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역사적 원인을 찾아 단결하고 정치적 노동운동에 복무하자!

노동계급 정치세력화의 원칙과 방향

이 글은 <민주노총 창립 30주년 기념 토론회 민주노총 정치세력화 평가와 과제>에 제출한 토론문입니다.

전국노동자정치협회 편집위원장 백철현

민주(民主)주의는 피억압계급이 지배계급으로 올라서는 것

노동계급 정치세력화의 목표는 개인이 아닌 하나의 계급으로서 노동자계급의 집단적 목표이다.

현재로서는 요원해보이지만, 노동계급 정치세력화의 당면 목표는 정치권력 장악이고 궁극목표는 사회변혁이다.

민주(民主)주의는 말그대로 민이 주인되는 사회변혁이다. 맑스ㆍ엥겔스는 《공산당선언》에서 사회변혁은 민주주의가 근본 실현되는 것으로 피지배계급, 피억압 계급이 사회의 지배계급으로 올라서는 것이라고 했다. “촛불혁명”, “빛의 혁명”이라고 정권퇴진 투쟁을 규정하지만, 이 투쟁은 민중의 자발적인 투쟁이 분출되었지만 생산양식을 변혁하고 민중이 새로운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혁명이라기 보다는 온건한 형태로 전개된 민주주의 투쟁의 일환이었고 기존 체제 내에서의 정치세력의 교체로 근본한계를 가진 투쟁이었다.

이 투쟁으로 기존 권력은 내려오고 새로운 권력이 선출되었지만, 국내외 재벌의 생산수단 장악, 국정원, 검경, 사법부의 민중억압적이고 폭력적 국가기구는 그대로 유지되고, 국가보안법은 그대로 온존되고 있다. 지배계급의 사상의 나팔수들인 자본언론들은 존속되고 미국의 정치ㆍ군사ㆍ경제ㆍ문화ㆍ정신적 지배와 종속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자본주의 계급착취 사회이자 계급으로 분열된 사회다. 자본주의 정치세력들은 국민정당을 표방하지만 계급사회에서 국민전체를 대변하는 당은 있을 수 없다. 어느 한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면 다른 계급의 이해에 반한다. 자본주의 국가는 중립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착취계급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억압의 수단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동의와 설득을 때때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지배계급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며 본질은 폭력기구이다. 국가정보원 같은 폭력기구와 국가보안법 같은 악법이 국가의 폭력기구로서의 성격을 잘보여주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다당제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대개가 부르주아의 이해를 대변한다. 현재 부르주아 국가에서 양당체제가 정착되어 있는데, 이 당들은 본질적으로 제국주의와 부르주아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이다. 다만 노골적이거나 은폐된 형태로 제국주의와 부르주아의 이해를 대변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계급으로 분열된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정당은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계급 정당은 억압 받고 착취 받는 근로민중 전체의 이익을 대변한다. 더 나아가 제국주의에 민족의 이해를 팔아먹는 부르주아와 달리 민족 전체의 이해를 대변한다. 민주주의의 대변자이기도 하다.

노동자계급 정당이 자주성과 계급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 계급대립 사회에서 기존 정당들과 섞이지 않고 노동자를 위시한 근로민중의 이해를 투철하게 대변하고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열망은 실현되지 못한 것에 대한 희구

두 발제문은 그동안 노동자정치세력화 과정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발제문들은 이 과정이 분열로 인해 좌초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2008년 초 민주노동당은 대선 평가와 혁신 기조를 둘러싼 정파 간 갈등이 격화되어 결국 창당 8년 만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분리되는 진보정당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안혜영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 [발제문] 민주노총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역사와 쟁점)

또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보수 독점의 정치체계에 의미 있는 균열을” 내는 진보적인 역사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수차례의 분열과 갈등”을 겪으면서 “각자도생”하게 되고 그 “결과는 진보정치의 끊임없는 주변화로 이어지고 있다”(손우정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진보정치의 성찰과 과제 : 중심에서 리더십으로”)며 진보정치운동이 통일단결의 역사가 아니라 분열과 갈등의 역사였음을 상당 부분 지면을 할애하여 서술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진보정당 분열로 인한 갈등과 피로감이 상당했고, ‘양당이 통합할 수 있게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었고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민주노총은 분열된 진보정치를 다시 묶어 세우는 역할에 나섰다.

