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의 시대, ‘평화협정’ 체결 투쟁의 의의, 그 의의를 부정하는 트로츠키주의 편향

정전 64주년이 되는 해인 2017년 8월 현재 그 어느 때보다도 미제국주의에 의해 전쟁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북핵 문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성공적 발사로 지금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인식은 현 정세의 역사적 성격을 간과하고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이다. 현 시기 전쟁 위기 고조는 명백하게 미제국주의에 의한 대북 적대시 정책에 원인이 있다는 명백한 사실은 더 이상 여기서 설명하지 않겠다.
지난 “4월 위기설”에 이어 다시 “8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이 전쟁 ‘위기설’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 위기설은 그저 위기설인가? 실제적인 위기인가? 이 전쟁 위기는 단지 말폭탄에 불과한 것인가? 실제적인 전쟁으로 폭발할 것인가?
그런데 위기설이냐 실제적인 위기냐의 문제는 형이상적인 대립이다. 왜냐하면 두 개가 별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위기는 언제든지 실제적인 전쟁으로 촉발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위기설은 가상의 위기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군사적, 정치적 위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5월에 이어서 또 다시 ‘참수작전’, ‘평양 침투 작전’을 내세워서 8월 21일부터 핵폭격기, 핵추진 항공모함, 핵잠수함, 수십만 병력이 총집결되는 사상 최대의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강행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준전시 상태의 격동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은 예고대로 괌섬에 미사일 포위사격을 할 것이고, 그것은 사실상 상호교전이 개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현재의 위기설이 반드시 전면적인 전쟁으로 촉발된다고 하는 것 역시 단언할 수는 없다. 전쟁은 막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위기가 실제적인 위기로 비화됐을 때 그것은 남북의 공멸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미본토까지 핵전쟁의 참화를 겪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맑스와 엥겔스는 계급투쟁이 서로 대립하는 계급 전체를 공멸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지금의 전쟁위기는 바로 그러한 상황과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현실적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은 현 시기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태도를 결정하는 핵심적 쟁점이다. 남쪽의 노동자 계급은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 평화협정 체결 투쟁에 기권 또는 반대할 것인가? 아니면 평화협정 체결에 노동자 계급의 관점으로 적극 개입할 것인가?

