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 정세 인식과 투쟁 전망1 정권퇴진 요구는 시기상조가 아니라 무르익었다!
정권퇴진 투쟁은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권을 끌어내리는 전면적인 정치투쟁이다. 이 투쟁은 방어적인 의미로, 선전적인 의미로만 사용하는 구호가 아니다. 정권퇴진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투쟁이다. 따라서 정권퇴진 기치를 전면적으로 내걸고 그에 걸맞은 퇴진 투쟁 계획과 전망을 수립해야 한다. 전략과 전술뿐만 아니라 세력 재배치, 권력 재편 전망도 투쟁 과정에서 나와야 한다.
이와 관련 지금 정세에서 지금 당장 우리가 할 것은 크게 봐서 두 가지다.
먼저 윤석열 퇴진 투쟁의 기치를 힘차게 내거는 것이다.
두 번째 윤석열 퇴진 투쟁을 이끌어가는 주도자가 되는 것이다.
노동자들과 노동자들의 민주적 결집체인 민주노총은 이 투쟁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 민중운동 진영에서 아직까지 윤석열 퇴진 투쟁 기치를 전면에 내걸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정세인식이 대의원대회 사업계획서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의 인터뷰로도 분명히 나타났다.
Q. 민주노총은 왜 윤석열 퇴진이 아니라 아직도 규탄, 심판에 머물러 있나?
▲ 양경수 : 우리도 시원하게 ‘퇴진 구호’ 걸고 나가면 속 편하다. 하지만 각개약진하면 각개격파되고 만다. 윤석열 정권이 지금 총선을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여론의 향배가 중요하다. 그래서 반윤 투쟁을 최저임금, 청년 일자리, 난방비, 가계부채 등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적 요구에 맞추고 있다. 총파업 의제도 그렇게 잡았고, 2월과 3월 집중 교육을 통해 기세를 올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반윤 투쟁을 민중진영에서 시민사회로까지 확대하고, 윤석열 퇴진투쟁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갈 계획이다.([인터뷰] 양경수, 2023 민주노총은? ‘정치총파업’ 그리고, 민플러스 강호석 기자, 2023.02.15.)
이런 정세인식에 동의하지 못한다. “시원하게 ‘퇴진 구호’ 걸고 나가면 속 편하다.”라는 인식과 달리 윤석열 정권 퇴진은 감정적인 것도, 감성적인 것도, 결코 조급한 것도 아니다. 과학적인, 객관적인 정세인식의 필연적 귀결로 정권퇴진 투쟁을 내걸고 전면전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금 정세는 윤석열을 규탄하고 비판하고 심판하는 것을 넘어 윤석열 퇴진을 전면에 내걸고 그에 합당하는 투쟁을 배치할 때이다.
처음에 진보진영 내에서 정권퇴진 투쟁에 대해 반대하거나 머뭇거리는 이유는 지난 촛불투쟁 때처럼 “죽 써서 개준다”는 논리서부터 “아직 임기 초에 정권퇴진 투쟁을 전면에 내걸 시점이 아니다”라는 등 다양한 논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정권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에 의해 끔찍한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고, 화물연대 투쟁에 대한 전면 탄압과 간첩조작 사건을 빌미로 한 국정원의 민주노총 및 각급 노조 침탈, “건설노조와의 200일 전쟁” 등 노조말살, 공안탄압 등 정권의 무차별적, 무단적 탄압들이 잇달아 벌어지자 정권퇴진 투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점차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세변화 속에서도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도 정권퇴진 투쟁을 결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다시 건설기계노조를 압수수색한다는 명목으로 민주노총 부산본부를 침탈했다.
도대체 민주노총이 정권퇴진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투쟁할 시점은 언제인가? 양경수 위원장 임기가 올해 말에 끝나는데 임기 내내 정권퇴진 투쟁을 내걸지 않고 심판투쟁, 규탄투쟁만 하겠다는 것인가? “윤석열 정권이 지금 총선을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여론의 향배가 중요하다.”는 발언의 의미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2024년 총선 이후까지 퇴진 요구를 내걸지 않겠다는 것인가? 여론이라는 것이 보통 “지배계급의 사상”이라고 하지만, 이 여론은 투쟁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김영삼 정권 말기 노동법 개악 반대 총파업 투쟁 때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을 지지하는 여론이 김영삼 정권에 대한 반대 여론과 함께 급속도로 올라갔던 것처럼, “여론의 향배”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여론의 향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그리고 과연 정권퇴진 투쟁을 전면에 내걸면 “각개약진하”는 것이고, “각개격파되”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국민적 여론이나 정서는 민주노총이나 노동자들의 투쟁 요구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에 대한 지지는 저들의 악선전의 결과든, 국민들의 정치인식 수준의 결과든 높지 않다. 오히려 비판적인 여론이 팽배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반대나 비판은 60%에 육박한다. 이 수치는 등락을 거듭하지만 최대 70%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특히 최근의 가스비나 전기료 등 난방비 인상이나 금리인상, 긴축 등으로 인해 월급 빼고 생활비는 치솟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주택부채로 허리가 휘고 있다. 긴축으로 지하철 등 교통요금 무료를 70세 이상 노인들로 높이겠다는 시도에서 보듯 민중 복지에 대한 전면적 공세도 시작되고 있다. 반면 더 내고 늦게 주는 연금개악 시도도 시동을 걸고 있다.