– 3월 5일 7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진보정당 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에 동의하는 전직 민주노총 위원장들까지 포함해 공동추진위원회 의장단을 꾸렸다. 같은 해 9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진보정당 단결과 통합촉구 민주노총 선언문’을 채택하고, 조합원 10만 선언·서명운동을 결의하면서 진보대통합 요구를 대중적으로 조직하기 시작했다.”(안혜영, 위 발제문)

이처럼 민주노총이 시도해 왔던 진보대연합과 진보대단결은 이러한 통일과 단결의 열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뒤집으면 진보정치운동의 분열상 난립상의 표현인데, 진보대연합과 대단결의 열망은 현실에서는 실제로는 이 열망이 충족되어 있지 못하고 진보세력의 분열과 갈등, 난립되어 있는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진보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이 대중조직이지만 노동조합은 억압과 착취에 맞서 투쟁하고 진보성을 가진 조직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기존 기득권 지배 양당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진일보한 결정의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이것은 특정 진보정치 세력만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게 하는 패권주의로 경도될 위험성을 가진다

이에 반해 진보다원주의는 배타적 다양한 진보세력들에게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공정하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다원주의자들에게는 이것이 민주적이고 바람직한 상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분열된 상태이고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기층 노동자와 민중은 단결을 원한다. 자신들의 이해를 힘있게 대변하는 정당을 원한다. 진보세력의 다양성은 대중조직을 분열시키고 근로민중을 분열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진보세력 분열의 역사적 원인

위 발제문들은 분열된 진보정치세력화의 과정에 대해 곳곳에서 서술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분열의 역사적 원인은 잘드러내지 않고 있고 그러기에 분열을 극복하고 통일단결로 나아갈 방책이 미흡하다.

1945년 해방 이후 다양한 진보정치세력이 있었지만 민중이 주인되는 자주 독립국가를 만들려는 공통의 염원으로 단결되어 있었다. 남과 북의 분단을 반대하고 자주통일국가를 세우려는 열망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일제를 대신하여 점령군으로 들어온 미제국주의를 축출하려는 목표는 하나였다. 그러나 주지하듯 친일파에서 친미파로 변신한 국내 정치세력들은 점령군 미제의 주구가 되어 민중의 염원을 짓밟고 대량학살하였다.

대한민국은 미군정이 주조한 반공억압, 학살체제였다. 대한민국은 민중의 통일조국 건설을 배반하고 1948년 단정ㆍ단선으로 분단을 획책하였고 이에 저항하는 민중을 대량학살하고 민중의 피바다 위에서 들어섰다. 1948년 제주 4.3의 민중항쟁을 진압하라는 명령에 대해 여순에서는 10월 19일 14연대와 여수ㆍ순천의 민중이 동족 상잔 반대, 미군철수를 외치며 항쟁했다. 

국가보안법은 여순항쟁을 유혈 진압하고 제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들끓던 민중항쟁을 짓밟기 위해 그해 12월 1일에 제정되었다.

한국전쟁은 6.25로 명명되어 있지만,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는가?(그것도 역사적 논쟁점이지만)라는 관점으로는 이 전쟁의 본질적 성격을  제대로 밝힐 수는 없다.

미군강점 이후 전국적으로 전개되던 민중의 항쟁과 이 항쟁을 짓밟고 한반도 이남에 친미 반공 국가를 수립하려고 했던 세력들과 격렬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었고 그 결절점에서 한국전쟁이 벌어졌다. 오늘날 친미 반공사회에서 한국전쟁의 본질적 성격은 사라지고 전쟁의 본질을 밝히려는 노력, 시도들은 국가보안법의 탄압을 받았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진보세력들은 학살당하거나 전쟁과정에서 죽임을 당했다. 한반도 이남에서 진보세력들은 일망타진당했다. 국가보안법은 진보세력을 탄압하는 흉기 역할을 했다. 1940년 4월항쟁은 이승만 독재자에 맞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만들려는 투쟁으로 왜곡돼 있지만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학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에서 보듯, 해방 이후 외세 척결과 자주통일, 민중자치권력 수립의 열망이 표출된 것이다. 진보세력들은 겉으로는 일망타진당했지만 해방 이후 열망과 기억이 살아 남은 이들, 후대들에게 전해져 면면이 살아 있었던 것이다.

