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의 성과를 되돌리는 쿠데타가 발생하다

목포해양심판원의 ‘내인설’ 결론과 뉴스타파의 받아쓰기 보도를 보며​

 

이병무(전주세월호분향소 지킴이, 4.16연대 운영위원)

 

4월2일 극장 개봉한 다큐영화<침몰 10년, 제로썸>을 보면, 한 인터뷰이가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한창 조사를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검찰특수단을 통해 세월호관련 ‘한점 의혹이 남지 않게 밝히겠다’고 해놓고 결과적으로 모두 무혐의 처리해버린 것을 두고, 처음부터 세월호를 정리하려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랬던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뒤에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덮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완전히 끝내버리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일이, 12.3 비상계엄 직전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26일 윤석열 정부 해수부 산하 목포해양안전심판원(해심원)이 10년 이상 미뤄오던 침몰원인에 대한 판정을 갑자기 내린 것인데, 판정의 요지는 “세월호가 선박 내부의 문제로 급선회해 쓰러진 뒤 침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정 내용은 2018년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보고서의 이른바 ‘내인설’을 그대로 채택한 것이다. ‘세월호가 일본에서 도입된 후 선체 상부 증축으로 무게중심이 상승해 복원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무리한 화물선적, 고박 불량, 그리고 당일 조타기 고장이 결합되어 우현 급선회와 급격한 횡경사 발생,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쏠리면서 전도된 것’이라는 것이다.

해심원의 이런 판정은 6년 전 선조위의 ‘내인설’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이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2014년 10월 박근혜 정부의 검경합동수사본부 발표를 되풀이 한 것이기도 하다. 10년 전부터 국가 기관에 대한 불신과 민간의 진상규명 운동을 촉발한 계기가 된 그 조사결과를 이번에 또 반복한 것이다.

더 유감스러운 것은 이런 해심원의 주장을 일부 언론이 받아쓰기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스타파가 4월 6일 보도한 기사가 그렇다. 뉴스타파는 기사에서 “해심원이 세월호는 복원성 불량과 조타 장치 고장, 화물 쏠림으로 급선회 및 급경사 이후 전복됐으며, 외력은 선체 흔적 등 타당한 증거가 없어 검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최종 결론 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해심원의 이 발표가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내인설을 공인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심원의 공표와 뉴스타파의 받아쓰기 보도는 10년 넘게 진상규명을 위해 거리에 섰던 유가족·시민들, 그리고 직접 조사에 참여한 조사관들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것이다. 해심원은 선조위와 사참위의 조사 결과 가운데서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일부 주장의 내용만을 선별적으로 골라 어떤 부끄러움도 없이 자신들의 결론에 맞추고 있다. 게다가 ‘이 선박의 인양후 조사’를 근거로 외력을 원인 검토에서 배제했는데, 사참위의 조사보고서를 어떤 이유로 배제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

해심원의 판정이 진상규명의 성과들을 되돌리는 쿠데타라고 규정하는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하도록 하겠다.

선조위 ‘내인설’과 검찰의 그것은 모두 ‘논리 정합성’에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실 정합성’으로 보면 그저 논리에 상황을 꿰맞춘 것들이다. ‘내인설’은 한마디로 ‘복원성 사고’, 즉 ‘낮은 복원성 상태에서 조타만으로도 화물이 이동할 만큼 기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선조위와 사참위에서 ‘복원성이 매우 낮았다’는 ‘내인설’은 이미 기각된 주장이다. 예컨대 선조위 조사 당시 장 아무개 교수가 애초 ‘내인설’ 입장이었다가 ‘열린 안(외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안)’에 합류한 계기가 바로 선조위 ‘내인설’ 주장 인사들의 과도하고 비양심적인 복원성 낮추기 때문이었다.

사참위가 대한조선학회에 선조위의 ‘내인설’, ‘열린안’ 복원성의 계산방식에 대해 두차례나 자문을 구했을 때, 모두 ‘열린 안’ 복원성이 맞다는 답을 내놓았다.

잠시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선조위 ‘내인설’이 ‘열린 안’의 복원성보다 현격하게 낮게 책정됐는데, 이는 ‘자유유동수효과’를 과도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액체인 평형수는 화물과 달리 횡경사에 따라 출렁이기 때문에 그만큼 불안정할 수 있는데, 세월호는 2, 4, 5번 평형수 탱크를 가득채우고 (95~98%) 운행했다. 이 정도면 국제표준으로 자유유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걸로 본다. 게다가 탱크 천정에 출렁임을 없애기 위해 일정간격으로 철판이 설치돼 있었다(선조위 열린안 보고서). 그런데 선조위 ‘내인설’ 주장 측은 자유유동수효과가 최대로 발생한다고 조작했다. 이 자유유동수효과 조작때문에 ‘내인설’ 측이 분열해 장 아무개 교수가 ‘내인설’에서 이탈해 ‘열린 안’ 복원성을 도출했던 것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하고 넘어갈 것이 있다. 해심원이 선조위 보다 먼저 2014. 12에 같은 내용의 복원성 조작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해심원, 선조위 내인설측이 말하는 ‘복원성이 매우 나빴다’는 것은 선조위와 사참위의 조사 결과 도출된 복원성 수치로도, 그 수치를 통한 시뮬레이션으로도, 그리고 세월호가 10시간 넘게, 대각도 변침구간을 지나고 맹골수도로 아무렇지 않게 지난 후, 잔잔한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쓰러진 정황과도 맞지 않는다. 세월호가 참사 이전 1년 넘게 이 노선을 사고 없이 운행했던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또한 해심원은 두가지 지점에서 사참위 조사결과와 전혀 다른 내용을 전제하고 있다. 첫째, ‘외력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조사관들의 결론은 물론이고 ‘외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결론까지도 무시했다.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외력 가능성을 멋대로 배제한 것이다. 둘째, ‘조타장치 고장’은 사참위가 전원위의 의결을 거쳐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기각했는데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제했다.

