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엇이 비정상인가?

조선은 지난 3월 연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에서 몇 가지 헌법 조항을 개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조선은 헌법 2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는 내용을 신설했습니다. 그런데 육·해상 경계선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를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긴장 고조를 바라지 않는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에서 사회주의가 빠지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고친 것과 관련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6일 통일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북한이 정상국가 이미지를 갖기 위해 전체적인 헌법을 디자인한 것으로 보인다'”(동아일보, 2026.05.06)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헌법 개정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은 대단히 “비정상”적입니다.

도대체 누구한테 잘보이려 헌법 개정을 한다는 인식이 가당키나 합니까?

이는 국가보안법이 들씌운 북에 대한 인식으로 북이 “비정상국가”라는 것입니다. 북의 모든 행위는 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포장하는 기만조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엄연히 국체를 형성하고 있는 북(조선)의 영토를 미수복 지역으로 간주하고 북의 정권을 대한민국의 영토를 불법 점령하고 있는 반국가적 불법단체, 즉 괴뢰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의 영토조항이 비정상적인 것입니까? 아니면 한반도 남쪽 국경선을 인정하고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가 조선의 영토조항이 더 정상적인 것입니까?

북방한계선은 또 어떻습니까? 북방한계선은 단 한 번도 정전협정이나 여타 남북 간 합의서에서도 남쪽의 해상경계선으로 정한 적이 없는 임의의 해상경계입니다. 조선일보도 과거 보도에서 이를 인정했습니다.

바다의 경우는 남-북간에 의견이 엇갈려 지금까지 정해진 경계선이 없다. (중략) 때문에 서로 간의 수역을 침범했을 경우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나 국제법상으로 제소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무력충돌을 우려해 양측이 ‘힘의 균형’을 통해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이 점에서 이 국방장관이 ‘NLL 침범이 정전협정 위반사항은 아니다’라는 답변은 맞는 것이다.(1996년 7월 18일 <조선일보> 뉴스초점 ‘이 국방 해상북방한계선 발언 파문’)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통해 “해상의 북방한계선은 지상의 군사분계선과 개념상으로나 법적으로나 의미가 다르다”고 해 NLL이 법적으로 군사분계선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 NLL을 “휴전 한 달이 지난 1953년 8월 30일 (UN) 사측이 임의로 설정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김행수 기자, 조선> <동아>도 알고 있던 NLL의 불편한 진실 유엔사·미 국무부·CIA도 “NLL, 영해선 아니다”… 노무현이 옳았다, 오마이뉴스, 2013.06.30.)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법상 영해란 어디까지나 특정 주권 국가가 3마일 또는 12마일 범위에 설정하고 만약 주변 국가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협의해서 인정하는 개념이란 점을 감안하면 NLL 이남은 영해는 아니다.(‘북방한계선 南쪽해상 우리 영해인가 아닌가?’, 1999년 6월 11일 <동아일보>, 오마이뉴스, 같은 기사에서 재인용)

그렇다면 이번 헌법 개정에서 해상경계선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조선의 헌법 개정이 비정상적인 것입니까?

한 편으로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가 한국의 영토라면서 다른 한 편으로 합의한 적 없는 임의의 해상경계선을 영토라고 하여 헌법에 명시된 영토조항과 배치되는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비정상 아닙니까?

국제법상으로도 엄연한 주권이 있는 북을 자신의 영토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해상경계선을 자기의 합법적인 영토라고 사사건건 우기고 역사적 사실을 주장하면 친북세력세력이고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협박하고 처벌하는 것이 비정상 아닙니까?

비정상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다수 언론에서는 조선이 통일 조항을 빼고 두 국가 개념으로 바꾼 것이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고립정책을 쓰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경남대 석좌교수는 BBC에 “‘특수 관계를 포기하는 것은 북한의 생존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김영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역시 ‘두 국가론’을 ‘정권 유지’ 차원으로 진단했다. 북한에게 통일은 곧 ‘정권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두 국가 체제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일은 어쨌든 한쪽이 무너져야 하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껏 국정을 운영하면서 통일이 될 경우 잘사는 남한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했을 것’이라며 ‘그럴 바에는 그냥 두 국가로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결국 4대 세습 위한 밑그림?’… ‘통일’ 지우고 ‘영토’ 선 그은 북한 개헌, BBC 코리아, 2026년 5월 8일)

일부 진보진영에서도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두 국가론으로 헌법을 개정했다고 이와 똑같은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그 동안 해방 이후부터 이남만의 단독정부ㆍ단독선거를 분단이라고 격렬하게 반대하고 자주적인 통일조국 건설을 요구하고,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조국통일 3대 원칙으로 내걸고 지금까지 헌법에도 명시해 왔으며, 6.15선언이나 10.4선언 2017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주도적으로 합의해온 조선은 “정권소멸”과 남쪽으로의 흡수통일을 감수했다는 말입니까? 아니면 남북체제 경쟁에서 자신감이 넘쳤단 말입니까?

반대로 판문점 선언만 보더라도 미국 눈치나 보며 합의사항을 하나도 이행하지 못한 한국은 지금의 자신감은 어디가고 무엇이 두려워 분단에 기대 통일을 회피해 왔단 말입니까?

그렇게 자신감이 있다면서 국가보안법을 유지하고 북에게 우호적인 말한마디 조차도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흔들린다며 처벌한단 말입니까?

평화통일이 아니라 “통일은 어쨌든 한쪽이 무너져야” 한다는 흡수통일, 체제붕괴 통일전략이야말로 반민족적이며 파괴적인 광적 발상 아닙니까?

이쯤되면 북의 헌법개정을 바라보는 남의 인식은 비정상성을 넘어 실성성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의 적대관계로의 전환은 분단문제가 실존하지 않는다는 반증이 아닙니다. 통일이 이제 필요하지 않다는 반증도 아닙니다. 반대로 분단과 미국제국주의의 존재 자체가 자주적 남북 통일을 막고 민족ㆍ동족관계를 적대관계로 전환해온 주범이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분단을 깨고 자주통일을 하지 않으면 남북의 적대는 계속되고 전쟁위기는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화공존도 전쟁침략국 미제가 있고 적대적 남북관계를 되돌리지 않는한 가능하지 않습니다. 자주적 민족통일을 포기하고 분단모순을 안고 가면서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로의 전환도 불가능합니다. 외세추종하는 권력을 분쇄하지 않는한 불가능합니다.

분단이라는 근본원인을 역사적으로 통찰해본다면 바로 이러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이 적대관계로 전환됐다고 같은 민족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민족은 역사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언어적으로도 강력하게 실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산 상속에 눈멀어 형제관계가 파탄되어 서로 원수가 됐다고 저들은 원래 형제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 깨진 것은 실존하는 민족이 아니라 민족’관계’입니다.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비뚤어지고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철폐는 한국사회의 비정상을 깨는 첩경입니다.

비정상성을 강요하는 국가보안법 철폐하라

자주통일 가로막는 미군을 물러가라

남북 적대 강요하는 외세와 추종권력 물러가라

미군은 물러가고 평화협정 체결하라

국가보안법 구속자를 전원 석방하라

국가보안법 수사ㆍ기소를 전면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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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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