박정희 5.16쿠데타는 민중의 이러한 해방과 자주통일 열망을 짓밟고 한국을 반공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미국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이러한 요구에 충실하게 응해 한국을 친미반공병영 국가로 만들었다. 국가보안법은 “빨갱이”로 몰아 진보세력과 민중을 짓밟는 도구였다. 

미국은 한국을 미국의 신식민지로 유지하면서 반공자본주의 체제로 발전시키려 했다. 국가보안법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조건 무권리 상태의 노동을 유지하는 공포의 수단이었다. 이 체제 하에서 한국의 재벌들이 노동자의 희생 속에서 발전할 수 있었다.

박정희는 반공백색테러로 일관하였는데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통치를 위해 민중을 분열시켰다. 지역감정 조장이 대표적인 민중분열책이었다.

박정희는 반공 백색테러 체제로 그 잔혹한 학살에도 사월혁명으로 다시 일어선 변혁의 땅이었던 이남을 진보세력의 무덤으로 만들어 놓았다. 반공은 이 땅 권력자들의 통치이념이었고 공산주의를 적대하는 반공사상은 미국을 숭배하는 사상의 다른 표현이었다. 박정희는 미국의 요구에 충실하게 반공의 요새로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  사회의 지배적 이념으로 만들었다. 이 반공주의는 진보세력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한국운동의 분열상은 변혁의 순서, 방식, 경로를 달리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는데, 이 분열상은 북(조선)에 대한 태도를 둘러싸고 상당부분 표출되었다. 

변증법적 유물론과 달리 자주사상은 철학의 근본문제를 유물론과 관념론과 대립에서 이를 전제하면서 세계와 그 속에서 개조자적 역할을 하는 인간의 문제로 전환하였다. 자주사상에서 인간은 자주성ㆍ창조성ㆍ의식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 규정되고 있다. 이 인간의 본질은 생물학적, 개별적 속성을 넘어 사회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주관주의, 관념론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이것이 주관적 관념론이라는 인식이 자칭 맑스주의자들 속에서 팽배하면서 자주사상을 비판, 적대하였다. 반면 자주파들은 맑스주의가 제한적 사상이라는 이유로 맑스주의를 멀리하였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진보적인 사상이라면 계승성과 혁신성이라는 두 양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남북의 분단만큼이나 진보세력 내 사상도 분단하고 조직도 분단하였다. 

국가보안법이 이 분열의 원천이다. 모름지기 한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사상이 탄생한 사회를 제대로 인식해야 하고 그 사상이 만들어낸 사회를 온전하게 인식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 북의 체제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막혀 있고 심지어 왜곡을 넘어 중상비방되고 있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 범죄시 되는 상황에서 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념은 지배계급이 주조한 관념 그대로이다. 진보세력이라면 이 금기와 장벽을 깨고 자주적으로, 역사적으로 인식하고 분단 반공체제를 혁파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진보세력들 스스로 반북을 내면화 하였다. 반공반북 “진보”가 이렇게 하여 배태되었고 “종북”이라는 용어의 창시자들이 반조선노동당을 내걸었던 사회당이었고 이후 진보정당을 분열시켰던 세력들이 대중적으로 내세웠던 구호였다는 점은 이 사회의 진보세력이 얼마나 반공주의에 사로잡혀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당도 이른바 일심회 사건 등 민주노동당 내의 종북주의 청산 문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평등파의 핵심 정파 중 하나인 ‘전진’의 김종철 상임집행위원장은 “비대위가 공식적으로 천명하긴 어려울지 몰라도 종북주의 청산 의제가 혁신 내용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등파의 많은 인사들이 혁신 대상의 핵심 과제로 종북주의를 꼽는다. 종북주의의 대표적인 예로는 자주파가 2006년 10월9일 실시된 북한의 핵실험을 ‘자위권’ 차원으로 해석한 것 등이 꼽힌다. 평등파 내 강경파들이나 당 밖에서 논쟁을 주도하는 이들은 ‘자주파와의 결별’, 곧 ‘분당’의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그 핵심 근거로 꼽는 게 종북주의다.(류이근 기자, “민노당, 혁신이냐 분당이냐 대선 패배와 함께 종북파 문제 수면 위로…심상정 비대위 체제가 당을 살릴 수 있을까”, 한겨레21 제693호, 2008년 1월10일)

