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공투위 농성 6일차 4(6월 26일)

지난 대선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다. 당시엔 사회 전반에서 문제로 인식된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를 두고 여야 모두가 대한문에서 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들을 찾았고 단식하는 사람의 손을 잡으며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달라진 건 없었다. 오히려 노동문제는 더 확대됐고 급기야 민중총궐기 투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위원장은 구속되어 아직까지 수감생활 중이다. 탄핵정국에선 조직력 지닌 노동조합이 촛불항쟁의 중요한 한축이었음에도 노동문제가 이슈화되지도 않았다.

문재인 정권! 많은 이들이 세상이 달라졌다고 광명을 찾은 듯 환호하고 있다. 정말 다른 세상이 될 기운이라도 보이는 걸까. 악의적으로 노조파괴를 일삼고 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갑을오토텍 자본, 이를 변호하던 자는 청와대 반부패비사관이 됐다. 정리해고 무효 소송에서 승리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공장이 아닌 거리에 서 있다. 투쟁사업장 농성을 두고 ‘가만히 있으라’, ‘기다리면 다 들어준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말이다. 과거 대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다. 그들의 기만적인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부자들의 자선은 단지 바다 위의 빗방울이다. 떨어지자마자 사라져 버리는 빗방울이다.”

– 엥겔스 저,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 경쟁 중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자선을 바라며 촛불을 들지 않았다. 달콤한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환상에 젖은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다. 그들이 만든 열사와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에 맞서 싸워 나가며 두 손으로 쟁취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일 뿐이다. 한 톨의 쌀조차 공으로 얻어지는 법은 없다.

글, 사진: 점좀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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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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