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은 진보적 사상과 역사발전을 옭아매는 반동적 악법입니다”

– 이병진(인도 정치학자, 국가보안법 탄압으로 2009년부터 수감 중)

그리운 동지께

2월도 격랑 속에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100만 명이 광장에 모여 탄핵과 특검연장을 외쳤는데도 가까스로 헌재 변론이 종결되었을 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재용을 구속시켰지만, 특검은 해체되었습니다.

부르주아 계급의 의회민주주의 한계와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특검 사기극’입니다. 끓어오르는 인민들의 분노를 무미시키기 위해서 적당히 개혁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권모술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노동자 민중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길은 아직 멀고 험난한 노정에 있습니다.

(중략)

우리의 최근 시국만 보아도 박근혜 탄핵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 싸우고 있습니까! 그렇게 싸우고 있는데도 속 시원하게 박근혜를 법정에 세우지도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국을 보면, 세상을 바꾸려면 ‘혁명’이 일어나야 된다는 확신이 듭니다. 설득하고 합의하며 제도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며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평화적으로 제도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까?

부르주아 지배계급이 그들의 ‘신’으로 떠받드는 ‘사적소유’가 부정당할 때 과연 그런 제도개혁을 따를까요?

보수 지배세력이 ‘박근혜 탄핵’만으로도 ‘군사 쿠데타’와 백색테러를 선동하는 것을 보면서 ‘평화적 제도개혁’은 꿈같은 헛소리겠구나! 생각하였습니다.

태극기 집회를 통해서 극우 세력의 정치적 본색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은밀히 숨겨져 있던 극우 세력의 실체가 드러남으로써 저들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대형 성조기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이 압권입니다.

일본의 극우세력조차 이렇게 노골적으로 친미 세력임을 티내지는 않습니다. 지켜보는 미국도 불편했을 것입니다. 친미세력이 탄핵반대 세력이라고 각인됨으로써 미국의 정치적 부담감이 커졌을 테니까요…

박근혜 탄핵과 이재용 구속으로 어떤 변화의 가능성이 열리고는 있지만, 결정적 변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진영 동지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오히려 탄압의 예리한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어제 3.1절 기념을 하였지만, 98년 전 ‘치안유지법’으로 애국지사들을 탄압했던 일들이 ‘국가보안법’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해방’과 ‘변혁’은 진전하기 힘듭니다.

국가보안법은 진보적 사상과 역사의 발전을 옭아매는 반동적인 ‘악법’입니다.

친미 지배계급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에서 해방되어 자주독립국가라고 주장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역설적이지만, 감옥에 갇혀 몸은 자유롭지 않지만, 사상적으로,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졌습니다.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하여 주변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내 안의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노선도, 신념도 명확해져 동요도 사라졌습니다.

처음 수감되었을 때는 주류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더 이상 그런 미련도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이 편하고 안정되었습니다.

(중략)

저는 근본적인 관점이 반동의 거센 공격을 이겨내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봅니다.

박근혜 탄핵이 확정되면 더욱 역동적인 정세변화가 기대됩니다.

따뜻한 봄소식과 새 세상을 기대해봅니다.

이병진 올림

2017년 3월 2일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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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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