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주의 고전읽기]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_ 여성억압 기원을 밝히고 국가 물신주의와 신비를 벗기다

일시: 11월 2일(화) 19시 30분

장소: 노정협 사무실(남영역 인근)

문의: 010 3398 0248

 

* 일정상 이번 회만 격주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에 합니다.

* 과학적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세미나 참석을 환영합니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대표적인 빛나는 저작이다. 엥겔스의 이 저작은 국내에서도 제법 알려졌는데, 문화인류학의 보고, 역사적 유물론의 집대성, 맑스주의 국가론의 원천, 여성해방론의 기원 등 다양한 수사를 붙여도 될 정도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엥겔스의 이 저작은 1884년 출간됐는데, 1년 만에 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 덴마크어, 불어판으로 번역 출간되며 당시에도 국제적으로 뜨거운 반응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맑스주의의 대표적인 고전적 저작으로 읽혀지고 있고, 각자의 관심에 따라 다른 방식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인류학자인 루이스 모오간(Morgan)의 《고대 사회》(1877년)와 이에 대한 맑스의 논평을 기초로 하여 엥겔스의 독창적 연구를 통해 만들어졌다. 맑스주의 사상 발전사에서 모오간의 《고대 사회》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과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엥겔스는 “우리 시대의 흔치 않는 획기적인 저작 중 하나”라고 찬사를 보내며 그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모오간의 위대한 공적은 기술된 역사의 이 선사적 기초가 지니고 있는 주요 특징들을 발견하고 재현했으며, 또한 극히 중요하면서도 오늘날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그리스, 로마 및 게르만의 고대 역사가 지니고 있던 수수께끼들을 풀어줄 열쇠를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혈연결합체에서 발견한 데 있다.

엥겔스는 맑스 사후 그의 사실상의 두 가지 유언을 집행했는데, 하나는 맑스가 1880년-81년에 작성한 《고대사회》에 대한 비평이 담긴 발췌본을 가지고 이 책을 출간하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맑스가 남긴 초고를 바탕으로 《자본론》 2, 3권을 완성하여 출간하는 일이었다. 실제 엥겔스는 1884년 제1판 서문에서 “여기에 실린 글들은 어떤 의미에서 볼 때 유언의 집행이라 할 수도 있다”(김대웅 옮김, 아침)라고 쓰고 있다. 맑스가 1883년 3월 14일에 사망했는데 엥겔스는 이듬해인 1884년 3월에 집필을 시작하여 5월 말까지 두 달 만에 집필을 완성하여 유언을 집행했던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이 방대한 내용이 담긴 저작이 집필될 수 있었던 것은 엥겔스가 사전에 이 분야에 대한 풍부한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엥겔스는 모오간의 연구성과를 맑스가 “유물론적 역사 연구의 결론에 따라 서술함으로써 비로소 그 의의를 명백히 밝히려고”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물론적 역사 연구는 바로 사적유물론 혹은 역사적 유물론을 의미한다. 엥겔스는 맑스가 정리한 유물론적 관점의 정수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유물론적 관점에 따르면, 역사에서 결정적 계기는 궁극적으로 직접적 생활의 생산 및 재생산이다. 그러나 이것 자체가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 하나는 생활수단, 즉 의식주의 대상과 이에 필요한 도구의 생산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 그 자체의 생산, 즉 종족의 번식이다. 일정한 역사적 시대 및 일정한 나라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 조직은 이 두 가지 종류의 생산에 의해, 즉 하나는 노동의 발전단계에 의해, 다른 하나는 가족의 발전단계에 의해 규정된다. 노동의 발전이 미약할수록, 그 생산물의 양이 제한될수록, 따라서 사회의 부(富)가 제한될수록 사회제도는 혈연적 유대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다. 그런데 혈연적 유대에 기초한 이 사회구조 속에서 노동생산성이 점차 증대되며, 이와 함께 사적 소유 및 교환, 빈부의 차이, 타인의 노동력에 대한 이용 가능성, 따라서 계급적 적대의 기초가 점차 발전한다. 새로운 사회적 요소들은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에 낡은 사회 제도를 새로운 조건에 적응시키려 하며, 마침내 이 양자의 불상용성(Unvereinbarkeit)은 완전한 변혁을 가져오게 된다. 혈연적 유대에 기초하는 낡은 사회는 새로 발전한 사회계급들 간의 충돌로 말미암아 붕괴되고, 그 대신 지배권이 국가에 집중된 새로운 사회가 출현한다.

엥겔스는 이러한 사적 유물론의 관점에 따라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을 집필했다.

