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정규직 노동자 양보론이 대대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그림은 미국 정치 만화가 Paul. Jamiol

예비권력과 자본의 관제 기관지 노릇을 자처하는 시사인

박근혜 퇴진 이후에 다시 정규직 양보론이 유포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시사인이 그 선봉에 서고 있다.
“연대의식 잃고 적개심 남은 한국의 노동운동”, “노동조합은 결코 약자가 아니다 ” “‘정규직 자본주의’ 신음하는 하청노동자” 등 일련의 기사는 다 정규직 양보론을 담고 있다. 시사인은 박근혜가 물러가고 조기대선을 앞둔 국면이 오자 이제는 마치 예비 권력의 관제 기관지라도 된 것처럼 대대적인 반 노동자 공세의 선두에 서고 있는 것이다.

” 새 정부가 출범하면 ‘노동시장 이중화’가 가장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리라 보인다. 구체적 정책 수단이 제기되고 양보가 요구될 때 대기업 노동조합들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종태 기자, 연대의식 잃고 적개심 남은 한국의 노동운동, 시사인, 2017년 3월 14일)

“올해 대선을 통해 수립될 새 정부는 기형적인 노동시장의 불균형과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같은 ‘노동자 내부의 격차’에 국가.자본과 함께 책임을 져야 할 공공부문 및 대기업 노조 역시 현실을 직시하고 기득권 양보에 나서는 연대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마창훈 노동평론가, ‘정규직 자본주의’ 신음하는 하층 노동자, 시사인, 2017년 3월 15일)

“기형적인 노동시장의 불균형과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궁극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 노동력이 시장에서 매매되고 타인에 의해 착취되는 자본주의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다.
자본은 이윤추구가 지상목표인데 이를 위해 노동력 유연화라는 목표 하에 끊임없이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을 확산시켜 왔다. 동시에 자본은 비정규직 확대를 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임금상승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심지어 외주화, 하청화 등을 통해 노동자의 집중과 집결을 막고 이를 통해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파괴하는 수단으로까지 활용해 왔다.
이것이 바로 정규직의 전반적 감소와 비정규직의 확대라는 “기형적인 노동시장의 불균형과 불평등”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이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이든 상관없이 국가는 일관되게 자본의 이해에 충실하게 복무해 왔다. 대다수 자본가 언론 역시 이 친자본적이고 반노동자적인 정책을 정당화하는 나팔수 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렇다면 “기형적인 노동시장의 불균형과 불평등을 시정하”는 길은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결론이다. 그런데 시사인은 정반대로 인식하고 그 전도된 인식 하에 정반대의 결론을 이끌어 낸다.
시사인은 ‘진보’언론 답게 겉으로는 노동자계급의 연대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결국 시사인이 진짜로 하고 싶은 실내용은 이른바 “상위 노동자들의 ‘손실의 내면화'”처럼 노동자계급의 임금양보 주장이다.
시사인의 기획 글 중에서 막대한 이윤을 얻는 재벌에 대한 요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시사인은 정규직 노동자, 노조의 선제적인 임금양보를 통해 자본의 양보도 끌어내자고 하지만 실제는 자본의 비호자를 자처한다.

“진보 세력 측에서는 소득 순위에서 최상층 10~20% 내에 속하는 대기업 정규직 역시 자신들을 수탈당하는 약자인 ‘노동자’ 신분으로 보기에, 노동개혁으로 소득이 줄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공리공담이 판을 친다. 불안정 노동자나 복지 문제 해결의 재원을 주로 최고 부유층의 소득 및 대기업 사내유보금 등에서 찾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상위 1%를 대상으로 세율을 아무리 높여봤자 연간 15조~20조원 정도가 더 걷힐 뿐이라고 판단한다. 700조~800조에 달한다는 사내유보금 역시 기업의 금고에 쌓인 현금이 아니다. 상당 부분은 투자되어 있다.”(이종태 기자, 같은 기사)

사내유보금이 전액 기업금고에 쌓인 현금이 아닌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700조~800조 전액이 투자되어 있는 자금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부분은 현대차의 한전부지 10조원대 인수처럼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업무용을 내세워 사실상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적절한 이윤처를 찾지 못하고 예비자본으로 남아 있다. 그렇지 않다면 회계상 사내유보금으로 분류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시사인이 정규직 양보를 강박하면서도 자본은 비호하는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사내유보금과 뒤섞여 있기도 하지만, 시사인은 삼성, 현대, SK, LG, 롯데 재벌이 노동자를 착취해서 보유한 수백조의 자산 및 재산은 문제 삼지 않는다. 2017년 2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롯데 그룹 4대 재벌의 자산총액은 국내총생산의 절반에 달한다.
시사인은 재벌을 아군으로 비호하는 대신에 주적을 정규직 노동자로 삼고 있다. 심지어 시사인은 정규직 임금양보를 강요하기 위해 ‘정규직 자본주의’라는 해괴한 신조어도 만들어 내고 있다.
정규직 자본주의에 의해 탄압받는 계급은 이른바 하층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고임금론, 노동귀족론, 정규직 과보호론 재탕