심상정, 심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 프로그램 등에 출연, “우리나라가 분단상태에 있다 보니 남북관계에 있어 과도한 부분이 있고 그것이 국민에게는 `북한 지도노선을 추종하는 것'(종북주의)으로 오해가 있어 이런 부분을 과감히 혁신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심상정 ‘일심회,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할 것’”, 한겨레신문, 2008-01-15)

심상정에게는 국가보안법을 내면적으로 수용하고 심지어 그 칼날을 휘둘러 당내 투쟁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혁신”이었다. “헌법 내 진보”는 심상정의 반공 모토가 되었다. 주대환은 국가보안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었으며, 한석호는 국가보안법의 논리로 살생부를 만들어 분당을 주도하고 신당을 창당했다.

국가보안법에 노예가 된 한국 “진보운동”의 희비극이 여기서 총망라되어 광란극이 벌어졌다.

이정훈 반도평론 대표(당시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에 대해 지난 11월 12일 1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과연 이정훈의 죄는 무엇인가? 국가보안법이 아니라면 훈장을 받았을 그가 과거에는 진보운동을 분열시킨 주범으로, 오늘날에는 “간첩”으로 낙인찍혀 중죄인이 되었는가?

스탈린의 말대로 “자신의 신념과 의사에 반하여, 또 정세의 요구를 거역하고 외부의 ‘지령에 따라’ 행동하는” 꼭두각시 같은 얼빠진 활동가들을 지구상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평양에 있는 인사들이 할 일이 없어서 남에 있는 인사들에게 지령문이라 쓰고 앉아 있겠는가?

자주적 활동가들은 누구의 종복도 아니고, 누구의 강요를 받고 움직이는 비주체적인 인간도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신념과 양심과 사상에 입각하여 활동을 한다. 이정훈이 평생을 싸우게 한 원동력은 누군가의 지령이 아니라 광주에서 민중에게 자행된 학살극이고 민중의 저항정신이었다. 외국군이 주둔하고 있고 분단된 우리 사회의 모순 자체였다…국가보안법의 법정에서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며 사는 것이 바로 중범죄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이 이정훈의 첫 번째 죄목이다.

이정훈과 함께 동지적 맹세를 하며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에 참여했던 인사들 중에는 하루아침에 양심과 신념을 팔아먹는 변절자들이 생겨났다. 이 변절자들은 이제 권력자가 되어 이정훈을 탄압하는데 부역하고 있고, 오월 광주정신을 팔아먹고 있다. 기회주의자들, 변절자들의 배신, 투항, 부패와 타락이 판치는 세상에서 이정훈은 40여 년의 긴 세월동안 단 한 번도 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일신상의 안일과 권력의 회유에 빠지지 않고, 미문화원 점거 농성을 할 때의 청춘의 열정과 신념으로 지금까지 투쟁하고 있다. 이것이 또한 이정훈의 두 번째 죄목이다.

