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파일: 서방 언론은 이스라엘 연관성을 더 이상 묻어서는 안 된다
역자: 송영애(미주양심수후원회 사무국장/전국노동자정치협회 회원)
타락한 금융가 제프리 엡스타인의 정치적 인맥에 대한 집요한 보도에도 불구하고, 주류 언론은 가장 큰 이야기 중 하나를 슬쩍 지나쳐 왔다.
지난달 말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된 수백만 건의 추가 문서가 공개된 이후, 서방 언론은 끊임없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불명예스러운 금융가가 권력자들과 맺어온 관계에 대한 광범위한 조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스라엘 정치·정보기관과의 연관성은 대부분 무시돼 왔으며, 이는 눈에 띄는 공백으로 남아 있다.
온라인 뉴스 아카이브를 검색해 보면, 엡스타인의 학대 피해자들과 그 학대에 연루됐다고 주장되는 유력 인물 및 집단들을 조명한, 공익적 관심사에 부합하는 최근 기사 수천 건이 확인된다.
뉴욕타임스, PBS, NBC, CNN 등 여러 주요 언론은 해당 문서들을 바탕으로 엡스타인과 연관된 유력 남성들에 대한 상세한 보도를 내놓았다. 이들 보도는 기업계, 학계, 스포츠계 인사들을 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노르웨이 총리, 영국의 앤드루 왕자와 정치인 피터 만델슨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도 초점을 맞췄다.
언론은 또한 엡스타인이 외국 국가들과 맺은 관계를 강조해 왔는데, 로이터와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러시아 연계 의혹을 다룬 기사를 보도했고, 다른 기사들은 노르웨이와 슬로바키아와의 연관성을 기록했다.
그러나 엡스타인의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수개월 전부터 알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 현재 진행 중인 *드롭 사이트 뉴스(Drop Site News)*의 조사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와 긴밀히 협력했고,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연관된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난다 — 이 부분에 대한 주류 언론의 보도는 거의 없었다.
미들 이스트 아이, 알자지라, 몬도바이스, TRT 월드 등 여러 매체들이 엡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연결고리를 집중적으로 다뤄온 것과 달리, 서방 주류 언론에는 뚜렷한 공백이 존재한다.
– 전략적 누락
물론 예외도 있다. 지난해 11월 CNN에서 마조리 테일러 그린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당시 미 하원의원이 엡스타인의 이스라엘 연계를 언급한 사례가 그것이다. 그러나 CNN 진행자 데이나 배시의 반응은 의미심장했다. 그는 눈에 띄게 불쾌한 기색을 보이며, 곧바로 화제를 반유대주의 문제로 전환했다.
저널리즘 연구는 정보의 누락이 갖는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무엇을 포함하고 무엇을 배제하느냐는 언론이 의미를 만들어내는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다.
그렇다면 왜 서방 주류 언론은 눈 앞의 명백한 사실, 방 안의 ‘이스라엘이라는 코끼리’를 애써 피하려 드는 것처럼 보일까? 이는 서방 언론이 왜 이스라엘의 서사에 공감하는 경향을 보이는지에 대한 보다 큰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일부 언론사, 혹은 적어도 일부 영향력 있는 편집자와 제작자들은 이스라엘을 보호하는 데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혹은 언론 경영진이 이스라엘을 비판할 경우의 후폭풍이나, ‘반유대적’이라는 인식을 두려워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존 미어샤이머와 스티븐 월트는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들의 영향력을 유명하게 분석한 바 있는데, 이들 단체는 오랫동안 미국 정치와 언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보도를 만들어 왔다.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보도는 종종 이들 단체의 압박 캠페인을 촉발한다.
이런 환경에서 누락은 일종의 위험 관리 수단으로 기능한다. 언론 편집자들은 이스라엘에 불공정하다는 인식만으로도 반유대주의가 제기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언론 기관은 더 넓은 사회·정치적 환경 속에서 작동한다. 2023년 10월 가자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과 영국의 대학들은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친(親)팔레스타인 발언과 학생 시위를 적극적으로 억압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4년에는 한 미국 대학이 시오니즘을 비판한 발언을 이유로 종신 재직 교수를 해고하는 초유의 조치를 취했는데, 이는 이스라엘 관련 비판이 얼마나 높은 직업적 위험을 수반하는지를 보여준다. 언론 역시 이 현실을 잘 알고 있다.
– 중대한 분기점
서방 언론인들은 오랫동안 이스라엘 보도를 조심해야 했다. 2018년 CNN 기고자 마크 라몬트 힐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동체를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집단학살을 개시한 이후 민감도는 더욱 증폭됐다.
폭력 사태가 시작된 이후, 가자에서의 이스라엘 행위를 비판한 발언을 이유로 언론인들이 해고되는 등 강한 반발에 직면해 왔다. 언론인 메흐디 하산의 MSNBC 프로그램은 이스라엘 비판 이후 폐지됐다.
직접적인 압력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언론 소유주들에 의해 가해지고 있다. 이들은 전례 없는 국제적 비난에 직면한 이스라엘을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업가 래리 엘리슨과 데이비드 엘리슨은 틱톡의 미국 사업부와 CBS 뉴스 등 미디어 자산을 전략적으로 인수하며, 이스라엘 관련 서사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이러한 인수 이후 틱톡은 친팔레스타인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검열해 왔고, CBS는 보다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노선으로 이동했다. 예루살렘 포스트 편집장 즈비카 클라인은 최근 CBS의 새 편집장 바리 와이스가 “우리 중 대부분보다 이스라엘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찬사를 보냈다.
한편, 엡스타인 파일은 대중적 집착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세부 사항 하나하나가 엄청난 관심과 클릭, ‘좋아요’, 공유를 낳고 있다. 신뢰받는 독립 언론과 인기 팟캐스트들은 엡스타인의 이스라엘 연계를 광범위하게 다뤄왔고, 이 이슈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주류 언론 역시 최소한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이 논의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뉴스 소비자들은 왜 언론이 엡스타인의 슬로바키아·노르웨이 연계 의혹은 기꺼이 보도하면서, 광범위한 파급력을 지닌 주요 분쟁에 얽힌 핵심 서방 동맹국과의 연결고리는 외면하는지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지금은 서방, 특히 미국 언론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저널리즘의 권위는 대중에게 중요한 불편한 사실을 기꺼이 추적하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이미 이스라엘이 서방 전반에서 이중 기준으로 다뤄진다고 믿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언론은 이러한 의심을 부추기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 특히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사상 최저 수준에 있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지금 이 순간, 현재 시점에서 기자들에게 가장 큰 위험은 기사를 잘못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보도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진은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계를 맺었던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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