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5] 《민족과 계급》에 바치는 헌사(獻詞): 혁명을 갈망하는 동지에게
조 창 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 위원장]
이 책은 종횡무진 혁명을 향해 전진하는 기관차입니다. ‘진리’의 깃발을 펄럭이며 사방팔방 펼쳐진 논쟁의 난바다를 거침없이 항해하는 논객을 마주하는 기쁨이 큽니다. 그의 글은 마치 꽁꽁 언 북극해를 자유자재로 가로지르는 쇄빙선(碎氷船)처럼 강력한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함께 탑승한 맑스, 엥겔스, 레닌 등 위대한 사회주의 창시자들이 가리키는 혁명의 나침반이,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합법칙적 경로와 필연이 글 속에 혁명적 낙관주의를 생산합니다.
저자의 노동자계급으로서의 탐구와 새로운 시각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제공합니다. 유물론과 과학적 사회주의를 향한 저자의 ‘개방적 성취’가 우리에게 엄중한 시각 교정을 요청하고 있으며, 그의 정치경제학이 새로운 세상의 자장 안에서 자유롭게 춤을 춥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이름은 ‘용광로’입니다. 사회주의를 향한 운동의 실험과 실패를 담고, 한계와 오류를 담고, 허위와 기만을 녹여냅니다. 막연한 ‘반북’과 적대적 ‘반소,’ 집요한 ‘반공주의’를 과학적으로 녹여내자고 호소합니다. 주체사상을 단칼에 배격해서는 안 된다고, 조선 혁명의 사상적 동인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동시에 철학의 근본문제를 다시 살피고, 주체사상의 맑스주의와의 결별과 단절을 직시하고 비판적으로 탐색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미 운동진영에 만연한 뒤틀린 스탈린과 스탈린주의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볼 것을 요구합니다. 제국주의의 소련 말살이, 스탈린 체제에 대한 광포한 이데올로기 공세가 양산한 왜곡된 내용은 없는지 다시 차분하게 들여다볼 것을 요구합니다. 이 모든 것은 치열한 자기각성과 성찰을 전제로 해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저자는 또한 언필칭 맑스를 앞세우지만 끝내 굴절로 점철된 사상가들인 알튀세르와 들뢰즈를 녹이고, 이진경과 윤소영과 같은 신좌파를 녹이고, 관념론을 녹이고, 수정주의와 기회주의를 녹이자고 호소합니다. 마침내 내 안의 마지막 허위도 녹이고, 하여 다시 태어나자고 호소합니다. 다시 단결하자고, 진리 앞에, 과학적 사회주의 앞에, 혁명 앞에서 다시 만나자고 호소합니다. 하여 가장 날카로운 언어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프게, 그러나 가장 존엄한 어조를 말합니다. 함께 혁명의 장강으로 나아가자고.
그의 논쟁이 소중한 것은 차이를 분명하게 하고 시시비비를 가려 현 단계 운동의 과제설정을 올바르게 해주는 힘에 근거하기 때문입니다. 현존하는 운동의 질서 속에서 진실을 덮는 개인과 세력에 맞서는 투쟁이란 늘 프로메테우스처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을 수반합니다. 하지만 그가 훔친 불은 인간에게 있어서 어둠을 불사르고, 굶주림과 추위로부터 해방을 가져다준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지혜의 불입니다. 창조적 재능, 진보와 자유, 그리고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근원이었습니다. 저자의 논쟁은 그런 의미에서 역사적 생산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우리가 함께 성찰할 귀한 자료입니다.
추천사가 나오기까지 제겐 긴 학습의 시간이 동반되었습니다. 한 자 한 자 손 짚어가며 읽어내는 동안 글에 담긴 치열한 문제의식과 해법이 몸으로 조금씩 들어왔습니다. 알라딘에서 절판된 중고서적 몇 권의 책도 사서 보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백철현 동지께 감사드립니다.
저자가 최근 몇 년 동안 부단히 세계정세와 변혁운동의 과제에 대한 사회적 발언을 멈추지 않은 까닭이 바로 생활 속에서 맑스주의적 관점을 혁명적 실천의 내용으로 소화해왔다는 징표일 터입니다. 필자는 저자의 글 속에서 논리의 명징성과 더불어 행간에 스며든 그의 뜨거운 가슴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미제국주의의 추악하고 사악한 본성을 만천하에 폭로하고 세계도처에서 고통받고 있는 민중들의 삶을 해방시키기 위한 반제국주의 투쟁 전선에서 그의 풍부한 견해들이 운동진영을 넘어서 부디 더 많은 독자와 만나고 또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하여 세상 보는 눈을 더 넓게 틔우기를 고대합니다.
* 사진 출처: 공무원U신문. 2018년 7월 27일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내걸고 단식 농성(당시 단식 12일차) 중인 조창익 전교조 전 위원장.
《민족과 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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