오월광주 열사들의 숭고한 정신과 민중의 항쟁이 이정훈에게 지상명령을 내리는 부동의 진짜 배후다.(“역사의 법정에서 이정훈은 무죄다! 그런데 왜 현실의 법정에서 이정훈은 ‘죄인’이 되었는가?”, 노동자정치신문, 2021년 5월 21일)

통합진보당의 분열도 부정선거 시비로 시작되었지만 본질은 진보세력이 “성공에 취하여” 국회의원 비례대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으로 시작되었다. 의회진출이 대중투쟁과 변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제도권 정당으로 편입되는 목표가 되고 출세분자들의 욕망실현의 수단이 되면서 변혁이라는 대의를 상실한 분파들 간의 패권과 알력으로 변질돼버렸다. 통합진보당 분열의 근본원인은 의회주의에 있다. 그런데 분열을 정당화 하고 세력을 차지하는 수단으로 종북몰이가 자행되고 조중동뿐만 아니라 한겨레, 경향 신문 같은 언론들까지 합세하여 종북몰이에 가담하여 버렸다. 

혁신파의 ‘새로나기’ 보고서는 종북 마녀를 고발하고 사냥하는 “손가락 총”이 되었다.

조중동이든 한겨레, 경향이든 구분없이 언론에서는 “손가락 총”을 비호하는 살상 대포를 자처하고 나섰다.

[사설] ‘北 세습 수령독재’ 옹호해선 進步 거듭날 수 없다, 조선일보, 2012.05.24.

[사설] 민노총은 北 세습 정당화, 이석기는 애국가 거부, 동아일보, 2012.06.18.

[사설] 통진당 새로나기, 진보의 재구성 발판 돼야, 경향, 2012.06.18.

종북과 선긋는 진보당, 세계일보, 2012.06.18. 

[사설] 현실인식 돋보이는 진보당의 ‘새로 나기’, 한국일보, 2012.06.19.

[사설] 진보당 혁신 담보할 리더십 기대한다, 중앙일보, 2012.06.19,

“재벌해체·주한미군 철수 입장 재검토”…진보당 금기 깨다 한겨레, 2012.06.18.

[연합시론], 진보의 운명 가름할 통진당 대표 경선, 연합뉴스, 2012.06.22.

이러한 광기어린 공세 속에 국가보안법으로 내란사건이 조작되고 통합진보당은 강제 해산되었다.

이처럼 무수한 사실은 진보세력 분열의 배후에는 반공주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토론회 발제문들 역시 상당부분 진보진영 분열상이 북핵문제, 북핵문제로 나타난 북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주당에 대한 태도와 패권주의 문제와 함께 “사회당은 대북정책”(안혜영, 발제문)을 분열을 정당화 하는 명분으로 삼으며 종북 척결을 외쳤고, 북에 대한 문제, 즉 북핵문제나 국가보안법 문제가 분열의 주된 원인이었다.

진보정치의 평가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북핵 문제나 국가보안법, 선거연합 등 민감한 의제를 둘러싸고 격화되어 왔던 정파 간 갈등과 패권주의 문제다.(손우정, 같은 발제문)

조중동은 말할 것도 없고 한겨레조차  이른바 “북핵문제”에 대해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8일 논평을 통해 한·미 정부가 내놓은 팩트시트를 강력히 비판했다. 눈에 띈 대목은 이미 핵을 가진 북이 남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과 핵잠 건조와 농축·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각각 승인·지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핵군비 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시비를 건 점이다.

북·미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던 2018~19년엔 북의 이런 비판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북은 태도를 바꿔 2022년 9월 선제 핵공격을 허용하는 ‘핵 독트린’을 내놨고, 2023년 말엔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했으며, 이후에도 남을 향해 노골적인 핵 위협을 쏟아내고 있다.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당대회 때부터 핵잠 개발을 목표로 내걸었던 북이 똑같은 시도에 대해 “핵야망실현의 대문”을 여는 “위험한 행보”라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사설] “‘비핵화’ 분노 북한, 군사회담 제안은 마다할 이유 없다”, 한겨레신문, 2025-11-18)

먼저 한겨레가 “북·미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던 2018~19년엔 북의 이런 비판”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고 미국의 대북압력에 대해 비판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겨레의 이러한 태도는 이른바 “북핵문제” 원인에 대한 역사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 한겨레는 북이 핵무기를 보유하고서도 트럼프와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과 핵잠 건조와 농축·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합의한 것에 대해 “핵군비 경쟁”이라고 비난한 것이 내로남불의 시비라고 문제를 삼고 있다.

