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선거에 대한 전국노동자정치협회 입장
1.
우리는 지금 2천만 노동자의 굳센 대변자, 민중의 진실한 벗으로서 한국사회 진보와 변혁의 구심인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직선제 3기 선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민주노총 선거가 노동자와 민중의 당면하고 궁극적인 염원에 부응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노동자와 민중의 염원은 불평등과 억압과 착취가 사라지고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이 보장받는 사회, 땀 흘려 일하는 민중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염원을 실현시키기 위해 민주노총에 필요한 과제, 또는 부여되는 역사적 임무가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노동자 민중의 가장 절박한 경제적, 생존권적 요구를 하나로 집결시켜 자본과 권력에 맞서 힘차게 투쟁하는 것입니다. 또한 민주노총은 노동자 민중의 제도적, 법적, 정치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정치투쟁을 전개해야 합니다.
파견법 및 기간제법, 정리해고제 철폐, 손배·가압류 등 민사상의 족쇄 타파, 특히 “역대급 노동개악의 해일”이 밀려오는 지금 자본과 권력의 노동법 개악 공세에 맞서 비상한 수준의 투쟁을 전개하고 노동3권의 온전한 쟁취를 위해 투쟁해 나가야 합니다.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 철폐와 사상의 자유 쟁취, 집회와 시위의 자유 확보와 이를 가로막는 반민주 악법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에 앞장서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반제국주의와 분단문제를 해결하는 높은 수준의 정치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역사적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사드와 주한미군 철수, 한미(일) 전쟁 동맹의 해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체결과 남과 북의 통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어야 합니다.
분단된 민족의 통일과 노동자 민중의 해방은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로 통일된 문제입니다. 이러한 정치, 경제, 역사적 과제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그 정치적 대오가 형성되어야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대목표를 향한 정치적, 계급적 단결이 절실합니다. 정치적, 계급적 단결의 총화는 자본과 권력, 제국주의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투쟁역량을 총집결시키고 정치권력 장악으로 새 사회를 건설해나가는 당의 결성입니다. 분열된 운동을 통합할 때만이 통일된 전투정당의 건설도 가능합니다.
우리의 분열은 지배계급에 의한 지배의 토대이자 수단, 기회입니다. 따라서 저들 지배계급의 모토는 “분열시켜 통치하라”입니다. “하나로 단결해 저항하라”는 저들에게 맞서는 우리의 모토입니다. 우리는 하나로 단결해서 새 세계를 건설해야 합니다.
단결은 또 단결을 방해하는 걸림돌과의 투쟁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한국운동의 정치적 목표를 쟁취하기 위한 단결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2.
우리는 한국운동의 단결을 위해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단결, 실업노동자와 취업노동자의 단결,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의 단결, 이주노동자와 국내노동자의 단결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노동자계급의 총단결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진보적 사회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초석입니다. 단결에는 그를 위한 조건이 필요한데, 분열적 요소를 척결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단결 과제 중에는 대표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내부에는 그 동안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쟁취한 권리와 삶의 수준을 뒤로 후퇴시키고 양보를 추종하는 분열의 요소가 팽배했습니다. 자본과 권력을 향해 노동자 전체가 단결해서 전진하고 쟁취하려 하기 보다는 일방적 양보와 후퇴로 단결을 왜곡시켰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의 삶의 수준과 권리를 낮추는 하향평준화는 단결의 강화가 아니라 예속과 착취와 억압의 강화, 분열의 강화입니다. 정규직 비정규직이 단결하고 미조직된 수많은 노동자들을 단결의 틀로 끌어들여 인간다운 삶과 보다 높은 권리의 신장을 향해 공동으로 전진해야 합니다.
오늘날 비정규직은 자본의 무한이윤추구와 노동자 분열 전략에 의해 보편적인 고용형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본의 전략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치열하게 투쟁해 왔습니다.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내에서도 30프로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순전히 양적 비중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투쟁은 자본의 유연화 전략과 무한이윤 추구를 끊어낼 핵심 고리입니다. 비정규직은 자본의 전략으로 만들어진 부산물이기에 여기에 저임금과 빈곤, 중대재해와 불안정 노동 같은 이 사회 모순이 집중적으로 응축돼 있습니다. 따라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응축된 모순을 분쇄해나가는 사회개조의 중심에 서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대 다수가 미조직 노동자들입니다. 이들 미조직 노동자들은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도 철저하게 무권리한 상태에 처해 있으면서 자본의 무한착취와 무한억압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미조직 노동자들이 미각성노동자들은 아닙니다. 그들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수단을 찾지 못한 노동자들일 뿐입니다. 이들에게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조직적 무기와 단결의 수단을 가져다주는 것이 중차대한 민주노총의 과제 입니다.
