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대화국면’은 새 방식으로, 새 무대 위에서의 투쟁의 연속이다

1.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는 말조차도 이제는 식상할 정도로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던 상황이 일변하여 남북 간,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2주 여를 앞둔 4월말로 예정되어 있고, 북미 정상회담도 5월말이나 6월초 열릴 예정인데, 앞으로 이 변화의 진폭은 훨씬 더 크고 다채롭게 펼쳐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 변화가 얼마만큼 한반도와 동북아에 정세변화를 가져올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 정세변화가 과연 한반도와 동북아에 온전한 평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새로운 대립과 대결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더욱이 그 정세변화가 우리 노동자 민중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 영향이 과연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진출과 고양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흐를지의 문제로까지 넓혀보면 더욱 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것이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은 사회과학적인 분석을 포기하거나 역량 문제 때문이 아니다. 한반도 정세변화는 자연사적인 변화가 아니라 정세변화를 투쟁과 의지로 끌어내는 주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와 피아와의 투쟁의 문제, 즉 국제무대로까지 확장된 계급투쟁의 문제인 것이다.

지금까지 정세변화의 출발점은 외형적으로는 지난 해 11월 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72차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인 2018년 2월 2일부터 3월 25일까지 전 세계 분쟁을 중단하자는 휴전결의안을 제출하고 이것이 채택되면서 급진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다음에 살펴보겠지만 실제로 지금까지의 정세변화는 주로 북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특히 북은 2018년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조국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 “통일운동의 전성기를 만들자”며 적극적인 “국면전환”을 예고했다. 이를 바탕으로 펜스 부통령과 아베 수상이 평창올림픽에서 호전적 태도로 일관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에서는 평창올림픽에 적극 참여하고 특사를 파견하여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제안을 하면서 정세가 급진전 됐다. 북은 북에 대한 제국주의 진영의 일방적인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말살 정책에 맞서 투쟁하면서 생존해 왔고 그것이 오늘날 남북, 북미 정상회담까지 끌어낸 근원적 동인이다.

그런데 앞으로의 정세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는 부차적이고, 종속변수였던 노동자 민중의 투쟁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정세변화를 노동자 민중의 독립된 관점으로 이해하고 이끌어내야 한다. 이 변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확고한 평화의 정착과 공고한 민주주의 확대와 진정한 해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

2. 정세변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지난 4월 1일 있었던 남측 예술단공연 제목은 “봄이 온다”였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봄”이 상징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찾아온다는 의미에서의 희망과 기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 하나는 이른바 “민주화와 자유”가 도래했다는 의미의 “봄”이다. 이는 그 동안 독재국가에 민주화의 자유의 봄바람이 불고 이를 통해 “동토의 왕국”이 무너지고 “봄”이 왔다는 정치적 표현으로 사용돼 왔다. 실제 “프라하의 봄”, “중동의 봄”이 상징하는 정치적 의미는 제국주의적 “인권과 민주주의”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국주의에 의한 체제 전복과 침략과 지배의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리비아, 시리아에서 “아랍의 봄”은 외형적으로는 내전의 형태로 전개됐지만, 그 실상은 미제국주의와 나토 제국주의의 침략과 학살, 지배 기도로 점철됐다. 이 “아랍의 봄”은 시리아 전쟁으로 아직도 지속되고 있고, 제국주의자들이나 부르주아는 그것이 “평양의 봄”으로 이어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실제 일부 언론에서는 “평양의 봄”이라 명명하며 남측 예술단 공연이 부르주아 문화의 전파 기회가 될 것으로 넌지시 기대하면서 중의적 표현으로써 부르주아의 바람을 표명하고 있다.

