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범민련 남측본부] 당면한 정세에서 한반도 군축으로 민생과 복지, 평화를 해결하자는 것은 반제자주화에 앞장서야 할 민중운동의 역할을 왜곡하고,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한 민족대단결 운동을 가로 막는 잘못된 주장이다! 반미자주없이는 민생도, 평화도, 통일도 없다!
당면한 정세에서 한반도 군축으로 민생과 복지, 평화를 해결하자는 것은
반제자주화에 앞장서야 할 민중운동의 역할을 왜곡하고,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한 민족대단결 운동을 가로 막는 잘못된 주장이다! 반미자주 없이는 민생도, 평화도, 통일도 없다! |
_ 범민련 남측본부(2022.10.24)
들어가며
역사적인 사회운동은 올바른 좌표와 이정표가 있을 때 우여곡절을 최소화하고 편향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핵보유의 불균등성으로 인해 한반도에 일방적인 핵전쟁위협이 강요되던 시기에는 반핵이 곧 반전평화였으며, 반미반제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70년 넘게 지속되어 온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 위협은 북의 핵무력완성을 초래하였다. 북미간의 핵보유 불균등성은 미국 스스로가 깨버린 것이다.
전쟁억지력이자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북의 핵무력은 초강대국 미국과의 세기적 담판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만들어 내었다.
북미핵담판시대에 이르러 반핵과 평화군축은 민족자주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민족 대 미국의 대결의 역사적 근원과 과정을 옳게 이해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반핵이 곧 반전평화인 것처럼 교조적으로 받아들일 위험성을 갖게 된다.
역사와 현실정세를 간과한 채 반핵=평화, 군축=반전평화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한반도의 근본문제가 마치 핵문제인 것처럼 호도되고, 미국의 민족적대분열정책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로 전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종전선언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마찬가지이다.
정전협정을 종전선언으로 전환시키자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 또한 미국의 한반도 지배와 간섭이 초법적이고 일방적으로 자행되는 조건에서는 사실상 공리공담에 지나지 않는다.
정세가 어떻게 변하고,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 양상이 어떻게 되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반미반제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이다.
한반도 군사적 충돌의 근본 원인을 간과한 채 정세가 격화된다고 해서 반전평화 또는 평화군축을 해법으로 앞세우게 되면 결과적으로 정세대응에 혼란을 주고 필연적으로 대중운동의 통일성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대결구도와 통일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대중화의 출발점이다.
대중화란 대중 자신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표현을 순화하거나 수위를 낮춘다고 해서 대중화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반미 없이 평화 없고, 반미 없이 반전 없으며, 반미 없이 민생도 없고, 반미 없이는 통일도 없다.
우리가 들고 갈 시대의 좌표이자 실천의 기준은 오직 반미자주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1. 민족문제와 통일문제는 서로 구분되면서도 연관되어 있다
1) 우리민족이 외세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분단되기 전부터 민족문제는 존재해 왔다.
민족문제란 외세의 지배와 간섭에서 벗어나 민족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자주적으로 도모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가깝게는 한반도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청, 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열강들 간의 다툼이 극심해지던 19세기말부터 한반도의 자주권문제는 안으로는 봉건사대통치를 혁파하고 갑오농민항쟁 등에서 나타난 민중들의 반봉건 민주개혁요구를 실현해 나가는 문제였고, 밖으로는 외세의 약탈지배주의로부터 국권을 수호하는 과제로 나타났다.
동서고금의 모든 역사는 정치적 자주권과 이를 수호할 자주적 역량을 갖는 것이야말로 민중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웅변해주고 있다.
2) 통일문제는 외세를 몰아내고 전국적으로 민족자주권을 쟁취하는 것을 말한다.
2000년대 들어 통일문제는 6.15공동선언에 따라 남북의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넘어 공동의 이익을 중심으로 자주적으로 평화번영통일국가를 수립하면 해결되는 것이었다.