한겨레는 이재명 정권이 평화공존을 말하면서도 트럼프와 대북적대를 공식화하는 합의를 하고(승인을 받고) 이것이 중국의 직접적인 반발을 사 동북아에서 전쟁위기를 불러오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두둔하고 있다.

한겨레는 사물의 한 단면을 잘라 그것이 사물의 본질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한겨레는 미국의 대북적대 정책과 그 부산물로서 핵패권ㆍ핵독점을 위해 조어로 만들어진 “북핵문제”를 그대로 수용하고 이 역사적 원인을 제거하고 미국의 적대정책에 맞서 자위권으로 만들어진 북의 핵보유라는 결과만을 부각시키면서 미국의 패권을 더 가속화 시키고 한국의 군사적ㆍ정치적 예속을 심화시키며 전쟁위기를 깊게 하는 “핵군비 경쟁”을 옹호하고 있다.

원인 없이 결과 없다. 원인이 사라져야 그에 대한 대응으로써 나타난 결과도 사라진다는 것은 거창하게 변증법의 원리를 들먹이지 않아도 최소한의 분별력과 합리성만 있어도 알 수 있다.

“진보 진영” 내에서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전쟁과 핵무기의 위협에 맞서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실현한다.”는 민주노총 강령을 들어 “북한 핵무장 반대”를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기조차 했다.

윤석열의 내란ㆍ외환 시도에서도 다시금 드러났듯, “전쟁과 핵무기의 위협”은 누가 하고 있으며 누가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는가? 미국과 미국의 전쟁책동의 돌격대로 나서는 국내 호전세력이라는 것에 다른 설명이 더 필요한가? 트럼프의 관세 협박을 빌미로 한 한국에 대한 경제, 정치, 군사적 공세, 주권의 제약은 누가 전 세계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주범인지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노동운동을 정치화 하는 것으로 단결해야 한다

 

한국 노동운동은 임금과 고용, 복지 등 노동자의 직접적 요구에 충실해야 할뿐만 아니라 착취의 법적토대인 비정규직 악법과 정리해고제, 파업권을 규제하는 악법 철폐 정치투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한국노동운동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 팔레스타인 민족 억압과 학살에 맞서 국제주의 단결에 복무해야 한다.

한국노동운동은 재벌에 의한 소상공인들의 폐업과, 은행의 강도 같은 신용 협박, 건물주의 횡포에 맞서 싸우며 을들끼리의 분열을 딛고 최저임금 계급동맹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전위가 되고 민중의 호민관이 되며 분단을 척결하고 통일에 나서며 제국주의에 맞서 부단히 급진화, 정치화 해야 한다.

대북적대 정책 폐기, 침략적 군사훈련 중단, 헌법상의 영토조항 폐기, 국가보안법 철폐, 미군철수, 평화협정 체결, 한미동맹 분쇄, 적대화된 남북관계 복원과 통일 추구는 노동운동의 최일선의 정치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

진보정당 운동은 노동운동의 정치화와 단결에 충실하게 복무해야 한다.

완전한 정치적 통일을 추구하되, 당장은 이러한 요구들 중에서 합의할 수 있는 공통의 단결 강령을 마련해야 한다. 진보세력 상층의 만남 속에서 만이 아니라 민중 속으로 들어가 이러한 단결의 기운을 확장시켜야 한다.

진보대단결은 민중에게 새로운 정치적 전망을 심어주고, 민중의 단결, 민족의 단결과 통일, 해방으로 나아가는 첩경이다.

보론

자주성과 통일전선

자주성과 통일전선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자주성을 명확하게 세우면서 통일전선은 폭넓게 쳐야 한다. 고전은 우리에게 지혜를 준다.

