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을 울리는 조국혁신당의 개헌 제안에 대해

ㅡ 민주주의와 사회권 보장 핵심은 국가보안법과 노동악법 철폐다

 

조국혁신당의 개헌 제안 이후 잠시 부각됐던 개헌 논란이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이 논란은 다시 전면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조국혁신당의 개헌 제안을 통해 반드시 다시 전면화될 개헌 논란에 대해 노동자ㆍ민중이 독자적인 원칙적, 전술적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개헌 요구는 장외에서의 퇴진 투쟁을 다 제도권 내부 논의로 빨아들일 수 있다. 개헌 요구에 “부마민주항쟁 5.18 민주항쟁 6.10정신 수록”과 검찰 기소권 제한, 사회권 강화 등 진보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 개헌은 이 사회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실질적으로 변화, 개조시키지 못한다. 

헌법은 혁명의 산물인데 대한민국 헌법은 미제가 점령군으로 들어 와서 짓밟고 미제의 주구인 이승만 정권을 내세워 단독정부(단정), 단독선거(단선)을 기도하며 해방 이후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노동자·민중의 해방세상에 대한 열망을 짓밟고 대량학살을 하며 민중의 피바다 위에서 1948년에 7월 17에 만들어졌다. 제주 4.3학살과 여순항쟁을 짓밟고 여전히 불타오르던 민중항쟁을 진압하고자 그해 12월 1일에 국가보안법이 만들어졌다. 

주지하듯 1987년 6월 항쟁으로 5년 단임 직선제로 6공화국 헌법이 만들어졌다. 이 헌법은 직선제로 6월 항쟁의 성과를 일부 담고 있으나 6월 항쟁과 사회변혁의 요구와 열망을 잠재운 기만적인 부르주아 헌법이기도 하다. 

헌법으로 사회를 변혁할 수는 없다. 반동적이든 진보적이든 헌법은 권력을 잡은 통치 계급에 의해, 계급의 요구를 반영하여 만들어진다. 대한민국 제헌헌법은 민중을 학살한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으나 여전히 타오르던 민중의 해방열망을 잠재우고자 지금보다도 더 혁신적인 노동권의 요구도 일부 담겨 있기도 했다. 

노동자 민중이 거대한 힘을 발휘하고 사회적 격변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의 개헌 요구는 현 지배계급 분파들의 계급적 요구와 이해관계를 담을 수밖에 없다. 지금의 요구대로 개헌이 설사 이뤄진다 하더라도 헌법으로 사회의 근본변화와 개조가 될 수는 없다. 개헌의 핵심 주장은 4년 중임인데 권력을 중간평가를 거치기는 하겠지만 8년이나 지켜봐야 하는 것도 고역이 될 수밖에 없다. 

개헌 논란 와중에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내용이 있는데, 이 중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내용을 뺄 것인지를 둘러싸고 국가보안법의 존립 근거가 사라진다고 반대하는 주장도 있었다. 실제 헌법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이에 대해 더 격렬하게 반대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를 헌법에 담는다고 하면서도 정작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는 어디에도 없다. 국가보안법 폐지 하나만으로도 지금 개헌보다도 진보적인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사회권 강화와 인간다운 권리를 헌법에 담는다고 하면서도 정작 김대중 정권 들어서 만들어졌던 정리해고제와 파견제 같은 노동악법을 폐지하겠다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다.  

조국혁신당이 헌법에 담겠다고 하는 토지 공개념 역시 토지 국유화 요구가 아니다. 이재명도 대선 당시 헨리 조지를 내세워 국토보유세를 주장했는데 이는 개별 주택 보유자들한테까지도 보유세 명목으로 세금을 먹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의 부동산 공약은 “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부담‧제한은 완화”하는 것으로 해서 재벌들이 업무용 명목으로 가지고 있는 막대한 토지 보유에 대해서는 특혜를 지속시킴으로서 토지 공개념이라는 허구의 명칭과 달리 재벌의 토지 소유 집중을 강화시키게 된다. 토지 임대로부터 발생하는 지대가 불로소득이라면 업무용 토지소유는 ‘不勞’소득이 아니라 정당한 ‘근로소득’이 되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개헌안의 사회권에서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는데, 이는 정규직의 임금하락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이를 축소시키면서도 그 “평준화”의 대가로 비정규직의 저항을 막고 비정규직 제도를 영속적으로 유지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정규직을 점차로 축소시키게 되고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낳게 되는 될 수도 있다. 이는 자산계급정당 조국혁신당이 총선에서 내걸었던 사회연대임금제에서도 담겨 있는 내용들이다.

국책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도 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윤석열 정권의 고용노동부와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 등에서 보듯 재벌들도 적극적으로 원하는 요구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은 첫째, 임금에 직무가치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별 노동의 직무가치가 객관적으로 평가돼 보수가 결정되기보다 근속, 기업의 지불능력, 노동조합의 교섭력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는 데서 비롯한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이 정규직에 비해 낮은 이유는 비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이 32개월로 정규직의 근속기간(평균 98개월)보다 짧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시간당 임금이 중소기업보다 높은 이유는 회사의 지불능력도 감안해야 하지만 노동조합이 회사에 높은 보수를 지불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즉 회사의 지불능력은 노동조합의 지불하게 만드는 능력으로도 볼 수 있다.(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등으로 노동시장 차별 극복해야, 나라경제 5월호 특집, 2024. 5. 3.)

이처럼 자본은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지급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 하에 노동조합의 교섭력에 의해 투쟁으로 쟁취되는 임금인상을 깨뜨리고 근속이 높은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자 연공급제를 직무급으로 바꾸고자 한다. 조직된 노조를 약화,분쇄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여 전체 노동자의 하향 평준화로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 하고 최대한 이윤을 높이려는 책략이다.

사회권의 핵심에 노동권이 있다. 비정규직 악법을 철폐하고 사실상 제도화된 비정규직을 철폐함으로써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회권이 보장될 수 있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개헌은 실질적인 사회변화나 사회개조가 아니라 허장성세로 노동자 민중의 분출하는 투쟁을 막고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시도이다. 물론 노동자 민중이 요구와 달리 개헌 정국이 전개되면 노동자 민중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를 명목으로 자유와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없애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함으로 실질적인 민주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더 치고 나가야 한다. 사회권 조항이 실질적인 노동권이 될 수 있도록 노동악법을 철폐하고 파업권과 공무원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 억압하는 악법을 없애고 노동3권의 전면 보장을 요구하며 공세적으로 투쟁해 나가야 한다.

조국은 개헌 주장을 하며 윤석열 임기단축과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조국이 그 주장을 하는 것도 주제넘지만, 조국은 뭔가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퇴진의 목표는 자연인 윤석열이 권력에서 내려오고 그 자리를 새로운 권력자로 채우는 것에 있지 않다.

반노동ㆍ반민중적이고 외세 추종적이며 호전적 전쟁광적 정책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고 이 사회를 전면적으로 변화시키고 근본적으로 개조하려 하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 퇴진투쟁이 본격화 될 때 문재인과 민주당이 질서 있는 퇴진, 명예퇴진을 주장하며 그 투쟁이 고양되는 걸 막았는데, 조국 역시 사회변화ㆍ변혁이 아니라 앞으로 첨예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는 퇴진투쟁을 잠재움으로써 윤석열 없는 온건한 제도권 부르주아 정치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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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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