이남의 기득권지배세력들은 정치경제군사 등의 주권을 미국에 내주고 오로지 미국만이 최고의 가치요 절대 선이라는 맹목적 사대주의를 자신의 생명줄이자 정체성으로 여기며, 세뇌와 강권을 통해 자신들만의 지배체제를 유지해 왔다.
참담한 예속적 굴레를 극복할 정치적 역량이 튼튼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중들은 치열한 투쟁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참다운 민주개혁을 이룰 수 없었으며, 통일문제해결을 위한 유일무이한 이정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3) 민족문제는 통일이 실현되더라도 제국주의와 사대주의가 남아 있는 한 민족의 자주적 발전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족의 자주권을 더 강화하고 올바른 민족시책을 통하여 자주적인 사회기풍을 굳건히 세우는 과제를 항상 갖게 된다.
2. 우리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가 요구하는 본질적 문제는 무엇인가
1)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은 제 1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대내외에 천명하였다.*
* G8 정상회의(2000.7), 아세안지역포럼(ARF. 2000.7), 160여개국의 정부수반들이 참가한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담(2000.9.8.),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2000.10), 제55차 유엔총회(2000.10.31.)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는 결의문과 성명서 등을 채택하였다.
이해 10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하여 쌍방관계의 근본적 개선을 골자로 한 북미공동성명에 합의하였으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10월 23일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예방하였다.
통일문제는 민족내부의 문제이므로 자주적으로 풀어 나가는 동시에 외세의 간섭과 개입을 배격하고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6.15남북공동선언으로 통일과 반통일의 계선은 우리민족대 미국 및 반통일세력과의 대결구도로 나타났다. 따라서 남북공동선언은 자주와 애국, 예속과 매국을 가르는 시금석이 되었다.
2) 6.15남북공동선언은 2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하였으며, 2007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선언에서 “남과 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한데 이어 2018년 9.19평양선언에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였다.
다시 요약하면 역대 남북공동합의의 핵심은 서로의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민족자주의 원칙아래 통일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선비핵화’, ‘비핵화와 남북대화 속도조절’, ‘전략적 인내’ 등을 내세운 미국의 지속적인 대북적대정책과 통일방해로 인해 모든 합의이행들이 좌절되고 말았다.
지난 과정은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구도가 근본적인 관계개선으로 전환하려면 적대정책과 핵 및 미사일 개발· 시험 등에 대한 미국식 이중기준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은 2017년 11월 29일,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일방적 핵전쟁위협의 비대칭적 상황을 종식하고 미국의 패권과 민족분열정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북미대결의 새로운 국면, 즉 북미핵담판시대를 열어 내었다.
3. 반미 없이 평화 없고, 반미 없이 통일 없다
진보진영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평화군축문제는 북미대결의 본질적인 목표가 아니다.
평화군축문제는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구도의 측면에서 볼 때도 본질적 과제가 아니다.
북미대결과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에서 역사적이며 본질적인 문제는 민족적대와 이북정권의 붕괴를 목표를 하는 미국의 일극 패권지배전략을 우리민족의 힘으로 배격하는 문제다.
이것은 조국통일의 전제이며 관건적인 과제다.
북미대결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군축문제는 미국의 한반도지배전략이 초래한 자업자득의 결과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확장억제전략강화는 미국의 본토안전과 자국민 보호라는 측면과 함께 미국의 반중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한반도를 전쟁의 전초기지요 발진기지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이것이 한미동맹의 본질이다.
때문에 그 어떤 경우에도 근본관계 개선(=한반도 지배를 위한 대북적대정책의 폐기)없이 군축을 통한 한반도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화군축 주장의 현실성과 정당성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철저히 반미를 관통하지 않는 한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군축을 이남지역의 대중운동의 실천과제로 내세운다는 것은 최종단계에 이른 북미대결의 정세인식에 대한 오류일 뿐만 아니라 정세와 동떨어진 실천을 낳고 만다.
우리가 당면해서 직시하고 집중해야 하는 것은 반미자주 통일투쟁이어야 함에도 평화군축을 들고 나가는 것은 한반도문제의 역사성과 그 근원을 간과하고 왜곡하는 것이다.
