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민주주의ㅡ⑨] 제3장 인민대표대회와 민주주의 ㅡ 인민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보장하는가? (6) 대표 후보의 추천 방식

김정호 북경대 박사/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자문위원

 

1. 인민대표대회 선거제도

(5) 등액선거에서 차액선거로 전환 (지난 호)

 

(6) 대표 후보의 추천 방식

 

많은 사람들이 중국은 일당 독재국가이기에 공산당이 추천한 사람만 인민대표대회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실제 어떤 사람들이 인민대표대회 후보로 출마할 수 있을까? 현행 <선거법> 제7장 ‘대표 후보의 추천’ 중 제29조를 보면 다음과 같은 관련 내용이 있다.

“전국과 지방 각급 인민대표대회의 대표 후보는 선거구 혹은 선거단위의 추천에 의해 탄생한다. 각 정당, 인민단체는 연합 혹은 단독으로 대표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또한 선거민 혹은 (개별) 대표 역시 10인 이상의 연명으로 대표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추천하는 사람은 응당 선거위원회 혹은 대회 주석단에 후보자 상황을 소개해야 한다.”

즉 정당 및 사회단체뿐만 아니라 인민대표대회의 개별 대표들, 심지어는 일반 선거민 조차도 10인 이상의 연명으로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후보 추천 기준은 어떤 측면에선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완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의 선거법도 후보자 추천권이 선거민 혹은 정당에 속한다고 규정하지만, 실제로는 종종 유력한 정당이 그것을 독점하며, 후보자를 추천할 때도 반드시 일정 수의 추천인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산동성 제남시 남신북가(南辛北街) 유권자들이 연명으로 인대 대표 후보를 추천하는 모습 (2016년 12월)

오스트리아와 벨기에의 경우 국민의회 의원 후보자의 추천은 최소 100명의 선거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탈리아는 이 보다 더욱 엄격하여 하원 후보자가 되려면 500~1000명 선거민의 연서명이 필요하며, 상원의원 후보자는 300~500명의 연서명이 필요하다.*

* [중] 田穗生 등 공저,2005년,<중외대의제도비교>,상무인서관, p76.

한국은 국회의원 후보자에 대해 무소속 후보자인 경우 선거구 안에 주민등록이 된 300명 이상 500명 이하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지방의회 후보자는 정당 후보자가 아닐 경우 광역의회(시, 도의회) 의원선거에서 후보자로 등록을 하고자 하는 자는 그 선거구 안에 주민등록이 된 선거권자 100인 이상 200인 이하가 기명‧날인한 추천장을 등록신청서에 첨부하여야 한다. 또 기초의회(구•시•군 의회) 의원선거에 있어서도 정당 후보자가 아닌 사람이 후보자등록을 하고자 할 경우, 그 선거구 안에 주민등록이 된 선거권자 50인 이상 100인 이하가 기명날인한 추천장을 등록신청서에 첨부하여야 한다.

이에 비해 중국 <선거법>제31조는 “선거민이 직접 선거하는 인민대표대회 대표후보자(즉 현, 향‧진 인대 대표후보자-주)는, 각 선거구의 선거민과 각 정당, 인민단체가 추천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덧붙이고 있다.

선거위원회는 이들 추천된 예비후보자 명단을 모두 한데 모은 후 선거일 15일 이전에 공표하여 각 선거구의 선거민이 분반 토론, 협상을 통해 정식 대표 후보자 명단을 확정토록 한다. 만약 추천된 후보자 수가 본 법 제30조에서 규정한 최고 차액비율을 초과할 경우, 선거위원회는 각 선거구의 선거민에 넘겨 다수 선거민의 의견에 따라 정식 대표 후보자 명단을 확정하도록 한다. 정식 대표 후보자에 대한 일치된 의견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예비선거를 진행한다. 예비선거에서 득표 순위에 따라 정식 대표 후보자 명단을 확정한다. 정식 대표 후보자 명단은 마땅히 선거일 5일 이전에 공표해야 한다.

