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피라미드론》: 제국주의를 위한 이론

전국노동자정치협회 편집위원장 백철현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은 민족억압과 민족해방투쟁을 삭제

레닌은 《제국주의론》에서 한 줌도 안 되는 열강들이 수백 개 나머지 나라, 민족들, 수십억 식민지ㆍ반식민지를 억압하고 지배하며 금융적으로 교살하는 체제를 제국주의 체제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리스공산당을 위시로 한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의 지지자들은 이러한 정식이 레닌 시대에는 맞았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대다수 나라들이 독점을 형성했기 때문에 낡은 정식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독점을 형성한 거의 모든 나라가 제국주의 국가이며 이들 나라들이 제국주의 위상을 가지고 위계질서에 따라 제국주의 피라미드를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 줌도 안 되는 제국주의 열강들을 부정하며 동시에 이들 나라들이 전 세계 다른 나라, 민족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규정도 반대한다. 레닌은 제국주의 시대에 제국주의의 병합과 강권에 의해 민족자주와 자결이 침해당한다고 제국주의 현실을 고발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민족억압과 민족자주의 침해가 빠져 있다. 지배하고 억압하는 제국주의 국가는 있지만 지배당하고 억압당하는 (신)식민지 국가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맑스는 《임노동과 자본》에서 이러한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흑인은 흑인이다. 일정한 관계들 속에서 그는 비로소 노예가 된다. 면방적기는 면방적을 하는 기계이다. 일정한 관계 속에서만 그것은 자본이 된다. 이러한 관계들로부터 떼어 내어졌을 때 그것은 자본이 아닌데, 이는 마치 금이 그 자체로서는 화폐가 아니거나 혹은 설탕이 설탕 가격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흑인이 노예가 되는 것은 흑인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특정한 생산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물인 기계가 자본이 되어 노동자를 억압하고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노동자의 과거 노동, 노동자들의 집단적 노동의 결과물을 착취하여 지배하는 자본주의 착취체제가 있기 때문이다. 왕이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신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자들은 (신)식민지 지배와 억압, 민족자주의 침해와 병탄 없이 제국주의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신)식민지 대 제국주의의 종속ㆍ지배 관계 대신에 독점을 제국주의 간의 상호 관계만이 있을 따름이라고 주장한다.

제국주의는 독점 자본주의다. 현 제국주의 체제에서 모든 자본주의 국가는 여기에 통합되어 있으며 불평등한 상호의존, 경쟁, 협력의 관계로 특징지어진다. 이것은 확실히 그들이 같은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모든 부르주아 계급이 전리품의 공유, 전 세계 노동계급이 생산한 잉여가치의 공유에 각국의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힘을 기반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른바 세계반제국주의 플랫폼과 그 파괴적이고 혼란스러운 입장에 대하여”, 그리스공산당 중앙위원회 국제관계부, 2023년 4월 10일)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제국주의 체제에 통합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이 제국주의 지위를 가지고 통합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관계는 그리스공산당의 주장대로 “불평등한 상호의존, 경쟁, 협력”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제국주의 체제 내에는 제국주의 국가와 (신)식민지 국가, 억압 하고 지배하는 국가와 지배 받는 국가, 종속하는 국가와 종속 된 국가로 나눠져 있다. 그러나 그리스공산당은 독점이 형성된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제국주의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점하는 위치는 달라도 모두 제국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불평등”하기는 해도 상호의존, 경쟁, 협력을 본질로 보고 있다.

심지어 그리스공산당은 “모든 부르주아 계급이 전리품의 공유”에 참여하고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런데 그리스공산당의 어처구니없는 주장대로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전리품의 공유에 동참한다면 그건 서로 협력하거나 서로 뺏고 뺏기고, 서로 물고 뜯기며 전리품을 배분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제국주의 독점체와 국가의 세계 지배와 분할이 빠져 있다. 그건 때에 따라서 서로 협력하고 대립하기도 하는 약탈자 동맹이지 제국주의와 (신)식민지 관계가 아니다. 신하가 없이 임금이 있을 수 없듯이, (신)식민지가 없이 어찌 제국주의가 있을 수 있는가?

레닌은 자본주의 경제분석을 통해 그 경제구조의 상부에 위치한 제국주의의 정치적 구조, “폭력과 반동”이라는 그 구조의 본질, 성격을 밝히려고 했다. 레닌은 독점이 제국주의의 기초라고 했지 독점이 곧 제국주의라고는 하지는 않았다. 모든 제국주의 국가가 독점을 경제적 기초로 하고 있지만, 독점이 형성돼 있다고 모두 제국주의 국가는 아니다.