이미 지난 해 남과 북, 미국과 북 사이에 전쟁위기가 첨예하고 고조됐다. 3월이 되면 한미연합 실기동 훈련 등 사상 최대의 전쟁책동과 선대선의 대응 대신 북의 강대강 대응으로 돌아선 북의 맞대응으로 전쟁위기는 최고조에 달하게 될 것이다.
간첩조작극은 한 번의 공세로 끝나는 게 아니라 2차, 3차로 언제든지 우리들의 투쟁 진영을 위축, 고립, 이간질시키기 위해 공안탄압을 자행하게 될 것이다. 노조 회계의 투명성을 이유로 언제든지 자주적 노조를 쥐락펴락 침탈하게 될 것이다.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와의 200일 전쟁으로 노조 적대시, 범죄시는 계속 될 것이다. 노조는 존립 자체를 위협 받고 있고 민주노총을 포함한 각급 노조 침탈은 이제 일상처럼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민심은 들끓고 민생은 추락하고 전쟁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2023년 민주노총은 3월 총파업 선포, 4월 정치방침 수립, 5월 총궐기, 6월 국민임단투, 7월 정치총파업을 거쳐 하반기 민중총궐기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처럼 윤석열 퇴진 투쟁의 시점과 경로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민주노총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같은 기사)
이 계획대로라면 올해 내에는 전면적인 정권퇴진 투쟁이 없다. 정권퇴진 투쟁을 총선 이후까지 미뤄서 “윤석열 퇴진 투쟁의 시점과 경로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은 정세를 무르익게 하는 게 아니라 시점을 놓치고 물러 터지게 만드는 것이다. 각개격파 당할 우려가 있다. 정세를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피동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정권퇴진 투쟁은 전선을 집중, 확장시키고 심화시킨다
“촛불을 방치하면 횃불이 돼서 돌아온다는 게 그동안 우리가 겪은 경험”이라는 여권인사의 발언에서도 확인되듯, 심판, 규탄 정도의 구호와 요구가 아니라 정권퇴진 투쟁을 전면에 내걸고 공세적으로 싸울 때 정권도 위기감에 빠져 일방적인 공세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또한 민주노총이 정권퇴진 투쟁을 내걸 때 나설 때 정권퇴진을 위한 조건과 동력도 상승할 수 있다.
지금은 정권퇴진 투쟁을 전면에 내걸고 투쟁하면 윤석열 정권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이 이 투쟁을 적극 지지할 수 있다. 지금 촛불행동이 주도하는 주말 정권퇴진 투쟁은 대체로 정치지형상 중간계급의 투쟁이다. 민주노총이 이 투쟁을 주도하면 정권퇴진 투쟁은 더 크게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 투쟁에 민주노총과 전농, 전선조직, 빈민조직, 철거민 조직, 진보정당, 단체 등이 총집결해야 한다. 소강상태에 빠진 정권퇴진 투쟁에 조직된 대오가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투쟁 구심이 생기면 윤석열 정권에 분노하고 있는 개인들이 이 투쟁을 구심으로 해서 대거 결합하게 되어 윤석열 퇴진 투쟁이 탄력을 받고 확산되게 될 것이다.