이번 남북미 정상회담의 경우에도 계급초월적인 의미로서의 “평화와 대화”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국가들의 각축전으로서 이뤄지고 있다. 이를 언론에서는 “동상이몽”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말이야말로 남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각국의 이해관계의 상이함을 정확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 입장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다. 한국은 핵 개발이나 보유 의사가 없으므로 북한의 비핵화는 바로 한반도 비핵화와 동의어다. 그러나 북한은 주한미군의 핵전력도 포함되는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주장한다. 더욱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의 필요성도 없어지므로 주한미군 철수도 주장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의 귀환을 반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큰 이견은 비핵화 추진 방식에 있다. 중국 방문에서 김정은은 ‘미국의 위협 정책이 해소되고, 체제가 보장된다면 단계적·동시적으로’ 비핵화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여전히 단계별로 행동에 따른 보상을 전제로 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에 대한 비단계적 일괄 타결 방식과도 배치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더 이상 과거 방식의 답습은 없으며, 북한의 선 비핵화 선언을 통한 ‘톱 다운(top-down)’ 방식만이 해결책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라는 ‘쌍중단’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쌍궤병행(雙軌竝行)’으로 6자회담을 통해 모든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북한의 입장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남·북·미·중의 비핵화 동상이몽, 2018-04-09).

그 동안 우리는 “북핵문제”의 본질이 실은 미제국주의의 “핵독점 전략”이자 “북에 대한 적대시 정책”의 문제라고 주장했는데, 남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면서 떠오르고 있는 “비핵화”라는 표현 역시 사실은 제국주의와 부르주아의 일방적인 요구를 표현하는 정치선전에 불과하다. “비핵화” 역시도 “한·미 입장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이고 북의 입장에서는 전 세계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 하에서 제기되는 미제국주의의 핵우산 체제와 한미일 동맹 침략 체제의 해체의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앞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이라고 했는데 이는 사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로서 미제국주의와 문재인 정권의 입장이다. 이는 북의 “선비핵화”로 북의 “단계적·동시적”인 “행동 대 행동”의 원칙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일방의 입장에 불과하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적대시 정책의 폐기(CVIG·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와만 상응할 수 있는 것이다.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월 11일 임명됐는데, 내정자 시절에 북미 회담에서 미국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첫 만남에서 시간 낭비를 할 수 없다.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핵무기 프로그램들을 폐기할 것인지 방법부터 논의하자고 요구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고 해서 미국이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는 없으며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필요도 없다. (김정은에게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한 것이 행운이다([이대근의 단언컨대]화끈한 ‘볼튼식’, 붕괴론의 ‘리비아식’···북한 비핵화 해법 이면, 경향신문, 2018.04.01.).

볼튼은 지난 2월에는 대북 선제 타격을 주장했던 호전분자다. 볼튼은 설령 북이 비핵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은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대신 북으로서는 트럼프와 회담을 한 것만 가지고도 영광으로 알라는 것이다. 볼튼의 입장은 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방적으로 항복하라는 불한당 같은 깡패 논리다. 그런데 이는 미국의 최대치의 기대를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북의 핵시험 성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의 성공으로 미본토까지 위협하게 되면서 미국으로서도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에서 강제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혜정 교수는 그것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첫째, 북핵은 지구적 차원에서 미국이 주도해온 핵 비확산(NPT) 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비확산 체제를 기반으로 국제제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비확산체제의 현실적·규범적 기반 자체가 일정하게 붕괴되었다 …

둘째, 북핵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역적 안정에 대한 위협이다. 이 지역에서 자신의 패권적 기제와 영향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북핵 문제와 지역안정에 대한 중국과의 협력, 그리고 한국과 일본과의 기존 동맹을 강화하는, 세 가지의 복합적이고 상충되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

셋째, 미사일 능력의 향상으로 북핵은 미국 본토에 대한 안보위협으로 부상하였다. 그 정점은 2017년 11월 북한의 화성 15형 발사와 이후 국가 핵 무력 완성 선언이다(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 “북미 정상회담의 ‘충격과 공포’ 트럼프 시대의 미국 패권과 북핵”, 프레시안, 2018.04.11.).

