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보수”의 근간인 “냉전·반공주의”는 약화될 것인가?

사진은 탄기국 집회 유투브 영상 캡처

한겨레는 전문가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문가들은 기존 한국 보수정치를 냉전·반공주의와 지역주의에 빨대를 박은 ‘손쉬운 보수’로 규정했다. 정치학자인 박상훈 정치발전소 소장은 “기존 보수는 종북좌파 이데올로기, 국가권력에 기대는 ‘국가 의존’을 통해 너무나 쉽게 이득을 보는 정치를 해왔다. 하지만 이런 정치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총선과 탄핵을 통해 입증됐다”고 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지역적으로는 영남, 세대로는 60대 이상에 기반한 자유한국당은 전쟁과 북한에 대한 날것의 공포와 공고한 신념체계가 남아있는 한 특정 지역, 특정 세대를 중심으로 한 강경보수 또는 극우에 가까운 정치세력으로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생존’이 아닌 ‘잔존‘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그 확장성은 지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무너진 보수, 분화의 시작…극우와 결별에 사활 달렸다”, 한겨레, 2017.03.13.)

지역주의는 일단 논외로 치고, 과연 보수의 정치적 근간인 “냉전·반공주의”는 약화될 것인가? 종북몰이를 일삼고, “냉전·반공주의”에 기대는 세력들은 명맥만 유지할 것인가? 부분적, 일시적, 현상적으로 보면 이 말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 정점에 있는 박근혜가 권력에서 쫓겨났고,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화되고 있고, 심지어 자유한국당 내부조차도 친박과 비박으로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이들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 장기적, 본질적으로 보면 과연 이러한 분석은 사실일 것인가? 과연 한겨레의 바람대로, “냉전반공 세력은 보수의 중심에서 밀려 주변화될 것이”고, “반공주의에 의존하는 손쉬운 보수담론을 버리고 다른 생각·이념에 대한 관용,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를 보수의 가치로 삼아”, “대안적 보수담론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다음의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첫째, 국가보안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또한 국가보안법을 유지하게 하는 국가정보원 같은 폭력기구가 존재하는 한 “손쉬운 보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손쉬운 보수”는 그 동안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왔는데, 앞으로도 정치적 위기에 몰릴 때마다, 정치적 반전이 필요할 때마다 어김없이 국가보안법 사용을 주저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대북 심리전”은 심리전인 동시에 물리적, 폭력적 공세다. 이는 또한 대북용인 동시에 대남용, 즉, 노동자 민중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와 폭력 공세로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권력의 지배수단이다.

둘째, 종북몰이 언론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종북몰이에 앞장 선 조중동, 종편 등 언론들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손쉬운 보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조중동, 종편처럼 앞장서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 신문들도 종북몰이 광풍이 몰아칠 때면 언제나 종북몰이에 동참해 왔다.

통합진보당 해체 공세와 이른바 알오(RO)사건 조작을 통한 내란공작이 자행될 때 이들 신문들은 어김없이 ‘시대착오’적 세력 운운하며 이 종북몰이에 동참해 왔다. 시간이 지나고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밝혀지면, 이들 ‘진보’신문 내에서는 반성의 목소리가 가끔씩 들리지만, 새로운 종북몰이가 개시되면 또 다시 발톱을 드러내며 종북몰이에 동참하곤 한다. 최근의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던 황당한 “암살 사건”에서도 그랬다. 이점은 손석희의 JTBC도 마찬가지였다.

심상정, 유시민, 진중권, 조국 등 ‘진보’를 표방하는 반공‘자유주의’ 세력들 역시 이들 신문과 각종 매체들을 통해 종북몰이 광풍에 동참해 왔다. 종북몰이에 있어서, 좀 더 세련된 형태로 발언했을 뿐, 그 적대와 광기만은 박사모와 이들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맑스주의를 표방하는 노동자연대 같은 트로츠키주의자들도 북이나 쿠바를 타도해야 하는 반동적인 국가자본주의로 보며 반공 종북몰이에 동참, 제국주의와 권력에 봉사해 왔다.

셋째, 종북몰이를 가능하게 하는 미제국주의의 강력한 군사적 힘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제국주의의 “비공식 종교”는 반공주의라는 말이 있다. 미제국주의의 반공주의는 미제가 가진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힘들로 보증되고 있다. 이 반공주의는 과거에는 ‘냉전’으로 반쏘주의를 핵심 기반으로 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반북주의를 주된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 종북몰이는 대북 적대감, 혐오감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적대의 감정만으로 반공주의, 종북몰이 이데올로기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는 없다. 박사모 태극기 시위대들이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흔들어댄 이유는, 자신들을 배후에서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배후의 가장 강력한 힘들을 불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들은 지금도 가동되고 있다. ‘사상최대 규모’ 기록을 경신하며, “연례적으로” 한미군사합동 훈련이 전개되고 있다. 이 한미군사합동 훈련에는 핵추진 항공모함, 핵폭격기, 무인전투기, 30만 병력 등 가공할만한 물리력이 참여하고 있다. 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방어’를 표방하지만, 작계 5015에서 보듯, 북의 여러 지역에 대한 정밀타격과 지도자에 대한 “참수 작전”에서 보듯,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침략전쟁 책동이다. 북을 지구상에서 말살시켜버리겠다고 하는 그 호전적인 침략 전쟁 책동이야말로 가장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반공, 반북 공세 아닌가?

