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연합정당과 당면 총선에 대하여

‘성공’이 패배를 촉진한다

 

진보운동사에서 기존 착취, 억압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의회를 통한 집권으로 근본변혁을 성취하거나 사회의 유의미한 진보적 변화를 가져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대로 독일 사민당, 영국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등 의회주의에 빠진 정치세력들, 공산주의를 내걸었지만 의회 선거를 통해 평화로운 이행을 하겠다는 유수한 공산당들은 자본주의에 포섭되거나 인민대중의 지지와 신뢰를 상실하고 명멸해 갔다.
쏘련 공산당과 동유럽 공산주의 체제도 이러한 유로꼬뮤니즘에 빠지고 혁명적 원칙을 상실한 결과 자본주의로 복고해야 했다.
칠레 아옌데의 영웅적이지만 비극적인 사례도 설사 선거로 권력을 잡더라도 미제와 이 지원을 받는 내부 반혁명 세력들의 준동을 분쇄하고 프롤레타리아 인민권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반동복고로 사회주의 권력을 유지, 실현할 수 없다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역사의 교훈이다.
베네수엘라 21세기 사회주의도 반미를 내건 진보성이 있지만 미제의 준동, 미제의 지원을 받는 복고세력의 준동을 분쇄하지 못하고 사회주의로 전진하지 못하고 중도반단 한다면 레짐체인지(권력교체) 당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세계 진보운동사 전체뿐만 아니라 우리 ‘진보’운동사를 보더라도 이 교훈은 마찬가지다.
멀리는 45년 일제로부터 해방 이후 인민권력이 미제와 그 주구들에게 박탈 당하고 대량 피의 보복을 당하고 반공전초기지로 분단과 착취를 감내해야 했던 우리의 비극의 역사가 그랬다.
가까이는 프롤레타리아와 인민의 독자적, 혁명적 정치세력을 강화하지 못하고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의 환상 하에 민주당에 의존적인 운동, 의회와 선거를 전략으로 사용하는 의회주의 집권전략이 프롤레타리아와 인민대중의 자주적, 혁명적 정치세력화를 유기시켰다.
이 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할지라도 그 본질은 다르지 않은 국힘 민주 반동 양당체제를 고착화 시켰다.
진보적 노동자와 인민대중은 이 양당체제 중 차악을 대안으로 강요당하며 울분을 삼키고 정치혐오와 불신을 강요당해야 했다.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경험에서도 의회주의의 결과가 결국 노동자 민중의 자주적 해방과 변혁의 열망을 어떻게 훼손하고 운동의 전진을 가로막는지 잘보여준다.
특히 의회주의에 취해 운동을 파멸시키는 트로이 목마와도 같은 유시민과 국민참여당과 통합하고 비례대표 선정을 둘러싼 출세분자들의 추악한 다툼의 결과 당이 분열되었다. 총체적 부정선거 시비는 명목이었을 뿐이었다. 종북몰이는 이 의회주의 출세주의 탐욕과 분열을 틈타 내부에서 먼저 제기되었고 조중동이나 권력은 이를 종북몰이 마녀사냥을 전면화 하는 기회로 삼아 마침내 통합진보당을 강제해체시켰다.
남북관계의 파탄과 적대관계로의 전환 선언도 직접적으로는 미제와 그 주구 윤석열 전쟁광들의 전쟁책동에 의한 것이었지만, 촛불투쟁의 성과를 독차지해 권력을 잡고 민중의 압도적 지지 속에 4.27판문점 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사드를 추가 도입했으며 천문학적 미국 군사무기를 도입하며 태생적으로 미국에 굴종ㆍ의존적이고 반민족적 지향으로 말미암아 남북관계의 진전을 파탄시킨 민주당 문재인 정권에 책임이 있다.
이러한 민족ㆍ동족관계의 파탄과 적대관계로의 전환에 대해 이 양당체제를 넘어서는 대중적 투쟁근거지와 자주적인 정치세력을 세우지 못한 결과 오늘날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노동자의 권리가 박탈, 부정당하고 민중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었다는 근본 평가와 반성적 자기쇄신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중운동 차원이나 진보정당 운동 내에서는 그 동안의 관성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례연합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다.