“북핵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역적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면, 그것은 “이 지역에서 자신의 패권적 기제와 영향력을 보존하기 위”한 미제국주의의 지배적 위치의 “안정에 대한 위협”이다. 게다가 북의 화성15형 발사와 핵무력 완성 선언은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의 “전략적 인내”가 유효성을 상실했고, 미국 본토도 핵위협을 당할 수 있다는 현실적 위협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나 아베는 이번 정상회담 성사가 “한·미·일 3국이 대북압박 정책을 추진한 성과”로 포장하지만, 그것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 압박 정책에 매진할 것이지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할 리가 없는 것이다. 아베 역시도 일본 “패싱(배제)”을 우려하는 것을 보면 북의 핵무력 완성 선언과 정상회담 합의 이후 달라진 정세변화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점에서 볼튼이 말하는 리비아식 방식은 미국의 주관적 최대 바람을 표현할 뿐이고 상대, 그것도 미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핵을 가지고 있는 “핵강국”인 북이 받을 수 있는 입장이 결코 아니다. 게다가 리비아 방식 운운하는데, 리비아는 핵을 완성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협상이었다. 그리고 리비아식 방식은 결국 리비아가 핵개발을 폐기한 대가로 리비아 전토가 폭격당하고 그 지도자 카다피가 맞아 죽는 비운을 의미한다. 위에서 인용한 이대근 논설주간은 볼튼의 입장에 대해 “마치 전승국이 패전국과 종전 협약을 맺는 것 같은 방식이다.”라며,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지구상에는 존재한 적이 없는 볼튼식 해법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대근 논설주간은 “이렇게 패전국이 자기 운명을 승전국에게 온전히 맡기는 방식은 결코 리비아식 핵폐기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사실 리비아식 방식은 핵개발 포기 이후에 리비아가 언제든지 미국의 볼모가 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자기 운명을 승전국에게 온전히 맡기는 방식”으로 끝났을 따름이다. 리비아식 방식은 본격적인 회담에 들어가서는 제기되기 어려운 미국의 “정신승리법”의 일환일 뿐이다.

3. 노동자 민중은 정세 변화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그 동안 한반도에 드리운 북미간, 남북 간 대결의 고조를 두고 전쟁위기냐 실제 위기냐의 논란에 대해 우리는 위기가 실제 위기냐 위기설에 불과하냐는 형이상학적인 논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이 둘은 분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위기설은 가상의 위기가 아니라 핵폭격기, 핵잠수함의 출격과 매 시기 사상 최대를 갱신해 가고 있었던 한미연합 군사책동과 경제제재, 이에 대한 북의 맞대응으로서 핵시험과 미사일발사 시험 등으로 현실적인 위기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위기설은 언제든지 위기로, 실제적인 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문제였던 것이다. 다만 그 위기설과 위기가 이라크, 리비아처럼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은 것은 역설적으로 북의 핵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위기설과 위기와 실제 전쟁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현재의 남북미 정상회담 합의와 대화와 평화 분위기 역시 힘의 대립과 격돌, 그 최악의 형태로써의 전쟁위기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제국주의 체제가 존재하는 한 남북, 북미 화해와 평화 분위기의 고조는 항구적인 화해와 평화의 도래가 아니다.

현재 노사(정) 상생, 사회적 대타협주의자들에 의해 그 원칙이 일방적으로 왜곡되어 있지만, 사실 노사 간 대화와 협상 역시도 투쟁의 결과물이었다. 단체 협상 자체도 노사 간 힘의 결과물이다. 투쟁의 정도, 파업의 파괴력, 노동자들의 결속력에 따라 협상에서 노동자들의 성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투쟁 원칙이 살아 있었던 전노협 당시 “선파업 후교섭” 관행도 일반적으로 존재했다. “투쟁 없이 쟁취 없다”는 원칙과 원리는 화해할 수 없는, 냉엄한 국제관계, 계급투쟁의 연장선이 국제수준에서의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쟁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제국주의 체제, 그 중에서 미제국주의라는 상부구조에는 펜타곤(미국 국방부)와 미국 국무부, 미중앙정보국(CIA) 등이 있는데, 이를 움직이는 실제적인 힘은 군산복합체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독점자본이다. 미국 독점 자본의 거대한 힘은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 미국 대통령이나 행정권력, 의회권력을 수없이 갈아치울 수 있는 항시적인 힘들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중국 경제 패권 저지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최첨단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항공모함을 한반도 인근에 전개하고,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옵션’을 동원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중국의 군사적 패권을 막으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 한국,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 파키스탄 등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국을 완전 포위해 아시아에서 경제적·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을 저색하려는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활동 강화와 인근 필리핀, 베트남, 타이완 등과의 협력강화는 중국의 아시아 해양패권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분명하게 확인시켜 준다.

