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자본주의 국가인가? 사회주의 국가인가?
조윤재 (전국노동자정치협회 회원 / 서강대학교 인문학부 재학생)
중국이 덩샤오핑의 집권 이후 중국특색사회주의(중특사), 그리고 시진핑 시대의 신시대 중특사를 거치면서 상당한 수준의 수정주의로 전향하고, 정통 마오이스트들을 숙청했으며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받아들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좌파 활동가들이 말하듯, “중국이 완전한 자본주의가 되었다”라고 진단하거나, 혹은 “중국이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다”라고 진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나아가 일부 활동가들은 중국과 미국이 같은 자본주의 패권국가라는 이유로 양비론을 취하기도 한다. 중국이 설령 자본주의 국가더라도 양비론은 옳지 않다. 그렇지만 양비론이 더욱 옳지 못한 이유는 중국이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 자체가 아니며,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상당한 정도로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를 가르는 가장 중대한 차이는 무엇인가?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썼듯, 그 두 국가의 가장 큰 차이는 생산시설이 어떤 계급의 손에 있느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시설은 자본가 계급의 손에 있다.
자본가들이 오로지 스스로의 이익만을 위해 모든 것을 통제한다. 반면, 소련이나 조선과 같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생산수단은 노동자 계급에 의해 통제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궁극적인 주체는 노동자 계급이 이루는 당이다. 노동자 계급의 전위 정당은 자본가 계급에 비해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계급을 위하여, 사회 전체의 발전과 공익을 고려해 생산수단을 알맞게 사용한다. 사회 자원이 낭비되지 않게 효율적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나아가 계급이 소멸되는 공산사회를 지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인지, 혹은 사회주의 국가인지 살피기 위해 중국의 생산구조가 어떠한 계급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분석해야한다.
일부 좌파적 단위에서는 중국의 노동인권이 나쁘거나, 혹은 자본가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불평등이 있다는 이유로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떠한 계급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지이다. 물론 중국의 경우, 조선과 같은 철두철미한 사회주의 국가라고 볼 수 없다. 노동인권이 일부 외국 기업에 의해 유린되고 있으며 노동조합이 여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 문제는 상이한 형태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지배계급의 이익에 복무하는 자본주의 국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더라도 통제할 수 없으며, 애초에 제대로 인식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 여전히 상당 부분의 자본이 노동자 계급의 당에 의해 통제되기에,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당의 시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리고 중국의 경우, 생산구조상으로 “사회주의”의 형태를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서는 중국 산업이 내부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보아야한다. 우선, 중국의 사업 등록상 기업이 어떻게 분류되고 있는지를 보자. 중국에서 엄밀하게 규정하고 있는 국유기업은 매우 한정적이다. 정부가 100%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 기업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유기업 외에 국영의 형태를 띄고 있는 기업의 형태는 다양하다. 공공소유기업, 협동기업, 국유합자기업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유한책임공사에는 정부가 운영에 의무적으로 포함되게 하고 있으며, 주식회사는 일정지분 이상의 주식을 정부에게 양도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기준 하에서 완전히 민영 기업이라고 할만한, 민간에서 투자해 설립한 기업은 민간기업 하나의 범주에 국한된다.
이렇게 분류한 후 통계를 재산출하면, 중국의 GDP의 71.1%는 중국공산당이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국영 기업에 의하여 통제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중국공산당이 운영에 관여하는 내자기업, 국유기업, 주식합자기업, 연합기업, 유한책임회사, 주식유한회사 등의 기업수를 모두 합치면 424,664개에 달하며, 매출액은 130조 4,709억 위안이다. 이러한 중국의 국영 기업에는 공산당의 조직인 당조(党组)가 있어, 자본주의 국가의 국영기업보다도 훨씬 더 통제가 수월하다는 점도 감안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민간 자본에 의해 설립되어 자유롭게 활동하는 자본주의 기업은 28.9% 정도밖에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민간기업은 243,640개이며 매출액은 36조 1,133억 위안이다. 상위 10대 시총 기업 순위에서도 완전한 민간 기업은 3개(텐센트, 알리바바, 마오타이)만이 들어가있다.