그리스공산당의 이론대로라면 제국주의는 한 줌도 안 되는 소수의 나라와 민족이 수백 개의 나라와 수십 억 인류를 지배하고 압살하는 종속 체제가 아니라, 피라미드 속의 위치는 다를지라도 태반이 제국주의 국가가 되고 태반이 서로를 침략하고 지배하고 금융적으로 교살하는 체제가 된다. 서로가 제국주의라면 어디에도 일방적으로 지배당하고 약탈당하는 (신)식민지는 없게 된다. 이는 결국 제국주의를 부정하는 처사다. 이는 제국주의론이 아니라 상호주의적이고 수평적인 부르주아 국제주의론, 국제관계론이다.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에 의하여면 러시아와 중국, 인도와 브라질, 멕시코, 그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등을 모두 제국주의로 본다. 그러니 미제와 서방 제국주의 중심의 일극 체제에 대항하여 중국과 러시아가 중심이 되어 조선, 쿠바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의 좌파정부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 나라들, 이란 등의 나라가 이 일극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역사적 발전과 진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직 제국주의 피라미드 내에서 위치 변화에 불과한 것이다.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동요되어 미국이 쇠퇴하는 것은 영국제국주의를 대신해 미제국주의가 세계 패권을 차지했던 것과 같은 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자본수출도 마찬가지다. 레닌은 자본수출이 “세계의 대다수 나라와 민족에 대한 제국주의적 억압과 착취의 토대”라고 있다. 과잉자본 수출을 통해 막대한 이권과 특혜를 차지하고 더 나아가서 그 나라의 내정에 공공연히 간섭하고 심지어 정권교체를 시도하는 등 자주성을 말살하는 것이 자본수출이 제국주의적 면모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경제주의적 관점으로 자본투자나 경제교류 일반을 제국주의적 자본수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그리스공산당 추종자들은 이와 관련해 미국 폴리트스투름(Politsturm)이라는 자칭 공산주의자들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러시아 철도는 북한의 철도 인프라 현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마두로 정부에 대한 지원은 값싼 석유를 위한 투쟁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시리아에서 러시아연방의 군사행동이나 마두로 정부에 대한 지원은 값싼 석유를 위한 투쟁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파시즘에 대한 투쟁’은 제품 시장, 값싼 노동력, 유럽연합(EU) 및 미국과의 하층토 개발 가능성을 둘러싼 투쟁이다.

이들이 러시아의 제국주의 근거로 삼고 있는 사례에 의하면 조선은 러시아 제국주의에 종속된 신식민지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미국의 제재를 뚫고 러시아가 마두로 정부를 지원하는 것도 석유를 위한 제국주의 욕망이 발현된 결과다.

우방국으로서 시리아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기도를 막는 것도 제국주의 행태가 된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자, 아사드 정권이 전복되었다. 그 뒤 시리아에서 끔찍한 재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6일부터 며칠 간 시리아 정부군이 친 아사드 민병대의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알라위트 소수민족 공동체의 해안 중심부에서 살인과 즉결 처형 등으로 여성과 노아, 아이들이 포함된 민간인 973명을 살해하는 만행이 자행되었다. 서방 언론에서는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50년에 걸친 독재 체제의 타도”와 “민주주의의 승리”로 환영하며, 연일 아사드 정권을 비난하는 부정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한편, 알카에다 계열 테러 조직 “누스라 전선”을 전신으로 하는 샴 해방 기구의 지도자는 “시리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회복시킨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태는 명백한 반혁명의 승리이며, 중동에서의 반제국주의 투쟁의 가장 중요한 거점 중 하나를 제국주의 세력에게 빼앗긴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시리아 국민은 물론, 팔레스타나의 저항 세력을 비롯해 서아시아에서 북·서아프리카의 반제국주의 투쟁에 심각한 타격과 후퇴를 가져올 것이다.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제국주의 지배를 했다는 악선전은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의 붕괴가 가져온 재앙을 볼 때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악선전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2차 대전 이전부터 반파쇼 대조국전쟁 전부터 잉태된 파시즘이나 현재 서방의 지원을 받고 레짐체인지와 돈바스 학살에 가담한 네오파시즘, 나토의 동진정책, 민스크협정파기, 젤렌스키의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어 사용 금지와 러시아 제재 도발 같은 구체적이고 역사적 분석 없이 그저 태만하게, 경제주의적으로 원료 노동력 시장을 위한 전쟁으로 분석하고 있다.

폴리스트름은 중국을 “독점 부르주아지”로 비난하고 “중국과 러시아 외에도, 적극적으로 반제국주의적 수사를 사용하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자본주의 독점의 침략과 경제적 압력을 경험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 사이비 사회주의 국가들이다.”라면서 베네수엘라와 쿠바와 조선에 대해 맹공을 가한다. 이들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주의는 차베스주의 부르주아지이고 이는 중러에 대한 예속에 다름 아니라고 한다.