외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 대표적인 증거들은 △핀 안정기의 과도회전과, △핀 안정기실 주변에 집중된 덴트(움푹파인 흔적), △파단과 파공 중 도저히 세로의 리프팅 빔 설치 때문으로 설명되지 않는 가로 파단, △핀 안정기실 데크스토어의 좌에서 우로 회전한 상태 등이었다. 화물이동이 발견되지 않는 시점에 굉음이 확인된 것도 외부물체와의 충돌음이라는 ‘합리적 추정’을 낳았다.

이번에는 ‘내인설’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안긴 ‘조타장치 고장에 의한 침몰설 기각’을 해심원이 되풀이하는 문제를 지적하겠다.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주장하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설’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짚어보고, 조사결과를 객관적으로 정리해본다.

먼저 솔레노이드 벨브 고착은 처음부터 주장일뿐이었다. 실제로는 고착의 현상이 아니었다. 고착은 내부 이물질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거나 전기장치가 고장이 난 경우에 생기는 것인데, 실제눈 밸브가 매끄럽게 움직였고 메인밸브도 중립에 있었다. 따라서 고착이라고 표현할 것을 요청받았지만 고착이라고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용역을 담당한 가와사키 중공업의 보고서에 나와 있다.

다만 밸브의 철심이 눌려진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그 원인은 사참위의 조사에서 확인됐다. 밸브 캡이 찌그러진 채 인양된 사진이 있었다. 바로 캡이 찌그러질 때 철심이 함께 눌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배가 기울어질 때 공구 등이 떨어져서 때렸거나 증거조작을 위해 고의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사참위는 고착을 가정한 정밀조사를 위해 세월호와 같은 타기를 제작했고, 무려 2년 넘게 조사했으녀, 20가지 시나리오를 실험하고 검토했다. 실험에서는 결과적으로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했다. 첫째, 우현 전타(35도)현상으로 급우선회를 발생해야했고, 둘째 이후 방향타가 반대로 좌현 8도로 돌아가야 했다.

고착이 의심된 타기장치는 인천행. 따라서 제주행, 인천행 두개를 동시에 사용했다고 보고 실험했다. 이 경우 양 타기의 유압이 상쇄 작용하고 타에 해수압이 걸려 거의 움직임 없었다. 유압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매우 느린 속도로 선회했다. 급선회를 유발할 가능성도 그만큼 적었다.

구현 가능성이 그나마 있는 것은 인천행만 쓰는 경우다.  고착 시 전타가 발생했다. 그러나 우현 전타로 갔다가 반대로 좌현8도로 돌아가는 경우는 전타 발생 후 반드시 긴급조치로 인천행 펌프를 끄고 제주행을 켠 채 좌현으로 조타해야 한다. 그러나 조타수는 이 경우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 유리한 진술인데도 부인했다.

즉, 고착을 가정해도 현장상황 구현은 불가능했다.

선조위 ‘내인설’과 현재도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설’을 주장하는 일부는, 3등 항해사가 배가 기울어 넘어진 뒤 타기알람이 울리자 이를 끄다가 실수로 타기스위치를 껐다고 진술한 적이 있다고 했다며, 이 경우 살아있는 제주행타기로 좌현 조타 상태서 현장상황처럼 방향타가 좌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혹은 사용 중인 인천행펌프 스위치를 끄고 제주행을 켰으면 조타수가 좌현 조타를 유지하고 있어 좌현 8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참위는 타기알람이 전기공급이 안돼서 생긴 무전압 알람이었음을 확인했고, 이 경우는 타기펌프 전체가 불능상태로 변수가 되지 않게 된다. ​

조사 위원들이 ‘외력설’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솔레노이드 벨브 고착설’(내인설)만큼은 기각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2년 간의 조사와 장시간의 의결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렇듯 지난 선조위와 사참위는 모두 ‘내인설’ 측과 ‘외력설’ 측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외력 가능성이 높게 보이는 데이터들을 남겼다. 그리고 결론을 포함 많은 것들이 두 측의 타협에 의해 보고서로 쓰여졌다. “조사결과까지 들어낼 수 있다”는 압박에 조사관들은 여러 가지를 수용했다. 물론 여기에는 조사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것도 포함해서다. 그 때문에 결론이 매우 모호하고 모순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내인설의 주요 논거들은 대체로 반박되었고, 외력은 확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사참위 조사결과의 객관적인 내용이다.

그래서 한겨레(안영춘 기자 칼럼) 역시, 발표된 조사 내용에 동의하지는 않으면서도 보고서가 ‘내인설 적극 부정, 외력 미완이라는 표현으로 조사보고서를 정리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그동안 국가를 믿을 수 없어하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요구로 두 차례 사고원인 조사가 이루어졌다. 최종 사참위는 사고원인 미상, 구조방기 원인 모름으로 끝내고, 쟁점에 대한 추가 검증과 미조사 사항에 대한 추가조사를 권고하지도 않고 끝냈다. 아마도 해심원이 쿠데타를 감행한 것은 그 틈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들의 내인설을 마치 결론이 난 듯 보도해온 일부 언론에게서 용기를 얻었을 수도 있다.

사참위가 끝나고 벌써 2년 6개월이 지났다. 가족들과 시민들은 이번 조기대선에서 사참위의 조사가 미진했던 사항들에 대한 추가조사를 대선후보에게 약속받으려 하고 있다. 사고원인, 구조방기 이유 등에 대한 추가진상규명, 지겹다고 해도 똑똑히 명령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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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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