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민주화’ 운동: 숨겨진 진실은?

김남기(《반공주의가 외면하는 미국 역사의 진실》 저자)

 

일반적인 국내 세계사 교육과 서구의 세계사 교육을 보면, 20세기 후반에 대해 가르치는 일정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동유럽 사회주의권을 붕괴시킨 시위들을 무작정 미화하고 옹호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일각에서 보기엔 이러한 시위가 소위 서구 사회에서 얘기하는 이른바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혁명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소련과 같은 권위적인 나라들에서 폭압적인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주의를 되찾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폴란드ㆍ체코ㆍ헝가리ㆍ루마니아ㆍ불가리아 그리고 구 소비에트 연방 가맹국들에서 일어난 시위는 무조건 민주주의를 위한 길이고 옳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를 붕괴시킨 소위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에는 숨겨진 사실들이 많으며, 그 결과가 얼마나 비참하고 참혹했는지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늘은 바로 그 점을 얘기해볼까 한다.

루마니아를 예로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루마니아의 니콜라 차우셰스쿠에 대해, 편집증적 독재자 혹은 인민을 감시하는 억압자로 생각을 할 것이다. 물론 차우셰스쿠 정권이 잘못된 노선 및 과오를 저지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대통령과 부인 엘레나[위키피디아]

그러나 다른 한편 차우셰스쿠는 1980년대 위기를 극복하고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긴축재정 및 여러 조치들을 단행했다. 비록 배급제를 다시 실행하게 되었지만(참고로 루마니아는 그때까지 식량사정이 나쁘지 않았으며, 배급제를 하지 않아도 됐다), 부채를 해결했다.

차우셰스쿠가 소위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으로 죽자 루마니아에서 벌어진 일은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루마니아 사회를 서구 시장에 전면적으로 개방했다. 그 결과 루마니아에 자본주의가 도입되었지만, 오히려 1990년대 루마니아 사람들의 삶은 정말 나락으로 떨어졌다. 오죽하면 1999년 여론조사에서 루마니아인 65%가 차우셰스쿠 시절이 더 나았다고 평가했을까?

또한 파시즘 운동도 급부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협력한 안토네스쿠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루마니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를 통해 나타난 파시즘의 급부상은 단순히 루마니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부분은 좀 더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폴란드의 경우도 그러했다. 폴란드에서 반소 반공 시위가 격렬해진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나는 앨버트 지만스키가 쓴 <폴란드에서의 계급투쟁>이라는 책을 보면, 소위 자유노조 운동이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들은 처음에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처럼 행동하며, 임금 인상 및 생활권 보장 투쟁을 전개했지만,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걸 보장해주는 사회주의 사회 붕괴였다.

폴란드 자유노조 운동

폴란드의 자유노조와 소위 솔리다르노로 대표되는 반공조직은 실제로 미국 CIA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이들의 지령을 받으며 활동했다. 이들의 반공투쟁으로 폴란드에서의 사회주의는 해체됐고, 그 결과 과거 사회주의 시절 있던 복지는 철저히 파괴됐다. 사회주의 붕괴는 서구의 급격한 자본주의화를 의미했으며, 폴란드를 NATO에 편입시켰다. 그 결과 폴란드 인민들의 빈부격차가 급증하고 범죄도 늘었으며, 마피아들도 숫자가 급증했다. 또한 동유럽 국가들 중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적극협력한 국가가 되었으며, 실제로 전투부대까지 보냈다.

벨기에 노동당 당수이자 역사학자였던 루도 마르텐스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스탈린이 매장되자, 히틀러가 그의 무덤에서 나왔다. 그리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에서 블라소프(Vlasov), 반데라(Bandera), 안토네스쿠(Antonescu), 티소(Tiso), 그리고 다른 나치 협력자들과 같은 모든 민족주의 영웅들이 부활하였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독일에서 신나치주의의 등장을 예고했다.”(루도 마르텐스, 《스탈린 다시 보기 Another view of stalin》)

위의 인용문에서 언급한 블라소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협력한 자유 러시아군단 수장이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자 그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극심해졌다. 소련 해체 이후 옐친사회에서 러시아의 네오나치들이 등장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사회의 움직임과 연결된다. 또한 1990년 동독이 서독 자본주의 사회로 흡수되자, 동독 지역에서 인류 최악의 범죄자 아돌프 히틀러를 추종하는 자들이 나타난 것도 우연은 아니다.

가장 심각한 곳은 현재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소위 1980년대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으로 나치 협력자 스테판 반데라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1990년대 아주 활발히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했다.

우크라이나 신나치가 스테판 반데라를 숭상하며 횃불행진을 하고 있다.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과 2013년 유로마이단에서 우크라이나 네오나치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물론 우크라이나 또한 1990년대 서구의 자본이 침투하여, 인민들 생활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과정과 더불어 네오나치즘도 부활했으며, 현재는 네오나치를 정규군으로 사용하는 국가로 거듭났다.

발트 삼국 또한 똑같았다. 1990년대 사회주의가 무너지자, 초기에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극우 파시스트들이 급부상했다. 심지어 이 나라들은 유대인 학살 및 인종청소를 벌인 나치 협력자들을 나라의 애국자라며 현재까지도 기리고 있으며, 소련 깃발을 흔드는 것은 금지인 반면, 나치 깃발을 흔드는 것은 전혀 금지되지 않았다. 황당하게도 이런 나라가 언론 자유도는 또 높게 측정된다.

마지막으로 폴란드에 대해서 한번 더 언급하겠다. 대다수 반공에 찌들은 사람들은 폴란드 사회주의 시절이 더 억압적이었다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현재 폴란드의 여성인권과 동성애 인권은 과거 사회주의 시절보다도 더 못하다. 오히려 사회주의 시절에 폴란드 동성애자의 인권이 더 보장되었다. 그러니까,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이 폴란드의 인권을 개선시켰다는 것도 다시 재검토 되야 한다.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을 마치 미화하지만, 실제로 보면 서구 사회의 안좋은 점들이 급부상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동유럽 민주화 운동이 미화만 된다는 것은 심히 잘못됐으며,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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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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