오늘날 한국에서 ‘정통 트로츠키주의’를 자처하는 자칭(실은 참칭) ‘볼셰비키 그룹’(페이스북 페이지, 8월 10일)은 “평화협정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제국주의 국가 하에서 항구적인 평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부르주아들이 평화의 주체일 수도 있다는, 평화협정으로 평화가 올 것이라는 환상”에는 반대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환상”에는 반대한다면서 그 “환상”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구체적인 현실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비유물론적이고 비일관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제국주의 국가 하에서 항구적인 평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부르주아들이 평화의 주체일 수 있다는, 평화협정으로 평화가 올 것이라는 환상”이 있는데 그것을 방관 또는 방치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사회주의자’로서 심각한 직무유기일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라고 남한이나 제국주의 부르주아 진영에 요구(강요, 청원, 압박 등 어떤 말로 표현하든)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런 행위를 통해서 마치 제국주의 부르주아들이 평화를 가져올 주체라는 환상을 승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그것을 방관 또는 방치하고 있다면 그것 역시 심각한 직무유기일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두 가지 길밖에 없다. ‘평화협정’ 체결 투쟁을 둘러싸고 유포되는 “환상”에 맞서 싸우면서 올바르고 제대로 된 관점으로 이 투쟁에 적극 참여하거나, “환상”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평화협정 체결 투쟁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트로츠키주의자들은 표면적으로는 “평화협정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는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봤을 때 사실상은 반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는 내심 반대하고 있으면서도 그 반대의 명분이 약하고 논리가 확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러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현실에서 이들의 태도는 평화협정 체결 투쟁에 대한 반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평화가 파괴되는 것은 자본주의가 무한한 탐욕으로 인한 호전적 체제이기 때문이다. 항구적 평화는 자본주의/제국주의 체제의 종식을 통해서만 오직 가능하다.
핵무기 포함 강력한 전쟁억지수단을 갖는 것이 당장의 평화를 위해서도 협정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여기서도 일반론과 비논리가 뒤죽박죽되어 있다.
“평화가 파괴되는 것은 자본주의가 무한한 탐욕으로 인한 호전적 체제이기 때문이다. 항구적 평화는 자본주의/제국주의 체제의 종식을 통해서만 오직 가능하다.”는 주장은 우리가 보기에는 일반론적으로 옳은 얘기다. 그런데 레닌은 일반론으로 구체적인 현실을 회피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기회주의라고 하였다.
우리의 입장으로 봤을 때, “핵무기 포함 강력한 전쟁억지수단을 갖는 것이 당장의 평화를 위해서도 효과적이다.”라고 했다면 비록 거칠기는 하지만 올바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무엇에 비해, 무엇 보다”라는 논리적, 현실적 비교대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핵무기 포함 강력한 전쟁억지수단을 갖는 것이 당장의 평화를 위해서도 훨씬 효과적이다.”라는 주장은 ‘북의 핵무장은 당장의 평화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든가 ‘북의 핵무장을 반대한다’라는 논리에 대비되는 주장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북의 핵무장과 미국의 핵무장 둘 다를 양비론적으로 반대하여 실제로는 미국의 북에 대한 적대시 정책에 동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심지어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은 내버려 두고 오로지 북핵을 비난하는 정치세력들이 ‘진보진영’ 내에서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동일한 논리적 지반을 벗어나서 제국주의에 맞서는 물리적 수단으로써의 북핵을 찬성하면서도 정작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요구인 ‘평화협정’ 체결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핵무기 포함 강력한 전쟁억지수단을 갖는 것이 당장의 평화를 위해서도 협정보다 훨씬 효과적이다.”라는 주장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안을 인위적으로 대립시키는 억지논리다. “핵무기 포함 강력한 전쟁억지수단을 갖는 것이” 오늘날 ‘평화협정’ 체결을 현실의 요구로 만드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평화협정’ 체결 투쟁을 둘러싸고 저들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지금 현재의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압박이 북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의 성공과 무관하다고 봅니까? 제국주의 체제에서 당연히 항구적 평화가 불가능하지요. 전쟁과 대결, 대립은 과잉자본을 수출하고 타국을 지배, 착취, 수탈하려는 독점자본의 발전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국주의 전쟁의 필연성은 그러한 의미에서이지 제국주의 하에서 노동자계급이,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가 전쟁에 맞서 싸우고 전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죠. 만약 제국주의 전쟁 필연성을 제국주의 전쟁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체념, 수동성, 패배주의, 기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혁명이 되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은 일반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은 역으로 혁명의 조건, 혁명을 위한 수단, 전술과 정세의 활용, 주체역량의 결집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기권주의가 되는 거죠.
현재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주된 물리적 동력이 북핵과 미사일 시험이라 할지라도 자본주의 국가에서, 그것도 전쟁의 재앙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는 남쪽의 노동자 민중이 평화협정 체결 요구의 분명한 한 축인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것이겠죠.
평화협정 체결은 북미가 불가침 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이고, 평화협정 체결의 조건으로 해외 주둔군, 즉 미군철수 요구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민주당이나 현 정권은 평화협정 체결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미군철수없는 평화협정 체결입장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민중은 평화협정 체결 속에서 해외주둔군의 철수라는 요구를 전면적으로 내걸어야 하는 거죠. 또한 평화협정 체결은 북주적론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철폐를 전면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 협정 하에 평화적 분위기가 성숙해지면 군축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그 속에서 노동자 민중의 복지로 나아가라는 요구 또한 제기할 수 있죠.
평화협정은 무엇보다도 북의 자결권과도 관련이 된 문제에요. 남쪽의 노동자 민중은 북이 제국주의의 개입없이 자주적으로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있도록 자결권을 위해 싸워야죠.
평화협정 체결은 모든 것은 아니지만 그 점에서 현 시기 주요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자 핵심 고리 중 하나인 것이죠.
평화협정 체결의 역사적, 구체적 상황을 모르고 환상에 빠져 있다는 가상의 환상을 세워놓고 그것을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주의에 빠져 있는 거에요(페이스북 8월 11일).

혼란스러운 정세로 인해 확고한 정세인식을 하기 어려울 때는 우리 정반대편에 서 있는 자들의 입장을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나아갈 길을 밝힐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의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정전협정에 근거해 유지되고 있는 유엔군 사령부가 해체돼야 하고 주한 미군은 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런 주장에 중국과 러시아가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춰주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핵무기와 ICBM이 두려워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자칫하면 체임벌린과 키신저의 전철(前轍)을 밟을 수 있다.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은 “북한이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을 추진하려는 것은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 동맹을 해체하기 위해”라면서 북·미 간 평화협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평화협정이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 8000여건의 평균 유효기간 고작 2년”, 주간조선, [2467호] 2017.07.24.).

현실적으로도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같이 군사적 수단을 포함한 강력한 압박으로 북한의 핵ㆍ미사일을 포기케 하는 것 보다 북한의 주장대로 미ㆍ북 간의 평화협상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공동성명에서 ‘쌍 중단(북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ㆍ미 연합군사 훈련 중단)과 투 트랙(비핵화와 북ㆍ미 평화협정 협상 병행)이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볼 때, 향후 북한의 핵ㆍ미사일 관련 협상국면이 전개될 경우 『한ㆍ미 군사훈련 중단→ 미ㆍ북 평화협정 협상 도출→ 주한미군 철수』 목표 달성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북한ㆍ중국ㆍ러시아의 3각 협력환경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북한의 의도대로 평화협정이 체결되어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과연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것인지에 대해서 심각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평화협정’관련 접근에 있어서 보다 신중한 태세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정영태 동양대학교 군사연구소장, “평화가 평화를 거부하는 평화협정의 역설”, 중앙일보, 2017.07.31.).

누가 평화협정을 반대하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평화협정 체결을 반대하고 있는가? 누가 평화를 반대하고 전쟁을 획책하는가? 누가 외국군대의 영구적 진주를 찬성하는가? 그것은 누구의 이익에 봉사하는가?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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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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