▲ 광시성 동흥시 시진(市镇) 양급 인민대표대회의 정식 후보자 명단 발표 (2021년 7월)

그밖에 현급 이상 지방 각급 인민대표대회에서 자신의 상급 인민대표대회 대표를 선거할 때(이 경우는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한다)는, 추천과 대표 후보자에 대해 상의하는 시간은 “2일 보다 작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급 인민대표대회 주석단은 규정에 따라 제출된 대표 후보자 명단을 인쇄하여 전체 대표에게 나누어주고, 전체 대표로 하여금 토론케 한다. 만약 추천된 후보자 수가 본 법 30조에서 규정한 차액비율에 부합할 경우는 투표를 진행하여 선거한다. 만약 추천된 후보자 수가 본 법 30조에서 규정한 최고 차액비율을 초과하면 예비 선거를 진행하도록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실제 이처럼 ‘선거민 혹은 대표 10인 이상의 연명’으로 대표를 추천한 사례는 얼마나 될까?

1988년 전인대 대표 선거 때 각 성‧자치구‧직할시는 제7기 전국 인대대표 2970명을 선출하였다. 선거과정에서 총 3872명의 후보자가 추천되었는데, 그중 정당 추천 후보는 3286명으로 전체의 84.9%를 점하였다. 일반 대표들이 연합하여 지명한 후보는 586명으로 14.9%를 점했다.

참고로 인민대표대회 대표 후보는 아니지만, 기록을 보면 1986년~1988년 선거 때부터 성급 국가기관의 지도자 인선에 있어 대표 10인이 연합한 ‘연명 추천’ 방식이 출현하고 있다. 예컨대 당시 27개 성급 선거단위(내몽고, 시장, 해남성 제외) 통계에 따르면, 선거 중 주석단이 추천한 후보와 일반 대표가 연합하여 추천한 후보자는 모두 646명이다. 그중 주석단이 추천한 사람은 541명(인대 상무위원회 주임, 부주임, 부성장, 법원원장과 검찰원 검찰장의 차액 후보자 64명 포함)으로, 전체 후보자의 84%를 점하였다. 대표 10인 이상이 연명으로 추천한 사람은 105명으로 16%를 점하였으며, 이들 중 실제 당선된 사람은 12명으로 당선자 총수의 2.5%를 차지하였다. 이들 당선자 중에는 하북, 강서, 호남, 감숙성의 인대 상무위원회 주임 각 1인, 닝샤성 인대 상무위원회 부주임 1인, 천진, 상해, 안후이, 절강, 하남성 등 부성장과 시장 각 1인, 강소성 법원원장 1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 [중]尹世洪 朱开杨 공저, 2002년,<인민대표대회제도 발전사>, 강서인민출판사, p231.

 

(7) 무기명 투표 원칙

 

현대 문명국가에 있어 ‘무기명 투표’는 선거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하는 중요 원칙이다. 현재 중국의 선거제도에 있어 무기명투표 방식은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행 <선거법> 제8장 선거절차 제36조는 “전국과 지방 각급 인민대표대회 대표 선거는 일률적으로 무기명투표 방법을 채택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선거민이 만약 문맹 혹은 장애인으로 선거 용지에 글을 쓸 수 없을 때는, 자신이 신뢰하는 다른 사람에게 위탁하여 대신 쓰게 할 수 있다.”고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과거 중국에는 무기명투표와 거수표결 두 가지 방식이 공존하였다. 1953년 선거법은 “현급 이상 인민대표대회의 선거는 무기명투표 방식을 사용 한다”라고 명시하였지만, 그 이하 단위에선 거수표결과 무기명투표 양자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즉 “향‧진, 시 산하 구, 구를 설치하지 않은 시의 인민대표대회 대표와 향‧진에 출석하는 인민대표대회 대표 선거는 거수로 대신할 수 있으며, 무기명으로 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이는 신중국 출범 초기 많은 사람들이 선거경험이 없고 문맹이 많았던 상황을 고려한 때문이다. 만약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무기명투표 방식을 강행할 경우,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데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1953년 제1차 보통선거 때 무기명 투표는 기본적으로 현급 이상의 선거에만 적용되었고, 그 이하 선거에서는 거수 혹은 무기명 투표방식을 병행하였다. 하지만 이후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는 범위가 점차 확대되었다. 1958년과 1963년 지방선거에서 절대 다수 지방에서 무기명 투표방식이 채택되었다. 1979년 선거법 개정 때는 거수표결과 무기명투표 병용 방식에서 일률적인 무기명투표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리하여 1978년 이후에는 무기명투표가 선거제도의 일반원칙이 되었으며, 각급 인대 대표선거에서 전면 실행되어 정착되게 되었다.

