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맥락을 잘라먹는 의도

아침에 방송을 보니 “우크라이나를 침략해서 수십만을 살상한 침략자 푸틴”이라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온다. 푸틴은 사악한 자이니 러시아를 응징하기 위해 뭉친, 미국 중심으로 한 나토국들과 일본, 한국, 뉴질랜드, 호주 등의 비유럽국들 모두 정의의 편에 서 있다는 말 되겠다. 또한 그 사악한 러시아와 동반자 관계 맺은 북은 불의하다고 은근히 말하고 있다. 

그 방송은 인과관계의 서사와 맥락을 잘라먹고 있다.

방송은, 선거로 선출된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정권을 친서방 우크 나찌 세력이 2013년 쿠데타로 찬탈한 후 극단적인 반러시아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러시아계 주민들로 하여금 러시아말도 못 쓰게 한 것, 그 지역을 지속적으로 포격하여 14,000명의 주민을 살상한 것, 전쟁 전까지 나토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와의 전쟁을 고려해 유럽 최강의 군사력을 육성해 온 것, 러시아 ‘침공’ 전에 돈바스 지역을 전폭기로 포격한 것 ….등의 사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을 선택하게 된 전후맥락을 잘라 먹고서 오로지 선빵 날린 러시아만이 사악하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맥락단절 사례가 있다.

예컨대, 1950년 6월 한국전 발발 이전, 삼팔선 부근에서는 일년에 수백회(2500회라는 말도 있다)의, 주로 남쪽의 공격으로 시작되는 일상적 전투행위가 있었다. 이승만과 당시 국방장관은 북진 무력통일을 입에 달고 살았고 아침은 서울,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는 호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또한 당시 남쪽에서는 단정수립, 분단고착에 반대하는 사회주의 민족주의 계열의 인사들이 무수하게 살육당하고 있었다. 1950년 6월이 되기 전에 당시의 반도는 이미 準 전쟁상태에 있었다는 말이다.

누가 선빵을 날렸느냐…이에 대해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지만 사실 내전상태의 당시 국면에서 그건 전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 남북전생에서 전쟁 개시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오로지, 인과관계의 맥락을 잘라버린 채, 1950년 6월 25일만 문제삼아 동족들이 사는 북을 철천지 원수로 여기고 있다.

인간사는 모두 시간의 흐름 위에서 이루어 진다. 지금 진실의 전모를 알려면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사연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인과관계의 시간적 맥락을 잘라내고 자신에게 유리한 특정 부분만 선택, 확대해 특정 사안의 성격을 규정하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나라 국내 대부분의 언론들은 딱 그 짓을 하고 있다. 거두절미하여 진실의 전모를 가리고 왜곡하는 것이다.

여기엔 안 좋은 의도가 있다. 어떤 의도?

북에 대한 적대감을 강고하게 유포, 유지시켜 분단을 지속시키려는 의도!
미국의 요구에 굴종해 對러 전선에 이 나라의 군사, 경제 역량을 기꺼이 쓸어 넣으려는 의도!

우리 사는 이곳이 위험한 방향을 향해 폭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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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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