민족문제와 통일문제는 반미로 시작해서 반미로 종결되어야 하며, 군축은 대북적대정책의 폐기와 평화협정 이후에 상호신뢰와 핵위협의 근간이 해소되었다고 판단한 후에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이 대화와 위협을 오락가락하며 6자회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대북적대정책을 지속하자, 북은 2009년 1월 7일 외무성 대변인 기자회견문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없이는 살아갈 수 있어도 핵 억제력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조선반도의 현실이다…관계정상화와 핵문제는 철두철미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가 갈망하는 것이 있다면 조미관계정상화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안전을 더욱 믿음직하게 지키기 위한 핵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게 되었다.
2010년 1월 1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는 “자주권을 계속 침해당하면서 자주권을 침해하는 나라들과 마주 앉아 바로 그 자주권 수호를 위해 보유한 억제력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미국측 사정을 고려해 6자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선행시키는 노력을 6년 이상 기울였지만 평화협정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평화체제를 론의하기 앞서 비핵화를 진척시키는 방식은 실패로 끝난 것이며, 신뢰없이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기초가 없이 집을 짓는 것과 같다는 것을 실천경험이 보여주었다”고 하면서 2005년 2월 핵무기보유를 선언하고 핵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한반도비핵화의 전망에 대한 원칙적 입장은 2013년 1월 24일 북의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선명하게 나타났다.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보다 위험한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이상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대국들의 비핵화실현에 총력을 집중하여야 한다.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을 비롯한 온갖 불순세력들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며 그것을 안받침하고 있는 미국의 방대한 핵무력이다.
따라서 미국의 비핵화를 포함한 세계의 비핵화를 완전무결하게 선행해나갈 때 조선반도의 비핵화도 있고 우리의 평화와 안전도 담보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이 찾은 최종결론이다.
앞으로 조선반도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은 있어도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상정되는 대화는 더는 없게 될것이다.”
미국 비핵화와 세계비핵화가 선행되어야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처음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공동노력한다는 합의가 있었음에도 ‘북의 모든 핵폐기’를 일방적으로 요구한 네오콘들에 의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은 결렬되고 만다.
뭐라도 할 것 같았던 기대가 깨지자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10월 스웨덴 실무 접촉에서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15차례에 걸쳐 우리를 겨냥한 제재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으며 조선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장비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했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고 밝히게 된다.
7차 당대회(2016. 5)와 8차 당대회(2021.1)에서 연이어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밝힘으로써 그간 기만과 빈말로 반복되었던 대미협상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022.1.5.일 보도한 전 쿠웨이트 주재 류현우 이북 대사대리 인터뷰 내용
“한미는 조선 비핵화를 한반도 비핵화로 인식하지만 북한은 ‘조선반도‘를 겨냥하는 외부로부터의 모든 핵위협의 청산을 비핵화로 인식하고 있다”, “북의 주장대로라면 오키나와와 괌(미군기지)까지 다 포괄하게끔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핵화협상 재개가 늦어질수록 협상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한번 강조하건대 한반도정세에서 기본과제는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다.
통일은 외세의 부당한 지배와 간섭을 배격하는 우리민족의 역량이 압도적일 때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
4. 평화군축 주장이 담고 있는 몇 가지 오류에 대해
– 한반도문제 해결에서 경제주의적 관점을 경계해야 한다 –
① 6.15공동선언은 교류협력의 중흥기요, 연대연합의 전성기를 가져 왔다.
이 시기에도 미국의 통일방해와 간섭이 여전하였으나, 남북교류협력이 전면화 되면 통일의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때였다.
이남 정권은 남북의 군사정치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은 부차시하면서 민족공조와 외세공조의 위험한 양줄타기를 반복하였다.
연북대단결에 대한 민심과 여론이 높아진 반면, 미국은 남북대화와 협력을 가로 막고 대결과 불신을 재연시킬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2002년 10월 켈리 대북특사의 방북으로 조일평양선언이행도 물거품이 되고 또다시 한반도는 핵시비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러한 악순환의 반복은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더구나 민족자주와 남북공조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이남정권의 예속적 한계는 중요 국면마다 미국의 ‘개입과 관여 전략’과 ‘비핵화와 남북관계 속도조절’에 편승함으로써 남북관계는 결국 정치군사문제해결을 위한 진입로에서 번번이 좌절해야 했다.