 

(8) 선거운동 및 기타

 

유권자가 선거민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와 관련하여 현행 <선거법> 제33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선거위원회 혹은 인민대표대회 주석단은 응당 선거민 혹은 대표들에게 후보자의 상황을 소개해야 한다.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 인민단체, 선거민과 대표는 선거민 소모임 혹은 대표 소모임 회의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자의 상황을 소개해야 한다. 선거위원회는 선거민과 후보자의 만남을 조직하여 선거민의 질의에 응답하도록 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유권자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다음 3가지 통로를 통해서 획득할 수 있다.

첫째, 추천자가 유권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추천자는 추천된 후보자의 현황에 대해 유권자 패널회의(유권자소모임 등)에서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둘째, 선관위가 유권자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선관위는 유권자가 후보자에 대해 토론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유권자에게 후보 상황에 대해 안내해야 할 의무가 있다.

셋째, 선관위 조직이 후보자와 유권자가 직접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선관위는 응당 후보와 유권자의 만남을 공식적으로 조직하여 많은 유권자가 후보자와의 만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후보자는 사실대로 본인의 사정을 설명하고, 당선 후 대표 직무와 의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유권자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야 한다.

▲ 후베이성 숭양현(崇阳县) 제54 선거구에서 인대 대표 후보자가 유권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2016년10월9일)

후보자와 유권자의 만남 같은 행사를 조직하는 방식과 관련해, 선거법 제34조와 직접선거 실시 세칙 제33조는 이 같은 상봉행사는 응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선거구 안에서 후보와의 회동은 시간, 장소, 규격을 통일해야 한다. 만남은 유권자회의나 유권자대표회의, 유권자모임, 상황별 인터넷 동영상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 이 같은 만남에서 유권자들은 인대 대표후보가 당선된 뒤 어떻게 대표직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고, 후보들은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 맞춤형 답변을 하여야 한다.*

*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을 참조. https://www.163.com/dy/article/GN5I055H0534B3IC.html.

선거법 [제6장 선거민의 등록] 제27조는 “선거민 명단은 응당 선거일 20일 이전에 공표하며, 선거민증(證)에 입각하여 선거를 실시하는 곳은 응당 선거민증을 발급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로부터 미루어 보건데 대략 3주 정도의 선거활동 기간이 주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기구가 선거를 주관할 것인지는 선거부정의 방지와 공명정대한 선거를 이끄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선거 주관기관과 관련하여 중국의 현행 <선거법> 제7조는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경우는 그 상무위원회가 전인대 대표의 선거를 주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성‧자치구‧직할시, 구가 있는 시, 자치주와 같은 현급 이상 인민대표대회의 대표 선거에 있어서도 그 상무위원회가 본급 인민대표대회 대표의 선거를 주관하는 기관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에 비해서 구가 없는 시, 시 관할 구, 현, 향‧진의 경우 따로 ‘선거위원회’를 설립하여 본급 인대 대표 선거를 주관하도록 되어 있다. 또 이런 단위의 선거위원회는 동시에 본급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의 지도를 받고, 가장 말단 행정단위인 향‧진의 선거위원회는 그 상급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의 지도를 받는다. 성‧자치구‧직할시‧구가 있는 시‧자치주의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본 행정구역 내 현급 이하 인민대표대회 대표의 선거업무를 지도한다.

이처럼 현급 이하의 선거는 기본적으로 자체 ‘선거위원회’가 주관하되, 본급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및 그 상급(성‧자치구‧직할시) 상무위원회의 중첩된 지도를 받는 조건에서 선거를 진행함에 따라, 상급 기관의 감독과 견제라는 이중의 장치를 두고 있다.

선거비용과 관련해서 보면, 현행 <선거법> 제8조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지방 각급 인민대표대회의 선거비용은 모두 국고에서 지불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높은 비용 때문에 ‘금권선거’, ‘부자에게 유리한 선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와 비교된다.

선거구의 확정과 관련해선, 현행 <선거법> 제24조는 “선거구는 거주지에 따라 확정할 수 있고, 또한 생산단위•사업단위•업무단위에 따라서 확정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는 직장이 있는 선거민의 입장에선 특별히 거주지에서만 투표할 필요가 없기에 전반적으로 투표율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연합환약(联环药业) 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구(區) 인대 대표 선거에 투표하는 모습 (2021.12.15.)

