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을 즉각 석방하라!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 국가보안법 재판 방청기

김지혜(활동가)

일시 : 2017년 6월 22일(목)

사건번호 : 2017고합113 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 등)

재판부 : 11형사부 판사 심규홍(재판장), 홍지현, 이진규

장소 : 서울 남부지방법원 406호

1심 3차 집중 심리

봄 가뭄이 해갈되지 않고 점점 더워지던 날,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이하 노책) 이진영 대표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판을 방청하였다. 방청후기를 간략하게 기록해 본다.

이 날은 3차 심리일로 재판이 열리자마자 바로 검사의 발언이 시작되었다.

검사(신동원) : 이진영 대표의 페이스북을 보면 NL계열 단체들과 접촉했음을 알 수 있다. 기자회견 참여단체들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모임,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이 있는데 모두 NL계열이다.

변호사 : 페이스북은 일면식 없는 사람도 친구일 수 있고, 기자회견은 이 사건 때문에 하게 된 것.

검사 : 독일 통일 후 히틀러·나치 찬양을 엄격하게 금지하였다.

변호사 : 그래도 히틀러가 쓴 ‘나의 투쟁’은 역사적 자료로 남겨두었다.

이진영 대표의 활동을 나치와 비교한 검사의 논리가 악질적이다. 사회과학도서전문 전자도서관을 통해 노동·통일 관련 다양한 서적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이진영 대표가 살인마 히틀러 집단인 나치와 같단 말인가? 부르주아 정권의 충실한 개(dog)인 검사가 보기에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한반도 분단 상황을 객관적으로 서술한 책들은 나치만큼이나 위험한 책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진보적 사상을 억압하는데 앞장서는 공안 검사야말로 악랄한 파시스트의 전형 아닌가?

이어 검찰측 증인으로 이동호 목사라는 사람이 나왔다. 과거 학생운동 출신으로 전향 후 뉴라이트 활동을 했으며 소련 패망 후 본인이 전향한 경위 및 80년대 사회운동의 계보를 증언하였다. 이 사람 발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증인 : 사회주의 전파에 있어서 노책이 기여하였다. 단순히 도서관이 아니다. 사회주의 학습은 공부만 하기위한 것이 아니라 실천을 위한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학습 자체만을 하기위한 것은 없다. 가진 자가 노동자 착취하는 것을 폭로하고 파업을 조직하고 연대의식을 길러 혁명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맞다. 사회과학의 기본관점을 정확히 짚었다. 그런데 우리 진보세력들은 어떠한가? 학습에 힘쓰고 있나? 학습을 실천과 연계시키려고 노력하나? 학습을 학습으로만 그치고, 지적 허영심만 채울 목적으로 학습하고, 실천활동에 있어서는 고민 없이 관성적으로 하지는 않았나? 저들은 시시각각 우리를 파악하고 우리의 활동목적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는 그만큼 치열한가? 이 두 가지 문제점, 바로 학습을 안 하는 것과 학습만 하는 것은 진짜 반성해야 할 지점이다. 좋은 말씀 이어진다.

증인 : 한국은 자유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사상문제에 취약하다. 체제전복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가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공산주의 혁명은 영원하다. 사회의 생산력-생산관계의 기본토대 모순이 바뀌지 않는한 똑같다.

판사의 질문이 예리하다.

판사 : 이적표현물 관련 국가보안법이 개정됐다. 단순 소지만으로 처벌할 수 없고, 목적성·명백한 위험성이 중요하다. 여러 주장들이 북한과 같다고 해서 이적성으로 볼 수 있나? 이적표현물 일부를 갖고 전체를 반국가단체로 볼 수는 없지 않나?

변호인 측 증인으로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천정환 교수가 나왔다. 발언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증인 : 노책 사이트 회원이며, 이 사이트를 발견해서 반가웠다. 대부분 절판된 책이 올라와 있는데 서적이며 사진자료 등이 너무 소중하다. 한국은 아카이빙(편집자 주 : 인터넷 기록보관소) 이 약한다. 7~80년대 학생운동·지성사 관련 서적이 부족하다. 한 개인의 노력으로 보존되는 것이다. 국회도서관·국립중앙도서관보다 편의성이 높다. 검열사·지성사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보안법 빼고 얘기할 수 없다. 북 관련 책들을 보면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데 동조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음란물 반포로 구속되는 것에 많은 논란이 있는데, 직접 범죄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소지라면 처벌하면 안 된다고 본다. 노책은 사회비판의식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고, 디지털 아카이빙으로 의미가 있다.

이어 검사는 이진영 대표의 활동이 너무나 이상하고 특이하다며 발언하였는데, 방청석에서 실소가 나오자 방청객들을 수 초간 노려보았다. 1, 2차 집중심리 때도 방청객의 비웃음을 여러 번 샀던 검사는 3차 심리 때는 대응할 준비를 하고 나온 듯 보였다.

점심식사 후 오후 심리전까지 남부지법 정문 앞에서 ‘이진영 무죄, 국가보안법 철폐’의 문구로 피켓시위를 진행했는데,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가까이 다가와서는 ‘이런 C발 것들’이라고 외치며 갔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자들은 저 위에서 호의호식하는데, 민중들끼리는 서로 쌍욕하면서 저들이 원하는 대로 분열하고 있다. 저들이 만들어 놓은 세대 간 갈등은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계급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오후 심리에서는 피고인 심문이 이어졌다. 검사측은 PPT자료를 통해 이진영 대표의 개인 이메일, 노책 사이트 공지 글, 회원 메일발송 글, 각종 사이트 및 노조 홈페이지 게시 글, 인터뷰, 기고문 등을 제시하였다. 대부분이 이진영 대표 개인의 활동 다짐들, 사회주의와 북 사회에 대한 생각, 사회과학 서적 인용 글들 이었다. 도대체 이놈의 나라에서는 왜! 개인이 자유롭게 생각할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인가? 헌법에서 보장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어디다 팔아먹고 국가보안법이 한정합헌이라는 말장난으로 한 인간의 자유권적 기본권을 억압하는가?