② 남북공동선언이 열어 준 남북연대연합의 힘에도 불구하고 거족적 통일운동, 연북대단결운동이 일정한 한계를 가지게 된 것은 통일문제해결에 대한 경제주의적 관점 때문이었다.
경제주의적 관점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첫째는, 자주통일운동진영이 통일의 걸림돌인 외세개입과 남북의 정치군사 등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교류협력사업에 치중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둘째는, 통일문제를 민족자주에 기초한 연북대단결로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배격해야 한다는 근본관점을 모든 계기에서 철저히 구현해내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자주통일운동의 역사적 지위와 역할이 약화되고 민간통일운동으로 전락되어 버리는 양상을 낳고 말았다. 셋째는, 통일문제를 일관되게 거족적 운동의 관점과 방식으로 발전시켜 내지 못하고 이남의 요구와 실정을 앞세우며 심지어는 관변화의 경향까지 나타나 민족대단결운동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민족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서 미국지배전략에 대한 철저한 자각과 아울러 어떤 난관과 장애가 있더라도 연북대단결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는 완강한 자세 없이는 통일문제는 결코 진전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경험이다.
교류협력사업을 반통일 요소들과의 투쟁에 결합하지 않는 것, 반미투쟁과 통일운동의 대중화를 분리하는 것, 미군철수투쟁이 통일운동 대중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간주하는 것 등의 경제주의적 관점은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다.
③ 평화군축 주장 또한 민족문제해결에 있어서 경제주의적 관점이다.
반미에 기초한 평화를 내세우지 않고, 미국의 한반도지배전략의 근본 전환을 전제하지 않는 군축주장은 당면한 한반도 대결정세의 성격과 장기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9.8)인 ‘현 단계에서의 사회주의 건설과 공화국 정부의 대내외 정책에 대하여’에서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우리의 핵 그 자체를 제거해버리자는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게 하고 자위권행사력까지 포기 또는 렬세하게 만들어 우리 정권을 어느 때든 붕괴시켜 버리자는 것입니다… 미국이 조성해 놓은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형세 하에서, 더우기 핵적수국인 미국을 전망적으로 견제해야 할 우리로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제 만약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환경이 변해야 합니다…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습니다…지구상에 핵무기가 존재하고 제국주의가 남아 있으며 미국과 그 추종무리들의 반공화국책동이 끝장나지 않는 한 우리의 핵무력강화로정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우리의 핵을 놓고 더는 흥정할 수 없게 불퇴의 선을 그어놓은 여기에 핵무력정책의 법화가 가지는 중대한 의의가 있습니다.”*라고 천명하였다.
*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의 입장에 기초한 한반도 군축의 사명에 대해
첫째, 한반도 군축은 나라의 자주적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평화적 전제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나라의 통일을 평화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가장 선차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다. 즉, 한반도 군축은 통일을 전제로 하는 군축이어야 한다.
때문에 한반도 군축은 분단고착으로 이어 지는 어떠한 요소도 철저히 경계, 배격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군축의 평화적 사명이다.
둘째, 미군철수가 이루어 지지 않는 군축은 실제적 의의를 가지지 못한다.
특히, 군사적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화되고, 분단영구화 전략이 공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조건에서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배격하고 미군철수를 이루는 것은 평화와 통일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세째, 평화협정 또한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이다.
북미평화협정은 미군철수문제, 무력불사용문제, 군비증강과 군비경쟁중지문제, 외국군사기지철폐문제, 미국의 내정불간섭문제 등을 포함한다.
미국은 이남을 미본토안전과 중국견제를 위한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해 핵우산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대북적대정책 폐기와 미국의 핵위협제거는 한반도 비핵화실현의 초기목표인 동시에 비핵화 실현의 기본조건이다.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는데서 선차적인 문제는 조미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압축하자면, 핵정책이 바뀌려면 조선(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하고, 핵무기와 제국주의 그리고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책동이 끝나지 않는 한 핵무력강화는 계속된다는 것이다.
