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대해

_ 이범주

 

– 님 웨일즈의 [아리랑]을 읽다가 주인공 김산이 조선에서의 비폭력적 3.1 만세운동의 한계에 회의를 품고 조국을 떠나 중국혁명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던 당시의 나이가 고작 13세라고 했을 때 나는 진정 놀랐다. 아니 불과 13세에! 그 때 내 나이는 22세였고 세상에 대한 초보적인 고민과 갈등으로 시달리던 어린 청춘이었다.

– 지금 옛날에 읽었던 [중국의 붉은 별]을 다시 흥미롭게 읽고 있다. 당시 중국혁명에 참여했던 이들의 나이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미프는 스탈린에 의해 쑨이셴 대학 학장과 코민테른 극동부 책임자로 임명되었는데 그 때 그의 나이는 26살이었다. 그는 1930년까지 28명의 중국인 학생들을 중국을 떠맡게끔 교육받은 전문적인 공산당의 핵심 엘리트 세력으로 양성했다….이들은 ‘28인의 볼셰비키’라고 알려졌다. 이들의 지도자는 왕밍이라는 24살의 청년이었고 그의 가장 친한 동지는 23살의 보구였다….” 577쪽.
– 다음은 에드가 스노우가 적구(赤區)에서 만난 홍군 병사 혹은 장군들에 대해 이야기한 것들을 조금 모아 본 것이다.

“16~17세에 불과한 소년들이9,600여 킬로를 걸어 대장정을 마쳤고 19살의 청년은 이미 수년간의 전투와 행군을 거친 노련한 병사였다.”
“어느 분대장 한 사람은 24살이었는데 나이가 든 편이었다.”
“임표는 20살에 대령, 28살에 사령관이 되어 패배를 모르는 전략가, 군사가가 되었다.”
“홍군대학에는 남녀구별 없이 16살부터 28살 사이 연령의 학생들이 공부했는데 …1과의 생도 대부분이 실제로 홍군의 대대, 연대, 사단의 지휘관이거나 정치위원들로서 군사, 정치에 대한 고급교육을 받고 있음을 알았다.(142쪽)”

– 33세의 김일성이 평양 환영회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여 연설했을 때, 그에게서 백발의 노장군 모습을 상상했던 사람들이 그의 젊음에 놀라며 가짜 운운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33세 나이는…그 당시에는 이미 산전수전 다 겪어 군사와 정치에 노련하고 세련된 경지에 올랐을 법한 나이다.

– 아시아에서 1920~1940년대의 시기는 혁명의 시기였다. 10대, 20대의 청춘들이 혁명에 투신, 삶과 죽음을 경계를 넘나들며 동지들의 숱한 죽음을 경험하고 그러고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나라를 세우고 운영했던 시대였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선조(先祖)들의 구체적인 얼굴들은 그토록 새파판 청춘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격동의 역사는 사람들을 조숙(早熟)하게 한다.

– 요즘 사람들은 나이값을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이런 문제가 있다면 이는 필시 그들 개인 탓은 전혀 아닐 것이다. 왜 그러한가. 지금 칼자루 쥔 소수의 지배자들은 갑남을녀, 평범한 사람들이 진실로 똑똑하고 현명하고 용감해지는 것을 전혀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랬다간 그들만이 누리는 이 세상에 대해 대중들이 문제 제기하고 싸우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들을 바보로 만들고 그들의 영혼을 병들게 하라! 이것이야말로 다수를 지배하는 소수의…가장 확실한 지배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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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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