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노동자,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지역버스지부 지부장 박상길

2017년 3월 4일

사업장내에서 집단 따돌림, 왕따. 그래서 우리 동지 맘 동감할 수 있다. 한때 나는 가해자였고 피해자였다. 2001년도 경 노무과장이 커피 한잔하자며 301번 종점 영업소 옥상으로 불렀다. 올라가니 배차실 쪽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몇 사람을 지목한다.

“말도 하지 마라. 커피 한잔도 하지마라.”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다. 며칠 지나 또 불러서 갔더니 막차 종료 후 조합원들이 점방에서 야식, 라면에 소주 한잔하며 나누는 이야기를 보고하란다.

그래서 알았다. 종점 주변 점방, 식당, 심지어 목욕탕에서까지 조합원들이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다음날 노무관리자들이 알고 있었던 이유를. “네”하고 나왔지만 그건 하지 않았다.

감시하고, 승무 사원 간 갈라 치던 본사근무가 싫어지던 때, 2002년 인천공항 개항으로 천호동에서 인천공항으로 운행하는 공항버스로 가라해서 본사에서 해방. 새 차, 임금도 높고, 부가수입(너구리)도 있는 등 이유로 승진했다^^ 생각하면서 갔다.

공항버스 기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버스를 운행했다. 그것도 잠시, 운행 중 영종대교가 벌떡 일어나는 경험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졸음운전인 것이다. 격일근무로 피로 누적, 나만 경험한 것이 아니었다. 몇 명이 2교대 근무형태인 시내버스 간다.

나도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본사로 가고 싶지 않고, 301번 운행은 당시 꺾기 근무로 오전 근무 때 동호대교, 종점 다 와서 까지 졸음운전 경험도 있고 해서 머리털, 코털 뽑기, 귀 파기, 꼬챙이 쑤시기, 꼬집기 등 하면 운행을 계속했다.

이때 지부장선거가 있었고 우리 공항영업소에서 함께 근무 중이었던 형님이 출마선언을 한 것이었다. 상대는 19년째 연임하던 지금은 암으로 저 세상 갔지만, 그 사람이었다.

당시 나는 노동조합을 전혀 몰랐고 심지어 운행 중 집회로 차가 밀리면 욕을 했던, 현 박사모 보면^^

영업소 조합원들 만나 추천서 도장 받고 후보등록 서류 완비해서 선관위가 있던 지부 사무실에 찾아갔다. 전체 조합원 340여 명 중 157명이나 추천서에 도장을 찍어 주었으니, 의기양양해서 서류 제출했더니 잠깐 나가있어라 해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문을 잠근다. 한참 지난 후 등록서류 하자라면서 등록을 불허한다. 추천서 도장을 당사자 동의 없이 임의로 찍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말한다.

참, 그때는 순진했다. 한참 후에 알았다. 선권위원이란 자들이 문을 잠그고 무엇을 했는지, 각자가 전화기를 돌려 회유, 협박한 것이었다. 이후 단독출마, 낙선 운동을 했지만 지부장은 20년째 아닌 암으로 저 세상 갈 때까지 어용 짓거리를 했다.

선거 끝난 후 전무라는 자가 사무실 올라오라 한다. 이자도 지금은 어용지부장처럼 저 세상 사람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산에 호랑이가 두 마리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회사 그만 나와라” 한다. “싫다”고 하고 나왔다.

그 후로 본사로 인사명령 집단적 따돌림, 왕따가 시작되었다. 30여 명이 함께 시작했지만 10명, 4명으로 축소되었다. 전무가 올라오라면서 또 제안했다.

“후보자 한명이 책임지고 회사 그만 두면 다른 사람들 원위치 시켜주겠다.”

그래서 4명이 같이 대천해수욕장으로 놀려갔다. 모텔에서 우리는 불법조직 결성을 결의하고 출범시켰다.^^ 우리가 여기서 포기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 다시는 서울버스에서 나오지 못한다. 끝까지 가자하면서 서울버스민주동지회^^

이후 한명 해고, 굴하지 않았다. 따돌림과 왕따로 맘은 점점 피폐해갔지만 관리자들 퇴근 후 커피 한잔 하자며 미안하다. 손을 잡아주었던 후배, 선배들이 있어 참고 또 참았지만 어떻게 수년을 같이 밥 먹고 숙소에서 같이 생활한 사람들이,,.

그때부터 CCTV설치된 장소에 차 주차하기, 사업장에서도 CCTV있는 곳 있기, 가방에 무기를 갖고 다니기 등을 했다.

“해고시켜라 이 개새끼들아, 정말 참지 못하겠다.” 할 정도였으니.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가 떠올라 그만 해야겠다. 하지만 사업장에서 혼자 남은 우리 동지 웃고 있지만 겪을 일들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흐른다. 아쉽지만 임금·단체협약을 마무리 한 만큼 참고, 또 참아 다시 재조직해서 꼭 저들에게 복수의 칼을 휘둘려 보았으면 한다. 부디 포기하지 말고 힘내시길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오늘 우리 한광호 동지가 가시는 날, 부디 잘 가시길…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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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버스 노동자,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의 1개의 생각

  • 2017년 3월 15일 5: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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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이미 가신 고인(들)의 명복을 뒤늦게 또는 거듭 축원합니다…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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