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찌즘은 과거의 것???

이범주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를 한참 전에 본 적이 있다. 아들과 함께 수용소에 갖힌 한 유태인이 그 절박하고 위험한 상황을 아들과 함께 놀이하는 공간으로 설정, 기막힌 방법으로 위기를 넘기다 결국 아들은 생존하고 애비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고 낙관과 긍정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뭐 이런 류의 메시지를 담은 것 같다. 그런 영화를 경멸한다. 실제 삶에 대한 가공(加工)과 분식(粉飾)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 영화에서 잊지 못할 장면이 있다. 아슬아슬하게 숨바꼭질을 계속 하다가 맨 마지막 숨바꼭질에서 아이가 숨은 곳에서 나와 저 멀리서 오는 군인들에게 손을 흔들었을 때, 미제 셔먼탱크 타고 그 아이의 인사에 화답하던 자가 금발의 백인 미군이었던 것! 그 한 장면으로 미군의 이미지가 전 세계에 유포되었을 것이다. 미군은 부드럽고 나이스하다, 미군은 강하다, 미군은 정의롭다….

나중에 진실을 알고 보니 미군은 나찌가 운영하던 유대인 수용소를 단 하나도 해방시키지  않았다. 수용소들은 폴란드, 우크라이나…등 동유럽 쪽에 있었으므로 그것을 해방시킨 건 소련군이었다. 미국은 영화에서 소련의 공적을 도둑질해 제 것으로 하려 했던 거다. 3,000만명 가까운 인명을 희생하며 나찌군의 주력을 격멸했던 것도 소련이었다. 소련의 위대한 군대는 동부전선에서 나찌를 혼자 상대하며 무려 80%의 나찌 전력을 붕괴시켰다. 그에 비해 미군(과 영국, 프랑스 등의 서유럽군)은 극히 사소한 성과를 거두었을 뿐이다. 미국 위시한 서방은 사실 나치와의 전쟁 승리에서 거의 막판에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었다.

영화는 승리를 도둑질하고 소련군의 모습을 미군의 것으로 훔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것도 사람들의 선의와 순진한 상상력을 교활하게 속여 먹이는 방식으로 말이지.

2차 대전 후 프랑스가 나찌 비시 괴뢰정부에 부역했던 자들을 과감하게 척결했다는 썰이 광범하게 유포되어 있다. 독일의 나치 잔당들은 공소시효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되어 마지막 한 사람까지 체포되어 처벌받고 있다는 서사 또한 퍼져 있다. 알고 보니 그것들도 역시 구라였다.

전쟁 전 프랑스, 미국 등 당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라 할만한 나라들에서 나찌즘은 대단히 환영받았고 포드(?)등의 미국 대자본가들도 공개적으로 나찌즘을 지원했다. 미국 정부도 나찌 독일을 적극 도와 1차 대전 후 전후 복구를 도왔다. 2차 대전이 전쟁이 끝나고 난 후에도 나찌는 척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잔존, 육성되어 서독군과 나토군의 핵심 골간으로 일했다. 독일과 우크라이나의 나찌 잔당 상당수가 미국과 캐나다로 이주하여 그 나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받으며 세력을 키웠다. 전후 미국이 로케트 기술을 급격히 발달시킨 것도 독일에서 데려 온 나찌 과학자들 덕분이었다. 이번에 러-우전쟁에서도 잔존, 육성되어 온 나찌 세력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나찌와 그 이념은 전혀 소멸되지 않았다. 그러기능 커녕 각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 왔다. 

내가 기억하는 나찌즘의 핵심은 당시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 그 이념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와 공격… 국내 노동계급 특히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진보적 노동계급에 대한 혐오와 적대…유대인, 집시, 장애인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멸….인종주의….그리고 기본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 및 탄압이다. 이 내용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돈 버는 조건이 점점 열악해져 가는 조건(유식한 말로 이윤율이 경향적으로 저하되어 가는 조건??)에서 대자본가들이 너무도 환영할 내용들이다. 사회주의 이념과 진보적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와 적대는 그들에게 당연히 환영받을 일이고, 약자에 대한 경멸과 인종주의도 같은 조건에 처한 사람들 사이의 연대와 단결을 결정적으로 저해한다는 면에서, 자본가들의 이익에 도움을 주는 이념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미국의 대자본가들이 나찌즘을 선호했다는 것, 미국이 히틀러의 나찌정부를 적극 도왔다는 것, 전후에도 나찌들을 잔존 육성했다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인생이 아름다워’라는 말랑말랑한 영화로 순박한 사람들을 속여 먹었던 것처럼 나찌즘에 대한 서사도 지금까지 사람들을 속여 먹었다.

피해자 코스프레로 일관하며 사람들 속여온 이스라엘이 이젠 그 역겨운 분식마저 벗어 던지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있다. 민주주의, 문명, 과학, 전통…의 이름으로 사람들의 시야를 어지럽혀 온 유럽의 지도자들이 이젠 (미국의 지시에 굴종하며) 지들 인민들 생명과 재산에 결정적으로 해악을 끼칠 러우 전쟁에 자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추락해 버린 그들 힘의 실체를 인정하지 못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치명적인 전쟁을 계획,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미국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추종, 미일한 동맹을 구축, 강화하며 북과의 긴장을 연일 높이고 있다. 

우리는 이 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친애하는 미국, 서유럽 諸國, 대만, 일본….등 세계 인구의 20% 내외 점하는 나라들 역시 자유의 가치가 꽃피는 민주주의 국가들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그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나머지 국가들은 전체주의, 권위주의 국가들이라 칭하며 더불어 상종할 수 없는 나라들이라 생각한다.

오늘 유튜브에서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가 이미 이겼다고 말하는 한 학자에게 “푸틴의 첩자, 러시아로 가라”라 폭언하는 류의 댓글들이 폭주하는 것을 보았다. 미국인들은 전쟁광 바이든에 이어 그의 정책을 이어 받겠다는 해리스를 지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텔레그램 CEO를 체포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본인들도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와 노동운동하는 노동자들을 혐오하고 북의 동족들에 적대한다.

하여 나는 “대한민국과 이 나라가 친애하는 세계인구 20% 내외 미국, 유럽 나라들이야말로 현대판 나찌즘 국가들이 아닌가”….“나찌즘은 자본주의 생리와 아주 잘 맞는 생각이고 자본가들의 돈벌이가 점점 어려워질수록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반드시, 필연적으로 도달하게 될 사상조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찌즘은 과거의 것” 이라는 말 들으면 입에서 (비)웃음이 비질비질 새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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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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