공산주의자는, 노동자계급이 직접 당면하는 목적과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싸우는 동시에, 현재의 운동 속에서 이 운동의 미래를 대표한다. 프랑스에서 공산주의자는 보수적 및 급진적 부르주아지에 반대하고 사회민주당과 제휴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대혁명의 전통에서 유래하는 문구나 환상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권리는 남겨두고 있다…독일에서 공산당은 부르주아지가 혁명적으로 행동할 때에는 부르주아지와 공동으로 절대군주, 봉건적 토지소유자 및 소시민층과 싸운다.

그러나 공산당은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와의 적대적 대립에 대한 가장 명료한 의식을 노동자에게 주입시키려고 잠시도 태만히 하지 않는다. 이런 것은 부르주아지의 지배와 함께 초래될 사회적 및 정치적 제조건을 독일의 노동자가 바로 그대로 무기로써 부르주아에 대항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독일에서 반동적 제계급이 쓰러진 뒤에 즉시 부르주아지에 반대하는 싸움이 시작되게 하기 위해서다.(《공산당선언》)

그런데 통일전선은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의회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의회는 대중투쟁을 지지ㆍ엄호하는 수단이고 자본주의, 자본주의 부패하고 기생적인 정치세력, 제국주의를 폭로ㆍ규탄ㆍ타격하는 공간이고 노동자 민중의 단결과 정치의식을 고양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

노동자의원들은 의회에서의 대정부연설은 가장 효과적인 선동수단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여러가지 질문을 통하여 우리는 정부가 자행한 각종 비리와 범죄사실에 대중들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었다. 각종 현안에 근거하여 대정부질문을 하면서 우리는 흑백인조에게 그들이 지배하는 체제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날릴 수 있었고 현체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혁명적 공격을 강화하는 데 볼셰비키적 방법으로 의회연단을 이용할 수 있었다. 연설할 때 볼셰비키는 박력있게, 그리고 직선적으로 짜리즘과 부르조아지의 치부를 폭로했다. 질의 대상이 되는 모든 사건에 결부시켜 우리는 노동자들에게 현체제하에서 노동자들의 지위가 향상되길 기대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장관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그렇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이렇게 끝맺는 대정부질문은 노동자의원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우리는 모든 압제와 경찰의 폭력이 질서라는 명목하에 자행되고 있음을 장관들이 알고 있고 장관은 그것을 막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우리는 독재정치의 본질을 노동자들에게 알리는 데, 대중들이 필요한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도와주는 데 대정부질문의 의미와 목적을 두고 있었다.”(Aㆍ바다예프, 볼셰비키는 어떻게 의회를 활용하였는가?)

칼 리프크네히트는 의회연단에서 부르주아를 타도하겠노라고 공공연하게 연설했다.

시베리아로 전원 유형을 가면서도 짜르 체제를 폭로하였던 볼셰비키의 의원단의 경험을 우리와는 처지가 다른 과거의 낡은 경험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도리어 의회제도가 발전하지 않고 합법성의 여지가 극히 드문 짜리즘 체제 하에서도 혁명적으로 의회를 활용하였는데, 지금은 의회를 더 폭넓고 혁명적으로 활용한 수십배 넓은 공간이 존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의원 당직ㆍ공직 겸직 금지나 노동자평균임금 이상 세비의 당비로 반납 등의 조치는 이러한 혁명적 의회활동의 경험을 초보적 형태지만 지향한 것이었다.

그런데 진보정당의 국회의원들이 국회연단에서 또는 국회의원 신분을 활용하여 미제국주의 군대의 철수, 한미동맹 해체, 국가보안법 철폐, 북에 대한 제재 및 적대정책 철폐, 한미군사훈련의 침략자적 성격을 대대적으로 폭로하고, 북핵이 자위권의 일환이며 본질은 미국의 핵독점ㆍ핵패권 정책의 일환이며 러우전이 미국과 서방제국주의의 러시아 침략적 성격과 대리전임을 폭로하고, 파견제ㆍ기간제법, 정리해고법 철폐, 자본주의 착취체제의 문제를 가지고 감옥에 갈 각오까지 하고 조중동의 집중포화를 아랑곳하지 않고 공공연하게 싸운 적이 있는가? 설사 부분적으로 있다 하더라도 미흡할 것이다. 이를 채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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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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