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와 ‘진보’를 가장한 반공주의
투기 자본의 대명사인 조지 소로스가 홍콩 증시에 개입해서 홍콩 주가를 폭락시켰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조지 소로스는 한편으로는 투기 자본의 대명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선과 박애를 외치고 자본통제와 규제를 주장하는 이율배반적인 자본주의의 비판자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 소로스는 월가점령 운동을 지지하기도 했다. 워렌 버핏도 마찬가지다. 버핏은 부자의 덕목을 이야기하고 자선과 박애를 실천하여 “현자(賢者)”라는 칭송을 얻기도 한다. 심지어 포브스(Forbes) 같은 자본가 언론에서는 자본규제와 통제를 주장하는 소로스와 워렌 버핏에 대해 반자본주의-부자라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로스는 모순적이지 않다.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인물이다. ‘착한 자본주의’를 외치며 ‘못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자들은 불평등과 모순 증대로 자본주의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이 폭발할 것이 두려워서 자본주의를 개혁해서 천년만년 자본주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대대손손 자본가 집안으로 군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로스는 실천적으로도 미제국주의와 손잡고 자신이 가진 자산을 뿌려대며 공산주의권을 붕괴시키는데 앞장섰다.
<미국 민주주의 재단(NED), 미국 국제 개발처(USAID),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 및 지배계급의 대리인인 조지소로스의 ‘열린사회(Open Society)’와 같은 단체들이 1990년대에 동구권에 몰려들어왔다. 이러한 단체들은 미국을 지지하지 않으며 선출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반민주주의 반대 운동과 선거부정을 공개적으로 후원했다.
이러한 단체들은 인기도 없는 독재자들을 불가리아(1991), 알바니아(1991), 러시아(1996), 그루지야(2003), 우크라이나(2004) 그리고 카자흐스탄(2005) 등의 많은 국가에서 지지한 것과 선거조작에 책임이 있다.
미국민주주의재단(NED)의 공동 설립자 알렌 웨인슈타인(Allen Weinstein)은 “우리 민주주의 재단이 오늘날 하고 있는 많은 것들은 25년 전에 CIA가 비밀스럽게 하던 일들이다.”라고 언급했다.-Gerald Sussman, “‘민주주의 후원’의 거짓말,” 먼쓸리리뷰(Monthly Review), 12. 2006.>(노동자정치신문 92호, 쏘비에트 국가들의 붕괴 20년 후(4), 출처: 진보노동당(Progressive Labor Party)의 정기간행물, <공산주의자(THE communist)> 2012년 겨울호)
헝가리 출신의 소로스에게 자본가들을 억압하는 공산주의 체제는 분쇄해야할 절대악이기 때문이다. 소로스에게 공산주의는 “열린 사회의 적”들이다.
<나찌의 박해와 공산주의 압제를 겪으며 살아오면서, 나는 내가 추구해야할 최고가치는 열린사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는 열린사회기금(the Open Society Fund)을 창설했고 폐쇄된 사회를 개방하고 열린사회가 더 성장하고 비판적 사고양식을 촉진하는 것을 그 기금의 목표로 했다. 그것은 1979년이었다 …. 여기서 나는 훨씬 더 성공적이었다. 나는 1980년에 체코슬로바키아에서의 헌장77운동과 1981년 폴란드에서의 연대노조 운동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나는 1984년에 내 조국인 헝가리, 1986년 중국, 1987년 쏘련, 1988년 폴란드에서 따로 기금을 설립했다. 나의 업무는 쏘비에트 체제 붕괴를 가속화하도록 했다 … 그러나 나는 나찌즘이나 공산주의처럼 같은 범주에서 자본주의를 자유방임주의로 두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전체주의 이데올로기는 의도적으로 열린사회의 붕괴를 추구한다.(조지 소로스, “자본주의의 위협”, Atlantic Monthly, Volume 279, No. 2, February 1997)>(노동자정치신문 80호, 부자증세 본질, 영구적 착취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
이처럼 소로스는 공산주의를 나찌즘과 동일시한다. 소로스는 나찌즘과 쏘련 공산주의를 동일시하는 것으로 반공주의를 합리화하여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것이다. 소로스의 논리는 바로 제국주의 진영의 논리이기도 하다. 저들은 전쟁과 대학살극을 벌인 나찌즘의 인류에 대한 명백한 범죄행위 자체를 은폐할 수는 없기 때문에 2,000만이 넘는 인민들이 희생당하면서도 독일 파시즘을 격퇴하고 일본 제국주의를 몰아낸 해방자였던 쏘련을 파시즘과 동일시하는 것으로 반공주의를 유포하여 종국에는 자본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다.
나찌즘의 배후에는 콘쩨론 같은 독일 독점자본이 있다. 그 때문에 제국주의 진영은 나찌즘 뒤에 독점자본이 있고, 나찌즘이 자본주의 위기의 산물이며, 노동자 계급의 혁명운동에 대한 자본주의의 가장 극렬한 대응이라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 나찌즘=쏘련을 동일시하여 나찌즘의 본질적 성격을 은폐하고 자본주의를 옹호하려 했던 것이다.