시사인의 주장은 비교적 멀리는 고임금론, 노동귀족론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삭감, 이를 통한 자본의 총지급 임금삭감과 이윤증대를 추구한 노무현 정권의 공세와 일치하는 것이다.
시사인의 주장은 가까이는 정규직 과보호론으로 정규직 임금삭감 공세를 취했던 박근혜 권력의 주장과 같은 것이다.
박근혜 권력은 같은 논리의 연장선 속에서 청장년 상생고용이라는 명목 하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장년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였다.
게다가 시사인의 주장은 2015년 6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시절 집요하게 공세를 취했던 임금공유제 주장과 같은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과 김무성은 “SK하이닉스 노조가 공생하는 노사관계, 상생하는 노사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이 시대 최고의 애국이라 높이 평가하고 싶다”며 어용노조의 정규직 임금삭감을 모범사례라며 극찬했다. 그런데 정규직 임금삭감분 일부가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지급됐으나 이는 4,000명에 달하는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를 봉쇄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처럼 자본과 역대 정권의 정규직 고임금론, 노동귀족론, 과보호론은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자본의 이윤을 늘리는 수단은 되었을지언정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와 권리와 생존의 보장으로 귀결된 적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 임금삭감 공세는 조직된 노동자들에 대한 공세로 나타나 자본과 권력의 저항의 거점인 민주노조를 약화시키고 노동법 개악 공세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었을 뿐이다.
박근혜 권력은 정규직 과보호론을 내세워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성과연봉제와 퇴출제 공세를 취하면서도 동시에 파견법을 개악하여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려는 시도를 했다.
정규직 임금삭감, 임금피크제 도입과 노동법 개악 공세가 청년 노동자들의 고용 증가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축출당할 때까지 박근혜 권력 4년 내내 노동자들에 대한 공세를 취했지만 2017년 현재 청년 실업률은 12.3%에 달하고 있다. 실업률 통계 방식의 기만성에 비춰볼 때 실질 청년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체감실업률은 22%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는데 이조차도 알바노동 같은 불안정노동, 취업준비생, 가족무급노동, 취업포기하고 군입대 등을 포함하면 현실적인 청년 실업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시사인이 박근혜 퇴진 투쟁에서는 범민주세력의 일환으로 같은 전열에 서 있었던 것으로 보였지만 박근혜 퇴진과 함께 전열 저편에 있는 자본과 현재로서 강력하게 예상되는 예비권력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노동자 양보라는 자본의 발로가 아닌 계급의식이 중요하다

노동자 계급의 연대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규직 양보론을 내걸고 공세를 취하는 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정규직 임금을 양보해 비정규직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자본주의 초기 노동자 임금인상 무용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본의 이론적 부역자들이 유포한 임금기금제의 변형에 다름 아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아무리 임금인상을 해봐야 임금은 기금처럼 제한돼 있기 때문에 강력한 힘을 가진 한 부문에서의 노동자 임금인상은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의 임금인하를 가져 오기 때문에 임금인상은 무용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임금은 제한된 기금이 아니다. 자본의 이윤에 대한 공세를 통해 임금을 인상할 수 있다. 개별 자본의 이윤 크기를 넘어서 노동자가 사회복지를 충원하는 투쟁을 할 수 있다.
정규직 임금삭감으로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가 투쟁으로 쟁취한 노동력 재생산 비용, 즉 생활임금 쟁취로 인간다운 삶을 쟁취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총파업 요구를 내걸고 있는데 최저임금 쟁취투쟁에 대기업 노동조합이 적극 결합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조합주의를 넘어 단결해야 한다. 노동자 단결은 자본에 맞서 노동자가 손잡고 싸울 때 쟁취할 수 있다.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노동운동을 민주당과 문재인 지지로 종속시키려 시도하는 변절 투항 세력들을 척결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운동 내에 이러한 노골적 투항이 아니더라도 정규직 임금양보론 같은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만만치 않게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14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임금 감축을 수용할 테니 청년 고용을 늘리자”는 공공운수 노조 주장이 바로 그렇다. 이 주장은 자칫하면 그 주장의 전제가 되는 좋은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은 기약 없이 미뤄진 채 정규직의 임금삭감을 위한 계기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제안을 하게 되는 정치의식의 후진적 발로가 더 심각한데, 이는 교체될 새 정부와의 대대적인 정치투쟁 대신에 양보와 타협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연대의식과 계급적 적대감은 서로 다른 둘이 아니다. 계급적 적대감이 있을 때 연대의식이 깊어질 수 있으며, 연대의식이 깊이 있을 때 계급적대감이 진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자 계급의식으로 전의를 가다듬고 예상되는 새 권력의 공세에 맞서 전열을 갖춰 강력하게 싸워 나가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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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다시 정규직 노동자 양보론이 대대적으로 유포되고 있다!”의 1개의 생각

  • 2017년 3월 17일 9:22 오전
    Permalink

    한때 시사인은 소위 부*선거도 불가능했다고 기사를 내 보낸바 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노동의 언론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매일노동뉴스조차도 한석호같은 류들이 이런 식의 기사문을 작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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