이들 극단적인 종파주의자들은  “쿠바의 가짜 반제국주의적 수사법은 러시아나 중국의 그것과 다르지 않으며 동일한 진부한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나 그 뒤에는 쿠바가 러시아와 중국 제국주의에 ​​종속되어 있고, 그들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추구한다는 동일한 것이 있다.”라고 격렬하게 비난한다. 심지어는 조선이 “반제국주의적 수사법을 사용하여 군사 확장을 정당화”한다고 격렬 비난하고 있다.

다극화가 제국주의 다극화라는 양비론

이들 종파주의자들은 제국주의 포위 속에서 사회주의 건설을 하는 사회주의 나라들과 제국주의와 싸우는 진보적 자주권력에 대해 그 나라의 특수한 조건에 대한 배려나 고려 없이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종파주의적 입장은 바로 인류의 진보적 역사를 “국가자본주의”, “타락한 노동자 국가”니 하며 비난하고, 모스크바나 워싱턴이나 다 제국주의라며 양비론으로 비난하는 트로츠키주의자들의 입장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사회주의에 대한 비난과 양비론은 제국주의의 이해에 복무한다.

그리스공산당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트로츠키주의적 입장으로 중국은 독점자본주의 제국주의이고 조선은 3대 세습 족벌체제며, 쿠바는 시장사회주의라고 비난한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 제국주의 간의 시장과 원료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양비론적으로 규정한다. 베네수엘라의 진보성을 부정하고 반동 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류의 진보적 역사를 전면 부정하고 배격하는 것은 트로츠키주의와 무정부주의의 정치적 특성인데, 그리스공산당이 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역사적 맥락 없는 양비론은 결국 제국주의의 이해에 복무한다. 실례로 그리스공산당은 2022년 8월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의 대만방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평을 했다.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미군 동원, 인도-태평양의 긴장 확대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 간의 위험한 경쟁 사슬의 고리이다.

러시아를 제국주의라 보고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제국주의 간 전쟁이라 보는 그리스공산당은 중국을 제국주의라 규정한 결과 대만 분쟁도 제국주의 간 분쟁으로 보고 있다. 이는 대만문제에 대한 역사적 관점이 결여된 것이며, 양비론으로 미제국주의와 대만 분리주의자들의 책동을 은폐하는 것이다.

미제국주의의 주적은 중국이다. 미국의 모든 공세가 중국을 향해 있다. 미제국주의는 중국과의 대립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반북, 반러, 반쿠바, 반베네수엘라, 반이란 등 반제자주 진영을 고립, 포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홍콩, 신장위구르, 대만은 미국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워서 통일국가 중국을 분리독립 시키려 기도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분리주의 책동에 의해 대만에서 분쟁이 야기되고 있는데 그리스공산당은 양비론으로 당파성을 상실한 결과 미제의 이해에 복무하게 되었다.

국제적으로 미국 제국주의 중심의 세계 체제가 급격하게 변동하고 있다. 미국의 쇠퇴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패전과 특히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이후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주의는 미국의 국제적 패권의 쇠퇴 속에서 미국의 쇠퇴를 막고 미국 패권을 부흥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일극 제국주의 패권이 쇠퇴하고 다극 질서가 형성되는 것은 진보적인 것인가? 아니면 다극의 제국주의 간 패권전쟁의 격화인가? 그리스공산당과 국내 추종자들은 후자라고 인식한다. 이들은 과거 영국 제국주의 패권이 저물고 신층 제국주의인 미국 중심의 패권 제국주의가 형성되었듯이. 다극화는 미국 중심의 구 제국주의 패권에서 중국, 러시아 같은 신흥제국주의 간의 패권 다툼으로의 이동이라고 주장한다.

국제질서의 급격한 변화인 다극화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가지거나 국내 계급모순의 해결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면 우리가 심각하게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모든 정치사에서 지나친 환상과 회피주의는 위험하다. 이렇게 극단적인 인식이 아니고 다극화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실천과제로 삼는다면 다극화는 진보적 인류에서 해가 될 것인가? 변혁으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한반도와 동북에서 조중러 동맹과 한미일 동맹은 다 같은 제국주의 패권이 아니다. 이러한 양비론적 입장대로라면 이 양자의 국제적 동맹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관계를 맺고 크루스크에 군대를 파병한 조선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참여한 약탈, 침략국가의 일원이 된다. 그런데 진보세력이 이러한 입장을 견지한다면 그것은 ‘북한 파병설’을 근거로 미국의 요구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늘리고 파병까지 하려 하고 외환으로 비상 계엄을 정당화 하려 했던 윤석열의 입장에 동조하게 되는 것이다.