또 “선거구의 크기는 매 선거구 마다 1명~3명 대표를 선출하는 것에 따라서 구분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은 인구 규모에 따라 소선거구 내지는 중선거구가 결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당선 조건과 관련하여, <선거법> 제41조는 두 개의 과반수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선거민이 인민대표대회 대표를 직접 선출하는 현급 이하 선거의 경우는 “선거구 전체 선거민의 과반수가 투표에 참가할 때 투표는 유효하며, 투표에 참가한 선거민의 과반수를 획득할 때 후보자는 당선된다.”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현급 이상 지방 선거의 경우는, “대표 후보자는 전체 대표 과반수의 표를 획득할 때 당선된다.” 만약 득표수가 같아서 잠시 당선자를 확정할 수 없을 때는 “응당 득표수가 같은 사람끼리 다시 선거를 하여 더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당선된다.”라고 되어 있다.

 

3) 선거에 있어 당의 역할

 

집권당인 중국공산당은 당연히 인민대표대회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부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중국공산당이 선거 전반을 좌지우지 하지는 않는다. 실제로는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1981년 중공 중앙은 국무원 민정부(民政部)가 제출한 <전국 직접선거 업무 중 몇 가지 문제에 관한 지시요청 보고>를 비준하였다.*

* 이하 내용은 다음 참조함. [중]尹世洪 朱开杨 공저, 2002년,<인민대표대회제도 발전사>, 강서인민출판사, p227.

이 보고서는 “당에 의한 간부 관리 원칙민주선거의 관계를 잘 처리하여야 한다.”라는 문제 제기를 하였다. 여기서 국가기관인 국무원 산하 민정부(민정부는 인사관리를 주관하는 우리나라의 행정안전부에 해당하는 부서이다)가 중국 공산당 중앙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비준을 요청한 것은, 당시 아직 문화대혁명의 혼란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정분리’ 원칙이 본격 추진되기 직전의 상황을 반영한다. 이후 ‘당정분리’ 원칙은 정치개혁의 중요한 일환으로 추진되어 오늘날에 와서는 형식상으로 당정은 완전히 분리되었다. 일단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서 오늘날 공산당의 인민대표대회 대표 선거에 대한 기본방침을 엿볼 수 있고, 양자 관계를 관찰하는데 참고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헌법이 부여한 중국공산당의 ‘영도’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중국공산당은 일찍이 ‘인사정책’과 관련하여 “당이 간부에 대해 관리한다.”는 원칙을 수립하였다.*

* 이하 내용은 다음 참조함. [중]尹世洪 朱开杨 공저, 2002년,<인민대표대회제도 발전사>, 강서인민출판사, p227.

이에 따라 중국공산당은 국가 고위간부에 대해 일련의 자체 채용기준을 정하고, 덕과 전문성을 고루 갖춘 인재를 선발하되 특히 ‘당성’과 같은 덕목을 중시하였다. 위의 민정부 보고서에서 ‘간부 관리원칙과 민주선거 관계’를 올바로 처리한다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간부선발 기준이 인민대표대회 대표 선거의 민주적 성격을 해치지 않은 조건에서 어떻게 상호 융합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위 보고에서 제안하는 이하의 내용들은 그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간주된다.

첫째, 각급 당 위원회가 심사 비준한 후보자명단은 마땅히 선거민과 대표가 추천한 것과 일치하도록 노력 한다. 만약 일치하지 않을 경우엔 마땅히 차액선거 원칙에 입각하여 보고 후 심의 비준을 받는다.

둘째, 당 위원회가 사전 비준한 명단과 선거결과가 불일치할 시에는, 마땅히 선거결과에 복종한다.

셋째, 당 위원회는 접수한 후보자명단을 응당 적시에 심사 비준함으로써 인민대표대회 개최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

넷째, 대표의 구성 비율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 대표 중 당원 비율은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며, 여성 비율은 20%보다 낮지 않아야 한다. 기타 비당원 출신의 각계 인사는 모두 적당 수 대표가 존재하여야 한다.

