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풍경
박금란 시인
겨울추위에 말라붙어 쓰러진 덤불 속에는
애기풀씨가 쌔근쌔근 생명의 숨을 쉬고 있다
얼어붙어 더욱 꼿꼿해진 겨울나무는
침묵의 항거에 불을 지펴
아픔 뒤에 어떻게 새봄이 오는가를
어금니 덜덜 부딪치며
가여울 정도로 단련되어
봄의 눈부심을 미리 온몸으로 새겨낸다
언 땅과 차디찬 돌멩이들이
애써 놓치지 않고 이어온
온기를 향한 그리움은
기어이 봄날을 만들고 만다
모진 시련 없이 완성을 이루랴
보도연맹 시체더미 속에서 꽁꽁 얼다 살아남은
피투성이 아기가
이 집 저 집 젖을 얻어먹고
초등학교 졸업도 못한 채
평화시장 다락방에서 미싱을 돌리다
미싱바늘에 찔려 흘린 핏방울이
어떤 내력의 피의 줄기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 몰랐지만
그는 결국 구로공단에서 노동투사가 되었다
군홧발로 백골단 박달나무방망이로
직격탄최루탄으로 구사대 쇠몽둥이로
살풍경한 무기들은 우리들을 내리쳤지만
고문 속에 죽어가면서 삼킨 비명은
자주민주통일의 불씨가 되었다
가면을 덮어쓴 제국주의 독종은
언 듯 보기에는 친선의 낯짝을 하고 있지만
음흉한 한미워킹그룹 함정을 파놓았다
마지막 제국주의 쇼윈도우
두꺼운 한미워킹그룹 유리창을 박살낼
우리민족의 지혜와 힘 단결의 무기
2019년 꿈의 해가
겨울 한중간에서 힘차게 떠오른다
겨울 진풍경은 웅크림이 아니다
한 몸 바쳐 투쟁으로 단련되어
비약하는 냉철한 창조의 공간이다
최후 승리는 진실의 편
겨울의 열매를 거머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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