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6] 《민족과 계급》의 연구 집필 활동은 매우 용감한 활동이며 고독한 작업이다
김 재 하 | [한국진보연대] 상임 공동대표 / [전국민중행동] 조직강화 특위장
[노동자정치신문]을 통해 그동안 꾸준히 중요한 쟁점 현안과 운동노선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들에 대한 글이 발표되어왔다. 지금까지 발표한 글들을 모아 출판물을 내는 것에 대하여 반가운 인사를 보낸다.
사회변혁의 과정은 이 사회를 절대다수 노동자·민중이 주인답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게 하려는 세력과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세력과의 치열한 투쟁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선의 하나는 이데올로기 투쟁 전선이다. 그래서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계급과 집단들은 교육과 저들이 장악하고 있는 언론 매체를 통하여 끊임없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유포시켜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분단 체제를 지탱하는 국가보안법으로 인하여 새로운 사회를 향하는 이념의 발전이 심각하게 제약당하고, 왜곡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민중의 사상이 소개되고 대중들에게 번져 나간 것은 80년대부터인데, 흔히 PD(계급)와 NL(민족)로 구분하여 칭한다. 큰 틀로 보면 맑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으로 대별할 수 있다. 40년이 지난 지금 이런 단순한 구별만으로는 현실을 해명하고 변혁운동의 전망을 밝히는 데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 계급투쟁을 한참 주장하다가도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고, 자주통일에 열심이던 인사가 어느 날 반북인사가 되어 나타나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글의 내용은 노동자·민중 해방사상의 근본정신이 현 정세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발간하는 《민족과 계급》은 오늘날 우리 운동진영에서 제기되는 갖가지 쟁점과 현안에 대한 끊임없는 사색과 연구의 산물이다.
맑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에 대하여 깊이 있게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민족과 계급》은 두 사상이 서로 외면할 문제가 아니라 변혁에 필요하다면 능히 상호 접근하고 소통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맑스-레닌주의에 입각하여 민족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현실 운동에서 맑스-레닌주의의 정신이 왜곡되는 지점에 대하여 예리한 통찰력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미제국주의에 대한 이 글들의 통찰력은 우크라이나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분쟁에 대하여 주류 언론들과는 전혀 다른 분석과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극심한 불평등과 주권상실의 한국사회를 변혁하기 위해서는 국내 자본과 기득권 세력들뿐만 아니라, 미제국주의의 역할과 영향에 대하여 올바른 입장을 가지고 투쟁해야 한다.
이 땅 노동자·민중이 고통 받고 있는 주권문제와 불평등의 문제는 계급과 민족의 문제이다. 《민족과 계급》은 PD와 NL이라는 단순 구분도식을 뛰어넘어 변화발전하고 있는 변혁운동 과정에서 상호 결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민족과 계급》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매우 광범위하고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반면, 주제에 따라 때로는 치열한 논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철학의 근본문제에서부터 맑스-레닌주의, 주체사상, 사회주의, 제국주의, 사회민주주의 등 현실 운동에서 나타나고 있는 해명해야 할 문제 대부분을 다룬다.
모든 변혁사상과 이론은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거나 뛰어난 개인이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분석과 치열한 실천투쟁을 총화하면서 만들어진다.
《민족과 계급》의 글 내용에 대하여 찬반 입장을 떠나 논쟁과 토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일이다. 그래야 한국사회가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길에 보다 많은 대중이 관심을 기울이고 의식이 높아져 변혁역량의 단결과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민족과 계급》으로 출간되는 그동안의 연구 집필활동은 매우 용감한 활동이며, 고독한 작업이다. 국가보안법의 칼날 위를 걷는 활동이기도 하고, 기존 틀을 뛰어넘어 논쟁의 한 축을 이루기도 하는 긴장된 활동이기도 하다. 특히 제국주의와 재벌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언론환경과, 국가보안법으로 정보 접근이 일방적인 한국사회에서 이 글들의 연구와 집필활동은 분명 고독한 일일 것이다.
변혁운동의 이념과 노선을 연구·학습·토론하는 목적은 한국사회 변혁운동의 앞길을 밝히고, 투쟁과 역량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목적에 부합하는데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사상과 이론에서의 교조주의와 사대주의일 것이다. 그동안 발표된 이 글들은 변화·발전하는 현실과 성장하는 노동자·민중의 역량에 맞춰 노동계급의 사상을 더 풍부하게 할 것이다.
발표된 글 중 많은 글을 이미 인터넷을 통하여 보았다. 나의 경우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는 내용은 휘발되나, 활자화된 글은 다시 보게 되며 생각도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 책으로 발간된다는 소식이 반갑다.
노동자·민중이 주인 되는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활동가에게 강고한 실천투쟁과 치열한 사색, 그리고 학습토론은 필수이다. 이번에 발간되는 책은 현재의 역동적인 정세를 바로 보고 변혁운동의 앞길을 모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기에 적극 추천한다.
이 책은 일독하는 것도 좋지만, 관심이 있고 필요한 주제부터 먼저 읽기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민족과 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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