다섯째, 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비당원은 응당 1/3를 점하여야 하고, 여성은 1/5보다 적어서는 안 된다. 인민정부의 지도부 구성에 있어서 최소한 1명의 여성과 비당원 간부가 있어야 한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우리는 우선 중국공산당이 집권당으로서 선거에 관한 독자적인 지도방침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은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당의 방침은 법적 선거절차를 무시하거나 억지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절차를 밟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위의 민정부 방침의 경우 후보자 추천에 있어 각급 당 위원회는 자신이 작성한 추천 명단을 제시한다. 하지만 동시에 현행 <선거법>에 입각하여 10인 이상 선거민이나 인대 대표 역시도 연명으로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후자에 의해 추천된 명단 역시 합법적 절차를 거친 것이기에 중시할 수밖에 없으며, 양자는 우선 가급적 일치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 만약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마땅히 ‘차액선거 원칙’에 입각해 보고하고 심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차액선거가 허용하는 범위(직접선거: 1/3~1배, 간접선거: 1/5~1/2배) 내에서 양쪽이 추천한 후보 간 최대한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최종적으로 비록 당 위원회에서 비준한 명단과 실제 선거결과가 다를 경우라도 선거결과에 복종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당이 추천한 인사의 비중과 관련해서도, 당원 비중이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과 인대 상무위원회의 비당원 비중이 1/3을 점하도록 할 것 등을 내부 방침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집권당인 중국공산당이 인민대표대회의 인사를 독점하지 않고 각계 인사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인대의 인사 구성에 있어 가급적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좀 더 개혁개방이 진전된 이후에 실시된 1986년~1988년 선거 시, 이때의 선거 관련한 당의 방침은 아래와 같다.

첫째, 선거민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할 것, 대표 구성과 각종 대표 비율을 경직되게 규정하지 말 것 등을 강조하였다.

둘째, 인대 대표의 소질을 높이고, 대표가 일정한 사회활동 능력과 의정능력을 갖출 것을 강조하였다.

셋째, 대표의 지식(전문성) 구조, 연령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인대 대표가 단순한 명예직이 아니도록 하였다.

넷째, 차액선거를 반드시 견지하고 등액선거를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다섯째, 지도자가 후보자를 지명하고 유권자는 단순히 투표하는 방식을 지양하도록 하였다.

여섯째, 각 정당‧ 단체가 연합 혹은 단독으로 지명한 후보자일지라도, 선거민 다수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후보자명단에 들어가지 못하게끔 하였다.

여기서도 우리는 당의 선거방침이 <선거법>에 따른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는 선상에서 가급적 민의와의 일치를 추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문제를 좀 더 일반화시켜 중국공산당의 당에 의한 간부관리 원칙과 인민대표대회 제도와의 관계에 대해서 논의해 보도록 하자.

▲ 당 간부의 작풍 건설을 강조하고 있는 포스터

중국 헌법은 중국공산당에게 집권당으로서의 ‘영도적 사명’을 부여하고 있다. 이 같은 헌법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은 ‘공산주의 실현’이라는 자신의 최고 강령을 제시한다. 또한 맑스 레닌주의와 모택동 사상을 자신의 지도 사상으로 삼고, 인사방침과 관련해선 ‘당에 의한 간부 관리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원래 노선과 정책이 정해지면 그 다음 실제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사람’ 즉 ‘간부’의 문제가 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인대 선거는 중국의 최고 권력기관의 인적 구성과 관련되는 문제이기에 중국공산당은 어떠한 형태로든 적극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인대 선거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은 국가기관의 주요 지도간부를 인대에 추천함으로써, 인대가 보유하고 있는 인사 임면권(任免權)에 적극 관여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당이 국가사무에 대한 영도를 실현하고, 집권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공고히 할 수 있는 중요한 조직적 보장이며, 다른 한편 당이 간부를 관리하는 원칙의 직접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집권당이 이렇듯 선거와 중요 인사의 임면에 적극 개입하게 되면, 자칫 선거의 민주성과 인민대표대회의 인사권을 침해할 소지가 발생한다. 여기서 인민대표대회의 자율성과 집권당의 ‘영도적’ 사명 내지는 ‘당의 간부관리 원칙과의 모순이 발생한다. 중국공산당은 실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또 이 과정에서 부딪치게 되는 현실적 곤란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사회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한 단계 깊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관건은 당의 간부관리 원칙이 인민대표대회제도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양자가 상호 융합될 수 있는 길을 찾는 데에 있다. 이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입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이하 관련 내용은 다음 참조함. [중]尹世洪 朱开杨 공저, 2002년,<인민대표대회제도 발전사>, 강서인민출판사, p309.