민간 회사를 향한 국제 투자를 질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국영기업, 즉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기업들이 국제 투자자들과 합작하는 비중이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중국공산당은 생산구조 상으로 국제 자본의 잠식을 어느정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데, 이는 일방적으로 미국 자본에 의해 잠식되어 예속적 성격을 띄는 폴란드나 한국 등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또한 중국 GDP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7%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현재는 1%대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다음으로, 국영기업을 질적인 상태에서 볼 수 있어야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영기업은 투자 수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아예 직접 운영해야하는 사양산업, 예컨대 에너지 공급 시설 운영 등의 기간제 산업이나 수익성이 낮은 도시철도 운영 등으로 한정된다 (이마저도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전부 민영화되었다) 이에 반해 중국의 국영기업들은 수익성이 높은 일반 금융, 제약, 레저, 문화, 전자 산업에도 대거 진출해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이 일반 경제에서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2003년 설립된 중국 국무원 산하의 국유자산관리위원회(国有资产监督管理委员会)는 공산당이 직접 운영하는 중앙기업 97개를 두었다. 이들 기업은 한국의 국영 기업과 달리, 중국 최대 500대 기업에 거의 대부분이 들어갈만큼 건실한 기업이며 기간제 산업 뿐 아니라 자동차, 방위, 교통, 의약 등에도 진출하여있다. 당연하지만 중화학공업 산업 등에서도 상당한 강점을 보이고 있다. 2024년 시총 순위를 보자면, 금융 기업인 ICBC(중국공상은행)는 시총 3위이며, 중화학공업 기업인 페트로 차이나는 그 다음인 시총 4위 기업이다. 5위도 ABC(농업은행)이며, 6위는 중국이동통신집단, 8위는 BOC(중국은행), 9위는 중국건설은행(CCB)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가장 큰 기업집단 중 절반 이상이 당에서 직접 운영하는 중앙관리기업이다. 그 외에도 CNOOC(중국해양석유집단), COFCO(중량집단), 중국의약집단 등도 모두 높은 수익률과 시총 순위를 보이고 있다.
주지할만한 기업으로는 페트로차이나가 있다. 페트로차이나의 경우 2023년 3분기에 63억 달러의 순이익을 내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냈다. 텐센트 등 민간기업이 부진한 가운데에서, 중앙관리기업들은 대부분 지수가 이전 분기를 상회했고 특히 에너지와 금융 부분에서 중앙기업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처럼 질적으로 중국공산당은 경제 전반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그 수준도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산업 전체에서 살피면, 국영 기업이 통제하고 있는 산업 분야는 정보서비스, 건설, 운송, 전기가스 수도, 광업, 농림축산업, 어업 등 다양하다. 민간 기업의 소유 비중이 절반을 넘는 분야는 제조업과 도소매업 뿐이다. 심지어 부동산의 경우 국가가 직접 소유하는 비중이 20.4%, 국가소유 내 투자 비중이 14.3%, 공공소유가 7.7%로 50%에 육박하는 부동산이 당의 통제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방 측에서는 중국 부동산 기업이 망하면 마치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올것처럼 선동하지만, 실제로는 중국공산당의 철저한 통제로 빠르게 회복되는 경우가 절대다수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이런 당 통제를 더욱 강화하자는 입장에 속해있다. 덩샤오핑의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민간 부분 기업의 영향력이 증대되었으나, 이는 농민공의 발생,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 발전, 삶의 질 하락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모순들을 낳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은 부유층이 노동자 계급을 위해 스스로의 자본을 내놓을 수 있어야한다는 공동부유 정책을 내놓았다.