문제는 미국의 역외균형전략이 한반도의 해빙에는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안보전략도 중국과 러시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하겠는데, 대표적인 것이 MD(미사일 방어체계)이다. 잠재적 적국 중국·러시아를 겨냥해 MD를 지속 개발해오고 있다. 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도 그 체계 속에 있는 것이다(안문석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 누구도 평화로운 한반도를 원하지 않는다? [기고] 격동의 동북아, 미국·중국·일본의 다른 속내”, 프레시안, 2018.04.10.).

이처럼 남북미 대화가 급진전되면서 누구나 평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그 누구도 평화로운 한반도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북미 간 대립은 사회주의와 제국주의의 대립, 미중 간 대립, 미러 간 대립의 연장선에 있기도 한데, 중국의 힘의 강화는 동북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제국주의의 패권체제를 위협한다. 레닌은 제국주의 시대 자본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불균등발전 법칙이 객관적 법칙이라고 했는데, 이 법칙을 바탕으로 자본 간, 국가 간 힘의 역관계가 변화하는 시점, 식민지 분할이 완료되고 재분할을 둘러싸고 제국주의 간 대립과 갈등이 제국주의 전쟁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이 대립과 갈등은 군사적 및 정치적으로도 나타날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나타날 수도 있다. 중일 간, 러일 간 영토분쟁, 남태평양에서의 중미의 군사적 대립은 전자이고 환율전쟁,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나타나는 미중 간 대립은 후자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번 남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들어지는 전쟁의 휴지기는 새로운 형태의 대립과 갈등 예고이자 대립 속에서 전개되는 투쟁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전히 제국주의와 부르주아에 대한 새로운 정세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미 간 대화와 협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평화에 대한 염원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은 투쟁 중에 있다. 한미일 동맹, 한미동맹, 일미동맹은 평화의 동맹이 아니다. 한미동맹 체제는 여전히 “평화국면”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한미군사훈련을 강행했다. 여기에는 뉴질랜드 군대도 참석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는 아베 정권을 통해 평화협정 체제를 무력화 하고 “전쟁하는 국가”로의 변신을 계속해 왔다. 아베 정권은 북핵을 빌미로 내부의 인민에 대한 억압, 통제책을 구사해 왔다.

특히 미제국주의는 남북미 정상회담 합의와 북의 핵시험과 미사일 시험의 중단 약속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 이후인 4월에 키리졸브(KR)와 독수리 훈련(FE) 같은 한미군사 훈련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훈련은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시점에도 계속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정권은 남북미 대화를 앞두고 평화를 운운하면서도 4월 12일에는 사드 부지 공사를 강행하려고 병력 3천여 명을 동원하여 소성리를 침탈하는 만행을 자행했다. 문재인 정권 하에서는 여전히 국가보안법 구속자들을 포함해서 양심수가 단 한 명도 석방되지 않고 있다.

남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나면 “평화협정” 문제의 대두는 필연적이다.

이어 북한관련 인터뷰 말미에서도 그레이엄 의원은 “협상의 목표는 이렇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그리고 아마도 북한, 한국, 미국, 중국이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화협정은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남북 정상 회담 후 ‘10.4 정상선언’에서 이미 등장했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한국, 중국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교환 품목으로 거론됐지만, 미국에선 아직 행정부 당국자의 입을 통해선 공개 거론되지 않고 있다(윤동영 기자, “’전쟁불사론자’ 그레이엄 의원 ‘4자 평화협정 체결’ 목표 제시”, 연합뉴스, 2018/04/02).