 

사적소유와 가부장제 등장은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의 전환점

 

엥겔스는 “노동의 발전단계”와 “가족의 발전단계”에 따라 특정한 역사적 시대와 사회 조직이 규정된다고 하는데, 여기서 노동의 발전단계는 생산력 발전단계로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가족의 발전단계는 무엇인가? ‘가족의 발전단계’는 바로 가족 구성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엥겔스는 단혼(單婚)이라고 하는 일부일처제가 오늘날 보편적인 가족 형태라 하는데, 이것은 인류의 본능에 따라 모든 역사를 초월해 존재하는 존재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가족형태는 모오간이 야만이라고 표현한 원시공산제 사회의 ‘무규율 성교’ 상태에서, 같은 어머니의 친형제 자매 간 성교를 배제하는 금기 하에서 군혼(群婚)이라는 ‘푸날루아 가족’형태로, 사적소유 하에서의 대우혼(對偶婚)과 사적소유가 최고로 발전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일부일처제로 전환되었다. 물론 일부일처제는 남성의 경제적 능력 여부에 따라, 일부다처제로 보완되는 일부일처제였다. 엥겔스는 이 단혼이 남녀 간 합의로 역사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역사상 최초의 계급 대립의 형태인 남성에 의한 여성의 압제로 생겨나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엥겔스는 이러한 현대 시대의 일부일처제가 발전된 가족형태지만, 그것은 사랑 보다는 돈이 지배하고, 매음(賣淫)으로 보충되는 위선적인 일부일처제라며 이를 부르주아적 위선이라고 하고 있다.

맑스와 엥겔스가 생산수단의 공적 소유를 주장하고 원시공산제의 가족형태가 ‘무규율 성교’였다 보니 부르주아는 공산주의자들이 ‘부인공유제’를 주장한다고 악선전을 했다는 사실은 《공산당선언》에서도 폭로하고 있다. 맑스와 엥겔스는 이에 대해 부르주아들이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다보니 부인도 자신들의 소유물 정도로 사고하여 그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나왔다고 조소한 바가 있다.

엥겔스는 이러한 가족형태의 변화가 사회적 분업(농경과 목축의 분리)에 따른 생산력 증대와 잉여생산물의 형성, 사적소유의 형성과 연관이 있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푸날루아 가족 형태까지는 공동체적 생산을 바탕으로 하는 ‘모계제’사회였다. 그러나 잉여생산물과 사적소유의 등장이 가족형태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쳐 모계제 사회가 붕괴하고 가부장제 사회로 변모하게 되었다. 공동체적 모계사회의 붕괴와 가부장제 사회의 등장 시기에는 잉여생산물을 독점하는 계급과 지배자들이 등장하고, 이 지배자들의 이해를 물리력으로 수호하는 국가가 탄생하였다고 하고 있다.

엥겔스는 모계제 사회의 붕괴와 가부장제의 등장으로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가 시작되었고, 여성은 남성에 의해 “멸시당하고, 남자의 욕망의 노예이자 아이 낳는 단순한 도구”로 전락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엥겔스는 이것이 오늘날 유행하는 ‘젠더론’과 다르게 남녀 간의 성별대립의 문제로부터 출발했다기 보다는 사적소유의 결과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엥겔스는 “남성의 지배와 일부일처제는 다름 아닌 재산의 보존과 그 상속을 위해 이룩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상속할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에게는 “남성 지배의 확립을 위한 아무런 동기도 없”고, “그렇게 할 수단도 없다”라고 하고 있다. “즉 남성 지배를 보호하는 부르주아 법은 오직 유산자들과 프롤레타리아 통제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가난한 노동자의 아내에 대한 지위에는 아무런 효력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엥겔스는 더욱이 대공업의 발전으로 인해 여성이 생산에 종사하게 되거나 종종 가정의 부양자가 됨으로써 “프롤레타리아 가정에서의 남편의 지배는 그 마지막 잔재마저 존재할 여지가 없게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엥겔스는 이때에도 “일부일처제 이래 그칠줄 모르는 아내에 대한 학대는 예외”라고 하고 있다.

결국 엥겔스의 여성해방론은 여성억압이 사적소유의 확립과 함께 시작되었기 때문에 여성의 해방도 사적소유 철폐,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와 가사노동의 사회화, 빈곤의 철폐 등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억압계급에 맞서 여와 남 프롤레타리아의 굳건한 계급적 단결 없이는 이러한 해방의 과제를 달성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문화혁명과 의식전환은 여와 남의 단결의 기초, 조건이자 새 사회로의 이행과 운영에 있어 필수적이지만 말이다.

앞에서 “각자의 관심에 따라 다른 방식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했는데, 유산자들 페미니즘이나 소부르주아 지식인들 사이에서 “가정은 편안한 포로수용소에 불과”하니 “다자연애”니 하며 엥겔스의 저작을 제멋대로 소비하고 있는데, 엥겔스는 경제적 조건에 따라 사랑하거나 결별하고 지배하며, 또 매음으로 보충되는 위선적인 일부일처제가 아니라 진정한 일부일처제를 주장했다. 다만 엥겔스는 자본주의 생산을 철폐한 이후 시대, 세대의 양성끼리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들 시대, 세대의 몫이라고 여지를 남겨 두었다.

