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탁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민주노조를 생각한다 -천연옥(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부위원장)

천연옥(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부위원장)
파업 310일차,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 24시간 노숙농성 51일차에 이르는 부산의 대표막걸리 생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제 부산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 되었다. 수많은 언론에서 보도하였기에 한 달에 한 번 쉬고, 일요일 일할 때 특근 수당은커녕 밥 대신 고구마를 먹었고, 노동자 60명에 사장 25명이 월 2300만원을 챙겼다는 이야기는 이제 ‘직썰만화 노동자지옥 생탁’으로 묘사되어 SNS에 전파되고 있다.

생탁 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1차 총파업이 1월 26일부터 30일까지 부산합동양조 장림제조장 앞에서 노숙과 난장으로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6박 7일간 이어졌다. 일반노조 총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생탁부산시민대책위는 72시간 공동행동을 결의했고, 그 첫날 저녁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집중집회에서 사회를 보던 본부 사무처장과 일반노조 조직부장을 포함한 조합원 5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이것은 3일간 총파업을 하려던 일반노조에게 이틀간 총파업을 연장하게 했고, 첫날만 집중집회가 잡혀있던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생탁부산시민대책위에게 매일 저녁 집중집회를 하게 만들었다.

일반노조가 출범한 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하나의 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사업장이 총파업을 결정한 1차 총파업의 성과는 사측의 태도변화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여러 조직들이 생탁 문제에 관심을 갖고 투쟁에 참여하게 만든 점이다.

1차 총파업의 마지막 날 1월 30일 일반노조는 운영위에서 2월 11일 2차 총파업을 결의하였다. 2차 총파업은 장림동보다 도심에 위치하여 연대단위들을 조직하기 용이한 연산제조장 앞에서 1박2일 난장으로 계획되었다. 1차 총파업과 2차 총파업을 연결하는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여러 조직들과 생탁부산시민대책위의 생탁 불매 선전전이 공장앞, 도심, 등산로 입구 등에서 이어졌다.

2차 총파업은 노숙농성을 하고 있던 노동청 앞에서 집결하여 파업출정식을 하고 행진하여 전철 한 역 거리에 있는 연산제조장에 도착하여 집회와 난장을 하였다. 저녁 7시 30분에 가까운 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노동법 개악저지! 노동탄압 분쇄! 부산지역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민주노총 부산본부 결의대회’를 마치고 행진하여 밤 9시 경 연산제조장에 도착하여 일반노조 대오와 합류하여 1박2일 난장을 시작할 때 까지 일반노조 대오만으로 버텨야 했다.

낮 12시 경 일반노조 위원장과 조합원 1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위원장의 연행 소식은 파업에 참여하지 못한 조합원들이 조퇴를 하고 모일 수 있게 하였다. 부산지역의 투쟁하는 택시노동자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해고된 보건소 비정규직 노동자들, 건설노동자들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민주노총 조직들이 참가했고, 노동당, 정의당,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민주수호 시민연대로 개명한 구 통합진보당, 부산민중연대, 노동자연대, 가톨릭노동상담소,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부산경남울산열사정신계승사업회, 만덕주민공동체, 반빈곤센터, 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같은 대책위 참가 단위들과 대책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사회단체들도 1박2일 난장에 참여하여 추운 겨울밤을 연대의 온기로 술잔을 나누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발언은 생탁 노동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게 했고, 대학생들의 풍물 공연과 많은 문화 공연이 있었다. 그러나 그 뿐. 사측의 태도는 변화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은 2월 9일 운영위에서 배재정 의원을 위원장으로 ‘갑의 횡포에 내몰린 을 살리기’를 주창하며 부산시당 산하 ‘을지키는위원회(을지회)’를 구성하여, 중앙당의 ‘을지로위원회’와 연계하여 부산지역에서 노동인권개선을 하겠다고 한다.

새정연의 을지회는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갑 사업장으로 보건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한 부산시와 하이투자증권, 부산합동양조(생탁), 이렇게 세 곳으로 보고 있다. 신라대의 경우처럼 노동자들이 지쳐 다 죽어갈 때 쯤 나타나서 중재를 하고 성과를 챙기는 새정연의 태도에 분노를 느끼지만 이렇게라도 정리가 된다면 하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탁 노동자들은 왜 이렇게 장기투쟁을 하고 있는가를 들여다 보면 일반노조라는 민주노조를 깨기 위한 부당노동행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부추기는 공인노무사이면서 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사측에게 어용노조를 통한 교섭권 박탈이라는 꿈을 꾸게 하는 현행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를 규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악랄한 조항들, 파업 중인 사업장에 노동자의 출입을 막는 경찰,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연행하는 박근혜 정권의 파쇼적 노동탄압 등이 보인다.