자주통일진영의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는 평화군축주장을 노동과 민생을 살려야 한다는 현실문제와 결부시키고 있는 부분이다.
외세의 지배간섭과 적대정책이 극단적으로 지속되고 있고, 군사적 충돌의 위험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과 민생복지문제 해결을 군축과 결부시키는 것은 본질적 초점에서 벗어난 오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누가 노동자 서민의 생존권투쟁을 절박하지 않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임단협 위주의 노동투쟁, 고용보장을 요구하면서 외세종속 재벌체제해체에 도전하지 않는 투쟁, 차별과 불평등을 해결하자고 하면서 정규직 전환에만 치중하는 투쟁, 기후정의와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제국주의의 수탈과 강제적 산업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저항하지 않는 경제주의적 관점을 극복하지 않으면 결코 노동자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미군철수는 제쳐 놓고 평화군축을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은 미국의 나토동진과 우크라이나에서의 극우화 및 신나치화 그리고 오렌지혁명으로 포장된 연이은 친미쿠데타가 촉발시켰다.
그리고 G2를 넘어 세계 제1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포위견제하기 위해 벌인 복합전쟁인 미국발 신냉전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파괴를 가속화시켰고, 미국우선보호주의로 무장한 제국의 자본은 달러패권의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서양동맹은 균열하고 있는 반면, 중남미의 ‘핑크 타이드’, BRICS+, 脫달러를 위한 SCO(상하이협력기구)에 사우디와 이란 등 적극 참여 등은 미국패권 쇠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세계 각국은 실리외교를 내세우며 다극화와 주권존중이라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종식을 원하는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할수록 민생파탄과 퍼팩트 스톰의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유럽이 사는 길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종결이 아니라 미국의 단극지배질서를 반대하고 나토의 팽창과 미국 주도의 대중대러 제재를 거부하는 것이며,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국익과 주권존중의 정치로 돌아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나토확장전략과 인도태평양전략에 묶여 미국의 안보파트너로 묶여 버린 유럽과 대만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의 희생양으로 되고 말 것이다.
이남은 어떠한가.
이남경제를 덮치고 있는 3高 쓰나미는 미국발 세계재앙의 하나이다.
이남사회가 겪어야 할 피해와 고통은 정치예속·달러종속·한미동맹·대기업위주의 수출주도형 경제·금융자유화·자원과 기술의 대외의존경제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결과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파괴하면서까지 미국중심의 공급망재편을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다극화를 추진하면서 달러패권에서 벗어나고, 국익이 보호되는 경제영역을 구축해 나가려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나오게 된다.
미국주도의 대러제재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나라가 150여 개국에 달하며, BRICS+와 SCO(상하이협력기구)의 부상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감산, 중남미의 핑크 타이드 등 일련의 변화되는 정세를 볼 때 세계는 이미 반미반제다극화·실리중립외교라는 새로운 질서구축에 들어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남에서 노동과 민생을 구하는 방법은 진정한 민주정부수립과 자주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 어느 것 하나 반미를 우회해서는 방법이 없다.
결국, 노동과 민생문제를 한미동맹을 목숨처럼 여기는 윤석열정권 하에서 군축으로 풀자는 것은 현실 불가능한 것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 의한 지배간섭을 영구화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④ 평화군축 주장은 상호자제와 양비론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분단유지동맹이자 흡수통일동맹인 한미동맹의 실체는 주한미군이며 핵우산이다. 이것을 근원적으로 제거하자는 것이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이 향하는 종착점이다.
분단된 나라에서 미국의 지배와 간섭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은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구도에 따라 각계의 힘을 반미로 모으는 것이다.
핵담판에 기초한 북미간의 최종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때에 나온 평화군축주장은 사실상 적대적 평화공존론에 지나지 않는다.
평화공존이란 결국 핵대결의 당사자인 북미 간에 상호자제와 협상절충을 요구하게 된다.