미제와 서방 제국주의의 통치자, 변호인들은 자신들이 자행하는 제국주의 지배와 폭력, 약탈이 너무나 명백하여 더 이상 은폐할 수 없게 되자 이를 양비론적으로 전가하여 제국주의의 반동성을 은폐하고자 한다.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에 대한 새로운 신식민주의 약탈자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부르주아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는 항상 진보진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이들 동조자들로 하여금 은근하게든, 노골적으로든 제국주의를 미화, 변호하는데 앞장서게 한다. 독일 녹색당 같은 제국주의 ‘좌파’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에 대해 양비론으로 일관하였다. 심지어 발리바르 같은 ‘진보적’ 학자는 제국주의 러시아에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고 러시아를 제재하라고까지 주장하였다. 국내의 사회진보연대 같은 단체에서는 이 글을 번역하여 미제와 우크라이나의 편을 들었다. 박노자 씨 역시 위 글을 공유하며 국제 석학의 탁견이라고까지 찬사를 보냈다.

서방의 ‘진보적’ 정치세력과 지식인들이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두고 중립적인 평화론을 설파하였으나 결국 미제가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일으킨 대리전을 지지하는 것으로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의 편이 되었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트로츠키주의자들인 <노동자연대>와 <좌익 공산주의자들>, 그리고 그리스공산당을 추종하는 자칭 맑스레닌주의 연구소인 <노동사회과학연구소> 같은 경우에도 다 같인 양비론의 일관하거나 노골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편을 들면서 (서방) 제국주의의 이해에 복무하였다. 국내의 조중동 같은 극우 언론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경오 같은 소부르주아 언론 역시도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가 유포하는 프로파간다를 따라 보도를 하며 제국주의의 이해에 복무하였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중대한 진보의 시험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가 패배하는 무덤이었을 뿐만 아니라 진보세력들이 진보성을 유지하는지, 제국주의의 이해에 복무하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였다.

한국에서 양비론은 미국 식 이중잣대와 일방적인 프로파간다로 러시아 혐오증(루소포비아)를 유포하는 정권과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였다.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이 민족억압의 현실에 눈 감고 민족해방투쟁을 제거하였듯이, 러시아, 중국 신흥 제국주의론은 이남에서 반미 운동에 대한 집중적인 투쟁을 가로막았다. 2025년은 일제로부터 해방 이후에 “점령군”으로 이 땅에 들어와 여전히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정신적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강점 80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미국이 점차적으로 쇠퇴하고 반미투쟁이 촉발되고 있는 전 세계적 상황과 달리 한국사회에서 미국은 정치적 지배만큼이나 정신적 지배를 공고히 하면서 미국 숭배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미제국주의의 패배이며 동시에 이 패배는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미제의 급격한 쇠퇴를 촉진할 것이다. 전 세계에서의 침략자인 미제의 패퇴는 이 땅에서 미군철수와 평화협정 체결이 현실화 되는 국면을 조성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결속되는 데로 이 역사적 격변 속에서 누가 역사적으로 올바른 입장을 견지했는데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면서 분열된 국제공산주의 운동도 재편될 것이다.

중국, 러시아가 제국주의라는 인식의 문제도 그렇지만 실천적으로 도대체 한국에서 이들 나라들에 대한 반제의 과제를 무엇에서 찾을 수 있는가? 미일한 ‘동맹’이 한반도(조선반도)와 동북아에서 조중러 동맹을 포위, 고립, 말살시키기 위해 ‘가치동맹’을 형성하고 있고 윤석열 정권이 여기에 참가하여 전쟁책동에 혈안이 되었는데, 과연 중국, 러시아가 제국주의라는 인식으로 어떻게 이러한 제국주의 ‘가치동맹’의 반동성과 침략성, 반동성을 제대로 폭로하고 진보적인 실천적 과제를 내올 수 있는가?

한국만이 아니다. 쿠바 사회주의뿐만 아니라 미제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남미 국가들이 미제의 간섭과 횡포에 맞서 자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투쟁하는데 온 힘을 집중하는 대신 이들 나라들에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제국주의로 돌리고 투쟁해야 하는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또 어떤가?

제국주의자들의 파렴치한 이중잣대와 프로파간다를 전격 폭로하고 침략, 전쟁 책동, 제재에 맞서 투쟁해야 하는 시점에서, 러시아는 물론이고 중국조차 제국주의라 규정하고 이를 입증하는데 혈안이 되어 미제와 서방제국주의의 이해에 복무하고 있는 자들, 세력들이 과연 트로츠키주의자들에 이어 제국주의의 신 벗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그림은 소비에트 반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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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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