아직 미국 행정부 당국자들의 입에서 공식적으로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나온 적은 없다고 하지만, 미국으로서도 평화협정 문제를 회피하면서 “비핵화”문제를 진척시킬 수 없다. 대화가 잘 진척된다면 평화협정의 대두뿐만 아니라 평화협정의 체결 역시도 현실화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부르주아 정치인들도 이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 백병규: CVID와 CVIG를 교환하자, 좋은 이야긴데요.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게 체제안전보장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인데. 여기에는 미국의 핵우산 철폐랄까, 아니면 주한미군 철수까지 북한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이런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 송영길: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북은 주한미군 존재를 용인하고 있고요. 평화협정 체결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주한미군 철수 없는 평화협정. 우리 보수적인 분들이 항상 비판하기를 평화협정은 적화통일의 노림수다, 평화협정을 통해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결국 북한이 침략해올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말씀하시는데, 북은 이미 미국과의 거의 동맹국 수준의 그러한 전략적 변환도 가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친미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친미국가가 될 수 있고 주한미군 존재를 이미 용인하고 있습니다. 북미관계가 정상화된다고 한다면요(YTN라디오(FM 94.5), [출발새아침] 송영길 “주한미군 철수 없는 평화협정 가능, 北 친미국가 가능”).

그런데 이처럼 문제는 평화협정 체결의 조건이 무엇인가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실세 중 한 명이며 현재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 자는 현 정권과 부르주아 진영 일각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군철수 없는 평화협정 체결이 그것인데, 이는 미제국주의의 입장이기도 하다.

한반도에서 미군철수는 오키나와 미군을 비롯해 필리핀, 호주, 중동 등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에서 전 세계적으로 반제반미 투쟁과 미군철수 투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 또한 이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키고 한반도 전쟁 위기 조장 속에서 무기를 판매해온 군산복합체의 이해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물론 한미 독점자본 일각에서 송영길의 말처럼, 북을 베트남화하거나 흡수통일하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하는 이해관계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해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유지하는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제국주의의 딜레마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미제는 북미 간 대화와 관계정상화 보다는 대립과 대결을 선호했지만 북에 대한 경제봉쇄와 군사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이 생존하고 핵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에 “전략적 인내”에서 일정하게 지금까지의 방식을 재검토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제국주의 국가 미국의 이해관계가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는 일차적으로 평화의 파괴자들, 대결자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투쟁의 연장, 연속에 개입할 노동자 민중의 여지와 힘은 있는가? 남북 정상회담 개최 국면에서 현 문재인 정권을 일방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이것이 달성될 수는 없다.

노동자 민중은 “평화국면” 정세 속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민주주의 투쟁과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이 정세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심적인 힘으로 솟구쳐 나가야 한다.

급진전되는 정세변화 속에서 우리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분명하다.

전쟁과 전쟁 위기 고조를 먹고 사는 미국 군산복합체가 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는 합의를 순순히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제국주의 체제가 전쟁의 근본원인이기 때문에 전쟁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전쟁광 트럼프와 군국주의자 아베, 그 배후의 독점자본들이 한미일 동맹 체계에 균열이 올 수 있는 대화와 평화의 진전을 방해할 수도 있다. 전쟁을 부르는 사드 철수도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다.

결국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 화해의 문이 열린다 하더라도 그것은 전쟁 및 전쟁위기의 중단이 아니라 전쟁의 일시적인 휴지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휴지기는 새로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제국주의 전쟁이나 전쟁위기 고조가 필연적이라고 해서 전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 민중의 반제국주의 투쟁, 반전 투쟁에 따라 전쟁은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진전과 상관없이, 아니 오히려 그 진전이라는 정세 조건을 활용하여 더욱 더 세차게 진행되어야 한다(전국노동자정치협회, “프롤레타리아 여남의 단결로 여성해방, 노동해방으로 진군하자, 2018년 3월 12일).

북여성 종업원 12인과 김련희 씨 등 북공민들의 자유 귀환!

양심수 석방!

남북 간 자유 왕래 보장!

미국 군사파괴 무기 수입 중단 및 사드 철수!

평화협정 체결!

미군철수와 한미군사동맹 해체!

국가보안법 철폐와 국가정보원 해체 및 민주적 제 권리의 확보!

이것이 “평화국면” 속에서의 새 방식으로, 새 무대 위에서의 노동자 민중의 당면 투쟁 강령이 되어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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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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