2014년 1월 16일에 45명의 노동자들은 일반노조에 가입하여 2월 초에 교섭을 시작하였다. 이 때 부터 25명의 대표사장과 관리자들은 노조간부들을 만나 “민주노총 탈퇴하고 한국노총 또는 기업노조로 갈아타면 노동조합 인정해주겠다. 필요한 경비는 다 주겠다”고 회유하기 시작했다. 정년을 55세로 하여 70%가 촉탁직인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재계약 안 될 거라고 협박했다.

노동조합에 입수된 2014년 1월 27일자 <주00 노무사 간담회>라는 문건에 의하면, 일반노조를 분석하면서 계단식 요구로 하나 들어주면 끊임없이 요구를 늘어놓는 노조라며 단체협약의 조항 중 사측이 수용할 것과 수용하지 말 것을 분리해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한국노총이나 기업노조를 만들어서 민주노총인 일반노조에서 탈퇴시키는 방법을 적시하고, 조합원을 회유할 때 사용하는 돈은 현금이 아니라 수표를 사용하여야 뒤에도 좋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사측에게 노동조합에 대처하고 노동조합을 와해하고 조합원을 회유하라는 조언을 해준 노무사는 한국공인노무사회 부산경남대표이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이었다. 이 노무사외에도 생탁의 사장들에게 이와 유사한 조언을 해준 사람들 중에는 근로감독관이나 경찰도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성실하게 교섭하지 않고 조합원을 탈퇴시키는데 혈안이 되었던 사측의 노력은 파업 2일차인 4월 30일 2명 탈퇴, 5월 4일에서 6일 사이에 5명 탈퇴, 5월 9일 현장대표와 23명 탈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일반노조를 탈퇴한 前현장대표는 현장 복귀한 30여명과 함께 한국노총에 가입하여 복수노조를 만들었고, 일반노조와 회사가 교섭을 시작한지 1년이 되는 시점인 2월 4일 교섭요청을 하였다. 그리고 교섭창구단일화 과정에 따라 사측은 일반노조의 개별교섭요구를 거부하였고, 한국노총은 분리교섭 혹은 공동교섭 요구를 거부하였다. 3월 2일 사측은 조합원들에게 3월 6일 05시까지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결국 사측은 도저히 합의할 수 없는 요구를 노조가 했기 때문에 타결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민주노조를 박살내고 어용노조를 키우기 위해 교섭을 해태해 온 것이다.

어용노조의 역사는 1946년 3월 10일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으로 출발하여 54년 대한노총으로 바뀌었는데 3.15부정선거에 협력하여 4.19혁명이후 해체되자, 60년 중앙정보부장이 의장인 한국노총이 결성되었다. 한국노총은 박정희 쿠데타 지지, 전두환 쿠데타 지지, 전두환 호헌지지성명 등, 권력의 시녀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으며 지금도 ‘정리해고 요건완화, 비정규직 양산’을 핵심으로 하는 박근혜 정권의 노동구조개혁에 협력하여 노사정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과 어용노조의 궁합은 어느 정권에서 볼 수 없을 만큼 대단히 좋다. 누가 봐도 70%가 촉탁계약직이고 55세가 정년인 회사에서 정년연장이 무리한 요구라고 보지 않을 것이다. 이미 남아서 투쟁하고 있는 9명의 노동자 중에 3명이 해고되었고, 3,4월이면 2명이 계약만료기간이니 정규직인 4명만이 남게 된다. 징계위원회 문제도 합의 후 현장에 복귀한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해고를 막을 최소한의 장치를 하려는 것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쟁점을 가지고 310일 동안 교섭을 해태해 온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이러한 사장들을 구속하지 못하는 노동청, 검찰,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연행하고 영장을 청구하고 이 추운 겨울날 천막조차 치지 못하게 하는 경찰. 이들은 매일 매일 순간순간 자본주의 국가의 권력의 주인은 자본이라는 것을, 박근혜정권의 파쇼성과 민주주의 후퇴의 가장 첫 번째 희생자는 노동자계급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최소한의 도구이다. 이러한 노동조합이 민주노조가 아니라 어용노조가 된다면 세계적인 경제위기속에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려는 시도들에 맞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사수할 수 있는 조직적인 힘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생탁노동자들은 해고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비해고자들만 현장 복귀할 수 없기에 전원해고를 각오하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다. 생탁 노동자들의 투쟁은 민주노조 사수 투쟁이고 생존권 사수 투쟁이고 이를 가로막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정치투쟁이다. 생탁노동자들의 투쟁은 경제투쟁의 관점에서 보면 전망이 보이지 않고 패배가 예정된 투쟁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전체 노동자계급의 연대와 단결에 기여하고, 자본과 정권의 본질을 폭로한 영웅적 투쟁이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여기까지 투쟁을 이어온 것만으로 충분히 전체 노동자계급의 투쟁에 복무했음이 분명하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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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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