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민주노조 운동이 집단지성과 지혜를 모아 공공운수노조 고공농성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전국노동자정치협회)

<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내건 공공운수 고공농성이 장기화되면서 8월 4일 현재 25일째가 되었다.
우리는 그 동안 이 문제를 노동운동, 민주노조 운동 내부문제로  간주하고 이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며 공개적인 언급을 삼가고 다방면으로 이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 문제가 이미 공론화 되었고, 4가지 핵심 쟁점을 타결하고도 한 가지 사안을 타결하지 못해 사태가 장기화 되는 것을 보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는 이 사태의 ‘기본원인’에 대한 진단을 하면서 미타결 사항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밝힘으로써 이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기를 촉구한다.

이번 사태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서울지부 내에서 상근활동가와 선출직 전임활동가, 상근활동자 간에 벌어진 갈등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노조를 대상으로 한 고공농성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문제의 ‘기본원인’은 이번 사안에만 한정하지 않고 민주노총을 포함한 각급 노조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문제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원만하고 성숙하게 해결한다면 노동운동은 오랜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번 사태의 ‘기본원인’이라고 하는 이유는 특정 노조 내부에서 벌어지는 개인들 간의 일들에 대해 속속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며, 이로써 부차적 사안들을 차치하고 이번 사안을 최대한 보편화, 일반화함으로써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이번 사안과 유사하게 민주노조 운동 내에는 상근활동가와 전임활동가의 문제, 전임자 내부, 상근자 내부에 모순, 갈등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더해 임기를 가진 현장출신 전임자와 상대적으로 직업적 안정성을 가진 상근 간부와의 문제도 복합적으로 있다. 이번 사태에서는 상근자와 전임자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나, 현장출신 간부와 상시적 전임자의 문제에서 전자가 후자의 ‘관료주의성과 현장성’의 문제, 직업적 상근의 직장화 같은 계급성의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상근자의 직업적 안정성과 집행부의 정치노선에 따른 정무직 간부의 확대가 서로 부딪치기도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상근 활동가의 노동권 중심으로 접근하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활동가성 중심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를 일도양단해서 규정하지 않고 통일적으로 바라봐야한다고 판단한다.

노동권중심의 접근은 상근자의 처우를 노동자의 기본권,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여 상근자의 열악한 처지를 살펴보고 개선효과를 가질 수 있으나, 노조상근자라는 위치가 노사간 문제도 아니고 채용권을 발휘한 전임자들이 사용주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노조전임자가 요구하는 상근자의 활동과 그 과정에서의 과도노동이 전임자의 개인적 사욕,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 조합원, 노동자의 권리확보, 확대를 위한 초과노동이기 때문이다.

활동가 중심의 접근은 상근 활동가가 직장인이 아니라는 것,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고 이 사회를 변화, 근본개조하기 위한 투쟁에 복무하는 역할과 지위를 가진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의미가 있으나 상근자의 처지나 근무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 헌신과 책임만을 관료적으로 강요할 수 있다는 점, 게다가 이 과정에서 활동가의 자긍심과 명예를 손상시킬 수 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는 따라서 이번 사태가 노동권 중심성과 활동가 중심성을 조화롭게 통일시키고 활동가의 처지와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활동성을 자각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사태는 노동운동 내부의 비적대적 문제이다. 그러나 비적대적 모순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적대적 모순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 사태가 적대적 모순으로 치닫는다면 우리는 정말로 필요한 자본과 정권과의 적대적 모순 앞에서 지리멸렬 분열상을 겪으며 심각한 내부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번 사태 해결의 궁극적 해결 주체가 공공운수노조와 의료연대본부,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라고 본다. 공조직이 이번 사태가 이렇게 불거지고, 심지어 장기화 되고 있는데도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깊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4가지 요구의 타결에도 불구하고 원만하게 타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산재 노동부 진정과 특히 시간 외 수당 진정문제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에서도 공식 입장 표명을 통해 시간 외 수당 요구가 이 사안 타결의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노조로서는 시간 외 수당지급 문제가 철야농성과 교대사업장 조직화 문제, 조합 재정 여건, 주말 투쟁연대를 돈으로 환산하여 노조의 가치에 맞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수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타결을 막는 걸림돌이라면 접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아니 해결의 의지가 있다면 충분하게 상호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이다.

애당초 시간 외 수당문제는 활동가 처지, 처우 문제의 일환이었으며, 이미 농성자들과 대책위에서는 활동가 처우개선을 위한 티에프가 마련된다면 노동부 진정 문제는 취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8월 3일 대책위는 활동가 간담회를 통해 <조직문화개선을 위한 기구>를 설치하여 활동가 근무 실태를 파악하고 처지개선을 위한 노력이 전개된다면 쌍방 간 제소를 철회하고 시간 외 수당 등 진정은 취하할 수 있으며 산재문제는 조정할 수 있다는 안을 제시하였다.
의료연대서울지부도 조합재정의 한계, 사업장 업무특성 등 현실적 여건의 한계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들의 처지가 힘들며 이를 꾸준하게 개선할 의지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상호 간 이 정도 내용이라면 대의가 있고, 사태해결의 진정성이 있다면 세부사항은 조정하더라도 전향적으로 합의하자.

비온 뒤에 땅 굳는다고 했다.

민주노조 운동의 집단지성과 지혜를 모으자.
문제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형태로 공론화하고 객관화하자.
상근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고 계급의식으로 헌신케 하자.
상근자와 선출 임원간, 상근자 간, 임원 간 상호 동지적 평등과 신뢰, 존중으로 협력하고 단결하자.

전국노동자정치협회 

2023년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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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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