먼저, 이 모순을 해결하는 열쇠는 인대 내부의 당원 및 당 조직(당 프랙션)을 잘 활용하고, 이들과 당 위원회(해당 지역의 당 지도부)와의 관계를 올바로 정립하는 데에 있다. 우선, 각급 인대가 법에 의거하여 자신의 인사 임면권을 자율적으로 행사하는 권한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당은 그것을 존중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인대 상무위원회 내의 당 조직(당 프랙션)과 당원 (인대) 대표의 활동을 통해 당의 의도를 다른 인대 대표나 상임위 위원들의 의견으로 전화시켜 당의 영도를 실현토록 노력해야 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정치‧조직상 인민 스스로 국가사무를 관리하는 권력을 인민대표대회제도를 통해 행사토록 보장하면서도, 내용상으로는 당의 영도를 관철할 수 있다.

▲ 간쑤성 백은시(白银市) 인대 상무위원회 내의 당 조직이 당사를 학습하고 있는 모습 (2021.8.24.)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대 상무위원회 내부의 당 조직(프랙션)은 당 위원회가 추천한 인선을 검토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한다. 검토 결과 당 위원회와의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 사실대로 그것을 당 위원회에 보고한다. 만약 인대 내 당 조직 다수 성원이 당 위원회의 인선에 찬성하지 않을 경우, 당 위원회에 다시 인선을 추천할 것을 건의하거나 추천을 연기토록 건의할 수 있다.

그래도 당 위원회가 자신의 인선을 바꾸기 어렵다고 한다면, 인대 내 당 조직은 다시 한 번 자체 검토와 토론을 벌인 후 의견이 비교적 일치하기를 기다려서 당 위원회가 다시 정식으로 추천할 것을 건의한다. 직무를 맡는데 명확히 부적합한 인선에 대해 당 프랙션은 잠시 인대 상무위원회에 심의 요청을 보류할 수 있다.

이렇듯 해당 지역 당 위원회와 당 프랙션 사이에 인선을 둘러싼 몇 차례의 소통을 거치게 되면, 당 위원회의 독단적 결정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일선 당 조직의 입장이 당 지도부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상은 중국공산당이 ‘당의 간부 관리원칙’과 인민대표대회의 ‘자율적 운영’과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물론 현실의 실천과정에선 양자 간에 충돌과 각가지 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 아래의 당 내부 문서는 이와 관련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당이 간부를 관리하는 원칙과, 인대가 간부를 임면(任免)하거나 자주적인 선거를 치르는 것은 애초 서로 안 맞는다고 주장한다. 인대가 간부를 임면하는 절차는 그저 형식에 불과하다고도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 어떤 이는 인대가 인사 임면에 있어 당 위원회와 인사권을 다투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등등”

 

이처럼 현실의 다양한 편차는 인민대표대회제도의 운영과 ‘당의 간부관리 원칙’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곤란함을 일정정도 보여준다. 그렇다 할지라도 양자가 애초부터 적대적 관계를 형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충분히 제도적 보완과 경험적 보충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여지며, 이 같은 판단의 근거는 다음 몇 가지 사항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 당원들 간의 인식상의 편차는 당 내부 토론과 학습을 통하여 극복이 가능하다.

둘째, 당 위원회와 인대 내부 당 조직의 관계, 당의 결정을 국가권력이나 대중조직 내에서 관철하는 절차와 원칙 등은 비교적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으며, 또한 지켜질 수 있는 것들이다.

셋째, 설령 양자 간의 충돌이 발생할지라도 당은 형식적‧법적 절차를 준수할 것임을 당의 방침에서 분명히 하고 있다. 즉 당은 일단 인대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른다는 것이다.

넷째, 그간의 실천은 양자 관계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관습화‧제도화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서구 민주주의의 제반 규정 및 관습과 마찬가지로, 이제 중국의 인민대표대회제도 역시 한 사회의 ‘정치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어느 한 쪽의 자의성에 의해 쉽게 변형되거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다섯째,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공산당과 인민 대표 사이에 적대적인 이해 대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계급모순을 기본적으로 해결한 사회이다. 그리고 제2장에서 이미 소개했듯이 인대 대표 중 대략 70% 정도가 중국공산당 당원이며, 중국공산당 스스로 당장(黨章)에서 ‘인민을 위해 복무’ 할 뿐 자신의 ‘특수한 이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천명하고 있다. (계속)

이 기사를 총 192번 보았습니다.

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