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최고 권부(權府)는 미국 대사관??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을 읽고, 개마고원.

이범주

 

이 책은 2010년 위키리스크가 가디언을 통해 폭로한, 한국 주재 미 대사관과 본국 사이에 오고 간 전문(全文)에 근거하여 간단하게 정리한 것들이다. 이 내용에는 다만 2, 3급 비밀 수준의 정보들만 담겨 있는데도 다음의 사항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급 비밀들까지 공개된다면 이보다 훨씬 더 엄청난 사실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주로 MB 때 기록인데 지금이라고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 미 대사관은 한국의 정보원(情報源)들을 통해 유력 대선후보들과 고위관리들의 개인적인 신상명세, 성장사, 정치성향…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자료를 축적하고 본국에 보고한다.

– 특정 대선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면 그 후보 인수위 사람들과 광범하게 사전에 접촉, 그 나라 국정운영에 개입하여 한국의 정치, 경제, 군사…각 부문에서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공작하고 결국은 관철시킨다.

– 미 대사관은 자국 군사장비를 팔아먹기 위해 한국 담당관리를 만나 집요하게 로비하고 한국의 국방비가 감축되는 것에 대해 미국 국회에서 문제 제기할 수 있다며 증액을 강요한다. 결국은 다 팔아먹는다. 글로벌 호크, 피스아이 등의 고가 판매.

– 청와대,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국정원, 군부…등에 무수한 정보원(情報員, 情報源)을 심어 나라 일 결정할 때 어떤 논의가 진행되었는지 사전에 정확한 정보를 파악, 수집하여 본국에 정보를 보내고 본국과 논의하여 결국은 본국의 의사를 관철시킨다. 이러한 정보원은 정부 고위관리뿐만 아니라 이 나라 각계각층에 분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참여정부 시절, 모든 연령의 뼈까지 포함한 소고기를 모두 수입하라는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노무현이 준비해 놓은 반박논리는 청와대 정보원에 의해 사전에 미리 파악되어 협상 전에 미국에 전달되었다. 미국은 협상하기 전에 한국의 내부 상태를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FTA가 체결되고 미국산 소고기가 가장 불리한 조건으로 수입되었다.

– 미 대사관은 정보원을 통해 대통령을 포함, 고위 정치인들의 개인적인 비리, 업무상의 배임, 부정행위 등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 수집한다. (그리고 미 대사관은 이 자료들을 정치인들 협박, 통제하기 위한 자료로 삼는다. 이런 거 보면 광범하게 포진된 정보원들은 이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을 저들의 진정한 주군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 미 대사관은 노무현 정권에게 이라크 파병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서 관철시켰다. 엠비 정부에게는 아프간에 대한 5억 달러 지원을 얻어냈다. 이라크 파병은 미국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졌고 이 나라의 국방부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국에 의해 철군이 결정되었다. 제 나라 군대의 이동사항을 이 나라의 국방부 장관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 외환은행에 대한 론스타 먹튀 사건이 불거졌을 때 미 대사가 직접 나서서 한국 정부의 해당 고위 관료와 만나 한국 경제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더라도 결국은 먹튀가 되도록 강제, 관철시켰다. 한국의 해당 고위관리는 이 과정에 기꺼이 동참하여 미국을 돕는다. 그 관리는 심지어 이 먹튀 사건을 덮기 위한 대응 논리까지 미국에게 제공한다.

– 이런 온갖 종류의 부당한 요구들에 대해 이 나라의 최고권력 청와대는 거의 예외 없이 굴복하고 이 부담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심지어 이명박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를 만나는 대가로 소고기 개방을 선물로 제공하기도 했다.

– 미국 대사관은 한국 각 영역에서의 수 많은 정보원들을 운영하면서 그들을 통해 한국의 정치 상황과 대통령을 비롯한 중요 정치인들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본국에 보고한다. 본국으로부터 지침을 받아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여 본국의 지시를 관철시킨다. 한국의 경제, 외교, 국방, 통일….정책에 부단히 개입하여 한국 정부를 통제한다. 미국 군산복합체의 요구를 받아 무기를 팔아먹는다. 이런 것들이 이 나라에서 미 대사관이 해 온 일들이다.

– 말하자면 대사관이 이 나라 운영을 쥐락펴락 하는 것이다. 이 나라의 최고 권부는 청와대. 그 청와대를 쥐락펴락 하며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곳은 미국 대사관. 결국 그렇다면 이 나라의 최고 권부는 미국 대사관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 문재인 시기 있었던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벌인 북 비핵화 목적의 대북제재 동참 구걸, 사드 추가도입, 북과의 합의사항 폐기, 한미 워킹그룹 설치, 참수부대 창설, 가파른 국방비 증액…등의 황당한 일들….그리고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칩 4동맹, 가치동맹 추구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황당한 적대적 태도, 노골적인 한미일 동맹의 추구, 북에 대한 극도로 공격적인 언사….등도 모두 (본국의 의사를 전달하는) 미국 대사관의 개입전략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 추정한다.

– 이런 걸 보면서 당연히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나라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제 나라 인민들을 위한 정부인가, 아니면 미국을 위한 정부인가?”

이 기사를 총 204번 보았습니다.

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