수아비 같은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노사과연이야말로 ‘허수아들’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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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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