민주노총은 이 투쟁에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사활을 걸고 비정규직 철폐를 향해 싸워 나가도록 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이 자신에게 부과된 이러한 과업을 해결해 나간다면 이는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노동자계급운동 전반의 질적 도약, 정치적 진전을 위한 획기적 기회가 될 것입니다.
3.
노동자계급의 총단결의 대의와 초석 위에서 우리운동은 한국사회 억압과 질곡을 낳은 역사적 모순을 공동으로 타파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역사적 산물입니다. 수많은 어제가 모여 오늘을 낳았고, 수많은 민중들의 투쟁이 역사의 전진을 만들어 냈습니다.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역사의 변화, 사회진보를 이끌어 냈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는 분단되어 있고 외국군대가 주둔해 민족의 통일과 민주주의의 쟁취와 노동자 민중의 해방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사드, 주한미군 범죄, 천문학적 액수의 주둔비와 세균실험, 한미군사 훈련과 전쟁책동 등 우리 앞에 놓인 역사적 질곡을 타파하지 못하고서는 노동자들과 민중의 당면 권리와 민주주의의 쟁취, 평화와 해방은 요원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제 앞에 우리 운동진영이 분열되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노동자계급의 삶과 권리가 진전되지 않고, 정치의식이 높아지지 않고서 어찌 반제통일운동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또 노동자계급의 반제통일운동과 완전한 해방이라는 기치와 정치적 목표 없이 노동자의 삶과 권리가 진전될 수 있겠습니까?
이른바 계급운동과 반제 통일운동은 어느 하나를 배제할 문제가 아니라 굳건하게 통일될 문제입니다. 분단과 그 분단을 영속화하는 반공주의 분단체제는 노동자 민중이 단결하고 정치적으로 각성하여 해방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았습니다. 이를 타파하는 것이 바로 투쟁이고 민주노총이 그 투쟁과 단결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4.
또 하나 단결의 과제는 노동자와 영세 소상공인들의 단결입니다. 노동자와 소상공인들은 한 자매 형제나 다름없습니다.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당하면 언제든지 소상공인들이 될 수 있으며, 또 소상공인들이 하루아침에 폐업을 당한다면 노동자의 일원, 그것도 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오늘 노동자가 내일 소상공인이 될 것이며, 오늘 소상공인들이 내일 노동자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자와 소상공인들이 제살 뜯어먹기 식으로 분열하지 말고, 이리떼 같은 재벌과 거대 건물주들에 맞서서, 해외착취자들에 맞서서 굳건하게 단결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투쟁에서 소상공인들과 대립하지 않고 공통의 이해로 뭉쳐 싸워 승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상공인들은 노동자계급의 지지, 엄호를 받고 재벌과 거대 건물주들의 횡포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습니다.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고 분열된 민중은 반드시 패배합니다. 이는 역사의 진실입니다.
5.
오늘날 청년노동자와 중장년 노동자들의 단결의 과제도 중대합니다.
오늘날 한국자본주의에서 청년들은 삼포 사포 오포 육포 칠포…
이처럼 미래 우리사회의 희망과 꿈이 되어야 할 청년들은 오직 절망과 자조와 자학만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모든 삶과 행복을 포기하기만 하는데 익숙합니다.
냉혹한 이 자본주의 사회가 청년들의 꿈과 희망과 자유를 강탈하고 있는데도 청년들은 오로지 자신을 책망하고 가족을 책망하며 자존감을 송두리째 상실하고 있습니다.
청년실업이 과연 스펙의 부족 때문입니까? 청년들의 성실성의 부족 때문입니까? 오늘날 청년들에게 번지고 있는 공정성과 정의의 요구는 사실 그 본질은 계급불평등이고 자본과 대다수 노동자 민중의 양극화된 권리와 삶의 문제입니다.