적대정책과 지배간섭정책에 아무런 근본적인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⑤ 평화군축 주장은 민족대단결 노선에서 이탈하는 주장
6.15공동선언이후 한반도에서의 대결구도는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구도로 전환되었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종식시키는 가장 큰 힘은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치는, 즉 민족자주에 기초한 민족대단결에 있다.
민족대단결은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배척하는데서 힘 있는 자는 힘으로, 지식 있는 자는 지식으로, 돈있는 자는 돈으로 자주통일위업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반도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자주권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평화군축 주장은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배격하고 자주통일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평화공존으로 귀결된다.
결국, 평화군축주장은 민족대단결의 원칙과 목적에서 이탈한 주장이 될 수밖에 없다.
⑥ 평화군축 주장은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 구도 관점과 실천에서 이탈
위와 같은 이유로 평화군축 주장은 우리민족과 미국의 대결구도를 희석하게 된다. 반미 없는 평화군축이 필연적으로 도달하는 지점이다.
평화군축은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의 마지막 단계 또는 그 이후의 문제이다.
우리민족의 과제는 미국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민족내정간섭을 영구적으로 중단시키고, 일체의 민족적대 민족분열정책을 폐기시키는 것이다.
“군사비를 복지로”,“전쟁비용을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전환하자”는 등의 주장은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세계사적 대격동의 정세 본질에서 벗어난 것에 불과하다.
결론
외세의 지배간섭과 적대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분단된 나라의 친미예속정권하에서 노동·민생·평화 등의 문제해결은 민족적이며 역사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일제하 노동운동이 반일민족해방의 궤도위에서 처절하게 전개되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일제하 소작료인하투쟁이 반일자주독립국가 건설투쟁과 함께 진행되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던가.
정치경제군사주권이 예속된 나라에서 민중들의 운명 변화는 근본적으로 자주화투쟁으로부터 시작되며, 이 투쟁은 민생민권쟁취투쟁을 거치면서 더욱 강화발전된다.
미국은 현상변경세력이라 규정해 놓은 전략적 경쟁국가인 중국을 상대로 진격작전, 참수작전, 유사시계획, 도발원점타격, 대량응징보복전략 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중국정권 붕괴전략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북에 대해서는 이 모든 것을 입체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막대한 자금지원으로 대북삐라살포까지 강행하고 있다.
이남경제의 기형화 예속화를 통해 온갖 차별과 억압을 만든 것은 미국의 신식민지정책이다.
이는 분단을 영구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흡수통일을 목표로 한다.
이것을 위해 민족분열정책을 시도하고, 북에 대해서는 적대정책을 강압하고 있다.
미국은 독일통일을 러시아가 수용한다면 나토를 단 1인치도 동진시키지 않겠다고 속임수를 썼고, 러시아는 순진하게도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해체하면 나토도 해체할 것이라고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져 있었다.
2차세계대전 이후 사회주의 확산을 저지하고 미국의 세계지배를 실현하기 위해 트루먼 독트린과 마샬플랜으로 세계를 양분화한 이후 이 정책의 근간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미국의 목표는 그 어떤 나라도, 어떤 지역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단극지배주의와 미국 금융자본의 영구적인 세계지배를 유지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을 보유하고 가장 많은 침략전쟁을 일으킨 미국은 아직도 평화수호세력으로 포장되어 있으며, 패권에 도전하는 나라들은 여지없이 ‘악의 축’으로 취급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미국의 북비핵화는 실패했다. 북의 핵무기를 받아들일 때가 되었고, 미국은 한반도 전쟁위험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조국통일과 한반도평화실현은 반미의 기치를 높이 들고 민족자주와 대단결로 힘을 합쳐 나갈 때 비로소 실현된다.
노동자와 민족의 운명은 하나이며 반미 없이 민생 없고, 반미 없이 정치경제군사의 자주화는 있을 수 없다.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반미를 놓지 말아야 하며, 목표가 무엇이든 이 땅에서 진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기여하자면 모든 것을 반미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사진 출처는 공무원U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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