넷째, 근본적으로는 이른바 “분단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해방 이후 한국현대사 자체가 일제가 물러난 뒤에 어느 계급이 권력을 장악할 것인가를 둘러싼 계급 간 전쟁이었다. 역사 이래로 억압과 착취를 당하고, 특히 일제하에서 더 혹독한 착취와 탄압, 수탈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 민중이 권력의 주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친일 반민족 세력들이 이제는 미군정에 결탁하여 반공을 내세워 노동자 민중의 해방의 염원을 짓밟고 권력의 주인이 될 것인가? 이를 둘러싼 계급투쟁이 한국전쟁과 분단, 현재의 분단 체제 성립의 역사적 본질이다.

이 “분단체제”에서 미제국주의와 이승만, 박정희 같은 파쇼 권력자들은 반공주의를 내세워 민중을 학살하고 권력을 유지해 왔다.

냉전·반공주의”가 실질적으로 악화되기 위한 현실 조건은 무엇인가?

한겨레는 전문가들을 통해 “반공주의에 의존하는 손쉬운 보수담론을 버리고 다른 생각·이념에 대한 관용,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를 보수의 가치로 삼아”, “대안적 보수담론”을 만들 것을 요구하지만 이는 순전히 환상에 불과하다.

한국사회 반공주의는 지배계급의 사상이었다. 한국사회에서 “냉전·반공주의”의 역사적 기반, 조건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건전 보수, 합리적 보수는 있을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 체제의 가치가 바로 극우파쇼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다.

김기춘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인 2005년 7월 12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저는 초지일관 갖고 있는 원칙이 있어요. 그거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이 헌법적 체제가 인류가 발명한 최선은 아니지만 우리 인류의 자유를 확대하고 또 국민의 복지를 증진시키는데 차선의 제도라고 믿어요. 그거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요. 그런 신념이 남달리 투철하기 때문에 보수다 그렇게 말한다면 난 보수임을 자처할 수 있습니다.(한겨레TV, [해방 70돌 특집 다큐] 반.역.사(1945-2015) – 2부 중에서)

“자유민주주와 시장경제 체제”의 수호자라는 확고한 신념이 바로 김기춘으로 하여금, 그 체제와 이념을 지키기 위해 고문과 납치, 살해, 조작도 마다하지 않은 악마적 만행을 서슴없이 자행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상대적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을 포함하는 “보수 진영” 전체가 이러한 신념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종북몰이, 반공주의로부터 자유로운가? 한미일 동맹의 대북 적대감 고취와 전쟁 책동에 반대할 것인가? 국가보안법을 철폐할 수 있는가? 눈앞의 사드배치를 철회시켜낼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천안함 침몰이 “북한에 의한 폭침”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학살자 이승만 묘를 서슴없이 참배하고, 특전사 군복을 입고 국가주의를 표방하는 문재인과 그 정치세력들이 과연 이러한 “냉전·반공주의”의 역사적 산물과 눈앞의 장벽들을 돌파해낼 수 있을 것인가?

시장체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본질이 그 ‘공정성’ 여부와 상관없이 본질적으로 반노동자적이고 반민중적이다. 민주당 역시 그 시장자유주의 체제를 신봉하고 미제국주의에 기생하는 자본가 정치세력들이다.

이번 조기대선에서는 “사상검증”을 내세워, 시장자유주의에 대한 신념, 한미동맹에 대한 신념, 반북 신념을 강요하며 대선주자들과 정치세력들에 대한 “냉전·반공주의”적 길들이기가 본격화될 것이다. 언론은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그 “사상검증”의 무기가 될 것이다.

한국사회 극우 파쇼 세력의 인격적 화신이자 그들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던 박근혜 퇴진이 실제로 역사적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권력의 “냉전·반공주의”의 보루를 무너뜨려야 한다.

국가보안법 구속자들을 포함한 양심수 전원이 즉각 석방되고 명예회복과 국가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철폐돼야 한다.

국가정보원이 해체돼야 한다.

한미 군사합동훈련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

종북몰이 언론이 없어져야 한다.

이러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투쟁이 없이, “냉전·반공주의” 세력의 약화를 말하고, “대안적 보수담론”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유포하는 것은 결국은 “냉전·반공주의”에 봉사하는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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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손쉬운 보수”의 근간인 “냉전·반공주의”는 약화될 것인가?”의 2개의 생각

  • 2017년 3월 14일 5:27 오후
    Permalink

    다른 단체이지만 IBT(국제 포이십유기 단/볼세비키 그룹)에서 ‘제국주의의 뿌리와 결과’라는 문서와 ‘제국주의와 전쟁’이라는 도서를 발행했더군요… 우리들도 이 만한 규모의 문서와 도서를 발간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이왕에 정당법(당연하게 국가보안법 등의 하위 및 보조의 법률인)도 폐지를 주장해야 합니다. 다소는 문서와 무관한지 모르지만 이것들 또한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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