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전태일 정신으로 노동이 존중받는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자!
–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26 전국노동자대회에 즈음하여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었지만, 그가 온몸으로 외쳤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절규는 여전히 오늘의 노동현장에 살아 있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빼앗긴 노동자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자,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청년·여성·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차별과 배제, 불안정한 고용과 생존의 위협에 놓여 있다.
전태일 정신은 노동자를 생산수단이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대하라는 선언이자, 노동자 스스로의 각성과 주체성이다. 돈과 이윤을 앞세우는 사회에 맞서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 인간다운 삶을 지키려는 실천이며, 자신의 권리만이 아니라 동료 노동자와 고통받는 이웃의 아픔까지 함께 짊어지려는 사랑과 연대의 정신이다. 법과 제도의 한계를 넘어 사회구조를 바꾸려는 투쟁이다. 전태일 열사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깊이 되새기며, 오늘의 노동현장에서 그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
첫째,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를 하나로 모아 강력한 투쟁으로 쟁취해야 한다.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고 하청 노동자와 직접 교섭하도록 해야 하며, 산업전환의 비용과 희생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이윤과 기업의 편의가 아니라 노동자의 고용과 삶을 중심에 놓는 산업전환을 실현해야 한다. 노동권을 후퇴시키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각종 규제 완화와 노동개악에 맞서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차이를 넘어 공동의 요구를 형성하고, 기업별 이해관계에 갇힌 노동조합운동을 계급적·사회적 노동조합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를 비롯한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산업별 공동교섭과 전국적 공동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임금과 고용만 지키는 조직을 넘어 전체 노동자의 삶과 사회적 권리를 책임지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둘째, 노동자의 연대를 사회 전체의 연대로 확대하고 노동자의 요구를 사회적 요구로 발전시켜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일부 노동자만의 권리가 아니라 비정규직과 미조직 노동자, 청년·여성·이주노동자 등 노동시장에서 차별받고 배제된 모든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다. 나아가 농민·빈민·시민사회와 폭넓게 연대하여 주거·교육·의료·복지·환경·성평등 등 민중의 삶과 직결된 다양한 사회적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문제는 민중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으며, 민생과 복지, 민주주의와 평화,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을 낳는 구조적 문제 역시 노동운동이 외면할 수 없는 공동의 과제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일터의 담장을 넘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평등과 부당한 차별에 맞서고,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과 존엄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를 사회 전체의 보편적 요구로 확산시키고, 노동자와 민중의 연대와 공동투쟁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키워나갈 때 노동운동은 비로소 진정한 사회변혁의 주체로 우뚝 설 수 있다.
셋째, 나라의 자주화 없이는 노동존중도, 민생복지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노동자의 삶은 국내 노동정책과 경제산업구조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막대한 대미 혈세투자, 값비싼 미제 무기 구매와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조하는 중동 꼼수 파병, 미국의 한국 대중국 전초기지화는 국민의 삶과 한반도 평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맞서지 않고서는 민생과 복지를 지킬 수 없으며, 노동자의 권리 증진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이해관계에 종속된 외교·안보·경제정책을 바로잡고, 막대한 재정과 사회적 자원을 노동자의 삶과 국민의 복지, 미래세대의 발전을 위해 사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전쟁과 군비경쟁이 아니라 평화와 상호협력에 기반한 한반도와 동북아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운동은 임금과 노동조건의 개선을 넘어 외세의 부당한 간섭과 종속을 극복하고 민중이 주권자로 서는 자주화 투쟁에 앞장서야 한다.
넷째, 노동자의 독자적인 정치적 힘을 키우고 계급적·사회적 노동운동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노동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현장의 투쟁과 함께 노동자 스스로 정치의 주체로 서야 한다. 노동현장의 조직적 기반 위에서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 민주적이고 독자적인 노동자 정치세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중심에 놓되 농민·빈민·청년·여성·환경운동 등과 폭넓게 연대하고, 의회-선거뿐 아니라 현장과 지역에서 대중의 삶을 바꾸는 정치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기존 중도보수 정치세력과의 협력은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원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보수·극우세력에 맞선 선거연대와 노동자 정치의 독자적 발전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정치세력과 협력하더라도 노동자의 독자적인 조직과 강령, 정치적 판단과 행동을 유지해야 하며, 정부의 노동정책 역시 노동자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정권의 성격이나 선의에 노동운동의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된다.
다섯째, 요구와 단결을 기반으로 투쟁을 중심에 놓고 교섭을 결합하는 노동운동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
투쟁과 교섭은 대립하는 선택지가 아니다. 교섭은 투쟁을 대신할 수 없으며, 투쟁 또한 교섭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과 조직된 힘을 바탕으로 투쟁을 중심에 놓고 교섭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교섭은 현장의 요구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성과를 쟁취하기 위한 수단이며, 투쟁은 교섭력을 뒷받침하고 합의가 거부되거나 이행되지 않을 때 이를 관철하는 힘이다.
교섭 공간은 노동자 요구의 정당성을 알리고 일부 관철하는 기회로 활용하되, 정부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한미예속동맹, 분단·냉전 구조, 외자-재벌 중심의 경제 속에서 사회적 교섭이 정부와 자본의 논리에 노동운동을 종속시키는 통로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교섭의 목표와 원칙, 양보할 수 없는 기준, 합의의 민주적 승인 절차와 이행 여부를 분명히 하고, 핵심 요구가 거부되면 더 큰 투쟁으로 돌파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여섯째, 노동자의 정치의식과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고 민주노총의 단결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자의 삶은 임금과 노동조건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국제관계, 대외정책, 경제체제, 부동산과 금융, 복지와 조세, 성평등과 교육, 종교와 문화까지 노동자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를 노동자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유튜브와 SNS, 지역공동체와 생활공간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넓히고, 노동자의 요구와 의견을 반민주·반진보로 왜곡하는 데 맞서야 한다.
민주노총 차기 지도부 직접선거에서 투쟁과 교섭의 전략을 둘러싼 치열한 토론은 필요하다. 그러나 차이를 정파적 대립과 조직 분열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설득하며 민주적인 절차로 결정하고, 결정된 공동의 과제를 함께 실천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힘은 어느 한 정파나 지도부가 아니라 노동현장의 단결과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나온다.
전태일 열사는 자신의 고통만이 아니라 동료 노동자들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 그 숭고한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기념식에서 이름을 부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별과 착취에 맞서 싸우고,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연대하며, 자주와 평화의 새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자주연합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깊이 되새기며 민주노총과 전체 노동자들에게 호소한다.
원청교섭 쟁취! 노동중심 산업전환 쟁취! 메가특구 노동개악 저지!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와 청년·여성·이주노동자 조직화 및 차별 철폐!
농민·빈민·시민사회와의 연대 확대, 노동자의 사회적·정치적 영향력 강화!
대미 혈세투자·꼼수 파병·미제 무기 구매·미군 주둔비 증액 반대!
대중국 전초기지화 저지! 반제자주와 한반도 평화 실현!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계급적·사회적 노동운동의 발전!
투쟁을 중심으로 교섭을 결합하는 민주노총의 단결과 투쟁 강화!
전태일 정신으로 단결하자!
투쟁과 연대로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자!
자주와 평화, 노동존중과 민생복지의 새 시대를 열자!
2026년 11월 7일
자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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