이를 위성정당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와 같다.
이 위성정당에 대해 연대연합이라고 하는데 이 비례연합정당에서 자주적이고 변혁적인 자기 요구를 내걸 수 있는가?
이 시대의 절박한 요구가 아니라 민주당도 수용할 수 있는 공통의 요구가 비례연합정당의 존립근거가 아닌가?
비례연합정당에서, 선거국면에서 당장 정권 심판 수준이 아니라 민주노총 같은 대중조직도 결의한 정권퇴진 요구를 전면화 할 수 있는가?
흡수통일 반대 미제의 전쟁반대와 미군철수, 미일한 전쟁동맹 반대, 민주당이 앞장서 만든 정리해고제 파견제 등 노동악법과 비정규제도 철폐와 재벌의 착취규탄과 노동3권 쟁취, 기간산업 국유화, 토지국유화,  무상체제 같은 자주적이고 선명한 요구를 내걸 수 있는가?
‘성공’이 패배를 촉진한다. 의석 몇 개를 얻는 의회주의적  성공이 양당체제를 분쇄하고 자주적이고 혁명적 진보운동의 원칙을 훼손하고 성과를 잠식한다. 근시안적이고 협소한 목표에 취해 운동의 근본적이고 장기적 이해를 볼모로 잡아서는 안된다. 전술이 전략을 삼켜버리고 전투에서 승리가 전쟁에서의 패배를 촉진시켜서는 안 된다.
선거는 대중투쟁을 강화하고 착취ㆍ분단체제를 폭로하고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각성과 자주, 혁명적 정치세력의 단결과 강화를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민주당 자장 안에서 민주당의 성공과 번영이 ‘진보운동’의 성공의 조건이 되는 이 지긋지긋한 굴레를 벗어던져야 한다.
이는 또한 민주당에 대한 민중의 불신이 진보진영의 지지로 전환되는 계기가 아니라 민주당과 공동운명체가 된 진보진영에 대한 실망과 불신의 계기로 나타날 수도 있다.
윤석열 정권 퇴진이 다시 문재인 시즌2가 되어 민중의 분노를 사고 이것이 다시 윤석열을 부르는 기만적 양당체제의 지독한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
대중투쟁에서 윤석열반대 투쟁은 윤석열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끌어들여야 하지만 그 운동을 진보적 노동자계급과 기층 민중이 주도하여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비례연합 정당참여를 정당화 하기 위해 민주노총 내부를 분열시켜 정권퇴진 투쟁을 교란,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한 때 반북적이었지만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를 내걸었던 기본소득당이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해 사회주의의 면모를 단 한 번이라도 보여준 적이 있었나?
오늘날 위성정당 참여를 막고 양당체제를 균열, 분쇄하기 위해서라도 진보진영 단결은 반성적 평가 속에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
비록 이번 비례연합정당에 참여 안 했다 하더라도 진보대단결을 외면하고 회피한 정치세력들도 오늘날 분열과 갈등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
또한 양당체제 극복과 진보진영 단결을 염원하는 기층 진보적 민중의 요구를 근본주의적 태도로 전면 부정하는 것은 대중운동에 대한 분파적 태도이고 고립 분열적 태도이다.
다만 진보진영 단결은 양당체제의 진정한 극복과 이 사회의 진보적, 급진적 변화를 위해서, 진보진영의 분열을 막고 공고한 단결을 위해 의회주의를 넘어 운동의 자주성, 변혁성을 유지, 강화하고 최대강령 수준이 아니더라도 합의할 수 있는 공통의 원칙과 요구에 기반하여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미 제출한 “3대 전략 목표, 10대 단결강령”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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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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