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의 운명이 말해주는 의미

이범주

 

이 나라 빨치산은 해방 후 인민위원회가 미군정과 미군정 이은 이승만 정권에 의해 불법화되고 쫓기면서 불가피하게 총을 잡게 된 전사들이었다. 물론 해방 위해 투쟁했던 만주와 중국 대륙의 조선빨치산들도 있었다.

해방 후 전국 각급 단위에서 빠짐없이 조직된 인민위원회는 친일파 척결, 경자유전 원칙에 근거한 토지개혁, 노동자들에 의한 적산공장 자주관리, 일제에 이어 이 나라 지배하기 위해 점령군으로 들어온 미군정 반대, 분단반대 통일실현…을 목적으로 조직된, 대중들의 염원을 체현한 대중조직이었다.

빨치산은 한국 전쟁 후 전멸되었다. 인민위원회를 지지하거나 빨치산들을 돕거나 그들 활동지역에 거주했던 사람들은 잠재적 통비분자로 규정되어 역시 대부분 살해당했다. 수십만 보도연맹원들이 그걸로 죽었고 거창 양민살해사건에서 보듯 빨치산 활동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이들이 전국에서 그렇게 살해당했다.

빨치산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들이 모조리 거세되었는데 이는 곧 당시의 시대염원이었던 친일파 척결, 경자유전에 의한 토지개혁, 노동자들에 의한 적산농장 자주관리, 미국에 대한 예속과 분단 반대하고 통일을 꿈꾸었던 당시 인민들 염원도 같이 살해당해 좌절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들 시신을 묻은 땅 위에서 그들의 열망을 거세하고 결국 미국을 등에 업고 권력과 부를 독점한 친일 매국세력이 지배계급으로 올라서서 굴려 온 것이다.

시초는 그러하였다.

적잖은 세월이 흘렀다. 그렇다면 그렇게 권력잡은 자들은 이후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여 자기갱신을 도모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부단히 자기복제와 확산을 도모하며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에 몰두해 왔는가. 민주당은 이 부분에서 국힘당과 달랐다 말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과 현재에 잉태된 미래의 흐름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미래 암울함의 뿌리는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사연은,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비단 한국만의 것은 아니다.

통념과는 달리 선진국이라는 프랑스, 그리스 등에서도 나치 독일에 맞서 싸웠던 빨치산들은 전후 핵심권력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고 나치 부역세력들의 핵심도 척결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독일, 일본의 파시즘, 나찌즘, 군국주의 세력도 척결되지 않았다. 소련을 중심으로 떠오른 사회주의 세력권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유지, 온존, 강화시킨 탓이다.

요즘들어 세상 급격하게 변하면서 그 나라들 미래 역시 암울하다. 크게 보면 사연과 맥락에서 한국과 다를 바 별로 없으니 그 나라들에서도 빨치산은 배제되어 그들의 꿈과 뜻은 좌절되었고 그들을 배제하고 탄압했던 적폐 지배세력들은 미국의 힘을 빌어 의연히 온존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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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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