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호 열사 산화 90일 100리길 행진1

랜만에 나온 현장이고 덥고 습한 날의 행진 탓인지 카메라가 무겁게만 느껴졌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라도 드려야 할터인데 머뭇거렸다. 

낯익은 얼굴들을 본다. 

비정규직 투쟁의 전설이라는 기륭전자, 

정리해고 투쟁으로 세상에 바람을 일으킨 쌍용차, 

소수지만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는 콜트콜택… 

파업할 공장이 없거나 밀려났어도 소위 말하는 산전수전 공중전 안 해본 것이 없는 노동자들이다. 

여전히 거리에 선 것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고민과 생각을 더하게 된다. 

무엇이 부족한가? 뭐가 모자랐을까? 치명적인 잘못이라도 있는 걸까? 도대체 왜… 

징한 현대차 자본에 맞선 유성기업 투쟁을 오늘 하루만 보게 되는 것 같아 말도 참 조심스럽다. 

그래도 끊임없이 거리에 선 자들을 만나는 건 뭐랄까 생명체를 마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목숨까지 좌지우지하는 복잡한 싸이클을 만들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런 걸 생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낯익은 사람들의 얼굴엔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그 시간의 축적은 투쟁이고 역사란 살아 숨쉬는 생명체일지도 모르겠다.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이게 궁금해서라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

– 2016년 6월 14일, 한광호 열사 산화 90일차  100리길 행진 이틀째 날.

글, 사진: 점좀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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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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