총파업 이전에 개별적으로 파업을 전개하는 사업장을 최대한 엄호하여 파괴력을 높이고 첨예하게 쟁점을 불러일으키는 역동적인 파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권퇴진 투쟁으로 전면적인 가두 투쟁을 감행하고 그 힘을 현장으로 가져와서 투쟁의 성격을 심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정세의 확장 속에서 고립 분산되어 있고, 저들의 탄압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양상을 넘어 공세적으로 현장투쟁이 가능하게 될 것이고 정세의 역동적 변화 속에서 위축을 떨쳐버리고 총파업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미 민주노총도 2022년 대우조선 비정규직 선상점거 파업 당시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총파업을 한다는 중집결정이 나고 단위사업장에 지침으로 내려간 바가 있다. 그런데 선상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은 아니지만, 공권력이 선상을 에워싸고 노조를 겁박하였다. 개별 노사관계에 공권력이 진입해서 투쟁을 끝내도록 겁박했던 것이다. 이미 퇴진 투쟁 기조는 살아 있다. 그런데도 칼집에 칼을 넣어두고 이제나 저제나 하며 칼을 뽑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Q. 간부 파업이나 임단협 시기 집중 투쟁을 총파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 양경수 : 정치총파업을 7월에 잡은 이유는 이즈음이면 단위노조가 임단협 쟁의권을 확보한 시기이므로 더 많은 조합원이 총파업 대오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작년부터 반윤 총파업을 준비해 왔고, 단위 노조 대의원대회의 의결을 거쳐 그 시기를 7월로 맞춰왔다. 쟁의권을 확보하고 진행하는 파업이라고 정치총파업이 아니라거나 전투력이 약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임단협 시기집중 투쟁 시기를 총파업 시기로 맞춘 것은 주체역량의 문제 등 총파업을 할 수 없는 현실 조건을 반영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비록 시기 집중 투쟁이지만, 7월 총파업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므로 이에 성실하게 복무해서 위력적인 총파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 7월 총파업은 단사의 임단협 요구를 가지고 거기에 총파업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전술이기 때문에 그 한계가 분명하다. 연금 개악에 맞서는 프랑스 노동자들의 전국적인 총파업이 실질적인 정치 총파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개별 사안을 넘어서는 전면적인 전국적인 정치투쟁은 높은 정치의식을 요구로 한다. 반면 시기집중 총파업은 그보다 낮은 정치의식을 보여준다.
지난 해 화물연대 파업을 중심으로 공공운수노조가 시기집중 파업 전술을 구사했다. 공공운수노조의 시기집중 투쟁의 의의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투쟁의 한계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각 단사별로 임단투가 마무리 되면서 화물연대가 정권의 집중포화 속에서 총파업을 구사할 때 다른 유력 사업장들은 자기 현안을 속속 타결하면서 속속 복귀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 같은 경우에는 서울시에 의한 구조조정 공세가 있었는데, 화물의 투쟁을 교섭력 삼아 파업 하루 만에 현안을 타결하고 복귀해버렸다. 철도노조는 임단협에 잠정합의하면서 파업 돌입 하루 전에 파업을 철회하고 복귀해 버렸다. 화물연대는 고립무원의 상태 속에서 파업을 지속했다. 정권은 실제 화물과 다른 사업장들을 분리, 분열시키고 난 뒤에 화물에 집중포화를 가해서 파업파괴를 했다. 정권은 화물연대 파업 파괴 이후에 노조에 양보하지 않고 원칙적인 강경 대응을 한 결과 승리를 거두었다면서 노조파괴 공작에 더 거침없이 나서게 되었다.
7월 총파업이 이미 결정될 것이라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서 진짜 위력적인 총파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 2주간 총파업이라는 결정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선타결로 사업장별로 복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7월 총파업 기간 이후에 노동법 개악이 전면화 된다면 다시 전열을 모아 즉각 총파업에 돌입해야 한다.
지금 역대 최장의 파업을 단행했던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이 집중되고 있다. 화물이 깨지고 건설노조가 초토화 되고 나서 그때 가서 누가 위력적으로 총파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인가. 고립무원의 화물노조와 건설노조 등 투쟁사업장을 현실적으로 엄호할 수 있는 지역별 투쟁선봉대를 꾸려 정권의 노조말살 공세에 맞서야 한다. 지역별, 전국적 노동자대회로 정권의 공격을 공세적으로 받아쳐야 한다.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은 민중항쟁으로 펼쳐져야 한다. 정권의 극악상 만큼 박근혜 퇴진 투쟁보다 더 공세적이고 치열하게 정권을 타격하는 전국적 항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박근혜 퇴진 투쟁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 투쟁을 새로운 수준에서 전개해 나간다면 정권의 탄압을 중단시키는 것에 머물지 않고 노동자 민중의 힘과 정치의식도 훨씬 더 높게 성장하며 정치지형을 급속하게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주도하여 기층 민중과 함께 정권퇴진 투쟁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제 무엇을 요구로 내걸고 어떻게 싸울지 모색해야 한다. 노/정/협
* 사진은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이 기사를 총 347번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