참고로 소로스가 정치적 신조로 삼은 인물이 “열린사회의 그 적들”이라는 유명한 저서를 쓴 칼 라이문트 퍼포다. 칼 포퍼는 자유주의적 입장의 반공주의자로 “젊어서 맑스주의에 빠지지 않으면 바보지만, 그 시절을 보내고도 맑스주의자로 남아 있으면 더 바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반공주의자이면서도 자유주의를 가장하는 자들이나 왕년에 진보운동을 했다는 인간들이 한 번쯤은 인용하는 경구처럼 사용되는 말이다.
나찌즘과 쏘련 및 현실사회주의를 동일시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반공주의를 은폐하는 것은 유서가 깊다. 이러한 방식은 사실은 진보진영을 가장한 세력들 중의 논리로부터 차용한 것이다.
카우츠키가 레닌 당시의 쏘련을 ‘독재’와 “전제” 국가로 비난한 이래, ‘좌익 공산주의’ 세력도 이러한 논리방식을 그대로 차용하여 쏘련과 현실 사회주의를 ‘적색 파시즘’으로 비난한다. 트로츠키 역시 “스탈린 체제와 파시즘 체제는 사회적 기초는 판이하지만 동일한 현상이다. 이 두 체제의 특징은 지독히도 비슷하다”라고 ‘적색 파시즘’론을 주장했다. 트로츠키가 서방 제국주의 진영으로부터 환영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로츠키주의 ‘국가자본주의’ 세력들이 폴란드 연대노조 운동을 마치 노동자 혁명인 것처럼 지지하는데, 이 배후에는 선전, 교육기구, 종교기구, 문화예술 수단 등을 통한 제국주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함께 미국 제국주의와 결탁한 소로스 같은 이들의 직접적인 물질적 지원도 있었던 것이다. 폴란드 연대노조 세력들 중에는 파시즘과 결탁한 세력들도 있었다. 여기에 폴란드연대노조 운동에 대해 그랬던 것과 똑 같은 방식으로 리비아,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란에 대해 ‘민주주의 투쟁’으로 환영하는 ‘진보’세력들도 있다.
최근 <노동자연대>의 양비론을 비판했는데, 노동자연대의 양비론이 무색할 만큼 노골적으로 반북 적대적 언사를 사용하여 양비론을 구사하는 입장이 제출됐다.
“그런 가운데 북한 지배자들은 아주 위험한 도박에 몰두하고 있다. 북한 지배자들의 제1의 목적은 자신들의 지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대외 제국주의 국가의 위협으로부터,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의 민중봉기로부터!
그 방법은 제국주의 진영 간 냉전 상황을 격화시켜 중국 진영의 하위 파트너로 확고한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 지배자들이 하는 짓과 똑같이 말이다. 이러한 군사적 쓰임새를 밑천으로 삼아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는 것이고, 이를 통치 자금으로 활용해 내부의 민중봉기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미 경제 붕괴 상태에 가까운 지경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북한 지배층은 이 상태로는 더 이상 장기적으로 대중을 통제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한국 사이의 경제적 의존성이 날로 확대되고, 이것이 양국 정부 사이의 정치적 협력으로까지 발전하는 상황에서 냉전 체제 확대는 더욱 절박해졌다. 만일 한국 지배자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 위치에 서게 된다면, 중국에 갖는 북한의 가치는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반도를 휘감고 있는 군사적 긴장의 두 주역은 북한과 미국 지배자들이다. 겉으로는 으르렁 대지만, 사실상 북한과 미국 지배자들은 한반도 신냉전 질서 도입을 절실히 갈망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동맹자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가세해 한 몫 챙기려 발악하는 자들이 한국과 중국, 일본 지배자들이다.”(미사일도 사드도 아닌 노동자계급의 단결만이 희망이다, 연구공동체 뿌리, 2016.02.16.)
이 정도쯤 되면, 아무리 한편에서는 “지금 한국 지배자들이 하는 짓과 똑같이”라는 체제 비판적 언사를 양념으로 사용하고, 제국주의를 비난하고, 한미일 동맹을 비난한다 하더라도, 주관적 의도가 뭐라 할지라도 이러한 인식과 이 인식의 실천적 결론은 철저한 극우 반공주의 아닌가?
“북한 지배자들은 아주 위험한 도박에 몰두”
“북한 지배자들의 제1의 목적은 자신들의 지배 체제를 유지하는 것”
“한편으로는 대외 제국주의 국가의 위협으로부터,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의 민중봉기로부터!”
“제국주의 진영 간 냉전 상황을 격화시켜 중국 진영의 하위 파트너로 확고한 지위를 획득하는 것”
“군사적 쓰임새를 밑천으로 삼아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는 것”
“이를 통치 자금으로 활용해 내부의 민중봉기를 차단하려는 것”
이처럼 위 주장을 따로 모아보니, 극우 파쇼 언론과 “지금 한국 지배자들이 하는 짓과 똑같”은 짓을 하는 것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이 점에서는 모순적이면서도 일관되게 반공·반쏘주의의 길을 걷고 있는 소로스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갑부냐 아니냐가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말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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