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신년사, 윤석열이 만들어갈 세상은 성실한 노동 인민을 부단히 착취, 억압, 수탈하며 수렁으로 내모는 것

이범주

 

윤석열이 2023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는 이 나라의 점점 어려워져 가는 경제환경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이 나라 대통령으로서 그것을 극복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가득해 보인다. 명색이 대통령이니 그런 정도의 결기를 보일만도 하겠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니 쓴 웃음이 나온다. 내가 관심 갖는 부분은 그가 취한 외교정책의 방향과 이 나라 노동자들에 대한 태도다. 함 보자.

먼저 그가 언명한 외교방향을 생각해 본다. 그는 말한다.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경제와 산업을 통해 연대하고 있으며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연대는 지금의 외교적 현실에서 가장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전략을 직접 챙기겠습니다…”

자유, 인권이 보편적 가치인가. 내 경험에 의하면 자유, 인권은 미국이 내세우는 매우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담은 말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등을 침공할 때 자유 인권을 말했고 특히 북을 수십 년 동안 봉쇄하면서 내세운 명분도 자유와 인권이다. 자유와 인권은 미국이 그들의 통제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약소국들을 응징하는 명분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 명분 아래 얼마나 많은 죄 없는 인민들이 미국에 의해 목숨을 잃었는가. 아마 수천만을 헤아릴 것이다. 난 자유, 인권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섭다.

윤은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경제적으로 연대하겠다고 말한다. 여기서의 연대 대상은 아마도 일차적으로 미국을 말할 것이고 다음으로는 미국을 추종하는 나라들 말하자면 유럽의 나토국들과 일본, 대만, 싱가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기가 되어 미국에 맞서는 중국, 러시아는? 그리고 중국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응원하며 새로운 국제질서를 모색하는 중남 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동…등의 나머지 나라들은? 그들과는 적극적으로 연대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미국이 쳐놓은 대러, 대중국 봉쇄망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의 말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한 대러봉쇄 참여와 가치동맹 선언, 반도체 칩4동맹 선언으로 이미 구체화 되었다.

윤은 미국 편에 서면서 그런 나라들과의 적대관계마저 불사하겠다는 말을 신년사에서 완곡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방향으로 외교를 진행해서 나라의 경제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인데 이는이 나라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

중국과의 무역액은 일본, 미국과의 무역액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중국 시장은 사활의 이해관계가 걸린 곳이다. 러시아는 자원, 에너지, 과학기술 대국으로서 한국경제의 향후 안정과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나라다. 윤은 이들 나라들과의 긴장을 자초하고 있다. 걱정스럽다.

노동정책 관련해서 그는 말한다.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노사 및 노노(勞勞) 관계의 공정성을 확립하고….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직무 중심, 성과급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노조와 타협해 연공 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노동 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입니다. ‘노사 법치주의’야말로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고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길입니다.”

말이야 그럴 듯 하지만 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노동자 해고를 마음먹은 대로 쉽게 하고, 앞으로 비정규직의 비중을 늘려 나갈 것이며,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격화시킴으로써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조장하겠다는 말이다. 노동자들의 단결을 애초부터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정부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시켜 사용자와 노동자가 더불어 성장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선 불이익까지 주겠다고까지 말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여 노동자들이 단결된 힘으로 뭔가를 주장하면 ‘노사 법치주의’ 즉 법의 이름으로 사정없이 노동자들을 요절내 주겠다는 뜻 되겠다.

윤의 말대로 된다면 이 나라에서 앞으로 노동자들은 아무리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찍소리도 내면 안 된다. 그저 시키는 대로 일만 하다 죽으라는 뜻이니 이건 숫제 국민을 노예로 보는 발상 아닌가. 국민이 노동자고 노동자가 국민이다. 노동하는 분들에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대놓고 적대적으로 대하는 전례를 나는 본 적 없다. 그는 막 나가고 있다.

그는 또 말한다.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의 기득권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설마 재벌? 땅부자? 고소득 자영업자? 미국의 군산복합체?….아니다.

놀랍게도 그가 신년사에서 기득권이라 준열하게 비난하는 대상은 노동자들이다.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되어 매년 2000명 내외 사망하는 노동자, 성실한 노동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내지만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노동자, 막막한 생계와 부당한 대우에 절망하여 조직 만들어 뭔가를 주장할 때마다 강철주먹으로 얻어 맞아 패배를 거듭해 온, 노조 조직률 불과 15%의 힘없는 노동자….

한없이 위대하지만 한없이 초라한 존재로 되어버린, 이 세상의 근본인 노동자들을 그는 기득권이라 규정하며 잠재적인 처벌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는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가.

그는 이렇게 신년사를 마무리 한다.

“자유는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연대는 우리에게 더 큰 미래를 선사할 것입니다.”

말은 참으로 그럴 듯 하구나. 그러나 당신의 언설대로 된다면 올해 당신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대외적으로는 무비판적 미국 추종으로 중국, 러시아에 적대함으로써 자해적 고립을 자초하고 안으로는 착하고 성실한 노동 인민들을 부단히 착취, 억압, 수탈하며 그들의 삶을 더욱 더 수렁으로 몰아갈 것이다.

실로 암울한 전망. 그리되면 당신이 그리 힘주어 말하는 자유, 인권, 민주주의도 황이다. 빛도 안 좋고 맛도 고약한 개살구란 말이다.

이 기사를 총 140번 보았습니다.

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