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철폐는 이 나라, 이 민족 생존의 조건이다.
이범주
국가보안법은 1948년 대한민국 수립된 직후, 이승만 정부에서 만들어졌다. 명분으로야 ‘반공’을 내세웠지만 주되게는 조국의 분단과 미국의 반도 이남 지배를 반대하고 친일파 척결, 진보적 민주주의 구현, 통일된 자주국가 건설을 열망했던 남쪽 절대 다수 인민들을 탄압하고, 남쪽을 소련과 조선 등 사회주의 국가들을 철의 장막으로 가두고 견제하려는 군사기지로 만들기 위해 제정되었다(분단된 독일의 서독이 그랬던 것처럼). 점령군으로 반도의 남쪽에 진주하여 남쪽을 지배하려 했던 미국의 의도에 충실히 따른 결과다. 미국은 이승만 정권을 내세워 일본에 이어 자국의 지배를 거부하는 한반도 남쪽 자주적 인민들을 반공이라는 명분으로 제압하려고 그 법을 만들게 했던 것이다. 하여 당시에는 분단에 반대하고 미군정에 저항하며, 친일파 척결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모두 ‘빨갱이’로 지목되어 국가보안법의 처벌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국가보안법이 민주주의가 만개했다는 2025년의 대한민국에도 엄연히, 당당하게 존재한다!!
사실 국가보안법의 시원은 1925년 5월 12일에 제정된 치안유지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이 치안유지법으로 장기적으로 진보적 사회구현을 꿈꾸고 조선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던 독립투사들을 처벌했다. 그리하여 국가보안법의 실제 역사는 그야말로 꽉 채운 100년이 되는데 그렇다면 결국 이 국가보안법은 식민지 관리를 위해 제정되고, 기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게 된다. 왜? 이 나라가 아직 미국에 대한 예속을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문화…거의 모든 영역에서 대미예속의 정도가 식민지 신세를 방불케 하므로. 대한민국은 최소 100년 이상 예속의 세월을 살아온 셈이다
국가보안법이 지닌 심각한 문제는 유엔에 가입해 있는 엄연한 현실 국가인 조선을 반국가단체로 범죄집단 취급하는 데 있다.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조선은 한국의 제 1의 주적집단이다. 이로 인해 이 나라 한국 사람이 조선에 대해 약간이라도 좋게 평가하는 것, 조선의 긍정적 실상을 말하는 것…등이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사항이 된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나름의 긍정성과 미덕이 있는 것인데 이 나라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있어 조선은, 그런 긍정성과 미덕 같은 건 단 하나도 없이, 인민들이 삼대세습 강철독재에 시달리며 죽지 못 해 간신히 생존하는 동토의 왕국 같은 이미지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 나라 사람이 그곳 조선에도 청정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성실하고 즐겁게 노동하며 행복하게 사는 인민들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그는 즉시 이적단체 고무, 찬양죄에 걸려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미국 한인교포 신은미 씨는 단체강연에서 대동강 물이 맑고 조선의 산천이 아름답다고 말했다가 국가보안법에 걸려 추방당하기까지 했으니 국가보안법이야말로 진실을 가리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표현하는 기본적 자유를 가로막고 악법이라 하겠다.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조선이라는 나라와 조선 사람들은 접촉해서는 절대 안 되는 불가촉 집단이니, 대한민국 사람들로 하여금 동족국 조선과는 영원히 떨어져 분단되어 살라 강요하는 그 법이야말로 강철의 ‘분단유지법’, ‘분단강요법’이라 할 만 하겠다. 그런데 이 분단은 한국뿐 아니라 한민족 전체 모든 고통의 핵심적인 원인이니 이 국가보안법이야말로 우리 민족 전체에게 극심한 고통을 강요하는 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분단을 강요하는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철폐되어야만 한다.
북이 최근 들어 南을 “전쟁 중에 있는 제1의 적대국가” “동족의식을 완전히 상실해 더불어 통일을 논할 수 없는 집단”으로 규정하면서 평화통일 정책을 완전히 폐기해 버렸다. 북이 그리 결정하게 된 핵심적인 이유도 이 나라의 국가보안법이다. 남북 간에 합의된 여러 약속들이 결국은 다 엎어지고 다시 적대적 관계로 회귀되는 패턴이 숱하게 반복되어 온 역사를 반추하면서 북이 그 원인을, 조선을 제 1의 주적으로 규정한 국가보안법 그리고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남북 간 통일을 ‘자유민주주의 방식의 통일’ 즉 남에 의한 북의 흡수통일로 못 박은 이 나라 헌법규정으로 본 게 아닐까 한다.
국가보안법은 민족의 분단을 유지, 강요하는 악법이다. 분단이 유지되는 조건에서 한국은 미국에 대한 참담한 예속을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분단과 예속 조건에서 한국은 지금 일찍이 없었던 위기상황에 몰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가 원래 0%였던 관세를 15% 올려준다는 조건으로 3,500억 달러의 대미(현금형태로의) 투자, 1,000억 달러 알라스카 LNG수입, 한국 대기업들에 의한 1,500억 달러 대미 현지투자…등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게 실제로 진행되면 이 나라의 제조업이 완전 붕괴되는 것은 물론 해외로부터 이 나라 생존에 필수적인 원유, 식량, 자원…등을 사 올 달러도 없어지게 된다. 나라 전체가 즉시 거지꼴이 되는 것인데 이따위 요구를 지금 미국이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한미동맹 선진화’를 지향한다면서 한국군을 대중국 봉쇄 전선의 최전연으로 내몰려 하고, 국방비를 두 배 가까이 올려 그 돈으로 지들 비싼 무기를 사라고 요구한다. 그뿐인가, 미군 주둔비를 10조 정도로 대폭 인상하여 자국의 비싼 무기 사들이라 하고 심지어 평택 미군기지의 소유권 달라는 요구까지 할 참이다.
도대체 미국은 이 나라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기에 이렇게 능멸하는가….이런 황당하고 굴욕적인 요구에 직면해서 이 나라 대통령과 정치권 인사들은 왜 미국에 대해 한 마디 말도 못하는가….깡패국가 미국에 대한 극한의 증오가 끓어오름과 동시에 제 나라 불쌍한 민초들한테는 그리 호랑이같이 무섭게 굴던 자들이 그 부도덕하고 오만한 제국주의자 앞에서는 한 마디 말도 못 하는 이 나라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과 환멸을 금치 못한다.
이 모두가 분단 때문이고 분단으로 강요된 미국에 대한 예속, 자주권의 상실 때문이다. 나라의 자주권을 잃으면 나라 전체의 재부로 되는 거대기업 재산을 지킬 수 없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도 없다. 굴욕을 당해도 나라의 존엄을 지킬 수 없다. 나라의 존엄을 보지 못하는 민초들은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진다. 미국이 패권 상실해 가는 이 격변 과도기 세상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자주는 곧 모든 영역에서의 생존의 문제다.
몰락해 가는 처지에서 저 혼자 살려고 동맹국들을 수탈, 강탈하려는 미국으로부터의 자주를 확보하고 결국은 같이 살면서 같이 번영해야 할 동족국 조선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그 노력의 제 1보에 해당되는 사항이 국가보안법 철폐다.
분단은 예속이다. 예속은 전쟁 가능성으로 내몰리는 안보 불안이고 나라의 부(富)를 수탈당하는 가난과 비참이다. 국가보안법 철폐는 분단, 예속, 가난, 전쟁의 연쇄고리를 끊어내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이자 자존의 문제다. 하여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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