그것은 남녀의 새로운 세대가 자라나서, 남자는 일생을 두고 금전이나 기타 사회적 권력수단으로 여자를 사는 일이 없게 되고 여자는 진정한 사랑 이외에는 다른 어떠한 동기로도 결코 남자에게 몸을 맡기지 않게 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경제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을 허락해 버리는 일을 거부하게 될 때 확정될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출현할 때면 현재 그들의 의무로 간주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 그들은 조금도 애태우지 않게 될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알 것이며, 또 이에 따라서 각자의 행동에 관한 여론을 스스로 조성할 것이다. 오직 그 뿐인 것이다.

이처럼 공산주의는 공상이 아니라 과학인 것이다.

 

현대 국가는 “자본이 임금노동을 착취하기 위한 도구”

 

맑스주의의 혁명적 사상에 대한 관심이 많이 사그라지면서 엥겔스의 이 저작은 계급투쟁이나 혁명론 저작으로서가 아니라 말랑말랑한 문화인류학이나 부르주아적, 소부르주아적 페미니즘적 근거로 왜곡, 인용되고 있는데, 이 책이 궁극적으로 밝히려고 한 것은 폭력의 조직자인 국가의 본질에 대해서였고 그 목표는 혁명으로 국가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레닌은 엥겔스의 기대에 가장 부응한 혁명가였다. 《제국주의론》과 함께 레닌의 대표적인 저작은 《국가와 혁명》(김영철 옮김, 논장)인데, 이 책의 모태는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이다. 레닌은 ‘카우츠키주의’ 같은 기회주의자들이 기존 부르주아 국가 타도 대신에 의회를 통한 점진적인 개혁으로 사회주의 이행을 주장하는 것을 폭로하기 위해서라도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들 가운데서 장문을 그대로, 또는 적어도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충분히 인용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과학적 사회주의의 토대를 마련한 두 사람의 총체적인 관점과 그 관점의 발전에 관한 독자 나름대로의 견해를 갖출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라고 완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는 곧바로 엥겔스의 위 저작 중 유명한 부분을 인용하고 있다.

국가란 외부로부터 사회에 강요된 권력도 아니며, 헤겔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륜적 이념의 현실태’도 아니며, ‘이성의 형상이나 이성의 현실태’도 결코 아니다. 국가란 일정한 발전단계에 이른 그 사회의 산물이다. 그리고 국가는 사회가 해결불가능한 자기모순관계에 빠져 있다는 점과, 그 사회가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는 화해불가능한 적대감으로 분열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이상이 결코 아니다.(레닌이 인용한 엥겔스 저작 인용문 중 일부, 논장)

엥겔스는 국가는 공권력으로 무장하고 감옥기관을 갖추고 피억압 민중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폭력의 기구이고 공권력과 조세 징수권을 가짐으로써 사회 위에 군림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엥겔스는 국가는 “가장 강력하고 경제적으로 지배하는 계급의 국가”로서 고대 국가는 노예 소유주들이 노예를 억압하기 위한 기관이었고, 봉건 국가는 농노와 예농을 억압하기 위한 귀족의 기관이었고 현대의 대의제 국가는 자본이 임금노동을 착취하기 위한 도구라고 주장했다.

국가가 “이성의 형상이나 이성의 현실태”라는 주장은 가장 비이성적이며 물신숭배적인 태도다. 레닌은 러시아 혁명 이후인 1919년 7월 11일에 스베르들로프 대학에서의 <국가에 대하여>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국가에 관한 문제는 아마도 무엇보다도 더 부르주아 학자, 작가 그리고 철학자들에 의해 혼란스럽게 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 중 하나”라고 거듭 주의를 기울여 인식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엥겔스의 빛나는 과학성과 통찰력으로 역사적으로 국가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본질이 밝혀졌다.

현대 국가가 “자본이 임금노동을 착취하기 위한 도구”이고 노동자 민중에 대한 폭력과 억압기구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우리는 왜 군사파쇼 정권은 물론이고 ‘민주정부’, ‘국민의 정부’라 주장하는 권력들조차도 국가보안법과 국가정보원 같은 악법과 폭력기구를 가지고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고 착취를 가중하여 국내외 자본과 제국주의의 이해에 복무했는지 알 수 있다. 국가의 본질에 대해 인식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권력교체기를 맞아 국가의 관료기구, 억압기구를 그대로 두고 새로운 인물의 교체만으로 근본 변화가 올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인식으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이제, 혁명적 맑스엥겔스주의의 보고(寶庫)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의 진면목을 직접 접해보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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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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