검사의 주장은 크게 4가지이다.

첫째로, 최근 이진영 대표가 NL계열과의 연락이 많고 관련 자료를 많이 올리는데 설령 반북입장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상관없이 반국가단체로 선전·선동을 하고 있다. 둘째로, 김일성 우상화 금지는 히틀러나 나치 찬양 금지와 같은 것인데 이를 어기는 것은 마약과 같은 범죄행위이고, 비록 간헐적인 이적활동이라 해도 무죄로 인정될 수 없다. 셋째로, 이진영 대표는 평소에 생계에 책임을 지지 않았으며 사이트 회원비는 책 구입대금으로 썼기에 영리성이 없으므로 문제가 된다. 넷째로, 사회주의 사상학습과 온라인 세미나를 추진하고, 기존 강좌들을 소개하는 것은 디지털도서관을 만든다는 주장과 달리 공산주의 사상을 전파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분쇄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국가변란에 해당한다.

검사는 이진영 대표를 마약중독자, 범죄자에 비유하면서 한편으로는 평소에 생계에 대해 기여하지 않았으므로 구속해도 된다는 논리로 말했다. 구구절절 정성스런 헛소리를 하면서, 이진영 대표를 구속하기 위해 이렇게 반인권적이고 악의적이며 치졸한 논리까지 갖다 대는 국가의 폭력성에 치가 떨렸다.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조목조목 따졌다.

변호사 : 국내 북한 연구 현황은 남북관계의 변화를 반영하며 북은 평화통일의 대상인데, 오직 검찰·국정원 수사기관만 이를 적대시하며 안보위협 운운한다. 국가보안법은 북에 대한 접근을 막고 접근 목적을 따지며 이적 목적이라고 막는데, 그 결과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피고의 내심을 따지는 것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 국가보안법 전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면 이적목적이 있는가? 편협한 시각이다. 노책은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주기에 오히려 치하 받을 작업이다. 피고인 스스로 트로츠키주의자라고 했다. 이것은 사상의 자유로 존중되어야 한다. 이미 30년간 이렇게 살았는데 구체적 국가변란을 어떻게 일으켰나? 자본주의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 모순이 벌어지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만 봐도 그렇다. 사상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이것의 옳고 그름은 심리되어서는 안 된다. 변호사 본인도 같은 생각일 수 있다. 피고는 30년간 같은 주장했지만 실패하였다. 영향력이 없다. 자유는 헌법의 최고 가치이다. 맑스, 레닌, 트로츠키를 법정에 세울 것인가? 인권을 위해 나아갈 것인가, 후퇴할 것인가. 이전의 해방연대 사건 결과, 비록 자유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사상은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① 사회변혁과 혁명에 대해 추상적으로 인정한 글은 국가보안법의 대상이 아니다 ② 북한 발행 책을 의견 없이 올린 것을 이적 목적으로 보면 안 된다. ③ 명시적으로 ‘폭력이 수반된 행위’를 기술한 도서가 아니라면 제외시켜야 한다. 그리고 피고의 평소 신념보다 객관적 행위를 봐서 이적행위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변호인의 논리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국가보안법이 문제라는 것의 핵심은,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국가가 이적이니 반국가적이니 규정하며 탄압하는 것인데, 이 변호사는 그 얘기에 곁들여 피고의 투쟁은 영향력이 없어서 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말이다. 이진영 대표의 활동이 진짜로 실패했고 영향력이 없다면 오히려 국가기관이 그를 구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북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기에 학문적 영역으로만 두어야 하는 분야가 아니라,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관련 내용을 알 수 없게 막고 있는 분야이다. 이것에 대해 자기 삶을 걸고 투쟁을 하는 이진영 대표의 활동을 당당하게 변호하기에는 변론의 방향이 좀 엇나간 듯싶었다. 이진영 대표의 활동이 영향력이 없어서 국가보안법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국가보안법 자체가 반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이기에 폐기되어야 하는 법인 것을 주장하고 변론하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진영 대표의 최후 변론이 이어졌고, 검사는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 증제 몰수 구형을 요청하며 심리는 끝났다.

우리 사회에서 국가보안법은 소위 ‘빨갱이’ 잡아가는 법으로 호도되고 있지만 그 전신은 일제시기 ‘치안유지법’으로 독립군들을 단속하는 법이였다. 당시 독립군이야말로 이 땅의 인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 아니었겠나? 같은 맥락에서 소위 ‘빨갱이’들이야말로 현재의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국가보안법에 저항하고 국가보안법 폐기를 위해 싸우는 일이야 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투쟁이다. 이진영이라는 한 인간을 구속하고 국가보안법으로 옭아매는 것은 그와 같은 생각-사회에 대한 비판의식과 저항의식을 갖고 있는 모든 인간에 대한 억압이다. 우리의 기본권을 침해함과 동시에 사회를 똑바로 보는 것을 막는 국가보안법은 철폐되어야 하며, 이진영 대표는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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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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