자본가들과 그 일족, 그들의 이해를 배타적으로 대변하는 언론과 자본가 정치인들이 모든 권리와 부와 풍요와 심지어 행복을 독차지 하고 있고 이 사회 대다수 사람들을 내몰고 있기 때문에 행복과 불행, 부와 빈곤, 절대권리와 무권리의 양극이 가능한 것입니다.
나에게는 공정한 것이 너에게는, 우리에게는 불공정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수십 개의 불공정의 잣대와 공정의 요구는 자칫 노동자들을 갈기갈기 분열시키는 요구가 될 수 있습니다. 수십 개의 고립된 불공정의 잣대가 아니라 계급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단결해 싸워야 합니다.
우리 역사의 고비 고비마다 청년들은 역사를 끌어가는 주역이었습니다. 이 청년들이 다시 역사의 주인이 되게 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청년 김용균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합니다.
6.
중장년 노동자들과 노년노동자들의 삶은 또 어떠합니까?
노동자들은 허리가 휘고 있습니다. 자식부양에, 노부모 부양의 멍에까지..
게다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실제 수십 수백만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불안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노년의 삶은 어떠합니까?
퇴직 후 절대다수는 취약한 연금과 복지 하에서 수십 년을 생산에 복무한 것도 모자라 또다시 실업자로, 취업전선으로, 그것도 비정규직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 속에서 노년의 삶은 병고, 고독고, 무연고로 고통 받다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평등과 빈곤을 강요하는 이 사회는 복지는 고사하고 노년의 삶과 죽음마저도 존엄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자본은 세대갈등을 조장하여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세대 간 분열, 청년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분열이 아니라 계급적으로 단결해야 합니다. 피지배계급의 분열과 대립, 갈등이 자본주의 착취사회의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7.
전 세계적 코로나19는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자연재해의 불가피성만이 오로지 부각되면서 자본주의 생산의 무정부성과 무계획성, 자본의 탐욕은 은폐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코로나19 위기는 현재의 과학기술적 차원에서는 막기 어려운 자연적 재해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적 재앙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둘은 사실 하나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만민평등하게 다가가는 질병이 아니라 기저질환자들, 특히 노인, 환자, 요양병원 수용자들 등 사회적 약자, 그리고 집단적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위험합니다.
빈곤과 열악한 주거조건의 문제도 있습니다.
코로나19는 공공의료 시설과 인력의 대폭적 충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회적 재앙은 코로나19를 빌미로 한 해고대란, 소상공인들의 대량 폐업과 농민들 생산물들의 판매중단 등 노동자와 민중의 생활상의 고통을 극단적으로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증유의 대란 앞에 대책이라는 것이 한 줌도 안 되는 한 두 번의 긴급재난 자금뿐입니다. 총체적 위기 앞에서 우리는 코로나19 시 해고 금지, 실업수당 기간의 연장과 대폭 증액을 요구합니다.
자본가들과 거대 건물주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이들에게 정부는 오히려 천문학적 지원과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거대 건물주들은 월세를 고스란히 자신들의 호주머니에 처넣고 있습니다.
8.
코로나19 동안 소상공인들의 월세가 대폭 탕감되어야 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상업건물에서는 월세가 동결되어야 합니다. 각종 은행들에게 부담을 지고 있는 이자도 대폭 탕감해야 합니다. 대다수 노동자 민중의 채무노예로서 삶을 안정화 시키고 탐욕에 빠진 은행들을 규제해야 합니다.
코로나19 동안 해고 전면 금지, 월세 대폭 감면 및 탕감, 죽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 및 기업살인법 제정, 노동악법 철폐, 노동3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 생활임금 쟁취, 노동시간 단축, 실업철폐, 무상복지 체제의 구축, 퇴폐한 부르주아 문화에 맞서는 프롤레타리아 문화의 육성, 국가보안법 및 반민주 악법철폐, 국가정보원 해체, 평화협정 체결과 미군철수, 남북의 평화와 통일.
이러한 당면 요구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면, 과거를 불문하고, 정치적 차이와 사소한 이해관계를 넘어 누구와도 굳건하게 단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요구를 가지고 총단결에 복무하는 민주노총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당면 선거에서, 또 일상적으로 우리 운동의 단결과 정치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 앞장설 것입니다.
2020년 10월 29일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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