공동부유 뿐 아니라 중국 국무원은 2020년 9월 보고서(国企改革三年行动方案 2020-2022年)를 통하여, 시장 전체를 통제하는 혁신적인 국유기업, 산업의 가치 전반을 주도하는 국유기업, 민생과 경제안전을 보장하는 국유기업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또 이를 위해 국가자본관리체제의 확립, 국유기업의 활력과 효율성 제고, 혼합소유제를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집권 하에서 중국이 노동자 계급과 공산당의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또, 민영 회사에도 당의 결정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예컨대 텐센트나 알리바바 같은 유명한 국영 기업에도 당위(党委)가 존재하는데, 이는 공산당원들로 구성된 일종의 기업 위원회로 기업의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중국은 국영기업의 비중이 높으며, 그 상태도 건실하고, 나머지 민간기업에도 당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 운동가들도 “중국이 지금 자본주의더라도, 유사시에 당에서 대다수 기업의 통제권을 회수하고 전면적으로 경제를 계획할 수 있기에 미국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라는건 말이 안되는 주장이다”라고 말한다.
중국공산당의 강한 통제력이 작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에너지 분야이다. 중국은 기후악당으로 자주 꼽히는 국가였으나,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중국공산당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의 심각한 공해에 위기감을 느끼고 강력한 재생 에너지 개발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2035년 재생에너지 비율을 55%까지 늘리고 2050년에는 88%까지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기준으로 전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의 비중 40%가 중국에 집중되었으며 당에 의한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는 5,660억 달러였다. 작년 1월 중국 국가자원국이 2023년 국가전력산업 통계를 보면, 2023년 중국의 태양광과 풍력, 수력 발전 같은 재생에너지 총 누적 설비용량은 전체 에너지 설비용량 2,920GW의 50.4%인 1,472GW에 달했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중국공산당이 산업 전반에 강한 통제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2023년 5년간 재생에너지 투자액 증가분을 따지면 미국이 970억 달러에 그친 반면 경제 규모가 미국의 2/3 수준인 중국은 미국의 2배에 달하는 1,840억 달러를 증액했다. 중국 전문가들과 기후 전문가들은 2020년 9월 시진핑 주석의 UN 연설에서 기후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이후, 공산당과 산업 전체가 친환경 전환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공산당은 여전히 산업 전반에 외력을 행사할 역량을 갖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 이후 사실상 재생에너지 발전을 포기한 미국과 달리 전세계 친환경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공산당은 산업 전반에 있어 강한 통제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노동자들의 당인 공산당이 여전히 자본주의적 생산 구조 하에서 여전히 산업 전반을 영도할 역량을 가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사회구성체는 같지 않다. 중국의 사회구성체는 사회주의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이러한 생산구조상의 분석 외에도 중국을 비판적으로 지지해야할 근거는 차고 넘친다.
중국은 학적으로 마르크스주의를 선도하고 있다. 대다수 국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은 폐강되거나, 금지되는 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서울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강의가 폐강되는 아픔을 얼마 전 겪기도 했다. 이에 반해 중국의 경우 칭화대학교, 베이징대학교 등 유수 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과목은 전공필수로 되어있어 반드시 청강해야한다. 또 역사학과 미학 등 인문학의 분야와,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마르크스주의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중국 역사학계는 마르크스주의의 영향력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며, 생산구조에 따른 변증법적인 역사 발전을 주요한 연구 방향으로 삼고 있다.
또, 중국은 반제 다극화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만 보더라도 2024년 7월 하마스와 파타의 극적인 회담을 이끌어낸 것은 중국 공산당이었다. 또한 미국과 달리 중국은 팔레스타인의 UN 정식 가입을 지지하고 있다. 조선 문제에 관해서도 중국은 조선이 미국의 제재를 이겨내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반제 다극화는 물론 마르크스주의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 중국공산당는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이 효율적으로 산업 전체를 통솔한 소련이나 조선에 비해, 중국과 중국공산당은 시장에게 경제의 일정 부분을 일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텐센트, 알리바바, 디디추싱 등 민간 산업이 여전히 전체 산업 비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로 인한 만성적인 노동인권 침해, 양극화, 부동산 쇼크 등 자본주의적 모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수정주의는 반드시 사회주의 이행에 있어 배제되어야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점을 주지하면서도, 이런 모순들이 완전한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등에서 더욱 극심히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훨씬 나은 대안이며 노동, 환경, 경제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미국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제적인 위기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공산당의 계획경제에 의해 빠르게 극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중국이 수정주의적 정책을 취하더라도, 여전히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더 가까운 정책을 취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진보적인 세력이 중국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사를 총 75번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